ㅌㅆ에 올린적있음.
개연성 없음
로켓에게 퀼과의 결혼이 하고싶냐고 물어보면 로켓은 곰곰이 생각하다 yes라 대답할 것이었다.
왜 그렇게 오래 생각하냐고, 진실을 이야기하라 종용하면 로켓은 결혼이 아니라, 테라에 그 큰 엉덩이를 문대고 돌아올 생각을 않는 퀼을 붙잡아다, 퀼이 없는 사이 외로워 미치려던 로켓이 자신의 방과 퀼의 방을 연결해 둔 자신들의 집에 퀼을 가두고, 자신만 보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터였다.
그런 로켓의 문제 아닌 문제는 퀼의 의사를 너무 존중한다는 걸 거다.
퀼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도 않고, 퀼에게서 상처를 받고 싶지도 않은 로켓은 자신의 음침한 생각 역시 퀼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퀼은 로켓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짧게, 제이슨 퀼의 부고를 알리고는 저번에 두고 간 우주선을 타고 나서 갈 테니 걱정하지 말란 연락을 마지막으로 로켓의 연락을 받지도, 로켓을 포함한 가오갤 멤버들에게 연락하지도 않았다.
다행이라면, 음침하고, 걱정 많은 로켓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퀼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는 거였고, 불행이라면, 퀼이 어느 지점쯤에 있는지 확인만 가능한 것이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퀼의 우주선을 잡기엔 우주가 너무 광활해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거였다.
그렇게 퀼을 2~3일 기다렸을까. 1분이 1시간 같고, 하루가 일 년같이 묘한 초조함이 깃든 기다림에 못 이긴 로켓은 당장에 머리를 팽팽 굴리기 시작했다.
테라는 워낙 멀다 보니, 퀼이 로켓인 저에게 바로 연락을 주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른 후, 본인 말마따나 바로 노웨어로 와도 못해도 한 달은 걸릴 거란 계산이 섰다.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초조함에 못 이겨, 퀼을 즐겁게 해주려고 짧게 정리해 둔 검지를 제외하고는 라쿤답게 길게 길러놨던 손톱들이 곧 손가락을 파고들 정도로 짧게 정리가 된 것을 본 로켓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라도 일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저번에 한 행성에서 여기저기 숨어있는 크리쳐들을 잡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었다.
일을 가려 받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 크리쳐들로 인해 농작물이 훼손되는 것이지 다른 피해는 별로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크리쳐들을 잡는 게 조금은 성가시고 시간과 품을 많이 들여야 하다는 이야기에 나중에 답변을 주고 미루어둔 일을 기억해 낸 로켓은 당장에 급한 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연락처에 자신 혼자 임무를 다녀오겠다는 간략한 일정만 던져놓고는 노웨어를 도망치듯 벗어났다.
아마 퀼이 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 퀼과 함께 있던 곳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머리가 터져버릴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더 도망치듯 임무지를 향해 간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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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넘게 노웨어를 비운 로켓이 돌아왔을 때. 평소라면 자신을 반겨줬을 뉴가오갤 멤버들과 주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살짝 의문을 느낄 때쯤. 로켓은 자신의 칙칙하고 딱딱한 방 위에 상자 하나와 편지라 부르기 애매한 엽서 한 장을 발견했다.
자신의 방을 쉽게 드나든 존재가 있다는 것과, 주민들이 별로 없다는 점, 자식같이 생각하는 그루트마저 자리에 없다는 것 등이 떠올라 등골이 서고, 예민해지려던 찰나.
조심스레 뒤집은 엽서에서 보이는 삐뚤빼뚤한 글씨에 피식 웃고만 로켓이였다.
[Welcome back Roket!
p.s 나를 찾고 싶으면, 상자에 들어 있는 옷을 입고 내 힌트를 잘 찾아봐!]
생각보다 이른 도착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벌써 퀼이 왔다는 사실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로켓은 그제야 자신의 방안에서 퀼의 살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웰컴백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돼지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엽서를 마저 훑던 로켓은 엽서에 쓰인 대로 상자를 열어봤다.
조그맣고 예쁜 정장이 들어있는 모습에 퀼이 자신이 돌아왔으니, 파티를 하자는 이야기에 옷을 준비했나 궁금해하면서도 옷을 챙겨입었다.
"하여튼. 돼지가 노는 건 좋아해서. 바보가 내 사이즈는 어떻게 알아서 딱 맞춰서 가져왔네."
