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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6 22:59
3.5 마지막 부분 수정 조따 많이 해서 덧붙여 올림
주의요소많음
ㅅㅅㅊㅈㅇ
ㅎㅌㄴㄹ 주의
오메가버스 ㅈㅇ
이전 무순은 본편 8나더, 외전 5-2까지 썼었음
수정재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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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https://hygall.com/609267493
3.5 마지막 부분 수정해서 덧붙임
숨을 몰아쉬던 로건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며 점차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발가벗은 몸과 제 몸을 덮고 있는 뜨겁고 젖은 살결에 그는 숨을 들이켜는 것조차 잊었다. 콜록, 콜록. 삼키지 못한 침이 입가를 타고 흘렀다. 로건은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시야가 닫히자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선연한, 끈적한 액체가 흐르는 감각에 눈꺼풀과 입술이 덜덜 떨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혼란스러웠다. 그의 의식은 호수 이후로 계속 끊겨 있었다. 거칠어지려는 호흡을 애써 참고, 겨우 목소리를 내어 눈앞의 남자를 불렀다.
“스… 스콧, 이건…….”
고개를 든 스콧의 얼굴이 젖어 있어, 로건은 탄식을 뱉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눈물이 이미 난 길을 따라 주륵 주륵 흘렀다. 붉은 렌즈 너머로 젖은 눈동자를 본 로건은 입술이 얼어버렸다.
“…로건, 돌아온 거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로건은 잠자리에서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눈앞의 남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사람은 명백히 다른 사람이었다.
로건은 자신의 뺨으로 뻗어오는 손길을 피해 고개를 뒤로 물렸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 전과 달리, 격렬히 요동치고 있었다. 갈 곳 잃은 스콧의 손끝이 허공에 머물렀다.
“왜 그래, 로건?”
“미안, 스콧.”
“…….”
“나…….”
힘겹게 말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혀가 딱딱하게 굳어갔다. 천장과 벽이 어그러지며 흔들리더니, 이내 천천히 소용돌이쳤다. 웅웅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흩어지고 감각이 뒤엉키는 가운데, 칼로 뇌를 후벼 파는 고통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었다.
“커억, 허억…!”
“로건, 로건…….”
아니, 이번에는 달랐다.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며 사지가 벌벌 떨리는 몸을 부여잡은 스콧은 벌써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너무 많이 흘렀다. 반응도 전과 비교과 되지 않게 격했다.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켜볼 때마다 괴로웠다. 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스콧을 무겁게 짓눌렀다. 모든 것이 제 욕심 때문인 것 같았다. 그가 원하지 않는데 다른 이들의 욕심 때문에 이런 괴로움을 겪는 것이라면.
스콧은 뒷말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로건을 바라고 있었다.
결국 로건은 하려던 말을 전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자신을 향한 온기를 텅 빈 곳에 둔 채로.
4
로건은 눈을 떴다. 주변에는 무너진 건물 잔해가 널려 있었다. 먼지가 자욱한 곳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낀 로건은 그쪽으로 걸음을 올렸다. 발걸음이 향한 곳에는 언젠가 감은 눈 속에서 보았던 그 여자였다.
“로건….”
“케일라…?”
그래, 그녀의 이름은 케일라였다. 어떻게 그녀를 잊고 있었을까? 로건은 케일라의 옷 위로 번져가는 피를 보며 손끝을 떨었다.
“고마워, 내 부탁을 들어줘서….”
“말 하지마, 피가…….”
“로건, 부디,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
“뭐든, 뭐든 말 해.”
케일라의 옅어져가는 숨결에 로건은 귀를 기울였으나, 결국 그녀는 부탁을 이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로건은 소리를 크게 내어 울지도 못하고 그녀의 이름만을 부르며 흐느꼈다. 제 부름에 응답해주길 바라며 한없이 울었다.
웅크린 그의 뒤로 한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그 아이는 그를 보더니 뒤를 보며 외쳤다.
“여기! 여기예요!”
그 아이는 뒤따라온 남자에게 말했다.
“이 남자가 우리를 구했어요. 내 언니와…….”
그 말에 로건의 고개가 들렸다. 그래, 그녀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자신에게 동생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생체 실험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케일라의 동생을 따라온 남자는 로건에게 곁에 다가와 앉아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임스 하울렛.”
“당신, 누구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우린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네.”
