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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슾 샘스파 ㅅㅍㅈㅇ



결국 해리는 다른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음. 피터와의 인연을 아예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바꿔버리자. 피터의 죽음을 아예 없는 쪽으로 만들어버리면 될 거 아냐? 운명따위 엿 먹으라지. 애초에 날 과거로 보내놨으면 그 정도 각오는 했지 않겠어? 피터가 옆에 있었다면 상대성 이론이니 선형의 시간선을 건들면 안된다는 과학적 설명을 줄줄 내놓았겠지만 지금 피터는 제 옆에 없었음. 그러니까 그딴 건 난 모르겠으니 하고 싶은대로 할 거라고. 해리는 생각했음.



​"나 여기 앉아도 돼?"

"어, 어?"



​방과후의 자습시간, 빈 책상에 가방을 올리며 의자를 빼자 피터의 눈이 커졌음. 그렇겠지. 이때까지 반 애들이 기피하던 자리였으니까. 해리가 심드렁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자 피터가 흘긋흘긋 자신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음.



​"저기, 근데 여기 앉으면-"

"그러고 보니까 너 공부 잘한다며."


응? 피터의 푸른 눈이 커지는 걸 보며 해리는 여전히 심드렁한 척 말을 이었음. 그럼 나 과학 과제 좀 도와주라. 난 전학와서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반 친군데 그 정돈 도와줄 수 있잖아. 안 그래? 해리의 물 흐르듯 이어진 제안에 안 그래도 큰 푸른 눈이 안경을 채울 듯 크기를 키워갔음. 피터의 물음표 가득한 얼굴에 해리는 과거에 피터와 처음 만났을 때가 그려져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음. 모범생에다 말도 대충 잘 들어줄 것 같은 피터에게 과제를 대신 해달라고, 그 대신 돈을 주겠다 제안을 하던 고등학생 때의 오만했던 자신을 생각하니 얼마나 철없고 웃긴지. 해리는 그런 생각을 하다 여전히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는 피터에 헛기침을 했음. 아, 얘 처음 만날 때처럼 했어야 했나? 이 정도 변화는 괜찮겠지 싶었는데. 아니면...


"그 대신 과제하는 동안 내가 간식 사줄게. 먹고 싶은 건 뭐든지 다. 어때?"



부러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며 거드럼을 피우며 말하자 피터의 시선이 조용히 내려앉았음.



..얘 혹시 거절하는 거 아냐? 해리가 초조하게 책상 위에 올려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길 때 쯤, 해리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피터가 입을 열었음


"...엄청 비싼 것도?"


생각지 못한 피터의 말에 이번엔 해리의 눈이 살짝 커졌음. 얘 봐라? 얘가 이런 말도 한다고? 해리가 놀람에 살짝 벙쪄있자 피터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음.


"장난이야. 어떤 걸 모르겠는데?"


간식은 괜찮아. 넌 이제 전학와서 잘 모르긴 하겠다. 나라도 괜찮다면 도와줄게. 피터의 말에 해리도 웃음을 지었음.


"다 모르겠는데."
"음. 어디부터?"
"처음부터?"
"...처음..부터?"


피터의 숨김없는 얼굴에 놀란 좀 경악의 기가 서리기 시작했지만 뭐 어쩌겠음. 지금은 과제가 문제가 아니라 너랑 친구가 되는 것부터 먼저 해야 되거든. 해리는 '어..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되지..' 말을 읊조리며 당황한 얼굴로 교과서를 앞쪽으로 촤르륵 넘기기 시작하는 피터를 쳐다보며 몰래 웃음 지었음. 피터와의 친구 맺기 첫번째 미션이 시작되고 있는 참이었음.






피터와 과학 과제 하기-를 빙자한 피터와 친구되기- 1일차를 무사히 끝낸 해리는 집으로 돌아왔음. '이건 알겠어? 음, 그럼 이건?' 과외 시간을 늘리고자 일부러 더 모르는 척 하긴 했지만, 사실 모르는 것도 맞았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게 뻔한 과학 과제의 시작에 피터의 머릿속에 심각한 과외 계획표가 그려져 가는 걸 보던 해린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기위해 열심히 뚱한 얼굴을 해야했음. 너 잘났다 그래. 과학 영재가 어련하시겠어. 그런 피터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있는다고 저녁 시간이 훌쩍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있어 밤늦게 집에 도착한 해리였지.




"늦게 들어오는구나."


거실로 들어서자 들리는 가라앉은 목소리에 해리의 고개가 돌아갔음. 두꺼운 서류 뭉치를 읽으며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말하는 아버지가 테이블에 앉아있었음. 과거로 돌아온 이후 피터 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노먼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하나 생각하던 해리였지만, 며칠간 출장과 일로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노먼이라 그래, 이게 아버지였지. 라는 생각도 했음. 일하느라 바빠서 아들 생일 파티에도 단 한번을 안 오던 그런 아버지. 그런 노먼을 보다 해리는 겉옷을 벗으며 여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음.



"친구랑 과학 과제를 같이 하기로 했거든요. 그것 때문에 좀 늦었어요."


