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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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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허니 데리고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가던 도중에 전화 한통 받더니 길가에 차 세웠음.

 

"내려."

"네?"

"뒤차 타고 집에 들어가. 내려."

 

어떤 차냐고 물을 새도 없이 내리자마자 빌리가 쌩 가버렸음. 허니 몸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시야에서 사라져가는 검은색 승용차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조금 있으면 다른 차가 오겠지 하며 기다리는데 체감상 한 시간이 넘게 지났는데도 차는커녕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음. 늘 빌리가 말한 그대로 하기만 하면 크게 문제는 없으니까 이번에도 빌리가 말한 뒤차를 타기만 하면 될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허니일 것 같다.

 

한편 빌리 일 수습하고 집에 왔는데 허니가 없는 거. 뭐야. 바로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부하가 금시초문이라는 듯 예? 거려서 빌리 잠깐 정적이었다가 폰 던져버렸을 듯. 씨발.. 당장 부하를 족치는 것보다 허니가 우선이었음. 그 애라면 분명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있겠지. 그래서 더 문제였음. 이미 날은 저물었고 조금 전 비가 쏟아진 상태여서 서둘러 차 몰고 갔더니 아까 내렸던 곳에 허니가 그대로 서 있길래 빌리 한숨 쉬며 욕 지껄였음. 허니는 다가오는 차량 한 대가 빌리 차 같아서 고개 갸웃거렸을 듯. 빌리 허니 바로 앞에 차 세우고 내려서 보니까 애가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있는 거.

 

"차.. 차가 안 와서 집에 못 갔어요. 죄송해요."

"아니까 조용히 해."

 

빌리의 목소리가 살벌해서 허니 바로 입 다물겠지. 여기서 한마디 더 했다가는 그가 뭐라도 하나 때려 부술 것 같았음. 부하 하나 때문에 허니가 밖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것도, 비를 맞아 허니가 쫄딱 젖은 것도, 허니를 차에서 내리게 한 자신도 그냥 다 짜증 나는 빌리.. 차라리 허니가 기분 나쁜 티라도 낼 수 있는 애였다면, 누군가를 원망할 줄 아는 애였다면 이렇게까지 화나진 않았을 것 같음.

 

"타, 얼른."

 

빨리 타라며 빌리가 조수석 문 열었는데 허니 지금 머리며 옷이며 신발이며 다 젖어서 주저하고 있으니까 빌리 허니 등 떠밀어서 강제로 차에 태웠을 듯. 허니 저 때문에 차 시트에 문제 생길까봐 좌불안석이겠지. 그렇다고 조용히 하라는 빌리의 말을 어길 수는 없어서 어정쩡하게 앉은 채로 눈치만 봤음. 그래도 빌리 허니 데리고 집에 들어가고 있으니 금방 화 사그라들 것 같다. 빌리가 허니비. 부르며 적막을 깼고, 허니는 이제 말해도 되나 싶어서 들릴듯 말듯 네...? 했을 듯.

 

"추워?"

"아뇨, 괜찮아요."

 

차 안이 무지 따뜻해서 허니 진짜 괜찮았는데 빌리 핸들 틀더니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잠깐 빠져서 핫초코 주문했으면 좋겠다. 카페 되게 크다.. 허니 뭐 이런 생각 하고 있는데 빌리가 직원한테 음료 받더니 바로 허니한테 주는 거.

 

"마셔."

"안 드세요?"

"난 됐어. 너 마시라고 산 거야."

 

감사합니다... 양손으로 컵 감싸고 손 잠깐 녹이다가 달달한 핫초코 마시니까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허니였음.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길가에 혼자 있으면서 언제 차가 지나갈지 몰라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거든.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실에 허니 밀어 넣는 빌리겠지. 따뜻한 물에 몸 좀 녹이라고. 그리고 빌리는 입고 있던 셔츠 벗어버릴 것 같다. 애 감기 걸릴까봐 차 히터를 세게 틀고 있던 탓에 운전하는 내내 더웠던 거. 빌리의 노력이 무색하게 허니 다음날 감기 걸렸을 듯..




빵발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