그는 고개를 든 로건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로건은 그의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자네는 우리에게 ‘로건’이라고 소개했지.”
“난 기억이 안 나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해. 그때의 자네는 아주 먼 미래에 가 있거든.”
“헛소리 할 거면 꺼져.”
“우리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려고 왔네.”
로건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일어나 눈앞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6피트가 넘는 키를 가진 그는 위압적이었다. 이 건방지고 무례한 새끼는 뭐지? 그는 죽은 그녀를 들먹이는 남자에게 험한 말을 하려다 옆에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로건은 욕을 한숨으로 대신했다.
“저, 언니는….”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치밀어올랐던 화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뭐지?”
“아, 저, 저는 에마 실버폭스에요. 언니는 돌연변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어요.”
케일라는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이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처럼 특별한 아이들이 어디엔가는 있을 거라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이끌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나.”
이 난장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에게 로건은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지?”
“내 이름은 찰스 자비에. 자네와 같은 돌연변이라네.”
* * *
자비에 교수에게 구해진 뮤턴트 아이들은 로건과 함께 섬에서 나오게 되었다. 남자는 꽤나 부자였는지, 전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전용기에는 아이들을 다 태우고도 남았다.
자비에는 비행기 안 전용 칸에서 로건에게 자신과 뮤턴트 학교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한때는 돌연변이 아이들이 모여 함께하던 배움의 터였지만, 전쟁 이후 운영을 멈추었었다고 했다. 그러다 레이븐의 혁명 이후 개선된 돌연변이에 대한 인식과 인권 운동 물결을 타고, 몇 년 간 대외적, 대내적으로 노력한 끝에 다시 학교를 열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로건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비행기의 의자에 파묻힌 채 손잡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케일라의 동생과 함께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고 영재 학교를 세우는 것을 도왔다. 찰스는 로건에게 교사 자리를 제안했다. 그것이 그가 듣지 못했던 케일라의 부탁이었다. 인력 부족으로 기숙사 사감 겸 역사 교사 겸 생활지도 겸 체육 교사를 맡게 되었다. 로건은 이 계약이 그가 태어난 이후 맺은 최대의 노예계약이라고 확신했다.
로건이 구했던 아이들 중에 스콧이 있었다. 스콧은 몇 달 간, 그때 그 섬에서 감옥을 부순 정체 모를 남자가 로건이었다는 것을 몰랐었다. 스콧은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막을 바이저가 만들어질 때까지 눈을 뜨지도 못한 데다, 거기 같혀 있었던 일은 아이들에게 끔찍한 기억이었기 때문에 금기시 되어서 거의 말을 꺼내지 못했으므로, 당시 로건의 얼굴을 못 봤던 스콧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안 것은 할로윈 날이었다. 아이들끼리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아이가 '그날'의 일을 꺼냈다. 그때 로건 선생님이 우리를 구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에마의 언니가… 쉿, 더 이야기 하지 마. 그 사람이 로건 선생님이었어? 스콧, 너 몰랐던 거야? 그 날카로운 손톱이 아니라면 어떻게 맨몸으로 감옥 창살을 부수었겠어?
스콧은 그날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뒤척이던 그는 부엌에 가서 우유라도 마시려고 했다.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으로 슬리퍼를 끌고 부엌에 가니 로건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맥주잔이 들려있었다. 그 안에 든 건 투명한 방울이 올라오는 탄산수였다.
“안 자고 뭐 하지, 꼬마?(kid).”
“…스콧이에요. 스콧 서머즈.”
“그래, 스콧.”
로건은 가만히 서 있는 스콧을 보고는 냉장고를 열며 물었다.
“물?”
“…….”
“우유?”
“…….”
“맥주맛이 나는 탄산수?”
“우유요.”
로건은 피식 웃으며 팩을 보여준 후 가스 불을 올렸다.
“잠이 오는 데엔 따뜻한 우유만 한 게 없지.”
로건은 그렇게 말하며 나무 스푼으로 우유를 천천히 저었다. 스콧은 그런 로건의 뒷모습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오래지나지 않아 우유는 다 데워졌고, 로건은 유리컵에 우유를 따르며 온도 체크를 했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섬세한 사람이라고, 스콧은 생각했다.
로건은 유리컵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로 맞은 편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컵을 스콧 쪽으로 밀어주었다. 스콧이 유리컵을 양손으로 잡으니 손끝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감사합니다.”