쯧. 말이 끝나자마자 혀를 차며 다음 서류를 넘기는 노먼에 해리는 올라가 있던 입꼬리를 내렸음. 보고서가 맘에 안 드는 건지 자신이 맘에 안 드는 건지, 뭐 사실 둘 다 일지도. 아버지가 자신의 말을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님을 해리도 알고 있었음.



"네 번 퇴학은 나도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는 건 알아둬라."


찍어 누르는 말과 통보 방식의 대화. 이게 아버지와의 관계였지. 저의 어깨를 언제나 꾹 누르고 늘 못마땅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응. 이게 아버지였지. 그런 생각을 하며 방에 들어 가던 해리의 발걸음이 두 세 걸음 후에 멈췄음. 그런 저의 움직임이 거슬리는지 노먼은 제 쪽으로 눈을 흘겼음. 어릴 때의 저라면 저 시선에 움츠러들어 기가 죽어 방에 들어갔겠지만 뭐, 저도 이제 알맹이는 다 자란 어른이었음. 해리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서있다 뒤돌아 노먼에게로 향하자 노먼은 또 뭐냐는 듯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음. 해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음




"아버지가 절 못마땅해 하시는 거 알아요."

"..."

"누가 모르겠어요, 그걸? 제 말도 안 믿어주시고 제가 하는 모든 게 다 맘에 안 드시는 거잖아요. 사립학교 세 번 퇴학에 이런 허름한 동네에 있는 공립 고등학교까지 왔으니, 방금 또 친구랑 공부는 무슨, 약하고 노는 애들이랑 어울리지는 않는지 내일 사람 시켜서 찾아보실 것도 다 알고 있는데요."

"..."

"이 시기에 제가 이런 말 하게 될 날이 있을 줄 몰랐지만- 사실 진짜 몰랐는데."

"..."

"보고 싶었어요."


꽤 많이. 해리는 노먼이 죽기 전 저를 안아주던 것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였음. 그린고블린이었을지도, 정말 자신의 아버지인 노먼이었을지도 모르는, 자길 처음으로 꽉 안아주던 아버지의 품을 떠올리며 해리가 말했음. 제 말에 여전히 얼굴을 찌푸린 채 저를 보고 있던 노먼이었지만, 그런 노먼에게 아쉬운 감정보다 후련함을 느낀 해리가 씩 웃으며 방으로 발을 옮겼지. 몇 년 전 이 방에서 맞이했던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과 달리 아주 가벼운 발걸음이었음. 그런 저를 쳐다보는 노먼의 시선엔 여전히 못마땅함이 서려있었지만, 전보다는 조금 덜해진 채였단 걸 노먼은 알 수 없었음.



-



그렇게 피터랑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 해리였음. 과학 과제를 핑계로 피터를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피터집에도 놀러가기도 하면서 더더욱 피터와 친해지기 시작했지. 학교와 가까운 말리부 다이너에서 언제나 저렴한 기본 토스트를 시키는 피터와 매일 새로운 메뉴를 시켜 피터와 함께 나눠 먹으며, 길고 길던 과학 과제가 끝났을 때에는 피터의 폰에는 해리의 번호가 친구 목록에 저장되어 있었음. 그리고 과학 연구소를 견학하는 날, 노먼에게 피터를 인사시켜 준 해리는 플래시의 추근거림을 피하는 엠제이에게로 눈을 돌렸음. 피터의 장례식에서 저를 위로해주던 엠제이보다 더 앳된 엠제이의 얼굴에 해리는 새삼 추억에 잠길 뻔했지. 그 이후 엠제이를 쳐다보는 피터를 흘긋 거리다 해리는 거미들을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엠제이의 곁에 섰음.



"이 거미들은 환경에 맞춰 색깔을 바꿀 수 있대. 일종의 방어기제지."

"그래?"

"그리고 이건 동부 최고의 전자 현미경이야."


흠, 그래? 엠제이와 대화하는 저를 큰 뒤에서 눈으로 바라보는 피터의 시선을 느끼며 해리는 피식 웃었음. 어릴 땐 저 부러움을 담은 시선을 뺏고 싶어서 얼마나 애같이 행동을 했던지. 해리는 그런 생각을 하다 얼른 입을 열었음.



"-라고 내 친구가 말해줬는데 한번 들어볼래?"


완전 거미 박사거든. 피터를 눈짓하며 말하는 저에 엠제이의 눈에도 의문이 서리는 게 느꺼졌음. 자기에게 추파를 던지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친구를 향한 바통 터치가 될 줄 몰랐겠지. 엠제이의 표정에도 의아함과 놀라움이 서렸지만 그게 피터만큼은 아니었음. 피턴 안경을 다 채울만치 크게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당황스러운 표정을 하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음.


"피터, 엠제이가 설명 좀 해달라는데?"

부러 피터의 눈에 가득 담긴 놀람을 모른 채 큰 소리로 피터를 부르자 피턴 제 부름에 당황해하며 저와 엠제이에게로 걸어왔음. 그런 피터를 보며 피식 웃은 해리는 선생의 얼른 오라는 호통에 못 이긴 척 앞의 애들을 따라 발을 이끌었음.



