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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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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뭐예요?!"


"뭐든 허니가 원하는 거요."


"네?"


"허니는 나랑 어떤 사이이고 싶어요?"


어떤 사이가 되고 싶냐고? 허니의 뇌가 삐그덕댔음. 캐머런은 좋은 사람이지. 근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고 싶나? 나는 계속 지금처럼 지내고 싶은데. 더 갔다가 이도저도 아닌 사이가 될 게 뻔한데. 그래서 허니는 자신이 생각한 최선의 답을 골랐어.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그래요."


캐머런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에 올려 둔 머그를 쥐었어.


"그럼... 방금 그 볼 뽀뽀는 뭐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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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 민망할까봐 한 거라고 해 둘게요."




그래서 둘의 관계는 거의 바뀐 게 없었음. 둘 다 볼 키스가 없었던 일처럼 굴려고 갖은 애를 쓰고 만날 때마다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그것 말고는 모두 그대로였음.

부상 때문에 차를 몰 수 없어서 둘은 주로 캐머런의 집에서 만났음. 평범한 또래들처럼 콘솔 게임을 하며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놀리고, 가끔 집에 굴러다니는 보드게임을 들고 와서 설명서를 뒤적거리고, 그것도 지겨워지면 소파에 기대 각자 폰을 봤음.



하루는 집으로 가려던 허니가 현관문을 등지고 캐머런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음. 캐머런이 손을 마주 잡자 허니가 손을 위아래로 한 번 크게 흔들고 놓았음.


"뭐예요?"


"악수죠."


"진짜요? 우리 사이가 이거밖에 안 돼요?"


캐머런은 다시 하자며 손을 내밀었음. 허니가 그 손을 잡자 캐머런이 그대로 당겨 허니를 반쯤 안고 반대쪽 손으로 허니의 등을 토닥였음.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났을 때 하는 것처럼.


"잘 가요."


"잘 있어요, 빨리 낫고."


그 날 이후로 이 인사는 허니와 캐머런이 헤어질 때 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음.






캐머런이 조금씩 회복하는 동안 두 팀의 두 번째 경기일이 다가왔음. 직관 대신 중계를 선택한 허니는 TV 앞에 앉아 라인업이 뜨는 것을 봤음. 항상 선발이던 캐머런이 후보 명단에서도 제외된 걸 보니 기분이 이상했음.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두 팀이 패스를 하는데 카메라가 다른 곳을 비췄음. 사복을 입은 캐머런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음. 그 순간 허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어. 그 때 허니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직감했음.



경기는 생각보다 싱겁게 허니 팀이 1:0으로 승리했고 허니는 팀 로고가 박힌 머그컵에 담긴 핫초코를 마저 마셨음. 양치를 하고 나와 보니 허니의 폰이 웅웅 울리고 있었음.


"여보세요?"


"자고 있었어요?"


"그럴 리가요. 너무 신나서 오늘 잠 자기는 글렀어요."


"파티라도 열게요?"


"어디 보자... 찬장에 위스키도 좀 남았고, 진도 있네. 시간 되면 놀러 와요. 아, 부상 때문에 못 마시나?"


"지금 놀리는 거죠?"


"그럼요."


캐머런은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다가 말했음.


"시즌 끝나면 또 파티 열어줘요. 그땐 꼭 갈게요."


"A도 데려와야 문 열어줄 거예요."


둘의 싱거운 대화는 허니가 하품을 할 때까지 계속됐음. 캐머런이 이제 그만 자라고 전화를 끊은 뒤 허니는 침대에 누워 중얼거렸음.


"제발 꿈에는 나오지 마라, 제발 꿈에는 나오지 마라..."


그날 밤 허니는 캐머런이 잔뜩 나오는 꿈을 꿨음.



캐머런채프먼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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