아프게 느껴지는 건 결국 오라이온과 디라는 존재는 그 날로부터 영영 사라졌다는 점. 특히 디는 스스로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버렸다는 점이 아닐까 싶음.
그리고 디가 스스로를 완전히 버린 순간은, 오라이온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해서, 죽일만큼 미워하게 된 순간이라는 게 내 가슴을 찢어놓는 것 같다...

근데 미워하고 있었으면 차라리 다행이지...
만약 디는 그 때에도 오라이온을 많이 좋아해서, 자신이 정말 좋아했던 오라이온을 죽였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그 손을 놓아버린거면 정말 어떡하냐... 그런 거 있잖아. 어린 애들이 보기 싫은 거, 자기가 잘못한 거 그냥 던지거나 밀어버리는 것처럼.

혹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존감이... 오라이온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순간 함께 박살나버려서, 마지막으로 남은 자기 자신과, 자신을 좋아해준 오라이온을 같이 버렸다고 생각하면... 정신 나가버릴 것 같음. 오라이온이 디에게 있어 마지막 양심 아니었냐는 해석도 본 것 같은데 그것까지 묶어서 같이 생각해보면... (이미 실려간 붕붕이입니다)

개붕적으로 디는 영화 내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로 보였어. 그렇게 친구들을 배려하고 오라이온을 좋아했는데 정작 자기 자신을 아끼는 듯한 묘사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더 이상 실적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과 누군가를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는 불안함만 보여...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사는 것 같아.

그래서 오라이온을 공격한다는 최악의 실수를 저질렀을 때,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극한까지 몰아넣어버린 게 아닐까.
자기 자신에 대한 처벌로 오라이온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처벌을 내린 걸지도 모른다는 거... (어찌보면 자신 안의 메가트론이 디에게 그렇게 가스라이팅 했을 수도 있겠네)

스스로를 내버리는 건 진짜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디는 오라이온이 추락하는 순간 자신을 자신의 손으로 함께 내버렸다는 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메옵은 자해라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 이 애들이 자해를 해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

얘들아 그냥 에너존바 먹으면서 룰루랄라 놀러다닐 순 없었던 걸까..?ㅠㅠㅠㅠㅠ 서로 껴안고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제창해...... 우리 대화 좀 해보자.... 서로를 사랑한다고 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