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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23:52

센티넬버스au 판석백호 백호른ㅈ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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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좀 풀지? 장난이었다니까. 대만의 달램이 무색하게 백호는 깍지낀 주먹을 힘껏 휘둘러 괴물의 턱주가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세겹의 강인한 외골격이 종잇장처럼 구겨지고 끈적한 녹색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자신에게로 떨어지는 체액을 피해 백호가 땅을 박차 허공으로 튀었고 미처 피하지 못한 대만이 고스란히 맞아버렸다. 우왁. 마치 껌처럼 몸에 철썩붙더 떨어지지도 않는 끈끈함에 대만이 온몸에 소름을 키우며 비명을 질렀다. 그나마 눈치 빠르게 몸을 물렸던 태섭은 대만이 발버둥을 칠수록 괴기스럽게 쭉쭉 늘어나는 체액에 헛구역질을 틀어막았다. 강백호! 대만이 원망을 담아 외쳤다. 그 울분을 귓등으로 들으며 입술을 삐죽인 백호는 자신을 향해 긴 꼬리를 휘두르는 괴물에게 뛰어 들었다.

전갈과 거미가 뒤섞인것같은 거대한 곤충형 괴물은 무시무시한 외형과 다르게 소탕이 수월한 편에 속했다. 물론 보통의 인간이라면 이 단단한 외골격에 흠집도 내지 못하겠지만 중급 센티넬만 되더라도 손쉽게 놈들의 단단한 가죽을 뚫을수 있었다. 가죽만 두꺼울뿐이지 내부는 공격에 취약한 액체형태라 요령만 터득한다면 빠르게 전멸이 가능했다. 비교적 손쉬운 괴물이지만 그렇기에 발견즉시 재빨리 소탕해야하는 개체이기도 했다. 다른 괴물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공격력은 약했지만 이 개체의 진면목은 성장에 있었다. 백호가 상대하고 있는 3미터짜리는 두번의 탈피만한 어린 개체였다. 그러니까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그저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건물을 뭉개뜨릴만큼 끝도 없이 거대해졌다.

허리를 끊어버릴 기세로 큰 어금니턱을 닫으려하는 괴물의 턱을 후려쳐서 반동과 무게로 짓눌러버린 백호는 유리를 긁어내는 기분나쁜 소음을 지르는 주둥이에 군화발을 힘껏 쑤셔넣었다. 끈적한 피가 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꿀럭꿀럭 녹색피가 튀듯 솟구치다 이내 생명의 진동이 꺼져버렸다. 백호는 마른 모래바닥에 더러워진 군화발을 비비고 주변을 경계했다. 딱히 무리를 짓고 움직이는 놈들이 아닌지라 수는 적었다. 주변에 위협대상이 없음을 확인한 백호는 가볍게 숨을 고르며 긴장을 풀었다. 발아래 끔찍하게 부서진 괴물의 사체너머 광활하게 뻗어진 사막이 눈앞에 있었다. 고요해보이는건 겉모습뿐, 밟고선 이 땅의 잔인함과 괴물의 존재를 백호는 너무도 잘 알았다.

부대로 합류했을때 백호는 쏟아지는 대만의 잔소리와 원망을 받아야했다. 잔소리는 진영을 이탈하여 단독행동을 한것에 대한 것이었고 원망은 좀전의 고의적으로 괴물의 피를 뒤집어쓰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저가 미워도 그렇지 너무 한것 아니냐며 대만이 울분에 눈물까지 글썽였지만 백호는 대꾸도 없이 고개를 팩 돌려 버렸다. 네가 애냐! 덤벼드는 대만을 태섭이 말렸다. 태섭의 눈엔 둘다 천둥벌거숭이었다. 사실 대만이 너무하긴 했다. 소탕에 투입되기 전까지 만 하루동안 백호를 놀려먹어도 너무 놀려먹었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센티넬 공격력으로는 쉘터내에 다섯손가락안에 드는데다가 전투에 대한 배움도 빨라 한 부대의 가장 강력한 살상병기와 같다. 하지만 아직 어렸다.

쉘터안에서 센티넬 교육과 훈련을 받았을뿐 제대로된 양육자도 없었고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론 미성숙한면이 있었다. 백호가 장난으로 옆구리를 가볍게 찔러도 시퍼런 멍이 드는지라 여간하면 몸들을 사렸지만 평소에 백호를 과보호하던 대만이 솔선수범으로 놀려먹으니 다들 고삐가 풀려버린 모양이다. 전투력은 무섭더라도 결국 백호를 귀여워했기에 벌어진 참사였다. 심지어 백호와 한데 묶여버린 소문의 또 다른 주인공이 방방 뛰며 해명하는 백호의 옆에서 천연덕스럽게  한술 더 떴다. 신병이 먼저 시비를 걸었고 자신은 하늘 같은 선배로써 혼쭐을 내줬으며 그 과정에서 엉켜 넘어졌을뿐이라고 해명하는 백호 옆에서 판석은 어깨를 한번 으쓱이고 딱 한마디를 더했다. 그렇게 쉘터가 뒤집어졌다.

복귀 신고를 마치고 돌아온 부대원들에게 짧은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다들 지긋지긋한 전투복에서 평상복으로 환복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가시간을 보냈다. 백호는 의무실에 들려 제어장치 점검과 파장을 검사했다. 둘다 이상은 없었다. 의아했지만 백호는 납득했다. 제어장치에 이상이 없다면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감각은 뭐였을까. 그렇게 공격적이고 아팠던 가이딩은 처음이었다. 처음. 백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뻔뻔한 얼굴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말하던 판석이 떠올라 이가 갈렸다. 덕분에 하루종일 놀림만 당하고 속만 터졌다. 답답해진 기분에 런닝이라도 할까 고민하던 찰나 백호는 제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원흉을 발견했다.

판석은 가벼운 훈련복차림으로 삐딱하니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리곤 마치 백호를 기다렸다는듯이  몸을 바로하고 다가왔다. 뭐, 뭐야.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아도 거대한 덩치가 저에게로 곧장 다가오는 것에 백호는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흐음. 판석이 턱을 들며 백호를 훑어보았다. 복귀 직후인데 파장이 안정적이네. 백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등급이 높은 가이드일수록 파장에 더 예민하고 접촉없이도 방사와 탐색이 가능했다. 대만이 그랬다. 헌데 신병이 능숙하게 파장을 읽는것에 백호는 놀랐다. 늘 너랑 같이 붙어다니는 두명 말이야. 하나는 가이드지? 그것도 S급. 또 뭔 말을 하려나 백호는 벌써부터 불쾌감이 싹텄다. 그 놈이랑 잤어? 백호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석의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