“잠못드는 이유가 있는 얼굴인데.”
“어떻게 아세요?”
“감?”
“…….”
두 사람 사이로 조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할로윈 귀신이 무섭나?”
“그럴 나이는 지났어요.”
그렇군. 또 멋쩍은 침묵이 지나갔다.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한 건 스콧이었다.
“저, 로건 선생님.”
“음?”
“그날… 그 섬에서요.”
스콧은 이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 왜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지, 긴장이 되었다.
“그 섬에서 감옥에 갇혀있던 뮤턴트 아이들을 구해주신 분이… 자비에 교수님이 아니라, 선생님이세요?”
로건은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시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구해줬다기 보단……. 그냥 감옥을 부순 거지.”
스콧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를 구한 건 자비에 교수님이고. 난 그저 거기에 복수를 위해 간 거였거든. 갔는데 누가 부탁을 해서…….”
말을 이어가던 로건의 얼굴에 서서히 그림자가 지자, 스콧은 괜한 질문을 했나 싶어 급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뭐가.”
“…그냥요, 제가 괜히 그날 일을…….”
“아니야,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난 이 학교의 존재를 몰랐을 거니까.”
이곳에는 대부분 부모에게 버려져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모였다. 돌연변이 인권 운동이 한창이지만, 아직은 그런 시대였다. 학교가 없었다면 버려진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자신이 괴물인 줄 알며 외로이 썩어갔을 것이다. 그 기분을 로건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로건 선생님은 그럼 원래 이 학교와는 전혀 상관 없던 분이셨는데, 왜 여기에 남으셨나요?”
“음…….”
로건은 자연스레 케일라의 생각이 짙어져 안색이 어두워졌다.
“죄송해요, 제가 또….”
“아, 아니. 너 때문이 아니야. 내가 여기 남은 이유는… 글쎄…….”
로건은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럴듯한데 거짓말은 아닌 이유가 어디 없나? 그러다 문득 로건은 오랜 시간 형과 함께 도망치듯 살아온 과거가 떠올랐다.
빅터 하울렛. 자신의 배다른 형제였다. 형과 자신은 한 곳에 오래 살 수가 없었다. 늙지 않았으니까.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고 신분을 쉽게 세탁할 수 있는 용병 생활을 오래 했었다. 케일라와 6년, 찰나같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대부분의 세월을 전쟁으로 보냈었다. 이제 지쳤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답이 아니었다. 정착에 대한 욕심은 늘 있어왔다. 그는 어딘가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치고, 죽었기 때문에, 항상 떠나보내거나 떠나야만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엔 너무 깊었다. 로건은 답을 해주는 것을 포기하고 되물었다.
“꼬마(kid), 너는 왜 이 학교에 머물렀어?”
스콧은 듣지 못한 답에 대한 질문을 담아두고, 조금 뜸을 들인 후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 로건은 탄식을 뱉으며 맞장구 쳤다.
“나도 그래.”
스콧의 말이 정답이었다. 바깥에서는 괴물이었는데, 괴물들끼리 모여있으니 편안했다. 여기서는 타인의 존재 자체가 위안이 된다. 자신 역시 다른 이들에게 그럴 것이다.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결이 맞는 이들과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 치유의 성격을 갖는다. 로건은 이런 곳이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자비에를 만나 이곳에 함께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스콧.”
“네?”
“다 식겠어.”
“아.”
스콧은 거의 다 식은 우유를 꿀떡꿀떡 마셨다. 입술에 묻은 우유를 보면서 로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스콧은 쑥쓰러워하며 잠옷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이제 가서 자, 아가야(baby).”
“왜 꼬마에서 더 내려가는 거죠?”
로건은 말없이 빈 우유 잔을 흔들어 보이며 입술로 ‘쭈쭈쭈’ 소리를 냈다. 스콧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내가 엄한 기숙사 사감인 걸 잊진 않았겠지? 벌점 감인데 특별히 봐 주는 거야.”
“…네. 안녕히 주무세요, 로건 선생님.”
스콧은 말대꾸를 하려다가 그만두고 방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로건은 시가가 담긴 주머니를 뒤졌지만, 비어있는 주머니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보니, 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시가를 피운 적이 없었다.
