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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때 오라이온이랑 뭘 했냐고?"


프라울은 이상하다는 듯이 디를 훑어봤지.


"그냥 이야기만 했어."
"그 야밤에?"
"그건 야밤에 돌아다니고 있던 오라이온한테 할말이지. 난 그 정신 사나운 녀석 때문에 리차징을 설친 선량한 피해자야."


프라울은 팔짱을 꼈음. 오라이온이 밤에 돌아다녀서 리차징 깨운 녀석이 한둘이 아니긴 하다. 피해 사실은 왠지 자꾸 디한테 접수되지만...


"팍스랑 무슨 이야길 했는데?"
"이야기랄 것도 없어. 리차징 안 하고 뭐하냐 했더니... 그냥 누가 기다리고 있다고 가버렸어."
"누가?"
"몰라 나도. 물어보려다 말았어."
"왜?!"


디의 답답함이 터져나왔지. 프라울은 순간 움찔했다가 인상을 찌푸림.


"지금 나 취조하는 거야? 네가 오라이온 보호자라고 내가 그녀석과 있던 일을 전부 답해야 할 의무는 없거든."
"난 걔 보호자가 아닌.. 아냐 됐어. 소리 질러서 미안해."


디는 심호흡을 하며 몸 안에 쌓인 화를 최대한 가라앉혔음. 이번 일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거 같음. 프라울은 그런 디를 보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음.


"멀리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렸어."
"발소리?"
"그래서 관리자한테 호출이라도 당했나 했어. 늦장부리면 혼날 테니까 굳이 잡지 않은 거고."


관리자? 디의 브레인 모듈에 번뜩이며 지나가는 한 관리자가 있었지. 오라이온이 찾아가서 부탁했다면 가장 가까운 관리자 숙소에 머무는 코그드일 확률이 큼. 그렇다면 필시 그녀석이다.


"그래서 이게 뭐하는 건데? 오라이온이 뭘 했어?"
"아냐.. 아무것도."


디는 굉장히 비장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했어. 프라울은 디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저었지.










"뭐냐 D-16. 자리로 돌아가."


다크윙이 귀찮다는 듯이 늘어져서 심드렁히 말했음. 하지만 오늘의 디는 모범생 모드가 아님. 달밤에 프라임의 에너존에 미친 디 식스틴 정도랄까. 흡사 군대 하나는 거느리고 있는 듯한 광부의 기개에 다크윙은 저도 모르게 바른 자세를 취했음.


"왜.. 뭔데..?"
"혹시 오라이온 팍스를 불러낸 적 있습니까. 정확히 사흘 전 밤에."


다크윙은 기억을 더듬었음. 그 빨갛고 파란 녀석은 하도 사고를 쳐서 호출한 일이 많기 때문에 헷갈린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왜?"
"그럼 그녀석과 인터페이스를 한 적이 있습니까."


켁, 커흑. 다크윙은 주워먹고 있던 에너존 큐브를 뱉었음.


"내가? 코그리스랑?! 얌마 들어가지도 않아!"
"반대는요."
"늬들 걸 어따 써!"


디는 생각에 잠겼음. 인터페이스란 건 크기 차이가 많이 나면 만족스럽지 못한가 봄. 코그드라면 인터페이스를 잘 알고 있을 테니 오라이온이 부탁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팍스가 발소리가 무거운 녀석과 만났다고 해서 물어본 거예요.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그녀석이? 하여튼 요즘 애들은 발랑 까져가지곤.. 그리고 발소리만 무거우면 코그드냐? 너희도 그 왜 되게 시끄러운 놈 있잖아. 그 빨간 녀석."


다크윙은 이만 꺼지라는 것처럼 손을 휘휘 저었지. 디의 옵틱에 빛이 반짝 들어왔음.



디오라 메옵 오라이온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