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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19:38
ㄱㅇ불1한2당 설정따옴 ㄱㅇㅁㅇ
약간 쉬어가는 편
https://hygall.com/610356005
공항에서 나와서 처음 밟아보는 하와이의 땅은 비에게 큰 의미였다. 나고 자란 동네말고 이런 바다냄새 나는 휴양지를 와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있던가.
삶의 굴레에 쫓기던 비에게 여행은 고려사항이었던 적이 없어서, 헨리와 한 배를 탄 지금이 놀라우면서도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뭔지 모를 해방감을 느껴졌다.
야자나무를 스쳐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을 느끼며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던 비는 문득 고개를 돌려 왼편을 봤다.
헨리의 모습이 하와이의 노을과 함께 눈에 담아졌다. 그저 모습을 담은것 뿐인데 마치 파도를 한아름 껴안아 넘은것처럼 가슴이 일렁였다. 그 느낌에 싫지않은 소름이 끼쳐서, 비는 무서워졌다. 모래 위에 쓰인 글씨같은 자신을 그가 파도처럼 휘저어 버릴까봐. 그럼 흔적도 남지 않을테니까.
해서는 안될 말이나 행동을 할것같아서 비는 아무말도 않고, 아니 많은 말을 삼키고 그저 준비된 차를 향해 걸었다. 헨리는 그런 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그녀를 따라 뒷좌석에 탑승했다.
차 안은 열린 창문들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만 날 뿐 고요했고, 비는 어딘가 붕 뜬 것만 같은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몇번이고 곱씹었다. 곧 자신이 칼날을 꽂을 이 팀장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를때까지.
———
도착한 숙소는 비의 기대를 충분히 뛰어넘었다. 호화롭지만 딱딱하거나 점잖지 않은것이 딱 휴양지의 그것이랄까. 높지는 않지만 너른 저택같은 건물과 높디높은 층고, 밝은 색감의 인테리어, 그와 같이 밝은 색의 유니폼을 착용한 직원들. 상상에 그린것과도 같은 들뜰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헨리와 몇몇 간부들은 로비의 소파에 자리를 잡고 다수의 하급 조직원들은 체크인을 위해 프론트를 향했다. 조직원들 사이에 보스가 데리고 다니는 ’또라이‘로 소문이 나긴했으나 그렇다고 어떤 직위가 있거나 한것은 아니기에 비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 프론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직원들 중 혼자 여자인 자신을 위해 방을 따로준다거나 할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자기만 방을 따로 써서 특별대우니 뭐니 하는 소리는 일단 자신이 듣기 싫고 헨리도 듣기 싫을테니까. 어차피 그가 자신을 주시하기 때문에 누구든 대놓고 분란을 일으킬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쇼파 쪽을 지나 프런트로 가는길에 비는 별안간 헨리에게 손목을 잡혀 멈춰 세워졌다.
“어디가니.”
“키받아야죠.”
“쟤네랑 한 방에서 자려고?”
“그럼 어디서 자요?”
“네 방 따로 있어.”
“됐어요, 이러다 괜히 말 나와요.”
“여자인 너한테 독방 준다고 징징댈 애들이면 내 밑에 두지도 않았어.”
“아니 저야 편하긴 한데.. 괜찮은거 맞죠?”
헨리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곤 비의 손을 놓고 담배를 꺼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비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직원의 안내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
방은 넓고 좋았다. 광활한 창으로는 저녁 바다가 보였고 잠시 침대에 앉아보니 침구 또한 바스락거리고 매트리스도 적당히 물렁했다. 잠시 고개만 돌려 방을 둘러보던 비는 이내 그대로 등을 눕혀 침대위에 몸을 맡겼다.
‘오늘 일정은 없다고 했지.’
팀장을 만나기로 한 날짜는 이틀 뒤였고 그 준비는 내일부터 시작이었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쉬는것이 합리적이겠지만 비는 몇시간이라도 좋으니 여행 비슷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경찰 신분을 속였던 자신이 말없이 나가면 헨리가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여 그녀는 헨리에게 직접 외출 허락을 받을셈이었다.
편한 아이보리빛 바지와 얇은 남색 니트를 입고 비는 헨리의 객실로 향하기 위해 문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헨리의 위치를 확신한듯 엘레베이터의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도 그럴게, 헨리의 객실은 분명 스위트룸일 것이고 아까 직원한테 물은 바에 의하면 이 호텔의 스위트룸은 꼭대기 층에 있는 것 하나니까.