* * *
시간이 흐르며 안정된 자비에 스쿨은 갓 정식 사립 학교로 인정받고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스콧은 대학 졸업식 연설을 앞두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스콧은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연설 자리를 실수 없이, 훌륭하게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서 친구들과 축하의 말을 주고받았다. 정신이 너무 없어서, 한 친구가 스콧의 뒤를 가리키며 누군가 왔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로건이 그곳에 축하해주러 온 줄도 몰랐을 것이다.
로건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로건!”
그는 말없이 스콧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저 연설 했는데 혹시….”
“그래, 들었어.”
“어땠어요?”
“훌륭했어, 더할나위 없이.”
“아, 영혼 없어. 좀더 영혼을 담아줘요.”
“최대한 담은 게 이거야.”
스콧은 그의 팔을 툭 장난스레 치며 웃었다.
“그래, 이제 뭘 할 거니?”
“제가 하고 싶은 건 늘 같아요. 자비에 스쿨의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
“무엇을?”
“재능(gift)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주고, 훈련하게 할 거예요.”
스콧은 위험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힘을 컨트롤하고, 남을 다치게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길 바랐다. 그 바람에는 그 자신이 보호구가 없이는 주변을 망가뜨리고 남을 다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로건은 그가 단순히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만을 바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콧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넌 좋은 리더가 될 거야.”
이만 친구들에게 가 보라는 말에 스콧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곧 몸을 돌렸다. 어차피 자비에 스쿨에 가면 실컷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참 그날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꽃 향기가 짙게 난 듯도 했다.
며칠 후 대학 기숙사의 짐을 정리하고 자비에스쿨에 돌아온 스콧은 로건을 부르며 조심스레 그의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가 없었다.
“로건은 잠시 자리를 비웠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기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드니 행크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놀라서 흠칫 어깨를 떠니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신가? 스콧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맥코이 교수님.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군.”
“로건 선생님은 어디로 가신 거죠?”
“글쎄, 잠시 어딘가 나갔다 온다고만 했네. 일주일 정도.”
행크는 알고있지만, 답을 피하는 낌새였다. 스콧은 캐물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인사한 후 자리를 피했다.
행크의 말대로 로건은 돌아왔다. 옷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진 채였다.
“로건, 대체 몰골이 왜 그래요?”
로건은 마치 몸싸움, 아니 몸싸움이라기보단 린치를 당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지만.
“아, 외부에서 시비가 좀 붙어서.”
“고작 시비가 붙었는데 이런 꼴이 된다구요?”
“신경 쓰지 마.”
“혹시 저 모르는 뭐 다른 임무라도….”
“그건 아니야.”
로건은 딱 잘라 말했다. 스콧이 말하는 임무는 자비에 교수가 최근 만든 ‘엑스맨’이라는 것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 거, 나는 안 한다고 했잖아. 로건이 퉁명스레 덧붙였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괜찮아, 멀쩡하잖아. 이제 좀 비켜. 방에서 쉬고 싶으니까.”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없나요?”
“굳이 알릴 일이 아니니까. 너와는 그런 관계도 아니고, 스콧.”
스콧은 로건의 그 말에, 그가 미는 대로 밀려나는 수밖에 없었다.
탁, 문 닫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그러나 로건이 닫은 문 사이로 풍겨온 향기에, 스콧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재빨리 뒤를 돌아 문고리를 잡고 돌렸지만 찰나의 차이로 문은 잠겨버렸다.
“로건!”
쿵쿵. 스콧은 로건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 너머의 침묵에 스콧은 확신했다. 자기가 맡은 냄새가 알파 향이라는 것을.
그 향은 한 명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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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텀 맨중맨텀 스콧로건 약 행크로건 엑스맨
외전을 본편에 넣으면서 수정했음
쓰고보니 외전이 무슨 본편만큼 길어서 ㅋㅋㅋㅋ
주의요소많음
ㅅㅅㅊㅈㅇ
ㅎㅌㄴㄹ 주의
오메가버스 ㅈㅇ
이전 무순은 본편 8나더, 외전 5-2까지 썼었음
수정재업본
1~3 https://hygall.com/608689926
3.5 https://hygall.com/609267493
3.5 마지막 부분 수정해서 덧붙임
숨을 몰아쉬던 로건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며 점차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았다. 눈앞에 보이는 발가벗은 몸과 제 몸을 덮고 있는 뜨겁고 젖은 살결에 그는 숨을 들이켜는 것조차 잊었다. 콜록, 콜록. 삼키지 못한 침이 입가를 타고 흘렀다. 로건은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며 눈을 질끈 감았다. 시야가 닫히자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선연한, 끈적한 액체가 흐르는 감각에 눈꺼풀과 입술이 덜덜 떨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혼란스러웠다. 그의 의식은 호수 이후로 계속 끊겨 있었다. 거칠어지려는 호흡을 애써 참고, 겨우 목소리를 내어 눈앞의 남자를 불렀다.