"어.. 해리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게, 거미 박사까진 아냐. 그냥 나는-"


숫기없이 긴장한 채 엠제이에게 말하는 피터의 새된 목소리가 귓가에 들여 해린 웃었지. 과거로 왔겠다. 내가 서비스 좀 해준다 이거야. 여전히 앞서가는 저를 힐끔 쳐다보는 피터였지만, 곧이어 이어진 엠제이의 질문에 시선을 돌리고 더듬더듬 또 다른 거미의 특성을 얘기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는 피터였음. 잘 풀리고 있네. 다음엔 여자애 앞에서 안 떠는 법 교육이라도 해줘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해린 앞에 가고 있는 플래시의 뒷통수마저도 거슬리지 않을정도로 기분이 좋았음. 뒤에서 엠제이와 피터의 두런두런 이어지는 말소리를 음악삼아 들으며 해린 입꼬리를 양껏 끌어 올린 채 발을 옮겼음.



물론 그 좋은 기분은 얼마 가지 못했지만. 며칠 뒤 피터에게 전해받은 벤 삼촌의 장례식 소식에 해리는 고딩시절의 피터와의 추억에 잠겨있느라 행복해진 기분이 바닥을 내리찍는 걸 느꼈음. 피터의 전화를 받은 후에 피터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자책했지. 왜 그걸 기억 못했지? 해린 착잡한 마음으로 공원묘지에 발을 들이며 생각했음. 오랜만에 피터와 같이 있는다고 너무 들떴나봐. 해린 입술을 꾹 물었음. 과거에 벤 삼촌이 돌아가시고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피터를 떠올리며 해린 죄책감에 고갤 들 수 없었음. 정확한 날짜는 몰라도 언질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미래에서 온 자신이 있으니까 다 괜찮아질거라고 편하게 생각한 자신이 바보같았지. 피터가 그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면서. 해린 그 생각에 제 앞에 선 피터도 보지 못하고 지나칠 뻔 했음.



"해리?"



와줬구나. 고마워. 폼이 큰 어두운 정장을 입은 피터가 해리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넸음. 며칠새 상한 피터의 얼굴을 보자 해린 죄책감에 더 목이 메었지.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다간 똑같을지도 몰라. 해리가 입술을 깨물고 뭐라 말을 못 건네고 있자 저를 보고 걱정을 한다고 여겼는지 피턴 그런 저를 껴안으며 힘없이 미소지었음. 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는데. 해린 입안 살을 꾹 씹다 열리지 않는 입을 열었음.



"..미안."

제 사과에 피터의 눈이 저를 살피는 게 느껴졌음.



"네가 왜 미안해. 해리, 제 시간에 와줬잖아."

제 목소리에 도리어 힘들 피터가 제 낯을 살피며 힘없이 웃었지. 그덕에 마음이 더 미어지는 해리였음.



"아냐. 그래도 내가 더 잘-..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좀 더 꼼꼼하게 살폈더라면, 지금 상황이 바뀌었을지도 모르는데. 해리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그런 저를 보던 피터가 그런 해리를 보다가 제 옆에 다가섰음. 죄책감에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는 제 옆에 조용히 선 피터는 벤의 묘비 앞에 서있는 메이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지.



"..지금 괜찮다곤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해리, 네가 와준 덕분에 방금보단 괜찮아진 것 같아."



고마워. 저를 쳐다보며 희미하게 웃는 피터의 얼굴을 마주하며 해린 주먹을 꽉 쥐었음. 이젠 더이상의 방심은 용납할 수 없었음. 이제부터는 더더욱 피터를 위해서 살아가기로 다짐하는 순간이었지.



그리고 며칠 후, 해리는 거미 형상을 하고 사람을 구하고 다닌다는 수상한 남자의 등장 기사와 함께 뉴욕 거리를 활보하는 스파이더맨 사진을 데일리 뷰글 1면에서 볼 수 있었음.








​*해리는 샘슾1에서 저를 안아주었던 노먼이 그린고블린인지, 아버지인지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함(샘슾2엔딩 이후 노먼이 남긴 기록을 보면 그린고블린이 시기상 맞겠다고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지만. 아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확신은 내리지 않았을 듯)

*해린 과거로 회귀했지만 샘슾3에서 피터가 죽은 세계에서 바로 넘어온 거라 피터와 깊게 얘기한 적 없으니 피터가 정확히 언제 스파이더맨이 됐는지, 어떤 연유로 된 건지 자세한 건 모를거라 생각했음/ 그래서 과학 연구소에서 플래시 뒤통수보면서 기분좋게 걸을 수 있었던 거/ 대충 이때쯤이겠거니 짐작하고 막을 수 있다면 한번 시도는 해볼려고 했지만, 스파이더맨의 기사가 뜬 다음날, 벤삼촌이 돌아가신 이후 내내 조용하던 피터가 옅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며 막지 않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금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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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삼촌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함/현실 시점에서 몇년이나 지난 기억을 갖고 사는 해리가 벤 삼촌이 돌아가시는 날짜를 정확히 모르는 것도 있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 뭐 그런거임




토비슾 해리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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