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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이야...
윤대협은 자기 앞에 놓이는 라면을 보며 멍하니 생각함. 가끔 서태웅이랑 원온원이 끝나고 코트 근처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먹는다거나 하기는 했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허기를 채우는 행동이었을 뿐이었음. 그나마도 편의점 근처에서 대협이 'ㅇㅇ 먹고 갈래?'라고 물어보면, 태웅이 조금 고민하다가 같이 들어가는 식이었지. 서태웅이 먼저 뭔가를 먹자고 제안하는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음. 윤대협은 옆에 앉아 일회용 나무 젓가락을 뚝 자르는 서태웅을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봄. 그 시선을 어떻게 이해한 것인지, 서태웅이 윤대협을 보더니 자기가 방금 자른 젓가락을 건넴.

"...어?"

그러고는 윤대협이 아직 손대지 않은 일회용 젓가락을 가져가 포장을 벗김. 뭐야, 지금 매너 있는 척 한 거야? 서태웅과 매너라는 단어 사이에는 꽤 먼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던 윤대협의 세상이 조금 흔들렸음.

"안 먹어요?"
"아니, 먹을 거야..."
"여기 라면 맛있어요."

나도 알아, 나 근처 사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고 싶은 감정이 불쑥 솟아 오르는 걸 참으며 대협은 라면 위의 고명을 뒤적거렸음. 따지자면 대협의 집 근처라서 태웅이 오기는 좀 먼 가게가 아닌가 싶었는데, 가게 주인도 아는 척을 하는 걸 보니 제법 자주 오나 싶었음.

"여기는 북산에서 좀 멀지 않나?"
"..."

서태웅은 면을 한입 가득 물어서 바로 대답하지 못했음. 그는 입에 든 것을 꼭꼭 씹어 삼킨 후에 한번 뜸을 들이고는 대답함.

"가끔 윤대협이 없을 때가 있어서, 그럴 때 혼자 돌아가는 길에 배고프면 들려요."

아. 그가 종종 훈련을 빠지고 낚시하러 가는 날에 서태웅이 찾아오는 때도 있었음. 그 녀석 허탕치고 돌아가는데 좀 불쌍할 지경이더라. 아니, 내가 왜 북산 1학년을 걱정하는 거지? 내 코가 석자인데? 라며 날라차기를 하던 안영수가 떠오름. 어쩐지 내가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할 말이 없어서 머쓱하게 라면만 먹고 있는데, 태웅이 다시 입을 열었음.

"윤대협도 여기 가끔 온대요."
"...그래?"
"특대 딜럭스로 먹는다고."
"..."
"그래서 저도 몇번 도전을 해 봤는데..."

그런데서 승부욕 불태우지 마... 그렇게 생각하는 한편 꽤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가 뭘 먹는지 아는 거면 자신에 대해서 물어보고 다녔다는 거 아닌가 싶음. 직접 물어보면 더 좋긴 하겠지만 이런 면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그리고 보기보다 혼자 이런저런 말을 잘 하는 편이라는 것도 신기함. 평소 윤대협의 기억에서 서태웅은 입 밖으로 꺼내는 단어가 정해져 있는 로봇 같았음. '농구' '승부' '원온원' '쓰러뜨린다'...뭐 대충 그런 것들. 인터하이 전의 첫 원온원부터 지금까지 계절이 두번 바뀔 때까지 만나면서 이렇게 길게 얘기를 해본 것도 처음인 거 같음. 내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원래 이런 건가?

그러던 사이 다른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고 자리로 돌아온 주인이 서태웅을 보고, 옆에 앉은 윤대협을 보고, 다시 서태웅을 보고, 다시 윤대협을 봄.

"북산 학생, 그러고보니 오늘은 혼자가 아니네? ...옆에는 혹시 여자친구?"
"!!!"

윤대협은 순간 사레가 들릴 뻔함. 그 바람에 아니라고 부정도 못하고 콜록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서태웅이 '...그런 거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림. 윤대협은 서태웅이 라면을 먹으러 가자고 한 이후로 계속해서 무시하려고 하고 있던 어떤 가능성에 엑스표가 그려지는 것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옆을 바라봤음. 그리고 서태웅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전까지 기침을 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굳어서 보게 됨.



그런데 서태웅, 넌 왜 얼굴이 빨간데...?






슬램덩크
루센 태웅대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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