“스… 스콧, 이건…….”
고개를 든 스콧의 얼굴이 젖어 있어, 로건은 탄식을 뱉었다. 그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눈물이 이미 난 길을 따라 주륵 주륵 흘렀다. 붉은 렌즈 너머로 젖은 눈동자를 본 로건은 입술이 얼어버렸다.
“…로건, 돌아온 거지?”
하마터면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로건은 잠자리에서 했던 말과 행동을 기억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눈앞의 남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사람은 명백히 다른 사람이었다.
로건은 자신의 뺨으로 뻗어오는 손길을 피해 고개를 뒤로 물렸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 전과 달리, 격렬히 요동치고 있었다. 갈 곳 잃은 스콧의 손끝이 허공에 머물렀다.
“왜 그래, 로건?”
“미안, 스콧.”
“…….”
“나…….”
힘겹게 말을 꺼내려는데, 갑자기 혀가 딱딱하게 굳어갔다. 천장과 벽이 어그러지며 흔들리더니, 이내 천천히 소용돌이쳤다. 웅웅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흩어지고 감각이 뒤엉키는 가운데, 칼로 뇌를 후벼 파는 고통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었다.
“커억, 허억…!”
“로건, 로건…….”
아니, 이번에는 달랐다.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며 사지가 벌벌 떨리는 몸을 부여잡은 스콧은 벌써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피가 너무 많이 흘렀다. 반응도 전과 비교과 되지 않게 격했다.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켜볼 때마다 괴로웠다. 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다는 무력감이 스콧을 무겁게 짓눌렀다. 모든 것이 제 욕심 때문인 것 같았다. 그가 원하지 않는데 다른 이들의 욕심 때문에 이런 괴로움을 겪는 것이라면.
스콧은 뒷말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로건을 바라고 있었다.
결국 로건은 하려던 말을 전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자신을 향한 온기를 텅 빈 곳에 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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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은 눈을 떴다. 주변에는 무너진 건물 잔해가 널려 있었다. 먼지가 자욱한 곳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낀 로건은 그쪽으로 걸음을 올렸다. 발걸음이 향한 곳에는 언젠가 감은 눈 속에서 보았던 그 여자였다.
“로건….”
“케일라…?”
그래, 그녀의 이름은 케일라였다. 어떻게 그녀를 잊고 있었을까? 로건은 케일라의 옷 위로 번져가는 피를 보며 손끝을 떨었다.
“고마워, 내 부탁을 들어줘서….”
“말 하지마, 피가…….”
“로건, 부디, 하나만 더 부탁해도 될까….”
“뭐든, 뭐든 말 해.”
케일라의 옅어져가는 숨결에 로건은 귀를 기울였으나, 결국 그녀는 부탁을 이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로건은 소리를 크게 내어 울지도 못하고 그녀의 이름만을 부르며 흐느꼈다. 제 부름에 응답해주길 바라며 한없이 울었다.
웅크린 그의 뒤로 한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그 아이는 그를 보더니 뒤를 보며 외쳤다.
“여기! 여기예요!”
그 아이는 뒤따라온 남자에게 말했다.
“이 남자가 우리를 구했어요. 내 언니와…….”
그 말에 로건의 고개가 들렸다. 그래, 그녀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자신에게 동생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생체 실험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을 구해달라고.
케일라의 동생을 따라온 남자는 로건에게 곁에 다가와 앉아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임스 하울렛.”
“당신, 누구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우린 오래 전에 만난 적이 있네.”
그는 고개를 든 로건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로건은 그의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
“자네는 우리에게 ‘로건’이라고 소개했지.”
“난 기억이 안 나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해. 그때의 자네는 아주 먼 미래에 가 있거든.”
“헛소리 할 거면 꺼져.”