최고층에 도착해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복도끝으로 커다란 문이 보였다. 비는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보스, 저요.”
저벅저벅 발걸음이 들린후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가 보였다. 비는 농담조로 얘기했다.
“문을 너무 쉽게 열어주시는거 아니에요?”
헨리는 반박도 않은채 고개짓으로 비에게 들어오라 말했다. 헨리가 비가 찾아올때마다 문을 “쉽게” 열어주는 것 같아보이는 것은 그의 방문을 함부로 두드리고 ”저요“ 따위로 자신을 소개할 사람은 그녀 밖에 없기 때문임을 비는 모르는것 같았다. 쇼파를 향해 턱짓을 하자 비가 약간은 불편하게 앉았다. 용건이 뭐냐는 듯 쳐다보니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다른건 아니고 좀 나갔다 올 수 있을까 해서요.”
“왜?”
“여행.. 해보고 싶어서요. 아 그렇다고 멀리 나가겠다는건 아니에요, 그냥 시내 구경하고 그러게요.”
“그래, 그러든가.“
“…“
”왜.“
빛나는 눈동자가 부담스러워질때쯤 비가 말했다.
”혹시 같이 갈래요?”
———
“와- 보스, 대박!!”
비는 제 머리칼을 흐트러트리는 하와이의 바람을 연신 느끼며 감탄했다.
“야자나무가 엄청 많아요, 진짜 외국같다 여기!“
그야 외국이니까. 헨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딱히 입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아이처럼 신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좀 재밌는것 같기도 했다.
“헉, 저기 가보면 안돼요?”
비가 가리킨 손끝에는 아이스크림콘 모형이 크게 놓여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가 있었다. 헨리는 잠시 말이없더니 곧 답했다.
“가지.”
헨리 생전에 제 발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는건 처음이었다. 비는 신난 얼굴로 가게에 쏙 들어가더니 잠시 뒤 아이스크림 콘 두개를 들고 나왔다.
”자요!“
그리곤 헨리에게 체리맛처럼 보이는 것을 건냈다. 졸지에 둘은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헨리는 망설이다가 손에 든 것을 한입 베어물었다. 지나칠만큼 달았다.
“너는 무슨 맛인데.”
“제꺼요? 딸기요.”
“그렇군.”
”체리 먹어봐도 돼요?“
“그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곧장 허니는 헨리 손에 쥐어져있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었다. 가까이 다가오자 볼에 스치는 머리칼과 불어오는 향기에 헨리는 자신도 모르게 일순간 굳어버렸다.
“보스, 보스?”
“응.”
“무슨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애새끼였나 하는 생각.‘
차마 헨리는 그렇게 말할 수 없어 비를 지나쳐 걸었다. 헨리가 자신이 내킬때만 대답하는건 하루이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 역시 개의치 않았다.
비가 종종걸음으로 헨리를 따라잡았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각자 이따금씩 서로를 훔쳐봤다. 그때 비가 한 고급 옷가게의 전시공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전시공간에는 잘 차려입혀진 마네킹이 있었다. 경찰로서 일할때 입던 옷들은 헨리와 함께 다니는 지금 상황에는 맞지않는 것들이 많았다. 새로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앞에 나타난 가게가 꽤 유혹적이었다. 비는 뒤를 돌아 헨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옷 구경해도 돼요?”
”응.”
”아싸, 안그래도 보스랑 다닐때 입을 옷이 별로 없더라구요. 같이 골라주세요!“
헨리는 들뜬 비의 손에 옷소매가 잡혀 가게로 들어가졌다.
——
”이거 어때요?“
“…이쁘네.”
“이건요?”
“그것도.”
벌써 다섯번째 샘플을 입어보고 있는데 이제껏 헨리의 감상은 ”이쁘네.“ 뿐이었다. 답답해진 비가 말했다.
”아니, 보스, 진짜 이쁜거 맞아요?“
”이쁘니까 이쁘다고 하지 뭐라고 해.“
비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쁘다고는 맨날하면서.. 좀 자세하게 말해주던가“
헨리가 한숨을 한번 하 쉬고는 말했다.
