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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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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서 빛을 반사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반지를 보고, 학교 학생들부터, 울프팩까지 다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반지로 말할 것 같으면 두 번의 프러포즈과 기나긴 기다림 끝에 얻어낸 사랑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반지를 얻게 된 경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나에게 반지를 준 당사자인 제임스 대니얼 포레스터 주니어에서 대니얼 웨넥으로 성을 변경한 내 남편에 대해 이야기를 빙자한 자랑을 나열하고, 나머지는 내 남편과 나의 만남에 대해, 그리고 조금은 짧은 시간에 내가 내 남편에게 받은 반지를 이야기 해야겠지만, 앞의 두 이야기를 하면, 지루하다는 표정이 따라 올 것이 분명하고, 제일 중요한 반지를 받은 이야기에서는 조는 사람이 생길 것이기에, 간단하게 이 영롱한 반지를 건네받은 이야기와 그 전에 두 번 내가 내 남편에게 청혼한 이야기만 얘기해보려한다.

 

1. 첫 번째 프러포즈

 

클래식이여 영원하여라~를 표방한 나의 첫 번째 프러포즈는 진부하다면 진부한 케이크에 프러포즈를 링에 넣은 이벤트였다. 청혼도 댄과 나의 1주년 기념일에 했다. 날짜를 왜 그날로 골랐냐 물어보면 이유는 한가지. 사귄 날과 프러포즈 날이 같으면 계산하기 편하니까.

그리고 프러포즈를 한 이유를 묻는다면, 나보다 키도 덩치도 큰 댄의 귀여운 얼굴을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저녁에 눈을 감을 때까지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 연유로 시작된 내 프러포즈의 결말은 참담했다. 청혼을 두 번 했다는 앞의 이야기만 들어도 결과는 짐작했겠지만 말이다. 레스토랑 측에 문의해서 반지가 들어있을 법한 케익의 피스를 받은 댄은 다행히 반지를 입에 넣어서 씹기 전에 발견했었다. 케익을 먹다 표정이 굉장히 묘하게 변했던 댄이였는데, 그때는 프러포즈를 받아 당황함과 동시에 감격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다시 머릿속에서 댄의 얼굴을 그려보자면, 당황스러움과 미안함. 그리고 어떻게 답해야하나 하는 어쩔 줄 몰라하는 당혹감. 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댄은 당황할 때 나오는 특유의 표정이 있는데, 그럴 때는 보통 혀가 입술을 훑는 것이다. 댄이 입술을 훑으면서도 한참의 정적이 이어지기에 어느 정도 거절이라는 가닥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던 나에게 댄의 답변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부족한 나라도 괜찮다면, 좋아요."

그 모습에 이상스러움을 감지했던 건, 그냥 댄에게만 발휘되는 나의 촉과 같은 것이겠지.

"자기야. 싫으면 나랑 결혼 안 해도 돼."

댄에게 다가가 울것같은 댄의 얼굴에 손을 뻗자, 댄 고개를 푹 숙이면서 미안하다 사과했더랬다.

"미안해요. 헤어지자 해도 괜찮아요."

아마 그때 긴장으로 인해 머릿속에서 잘라먹은 내용은 [내가, 이 청혼을 거절해서]라는 것이었겠지.

 

결혼에 거창한 이유를 들였던 것도 아니었고, 게이 커플이란 시점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잇기에, 청혼의 거절과 헤어짐은 동일 선상에 서 있을 수 없었지만, 댄의 말 뜻은 이해가 되었다. 내 주변에도 몇 있었으니까. 청혼해 놓고 거절당하니 헤어지자 하는 좀생이들 말이다.

아마 그때 속상함보단 화가 좀 났던 것 같다. 나를 그런 좀생이와 같게 본 댄에게. 아니. 그렇게 댄에게 생각을 심어줬을 나의 행동에.

 

사죄하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댄의 얼굴을 잡고 내 가슴에 그의 얼굴을 묻은 나는 댄에게 당신이 뭐라 해도 난 다 받아들일 거라고, 사귀는 것과 청혼은 별개의 문제라고 내 생각을 전했으며, 댄은 나의 말에 조그맣게 미안하다 속삭였다.

눈물만 안 흘렸지, 마음 아픈 내 첫 프러포즈는 그렇게 대차게 거절당했다.

 

2. 두 번째 프러포즈

 

첫 번째 프러포즈 때 댄의 불안을 확인한 나는 두 번째 프러포즈까지 시간을 조금 더 진득하게 들이고 있었다. 이제는 아니지만, 그때 댄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그 말에는 본인 스스로에 일궈놓은 커리어에 대한 낮은 자존감보다는 우리 집과 달리 자신을 지원해 줄 부모의 존재가 없다는데 오는 애정 결핍과 대디 이슈, 그리고 본인은 그런 것에 지원 및 애정을 평생 받을 수 없다는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자존감 하락이었다.

 

그래서 댄을 열심히 물고, 빨던 나에게 댄의 아버지와 댄의 화해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였다. 아버지란 인간이 나를 조금만 더 반겨줬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얼굴을 볼 때마다 댄의 엉덩이나 가슴에 올라가 있는 애정이 어린 행위를 한 나를 탓해야지 어쩌겠는가. 아니. 근데 내 탓만 하기에는 댄의 몸이 너무 나를 반겨주며, 만져달라 부르짖긴 했지만, 남자가 남 탓하는 건 없어 보이니 다 내 잘못이라 해두자.