“우리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려고 왔네.”
로건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일어나 눈앞의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6피트가 넘는 키를 가진 그는 위압적이었다. 이 건방지고 무례한 새끼는 뭐지? 그는 죽은 그녀를 들먹이는 남자에게 험한 말을 하려다 옆에 어린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로건은 욕을 한숨으로 대신했다.
“저, 언니는….”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치밀어올랐던 화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뭐지?”
“아, 저, 저는 에마 실버폭스에요. 언니는 돌연변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어요.”
케일라는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이었다. 언젠가 그런 말을 했었다. 자신처럼 특별한 아이들이 어디엔가는 있을 거라고, 방황하는 아이들을 이끌고, 가족과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나.”
이 난장판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에게 로건은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지?”
“내 이름은 찰스 자비에. 자네와 같은 돌연변이라네.”
* * *
자비에 교수에게 구해진 뮤턴트 아이들은 로건과 함께 섬에서 나오게 되었다. 남자는 꽤나 부자였는지, 전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전용기에는 아이들을 다 태우고도 남았다.
자비에는 비행기 안 전용 칸에서 로건에게 자신과 뮤턴트 학교에 대하여 설명해주었다. 한때는 돌연변이 아이들이 모여 함께하던 배움의 터였지만, 전쟁 이후 운영을 멈추었었다고 했다. 그러다 레이븐의 혁명 이후 개선된 돌연변이에 대한 인식과 인권 운동 물결을 타고, 몇 년 간 대외적, 대내적으로 노력한 끝에 다시 학교를 열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로건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비행기의 의자에 파묻힌 채 손잡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그는 케일라의 동생과 함께 그녀의 시신을 수습하고 영재 학교를 세우는 것을 도왔다. 찰스는 로건에게 교사 자리를 제안했다. 그것이 그가 듣지 못했던 케일라의 부탁이었다. 인력 부족으로 기숙사 사감 겸 역사 교사 겸 생활지도 겸 체육 교사를 맡게 되었다. 로건은 이 계약이 그가 태어난 이후 맺은 최대의 노예계약이라고 확신했다.
로건이 구했던 아이들 중에 스콧이 있었다. 스콧은 몇 달 간, 그때 그 섬에서 감옥을 부순 정체 모를 남자가 로건이었다는 것을 몰랐었다. 스콧은 눈에서 나오는 레이저를 막을 바이저가 만들어질 때까지 눈을 뜨지도 못한 데다, 거기 같혀 있었던 일은 아이들에게 끔찍한 기억이었기 때문에 금기시 되어서 거의 말을 꺼내지 못했으므로, 당시 로건의 얼굴을 못 봤던 스콧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안 것은 할로윈 날이었다. 아이들끼리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아이가 '그날'의 일을 꺼냈다. 그때 로건 선생님이 우리를 구해주시지 않았더라면, 에마의 언니가… 쉿, 더 이야기 하지 마. 그 사람이 로건 선생님이었어? 스콧, 너 몰랐던 거야? 그 날카로운 손톱이 아니라면 어떻게 맨몸으로 감옥 창살을 부수었겠어?
스콧은 그날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뒤척이던 그는 부엌에 가서 우유라도 마시려고 했다. 터벅터벅 무거운 걸음으로 슬리퍼를 끌고 부엌에 가니 로건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맥주잔이 들려있었다. 그 안에 든 건 투명한 방울이 올라오는 탄산수였다.
“안 자고 뭐 하지, 꼬마?(kid).”
“…스콧이에요. 스콧 서머즈.”
“그래, 스콧.”
로건은 가만히 서 있는 스콧을 보고는 냉장고를 열며 물었다.
“물?”
“…….”
“우유?”
“…….”
“맥주맛이 나는 탄산수?”
“우유요.”
로건은 피식 웃으며 팩을 보여준 후 가스 불을 올렸다.
“잠이 오는 데엔 따뜻한 우유만 한 게 없지.”
로건은 그렇게 말하며 나무 스푼으로 우유를 천천히 저었다. 스콧은 그런 로건의 뒷모습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오래지나지 않아 우유는 다 데워졌고, 로건은 유리컵에 우유를 따르며 온도 체크를 했디.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섬세한 사람이라고, 스콧은 생각했다.