옷을 입으면서도 불만인지 즐거움인지 모를 이야기를 계속 중얼거리던 로켓은 옷을 입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다 가슴팍 포켓치프에 손수건이 아닌 이상하게 접힌 종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테라에서 영화를 보고선 이게 재밌었네, 저게 재밌었네. 감상을 말하는 걸 즐기던 퀼은 가끔 거기에 나오는 감명 깊은 장면을 따라 하기도 해었다. 전에 로켓이 테라에 갔을 때도 스케치북에 고백하는 게 멋있었다며, 일부로 로켓을 집에 두고 방문자인 척 초인종을 눌러서 고백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제이슨과 본 마지막 영화에서 물건을 숨기는 장면이라도 있었는지 아주 꼭꼭 숨겨놓은 모습에 다람쥐랬나 햄스터랬나, 볼에 음식을 꼭꼭 숨기고, 계절이 변화할 때쯤 여기저기 음식을 숨긴다는 동물이 생각났다. 자신의 선물을 꼭꼭 숨기고 그걸 찾아주길 바라는 햄스터 같은 퀼이라니. 괜히 귀엽다는 생각에 웃음 짓던 로켓은 수수께끼 같은 퀼의 문장에 잠시 이게 무슨 이야긴가 고민하고 있었다.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날짜야.]퀼과 처음 만난 날이라.
퀼을 납치해서 돈을 얻으려 했던 그날이라면 로켓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일 거다.
그날을 기점으로 자신의 삶이 바뀌었으니까.
퀼을 만나고, 감옥에 가서 당연하게 탈출하고, 로난을 해치우면서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그루트를 잃고,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만난 그 시작점을 어떻게 잊겠는가.
그 생각에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던 로켓은 자신의 손을 얼굴에 벅벅 문지르고는 oo월 xx일이라고 중얼거리곤 자신의 방을 둘러봤다.
달력을 찾아야 하느냐면서 고개를 돌리자 바로 보이는, 자신의 방에는 필요 없다고 하여 달아두지 않은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아날로그적인 벽걸이형 시계라니.
라쿤과 인간이 그려진 배경의 벽걸이형 시계를 응시하던 로켓은 "돼지 주제에 깜찍한 짓을 했네."라고 중얼거리곤 그 시계를 향해 걸어갔다.
시계는 생각보다 높이 있었다. 아마, 퀼이 자신의 키만 생각하고 퀼이 쉽게 걸 수 있는 곳에 걸어놨을 거다. 문제를 풀라는 건지, 약을 올리는 건지, 잠시 시계를 노려보던 로켓은 책상을 발 받침 삼아 시계 쪽으로 점프해서 벽에 매달렸다.
"본인만 생각한다니까."
째깍째깍 돌아가는 시계를 잡고 내려온 로켓은 oo시 xx분에 박혀있는 퀼의 눈을 떠오르게 하는 연한 녹색의 커프스를 발견했다.
이걸, 손목 부분에 달으라는 건가? 정말 퀼 자신의 컴백 파티를 대단하게 치른다고 생각하며 커프스를 달은 로켓은 그 후로도 여러 개의 쪽지와 퀼이 보내준 선물들을 찾았다.
쪽지들과 선물은 다음과 같았다.
[넌 5년 동안, 그리고 떨어져 있는 지금까지도 나를 그리워할까? 가끔 걱정돼. 네가 나를 두고 갈까 봐] - 붉은색 손수건
[생각보다 빨리 찾았네. My Lord] - 신발
[우리가 결성하게 된 그곳에서 봐]
퀼 딴에는는 머리를 굴린 수수께끼들을 빙자한 쪽지와 편지들은 로켓에게 짧았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들의 가오갤 활동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저 쪽지에 답을 붙인다면 다음과 같이 쓰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돼지고 하고 있네. 돌아와 줘서 고마워.]
[너와 내가 만난 날을 너도 기억하고 있다니. 감격스러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네. 이제 그만 돌아와 줄래?]
[내가 스타-돼지보단 똑똑하니까. ]
[성대한 너의 파티에 참여하게 돼서 영광이다]
선물들이 조금은 누군가의 결혼식 참석을 떠올리게 하지 않았으면 더 즐거웠을 텐데.
로켓은 살짝 불안해지긴 했다.