 

쨌든, 그렇게 아버지와 화해를 한 뒤, 나와 댄의 연애는 감시 아닌 감시를 받기 시작했다. 가끔은 아버지와 싸워서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미는 댄의 입에 짧게 키스하며 댄을 집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첫 프러포즈 후 3년이 지나갈 무렵의 크리스마스이브에 댄의 아버지의 성화에 못이겨 아버지 집에 놀려간 댄에게 두 번째 프러포즈했다.

 

꽤 많이들 한다는 러브 액츄얼리 스케치북 프러포즈!

그 스케치북은 아마 댄이 이사를 하며 가져온 박스 안 어딘가에 있을 텐데,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았다.

 

[아버지한테는 쿠키 판매원이 왔다고 말해줘.

우리가 만난 지 오늘로 1500일째야.

그리고 내가 당신이란 지구를 알게 된 건 대략 1700일째겠네.

너만 허락해 준다면 댄.

너의 옆을 스치는 유성이 아닌, 너의 주위를 도는 너만의 위성이 되어 너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

나랑 결혼해 줄래?]

 

이런 내용이었다.

솔직히 저런 멘트를 썼던 이유는 하나였다. 과학 선생님인 댄 의 눈에 들기 위해.

위성인 달과 행성인 지구는 같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이 지구를 돌기만 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던 나에겐 나름 최선의 고백 멘트였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때도 차였다.

처음보다는 조금 더 편안하게, 그리고 더 빨리 미안하다 사과하는 댄은, 3년 전과는 달리 자신이 버려질 거란 불안감이 없었다는 점에서, 내가 그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처음에 불안해서 붉어진 얼굴을 보였다면, 이번엔 미안함과 받아주지 못하는 속상함에 오는 감정에 눈이 붉어지더니 울기 시작하는 댄에게 내가 미안해졌을 뿐. 쓸데없이 감정하나 추스르지 못해서 고백해 댄을 닦달하는 것만 같은 나에게 화가 났을 뿐이었다.

 

울면서 미안하다며 댄에게 숨겨놨던 꽃을 쥐여주며 댄을 안아준 나는 댄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댄.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보자."

 

3. 세 번째 프러포즈

 

세 번째는 댄 의 첫 청혼이자, 내 손에 있는 반지의 원인이다.

동양에서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던데, 그 정도의 기간동안 연애의 끝과 결혼의 시작에 점을 찍어준 것은 댄이였다.

두 번의 프러포즈로 내가 댄에게 다시 프러포즈해도 되는지 눈치를 보고 있던 것도 있었고, 댄의 아버지의 눈초리가 많이 누그러져서, 댄과 내가 반 동거를 하면서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댄의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는 것에 많이 만족하던 때였다.

 

세 번째 프러포즈도 겨울에 이루어졌는데, 나는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새해 초 짧은 겨울방학을 핑계로 댄이 우리 집에 놀러 와있을 때였다. 갑자기 러브 액츄얼리가 보고 싶다고 여러 OTT를 열심히 검색하더니 영화를 틀었고, 나는 말 그대로 영화 속 화면을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스케치북 장면에서 댄에게 거절당한 게 다시 상기되면서 기분이 안 좋아질 무렵. 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필. 자기야. 몇 년 전에 나한테 저렇게 청혼한 거 기억나?"

기억이 안 날 리가 있나. 당신과의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없다고 주접을 떠는 내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쉰 댄은 조용히 하라는 듯 내 손을 가지고 장난치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갑작스럽게 맞닿는 차가운 금속에 놀라 손을 내려보자, 내 왼손 약지에는 우리의 커플링보다는 조금 더 투박한, 처음 보는 금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면 내가 지금 와서 당신에게 결혼하자고 청혼하면, 당신은 받아줄 거야?"

결혼을 하자고 청혼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떠보는 것인지 조금은 애매한 물음에 나의 손과 댄의 얼굴만 번갈아 보던 나는 댄의 말이 이해되자 바로 외쳤다.

"나는 무조건 YES!"

그렇게 답하고 나서 나는 댄을 붙잡고 당신이 하는 말은 헤어지자는 말을 제외하곤 다 좋다고, 나에게 청혼해 줘서 고맙다고, 영화를 보다가 말고 엉엉 울었다.

그 후에 나의 주도하에 조금 더 큰 집인 내 집으로 댄의 짐을 옮기면서 우리의 신혼집을 차렸다. 결혼식은 나와 댄 둘만이 성당에서 치르고 싶었고, 총각 파티는 개나 주라고 하고 싶었지만, 후회하지 말라는 댄의 말에 가족과 친구들까지만 불러서 조금은 가볍게 결혼식을 치뤘다.

그렇게 우리 집 장식장엔 내가 청혼하면서 사용한 반지 두 개가 진열되어 있고, 나와 댄의 손엔 댄의 취향에 맞춰서 살짝은 투박한 반지가 각자의 손에서 반짝이고 있다.

우리의 프러포즈가 궁금하다고 해서 내가 내 남편을 만나게 돼서 쫓아다닌 경위를 빼고, 프러포즈 이야기만 잘라서 알려줬는데 표정이 왜 그런 거지? 한참 깨 볶을 신혼부부한테서 사랑스러워서 소름 돋는 이야기 말고 어떤 이야기를 원했길래 그렇게 징그럽다는 듯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집 구경 다 했으면 가라. 난 내 남편이랑 시간 보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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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싸에 업로드 한적 있음.

내 뇌내망상 속 한 구석에 필댄은 일상이면 오~~~래 연애할거같고, 
알오면 베타인 필이 야무지게 댄 잡아먹어서 임결육으로 연애 좀 짧게 할것같은, 그런게 있음.

뿌꾸프랫
필댄

[Code: f9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