로건은 유리컵을 들고 식탁에 앉았다. 그리고 고개로 맞은 편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컵을 스콧 쪽으로 밀어주었다. 스콧이 유리컵을 양손으로 잡으니 손끝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감사합니다.”
“잠못드는 이유가 있는 얼굴인데.”
“어떻게 아세요?”
“감?”
“…….”
두 사람 사이로 조금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할로윈 귀신이 무섭나?”
“그럴 나이는 지났어요.”
그렇군. 또 멋쩍은 침묵이 지나갔다.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한 건 스콧이었다.
“저, 로건 선생님.”
“음?”
“그날… 그 섬에서요.”
스콧은 이 이야기를 꺼내는 데에 왜 이렇게 용기가 필요한지, 긴장이 되었다.
“그 섬에서 감옥에 갇혀있던 뮤턴트 아이들을 구해주신 분이… 자비에 교수님이 아니라, 선생님이세요?”
로건은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시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구해줬다기 보단……. 그냥 감옥을 부순 거지.”
스콧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희를 구한 건 자비에 교수님이고. 난 그저 거기에 복수를 위해 간 거였거든. 갔는데 누가 부탁을 해서…….”
말을 이어가던 로건의 얼굴에 서서히 그림자가 지자, 스콧은 괜한 질문을 했나 싶어 급히 사과했다.
“죄송해요.”
“뭐가.”
“…그냥요, 제가 괜히 그날 일을…….”
“아니야,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난 이 학교의 존재를 몰랐을 거니까.”
이곳에는 대부분 부모에게 버려져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모였다. 돌연변이 인권 운동이 한창이지만, 아직은 그런 시대였다. 학교가 없었다면 버려진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자신이 괴물인 줄 알며 외로이 썩어갔을 것이다. 그 기분을 로건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로건 선생님은 그럼 원래 이 학교와는 전혀 상관 없던 분이셨는데, 왜 여기에 남으셨나요?”
“음…….”
로건은 자연스레 케일라의 생각이 짙어져 안색이 어두워졌다.
“죄송해요, 제가 또….”
“아, 아니. 너 때문이 아니야. 내가 여기 남은 이유는… 글쎄…….”
로건은 다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그럴듯한데 거짓말은 아닌 이유가 어디 없나? 그러다 문득 로건은 오랜 시간 형과 함께 도망치듯 살아온 과거가 떠올랐다.
빅터 하울렛. 자신의 배다른 형제였다. 형과 자신은 한 곳에 오래 살 수가 없었다. 늙지 않았으니까. 낯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주기적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고 신분을 쉽게 세탁할 수 있는 용병 생활을 오래 했었다. 케일라와 6년, 찰나같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대부분의 세월을 전쟁으로 보냈었다. 이제 지쳤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답이 아니었다. 정착에 대한 욕심은 늘 있어왔다. 그는 어딘가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곁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치고, 죽었기 때문에, 항상 떠나보내거나 떠나야만 했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기엔 너무 깊었다. 로건은 답을 해주는 것을 포기하고 되물었다.
“꼬마(kid), 너는 왜 이 학교에 머물렀어?”
스콧은 듣지 못한 답에 대한 질문을 담아두고, 조금 뜸을 들인 후 말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 로건은 탄식을 뱉으며 맞장구 쳤다.
“나도 그래.”
스콧의 말이 정답이었다. 바깥에서는 괴물이었는데, 괴물들끼리 모여있으니 편안했다. 여기서는 타인의 존재 자체가 위안이 된다. 자신 역시 다른 이들에게 그럴 것이다.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결이 맞는 이들과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 치유의 성격을 갖는다. 로건은 이런 곳이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자비에를 만나 이곳에 함께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었다.
“스콧.”
“네?”
“다 식겠어.”
“아.”
스콧은 거의 다 식은 우유를 꿀떡꿀떡 마셨다. 입술에 묻은 우유를 보면서 로건은 입꼬리를 올렸다. 스콧은 쑥쓰러워하며 잠옷 소매로 입가를 닦았다.
“이제 가서 자, 아가야(baby).”
“왜 꼬마에서 더 내려가는 거죠?”
로건은 말없이 빈 우유 잔을 흔들어 보이며 입술로 ‘쭈쭈쭈’ 소리를 냈다. 스콧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었다.
“내가 엄한 기숙사 사감인 걸 잊진 않았겠지? 벌점 감인데 특별히 봐 주는 거야.”
