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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17:38
거절할 마음으로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른채 어른들끼리 약속한 장소에 나와서 앉아있는데 부리나케 뛰어들어오다 자기를 보고 웃어버리는 행맨을 발견하고는 맥이 탁 풀리는 밥이었음
"야 내 맞선상대가 너였어?" 하면서 어이없어하고 행맨도 잔뜩 꾸미고 온게 허탈한지 아무말없이 어깨만 으쓱하면서 밥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아버림 조금전까지 머리속으로 거절 시뮬레이션을 한참 돌리고 있던 밥이라 다행히 행맨이라면 어색하고 민망한 대화는 피할 수 있겠다 싶어서 표정이 한층 밝아지겠지 분명히 쟤도 어른들 성화에 억지로 끌려나온 자리일텐데 행맨이 이렇게 반가운 순간도 있구나 싶었음
그래도 군복 벗고 멋지게 꾸미고 나온 행맨을 보니 자기도 좀 꾸몄어야하나 싶어지는 밥이겠다 어차피 파토낼 생각으로 앉아있는 자리면서도 누구 하나 꼬시려고 작정한듯이 근사한 모습의 행맨과 '맞선상대'가 되어 마주하니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망했을 행맨한테 조금 미안해지기도 하고
그때 행맨이 먼저 호텔로비에서 오글거리게 이럴게 아니라 어디 맛있는거라도 먹으러가자고 제안함 듣던 중 제일 반가운 소리겠지 사방을 둘러봐도 맞선을 보고 있는 사람들 혹은 커플로 가득한 곳이라 민망했는데 벗어나게 해준다니 주저할거없이 따라서 일어남 함께 행맨의 차로 걸어가는 동안 "부대 근처 다이너에서 치즈버거 먹는거 어때?" 라고 꼭 밥이 말했을법 하지만 분명히 행맨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밥은 신나서 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했음 행맨 밖에서 만나니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인데 싶었겠지
그렇게 행맨이 모는 차 조수석에 앉아서 한 5분여를 달렸을까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가 한 통 도착함
[플로이드씨 죄송해요 차가 너무 막혀서 이제 도착했는데 혹시 어디 계시나요?]
바로 오늘 맞선상대에게서 온 문자였음
그럼 지금 내 옆에서 운전을 하고 있는 이 남자는? 깜짝 놀란 밥이 행맨을 쳐다봤고 당황하기는 커녕 이 상황이 너무 재밌다는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행맨의 녹색눈과 마주쳤음
행맨밥 파월풀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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