”넌 몸이 예뻐서 뭘 걸쳐도 예뻐. 왜, 더 낯간지럽게 말해줄까?“
일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에 비는 더듬었다.
”아, 아니요..!“
”이제 어느정도 입어본거 같은데 그만 가지. 저기 있는 상의 한줄이랑 하의 한줄, 그리고 입어본 것들 사면되지 않겠니?“
그렇게 말하고 헨리는 직원을 향해 카드를 내밀었다. 당황한 비가 카드를 들고 있는 손을 붙잡았다.
”제가 살게요! 저 월급 받잖아요.“
”패션쇼 관람비.“
”네?“
헨리는 곧이어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직원에게 카드를 넘겼고 직원은 재빠른 계산과 함께 옷들을 싸그리 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헨리가 덧붙였다.
”xxx 호텔, 스위트룸으로.“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비가 헨리를 끌고 옷가게로 들어왔듯 이번엔 헨리가 비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가게 밖으로 나와서도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보스, 돈이 썩어나요?”
“그런 편이지.”
비는 할말이 없어져서 멍하게 헨리를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린듯 말했다.
“그래도 제가 입을 옷인데..!”
헨리는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그러곤 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더니 말했다.
“네가 예쁘게 입어서 좋은건 나란다.”
그러곤 다시 뒤돌아서 길쭉한 다리로 휙휙 걸어갔다. 홧홧해지는 얼굴에 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종종 걸음으로 그를 쫒아갔다. 호텔에 가까워질때쯤 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잘입을게요.”
둘은 곧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
띵-!
”타지.“
띵-
둘 사이엔 말이 없었다. 엘레베이터가 작동하는 소리만이 공간을 울렸다.
비는 7층, 꼭대기 층 버튼을 눌렀다.
”…“
”…“
둘은 한번씩 서로를 몰래 쳐다봤다.
5층을 지날때 쯤 헨리가 7층 버튼을 다시금 눌렀다.
“그냥 내 방에서 자.”
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맞춤이 시작됐다.
뿌꾸너붕붕
약간 쉬어가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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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나와서 처음 밟아보는 하와이의 땅은 비에게 큰 의미였다. 나고 자란 동네말고 이런 바다냄새 나는 휴양지를 와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있던가.
삶의 굴레에 쫓기던 비에게 여행은 고려사항이었던 적이 없어서, 헨리와 한 배를 탄 지금이 놀라우면서도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뭔지 모를 해방감을 느껴졌다.
야자나무를 스쳐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을 느끼며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던 비는 문득 고개를 돌려 왼편을 봤다.
헨리의 모습이 하와이의 노을과 함께 눈에 담아졌다. 그저 모습을 담은것 뿐인데 마치 파도를 한아름 껴안아 넘은것처럼 가슴이 일렁였다. 그 느낌에 싫지않은 소름이 끼쳐서, 비는 무서워졌다. 모래 위에 쓰인 글씨같은 자신을 그가 파도처럼 휘저어 버릴까봐. 그럼 흔적도 남지 않을테니까.
해서는 안될 말이나 행동을 할것같아서 비는 아무말도 않고, 아니 많은 말을 삼키고 그저 준비된 차를 향해 걸었다. 헨리는 그런 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그녀를 따라 뒷좌석에 탑승했다.
차 안은 열린 창문들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만 날 뿐 고요했고, 비는 어딘가 붕 뜬 것만 같은 심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몇번이고 곱씹었다. 곧 자신이 칼날을 꽂을 이 팀장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를때까지.
———
도착한 숙소는 비의 기대를 충분히 뛰어넘었다. 호화롭지만 딱딱하거나 점잖지 않은것이 딱 휴양지의 그것이랄까. 높지는 않지만 너른 저택같은 건물과 높디높은 층고, 밝은 색감의 인테리어, 그와 같이 밝은 색의 유니폼을 착용한 직원들. 상상에 그린것과도 같은 들뜰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헨리와 몇몇 간부들은 로비의 소파에 자리를 잡고 다수의 하급 조직원들은 체크인을 위해 프론트를 향했다. 조직원들 사이에 보스가 데리고 다니는 ’또라이‘로 소문이 나긴했으나 그렇다고 어떤 직위가 있거나 한것은 아니기에 비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함께 프론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직원들 중 혼자 여자인 자신을 위해 방을 따로준다거나 할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자기만 방을 따로 써서 특별대우니 뭐니 하는 소리는 일단 자신이 듣기 싫고 헨리도 듣기 싫을테니까. 어차피 그가 자신을 주시하기 때문에 누구든 대놓고 분란을 일으킬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쇼파 쪽을 지나 프런트로 가는길에 비는 별안간 헨리에게 손목을 잡혀 멈춰 세워졌다.