“…네. 안녕히 주무세요, 로건 선생님.”
스콧은 말대꾸를 하려다가 그만두고 방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로건은 시가가 담긴 주머니를 뒤졌지만, 비어있는 주머니에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보니, 학교에 들어온 이후로 시가를 피운 적이 없었다.
* * *
시간이 흐르며 안정된 자비에 스쿨은 갓 정식 사립 학교로 인정받고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스콧은 대학 졸업식 연설을 앞두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스콧은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연설 자리를 실수 없이, 훌륭하게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서 친구들과 축하의 말을 주고받았다. 정신이 너무 없어서, 한 친구가 스콧의 뒤를 가리키며 누군가 왔다고 말해주지 않았다면 로건이 그곳에 축하해주러 온 줄도 몰랐을 것이다.
로건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로건!”
그는 말없이 스콧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저 연설 했는데 혹시….”
“그래, 들었어.”
“어땠어요?”
“훌륭했어, 더할나위 없이.”
“아, 영혼 없어. 좀더 영혼을 담아줘요.”
“최대한 담은 게 이거야.”
스콧은 그의 팔을 툭 장난스레 치며 웃었다.
“그래, 이제 뭘 할 거니?”
“제가 하고 싶은 건 늘 같아요. 자비에 스쿨의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
“무엇을?”
“재능(gift)을 다루는 능력을 키워주고, 훈련하게 할 거예요.”
스콧은 위험한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힘을 컨트롤하고, 남을 다치게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길 바랐다. 그 바람에는 그 자신이 보호구가 없이는 주변을 망가뜨리고 남을 다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로건은 그가 단순히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만을 바라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콧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넌 좋은 리더가 될 거야.”
이만 친구들에게 가 보라는 말에 스콧은 조금 아쉬워했지만 곧 몸을 돌렸다. 어차피 자비에 스쿨에 가면 실컷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참 그날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꽃 향기가 짙게 난 듯도 했다.
며칠 후 대학 기숙사의 짐을 정리하고 자비에스쿨에 돌아온 스콧은 로건을 부르며 조심스레 그의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가 없었다.
“로건은 잠시 자리를 비웠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기묘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드니 행크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놀라서 흠칫 어깨를 떠니 위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신가? 스콧은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맥코이 교수님.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군.”
“로건 선생님은 어디로 가신 거죠?”
“글쎄, 잠시 어딘가 나갔다 온다고만 했네. 일주일 정도.”
행크는 알고있지만, 답을 피하는 낌새였다. 스콧은 캐물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인사한 후 자리를 피했다.
행크의 말대로 로건은 돌아왔다. 옷이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해진 채였다.
“로건, 대체 몰골이 왜 그래요?”
로건은 마치 몸싸움, 아니 몸싸움이라기보단 린치를 당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지만.
“아, 외부에서 시비가 좀 붙어서.”
“고작 시비가 붙었는데 이런 꼴이 된다구요?”
“신경 쓰지 마.”
“혹시 저 모르는 뭐 다른 임무라도….”
“그건 아니야.”
로건은 딱 잘라 말했다. 스콧이 말하는 임무는 자비에 교수가 최근 만든 ‘엑스맨’이라는 것과 관련된 일이었다. 그런 거, 나는 안 한다고 했잖아. 로건이 퉁명스레 덧붙였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괜찮아, 멀쩡하잖아. 이제 좀 비켜. 방에서 쉬고 싶으니까.”
“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실 수 없나요?”
“굳이 알릴 일이 아니니까. 너와는 그런 관계도 아니고, 스콧.”
스콧은 로건의 그 말에, 그가 미는 대로 밀려나는 수밖에 없었다.
탁, 문 닫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다.
그러나 로건이 닫은 문 사이로 풍겨온 향기에, 스콧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재빨리 뒤를 돌아 문고리를 잡고 돌렸지만 찰나의 차이로 문은 잠겨버렸다.
“로건!”
쿵쿵. 스콧은 로건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 너머의 침묵에 스콧은 확신했다. 자기가 맡은 냄새가 알파 향이라는 것을.
그 향은 한 명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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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텀 맨중맨텀 스콧로건 약 행크로건 엑스맨
외전을 본편에 넣으면서 수정했음
쓰고보니 외전이 무슨 본편만큼 길어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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