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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4 15:54

*Sasha Sloan - Dancing With Your Ghost ㅊㅊ



전편 https://hygall.com/61012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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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간을 좀 갖자."


 

그때, 네 표정이 어땠더라. 네 눈을 보면서 말을 꺼냈는데도, 이상하게 기억이 흐릿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 썩 성에 차는 연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카메라 앞도 아니었고,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라고 할 수도 없는, 컷 소리와 함께 끝나는 순간도 아니었다. 혼자 쓴 각본, 혼자 결정한 캐스팅. 첫 번째 장면.



 

너는 내 연기와 진심을 구분할 줄 모른다. 너는 내 '연기 톤'을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연기 좀 해보라고 할 때마다 나는 더 과장하고는 했다. 내가 네게 전한 모든 사랑이, 그 진심들이 연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그 여지를 조금도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가뜩이나 내 직업 때문에 너는 나를 오래도록 경계했고, 나는 너를 오래 쫓았으니까.

 

근데 있잖아,
이번만큼은 연기인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어떡하면 좋지.


 

시간을 갖자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어쩌면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너는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이 각본과 연기가 모두 헛수고가 될 테니 너를 남겨 두고 먼저 나왔다. 평소 타던 차가 아닌, 네가 모르는 차에 앉아 너를 지켜보았다.

 

너는 한참 동안 길 한복판에 서 있었다. 멍한 눈빛을 하다가, 어딘가 결심한 듯 표정을 다잡고 발걸음을 떼는 네 모습이 아직도 기억나. 그래, 내가 사랑하는 너다운 모습. 너는 시간을 갖자던 내 말을 붙잡은 거다. 내 말 그대로 믿어 준 거다.



 

네 방에 불이 켜지는 걸 보고 나서야 차의 시동을 걸었다. 시간에 너를 가둔 나. 마치 물레에 찔려 죽을 거란 저주를 건 마녀이자, 동시에 죽지 않고 잠에 들 거란 축복을 내린 요정 대모가 된 것 같았다. 너를 깨워줄 잘생긴 왕자가 나타나길 바라면서도 그 역할마저 내가 맡고 싶었다.

 

손톱 옆을 꽉 눌러, 결심한 순간부터 쉴 새 없이 딱지가 생기고 뜯어지길 반복한 자리를 또 할퀴었다. 전화를 건다. 컷 싸인을 받아야 하니까.

 




_

 


 

두 달.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가던지.

거짓말이다.
너 없는 하루는 일 년 같았다. 촬영 일정 덕에 그나마 견딜 수 있었지, 매일 네게 달려가고 싶었다. 시간을 갖자고 했던 말을, 거짓말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꾹 참고 할 일을 해냈다. 꾸역꾸역.

 

스케줄로 빈 시간을 채워 나가면서도 네가 남기는 부재중 전화에 온 신경이 쏠렸다.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숫자가 네 마음에 늘어가는 흉터의 숫자임을 알면서도. 전화가 없는 날에는 좀 나아졌나보다 하면서도, 누군가가 네 마법을 풀어버린 건 아닐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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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네 몸을 붙잡고 오열하다가 잠에서 깬 밤이 몇 날 며칠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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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느낌이었다. 전화가 부재중으로 넘어가면 꼭 문자도 남겨두던 너는, 그날 단 한 통의 부재중 전화만 남겼다. 급한 일이 생겼나, 다시 연락이 오겠지,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새로 들어오는 연락은 없었다.

 

그 부재중 전화 한 통이, 네 마지막 인사였을까?




 

사람을 붙여서 너의 소식을 듣고 있었다. 너를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고, 나를 위해서. 얼마 전 들은 내용이 떠올랐다. 네가 자주 가던 카페 주인이 네 연락처를 물었지만, 너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자 친구가 있다고 했단다. 온종일 정신이 나가 있었다. NG를 내기도 몇 번. 여전히 나라는 시간에 갇힌 네가 가여워서, 여전히 내가 네게 남자 친구라는 게 기뻐서.




 

그 한 통의 부재중 전화 이후 기사가 났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함께 찍힌 사진이었다. 프로젝트성 영화라 곧바로 해명 기사를 낼 수는 없었다.

 

화면에 다시 네 이름이 떴다. 나는 네 왕자가 될 수 없다.

나는 결심한다.
이것은 이제 나의 두 번째 연기이자, 두 번째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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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절대 불행할 일은 없겠다.

 

그럴 리가. 네가 내 행복이라고 했잖아. 네가 없는 나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갖자던 말도 진심이었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그 후에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어. 입안에 맴도는 변명들이 있었지만, 분명히 끊긴 전화기 너머 혹여라도 네가 들을까 봐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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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촬영, 퇴근, 촬영, 퇴근..... 일정은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하나, 네 부재중 전화가 사라졌다는 점뿐이었다. 자꾸자꾸 낡아지는 네 조각들만 한참 동안 내려다봤다.
 

너는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여전히 그 카페에 자주 들른다고 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지 싶어 그간 사진은 한 장도 받아보지 않았었다. 딱 한 번,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사진을 받아보았다.

 

조금 야윈 네 얼굴을 보며 안쓰러워하다가도 안심이 되는 나는,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것 같았다. 네 손에 더 이상 반지가 없었다. 그날이 처음 반지를 빼고 나온 날이라고 하더라. 그래, 이게 맞지. 보고 싶다. 네 사진 위로 눈물이 툭,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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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이 시작되며 열애설도 자연스럽게 해명됐다. 빡빡한 촬영일정보다 이런 프로모션을 힘들어하는 나를 달래고 위로하던 너. 네 빈자리를 이제 비로소 처절하게 실감한다.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 가던 네 빈자리는 내 안에 커다란 구멍을 남기고 완전히 붕괴되었다.


토크쇼, 인터뷰, 투어, 끊임없이 웃고 떠들다가 밤이 되면 혼자 울었다. 술은 좋은 날만 마시는 거라며 끊임없이 잔소리했던 네 덕에 술에 취해 망가진 적은 없었다. 너는 지금도 나를 지키네. 엉엉 울다 헛웃음을 짓고는 했다. 다시 울고.
 

있잖아, 차라리 처절하게 망가졌으면, 이 대단한 할리우드 배우 자리도 관두고 네게 매달릴 수 있었을까? 그런 내가 불쌍해서 네가 내게 달려와 줬을까?










 

영화는 반응이 좋았다. 내 눈물을 먹고 자란 영화니까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혼자 자조하고는 했다.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던 날, 한동안은 집 안에서 네 흔적들이나 곱씹어야지 결심하고 집에 돌아왔다.



일단 좀 자고.

 



 

그대로 쓰러진 라이언 옆 휴대폰이 반짝 빛났다.

 

[라이언, 기다리던 소식이에요. 범인이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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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까지 쓸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놀즈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