“어디가니.”
“키받아야죠.”
“쟤네랑 한 방에서 자려고?”
“그럼 어디서 자요?”
“네 방 따로 있어.”
“됐어요, 이러다 괜히 말 나와요.”
“여자인 너한테 독방 준다고 징징댈 애들이면 내 밑에 두지도 않았어.”
“아니 저야 편하긴 한데.. 괜찮은거 맞죠?”
헨리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곤 비의 손을 놓고 담배를 꺼내 건물 밖으로 나갔다. 비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직원의 안내를 따라 방으로 향했다.
———
방은 넓고 좋았다. 광활한 창으로는 저녁 바다가 보였고 잠시 침대에 앉아보니 침구 또한 바스락거리고 매트리스도 적당히 물렁했다. 잠시 고개만 돌려 방을 둘러보던 비는 이내 그대로 등을 눕혀 침대위에 몸을 맡겼다.
‘오늘 일정은 없다고 했지.’
팀장을 만나기로 한 날짜는 이틀 뒤였고 그 준비는 내일부터 시작이었다. 오늘은 내일을 위해 쉬는것이 합리적이겠지만 비는 몇시간이라도 좋으니 여행 비슷한 것을 해보고 싶었다.
경찰 신분을 속였던 자신이 말없이 나가면 헨리가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여 그녀는 헨리에게 직접 외출 허락을 받을셈이었다.
편한 아이보리빛 바지와 얇은 남색 니트를 입고 비는 헨리의 객실로 향하기 위해 문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헨리의 위치를 확신한듯 엘레베이터의 꼭대기 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도 그럴게, 헨리의 객실은 분명 스위트룸일 것이고 아까 직원한테 물은 바에 의하면 이 호텔의 스위트룸은 꼭대기 층에 있는 것 하나니까.
최고층에 도착해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 복도끝으로 커다란 문이 보였다. 비는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보스, 저요.”
저벅저벅 발걸음이 들린후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가 보였다. 비는 농담조로 얘기했다.
“문을 너무 쉽게 열어주시는거 아니에요?”
헨리는 반박도 않은채 고개짓으로 비에게 들어오라 말했다. 헨리가 비가 찾아올때마다 문을 “쉽게” 열어주는 것 같아보이는 것은 그의 방문을 함부로 두드리고 ”저요“ 따위로 자신을 소개할 사람은 그녀 밖에 없기 때문임을 비는 모르는것 같았다. 쇼파를 향해 턱짓을 하자 비가 약간은 불편하게 앉았다. 용건이 뭐냐는 듯 쳐다보니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다른건 아니고 좀 나갔다 올 수 있을까 해서요.”
“왜?”
“여행.. 해보고 싶어서요. 아 그렇다고 멀리 나가겠다는건 아니에요, 그냥 시내 구경하고 그러게요.”
“그래, 그러든가.“
“…“
”왜.“
빛나는 눈동자가 부담스러워질때쯤 비가 말했다.
”혹시 같이 갈래요?”
———
“와- 보스, 대박!!”
비는 제 머리칼을 흐트러트리는 하와이의 바람을 연신 느끼며 감탄했다.
“야자나무가 엄청 많아요, 진짜 외국같다 여기!“
그야 외국이니까. 헨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딱히 입밖으로 뱉지는 않았다. 아이처럼 신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좀 재밌는것 같기도 했다.
“헉, 저기 가보면 안돼요?”
비가 가리킨 손끝에는 아이스크림콘 모형이 크게 놓여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하나가 있었다. 헨리는 잠시 말이없더니 곧 답했다.
“가지.”
헨리 생전에 제 발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는건 처음이었다. 비는 신난 얼굴로 가게에 쏙 들어가더니 잠시 뒤 아이스크림 콘 두개를 들고 나왔다.