서로 좋아한다는 마음만 확인했고, 퀼이 테라에 간 후에는 로켓이 시간을 내서 테라에 가끔 간 것을 제외하곤 직접적인 만남보다는 화상 통화를 위주로 했기에, 몸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못이긴 퀼이 저와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과 혹시 그 상대가 자신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
여러 감정이 뒤섞인 상태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우주선을 향해 걸어가자, 그루트가 "I'm grout"라 말하며 자신도 따라가겠다 주장하고 있었다.
"알았어. 같이 가. 근데 다른 애들은?"
"I'm grout."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I'm grout"
"하…. 그 사이에 대장이 없다고 이러는 게 말이 돼?"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갖 짜증을 내던 로켓은 그루트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는 그루트가 자기 가슴안에 넣어둔 카메라를 고정하는 것을 보지 못하곤 급박하게 우주선을 운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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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콥스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퀼이 온갖 지인들을 불러 모은 건지 타 행성 사람들도 간간이 보이고 있었다.
"얼마나 크게 파티하려고 개미 떼 모으듯 사람을 모았어."
머릿속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말은 곱게 나가지 않는지 여전히 뾰족하게 툴툴거리는 로켓은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았으면 진짜 이게 퀼의 환영 파티라 생각했을 거였다.
여기저기서 "어! 로켓이다. 퀼 로켓왔어!" 하는 등의 말과 사람들이 터준 길 사이에서 보이는 퀼이 하얀 정장을 입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지 않았으면 정말 그렇게 생각했을 터였다. 갑자기 보인 퀼에, 로켓은 아까부터 머릿속에 떠다니던 프러포즈란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뭐가 되었든, 퀼이 돌아왔으니, 선물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우주선에서 나오는 그루트를 밀쳐낸 로켓은 우주선을 닫아버렸다.
이쁘게 차려입고 나타났던 로켓이 사라지자, 관중 아닌 관중들과 퀼도 당황했다.
"그루트! 로켓 갑자기 왜 저래?"
"I'm grout"
자신도 모른다는 그루트의 말에 괜히 초조해진 퀼은 우주선이 행성을 떠나지 않을지 초조해져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퀼의 불안한 마음과 달리 우주선은 엔진소리를 내며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안에서 무얼하는 것인지 시끄러운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30분가량 지났을까. 하얀 정장을 입은 퀼은 결국 광장을 벗어나 로켓의 우주선을 두드렸다. 그 소리를 들은 건지, 아니면 안에서 조금은 시끄럽게 움직이던 일이 끝난 건지 아까 잠시 보였을 때 봤던 깔끔한 정장에 잘생긴 로켓이 아니라, 기름때가 묻은 정장에 머리를 헝클이기라도 했는지, 조금은 떡진 로켓이 나타났다.
자신의 몰골을 생각지 않고 문을 연 로켓은 문 앞에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삐쭉 내밀고 있는 퀼의 모습에 그대로 퀼에게 뛰어들었다.
"퀼 보고 싶었어."
"퀼 말고."
"핏. 보고 싶었어."
"나도."
"이 바보야. 왔으면 왔다고 그냥 연락하지, 연락도 없고. 수수께끼 같지도 않은 이상한 문제나 내고 있냐. 내가 천재라 쿤이라 바로 알아먹었지. 나 아니었으면 너 파티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도 못했어. 너 문제 진짜 이상하게 내."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현실이 믿기지 않는 눈치의 로켓이였다. 자기 가슴에 달라붙어서는 쫑알거리는 로켓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던 퀼은 로켓의 엉덩이를 받쳐서 안았다.
퀼이 자기 몸을 안는 느낌에 손에서 살짝 힘을 풀고 퀼의 얼굴을 올려다본 로켓은 그제야 퀼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했다. 하얀 정장에, 자신이 안아서 묻은 검은 기름때와 손목 부분에 있는 자기 눈과 비슷한 붉은 색 커프스.
이쁘게 차려입으면 뭐 하나. 자신이 다 망치는데.
기름때만 눈에 들어온 로켓은 금세 미안하다며 어울리지도 않게 그렇게 왜 하얀 옷을 입었냐고 툴툴거리면서 퀼의 몸에서 벗어나려 했다.
"난 뭘 입어도 이쁘다며!. 왜! 이것도 어느 정도 얼룩말 무늬 같아서 좋구먼! 특이하잖아."
퀼다운 긍정적인 말에 괜히 삐죽인 자신이 또 미워지려는 로켓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로켓을 내려놓으려던 퀼에게 로켓이 충동적으로 말했다.
"핏. 다른 짝 없으면. 나랑 같이 살래?"
그러면새 내민 반지는 30분 동안 세공한 것인 듯 조금은 투박하면서도 아까까지 만지고 있던 것인 듯 따뜻한 온기를 지닌 반지였다.
푸른 원석이 박힌 반지를, 자신을 안고 있는 퀼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고서는 얼굴을 보이기 부끄럽다는 듯 퀼의 가슴에 얼굴을 처박은 채 고백하는 로켓 때문에 퀼은 웃음을 터트렸다.
얜 내가 자기를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는 전제를 깔았다는 것이 자신에게 그만큼 신뢰가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 같아 밉기도 하고, 부끄럽다면서 자기 가슴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듯 자꾸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이 변태 라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가도, 이런 라쿤을 허락한 할아버지한테 라쿤은 사실 변태라는 진실을 알려야 했다는 생각까지 하던 퀼은 그런데도 라쿤이 진실로 싫은 마음이 없다는 생각에 로켓의 몸을 들어 올렸다.
로켓이 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으면 아마 당장 고개를 들고선 퀼의 얼굴을 쳐다봤겠지만, 로켓은 혹시 자신이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너 내 것이라고 사람들 앞에서 광고하려고 했는데, 네가 나한테 안겨 있으니까 내 것은 맞는데 내 애완 반려 같잖아."
퀼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허락이 들어가 있는 것을 인지한 로켓은 짧은 팔로 퀼의 목에 손을 감아왔다.
"응응. 핏. 나 핏 너꺼야. 우리 스타돼지꺼야. 고마워. 핏"
이라며 피터의 이름을 계속 중얼거렸다. 그런 로켓을 가슴에 달은 퀼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프러포즈를 로켓과 주고받았다. 그런 프러포즈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가오갤답다며 웃으며 축하해준 것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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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은 결혼 생각은 없었다.
양아버지인 욘두는 결혼이 필요해 보이지 않았고, 아버지라 부르기 싫은 에고는 결혼이란걸 하지 않고, 결국엔 자신의 어머니인 메러디스에게 이상한 병만 넣었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노웨어를 돌아가면 사실혼처럼 로켓과 뒹굴면서 살 생각이었다.
"피터. 나는 그 로켓이라는 라쿤 녀석도 괜찮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뜬금없는 제이슨의 허락과 이어지는 말만 아니었으면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다.
제이슨은 결혼이라는 게 배우자가 아프면 보호자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게,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이 온다는 점이 슬프지만, 그래도 그 사람 혼자 이 세상을 외롭지 않게 떠나갈 수 있게 옆에선 손잡아 줄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퀼은 그 이야기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별로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어차피 우주에서는 보호자의 개념이 강하지 않았고, 노웨어에는 이미 자신들의 방이 있었으니까. 다만, 마주고 보고 있는 방을 옮겨서 합칠까 하는 생각은 했다. 각자의 방을 방문하지 않으면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졌으니까.
"라쿤이지만 너를 잘 챙겨주는 로켓이랑 내 손자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가 너를 너무 오래 잡아두었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는구나."
그 말을 할 때도 그냥 슬프기만 했다. 할아버지를 일찍 찾아오지 않은 자신을 탓하면서.
생각을 바꾼 건, 조부모의 현실적이면서 행복해 보이는 결혼 생활이었다. 거기다 결혼하게 되면 전 세계에 이 사람은 내 것이라는 증명이라는 말에 귀가 얇아진 것도 한몫했다.
조부모처럼 애를 낳지는 못해도 서로에게 의지를 하고 즐겁게 살고, 서로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모습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매년 해왔다는 이벤트인 보물찾기를 듣고는 프러포즈 계획까지 커다랗게 짜기 시작한 퀼이였다. 그리고 자신의 계획을 자신의 결혼을 허락해 준 할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알렸다.
"할아버지 말대로, 로켓이라면 저를 행복하게 해줄 거 같아요. 그래서 돌아가면 프러포즈하려고요."
할아버지는 손자와 작은 라쿤의 결혼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셨는지 살짝 묘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곧바로 축하의 말을 건네셨다.
"너희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부부가 되겠구나."
-
뿌랫들 돌아와...
뿌꾸프랫
로켓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