”자요!“
그리곤 헨리에게 체리맛처럼 보이는 것을 건냈다. 졸지에 둘은 손에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들고 길을 걷고 있었다. 헨리는 망설이다가 손에 든 것을 한입 베어물었다. 지나칠만큼 달았다.
“너는 무슨 맛인데.”
“제꺼요? 딸기요.”
“그렇군.”
”체리 먹어봐도 돼요?“
“그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곧장 허니는 헨리 손에 쥐어져있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물었다. 가까이 다가오자 볼에 스치는 머리칼과 불어오는 향기에 헨리는 자신도 모르게 일순간 굳어버렸다.
“보스, 보스?”
“응.”
“무슨 생각해요?”
’내가 이렇게 애새끼였나 하는 생각.‘
차마 헨리는 그렇게 말할 수 없어 비를 지나쳐 걸었다. 헨리가 자신이 내킬때만 대답하는건 하루이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 역시 개의치 않았다.
비가 종종걸음으로 헨리를 따라잡았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말은 없었지만 각자 이따금씩 서로를 훔쳐봤다. 그때 비가 한 고급 옷가게의 전시공간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전시공간에는 잘 차려입혀진 마네킹이 있었다. 경찰로서 일할때 입던 옷들은 헨리와 함께 다니는 지금 상황에는 맞지않는 것들이 많았다. 새로 옷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앞에 나타난 가게가 꽤 유혹적이었다. 비는 뒤를 돌아 헨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옷 구경해도 돼요?”
”응.”
”아싸, 안그래도 보스랑 다닐때 입을 옷이 별로 없더라구요. 같이 골라주세요!“
헨리는 들뜬 비의 손에 옷소매가 잡혀 가게로 들어가졌다.
——
”이거 어때요?“
“…이쁘네.”
“이건요?”
“그것도.”
벌써 다섯번째 샘플을 입어보고 있는데 이제껏 헨리의 감상은 ”이쁘네.“ 뿐이었다. 답답해진 비가 말했다.
”아니, 보스, 진짜 이쁜거 맞아요?“
”이쁘니까 이쁘다고 하지 뭐라고 해.“
비가 중얼거리며 말했다.
”이쁘다고는 맨날하면서.. 좀 자세하게 말해주던가“
헨리가 한숨을 한번 하 쉬고는 말했다.
”넌 몸이 예뻐서 뭘 걸쳐도 예뻐. 왜, 더 낯간지럽게 말해줄까?“
일순간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에 비는 더듬었다.
”아, 아니요..!“
”이제 어느정도 입어본거 같은데 그만 가지. 저기 있는 상의 한줄이랑 하의 한줄, 그리고 입어본 것들 사면되지 않겠니?“
그렇게 말하고 헨리는 직원을 향해 카드를 내밀었다. 당황한 비가 카드를 들고 있는 손을 붙잡았다.
”제가 살게요! 저 월급 받잖아요.“
”패션쇼 관람비.“
”네?“
헨리는 곧이어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직원에게 카드를 넘겼고 직원은 재빠른 계산과 함께 옷들을 싸그리 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헨리가 덧붙였다.
”xxx 호텔, 스위트룸으로.“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
비가 헨리를 끌고 옷가게로 들어왔듯 이번엔 헨리가 비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가게 밖으로 나와서도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보스, 돈이 썩어나요?”
“그런 편이지.”
비는 할말이 없어져서 멍하게 헨리를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정신을 차린듯 말했다.
“그래도 제가 입을 옷인데..!”
헨리는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았다. 그러곤 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더니 말했다.
“네가 예쁘게 입어서 좋은건 나란다.”
그러곤 다시 뒤돌아서 길쭉한 다리로 휙휙 걸어갔다. 홧홧해지는 얼굴에 비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종종 걸음으로 그를 쫒아갔다. 호텔에 가까워질때쯤 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잘입을게요.”
둘은 곧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
띵-!
”타지.“
띵-
둘 사이엔 말이 없었다. 엘레베이터가 작동하는 소리만이 공간을 울렸다.
비는 7층, 꼭대기 층 버튼을 눌렀다.
”…“
”…“
둘은 한번씩 서로를 몰래 쳐다봤다.
5층을 지날때 쯤 헨리가 7층 버튼을 다시금 눌렀다.
“그냥 내 방에서 자.”
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맞춤이 시작됐다.
뿌꾸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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