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24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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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11:47
근데 좀 비틀린
전편
하루 중 유일하게 노을 질때만 햇빛이 비추는 누나의 아니, 이제 우리 집은 내내 어두웠다가 그 시간이면 온 집안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오색창연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노을에 비친 누나의 자수를 보고 이해했다.
누나는 매일 너무 바빠서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주말에도 책상 앞에 앉아 패턴이라는 그림을 그리거나 자수틀을 부여잡았고,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걸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라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누나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거니 뿌듯했다.
누나가 바쁘게 생활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누나에게 해줄 수 있는게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누나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누나의 옷을 다려줬으며 누나가 출근하고 나면 집 안을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을 봤다. 누나가 언제 올지 모르니 간단한 저녁식사 혹은 야식을 준비하고 집에 돌아온 누나를 위해 물을 데워놓고 목욕하고 나온 누나에게 안마를 해줬다.
처음에는 살짝 어색해했던 그녀지만 기특해하며 정말 많이 고마워했다.
근데 난, 누나에게 헌신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좋았고, 내 보살핌 속에서 편안해하는 그녀를 지켜보는 게 좋았다.
누나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내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 손길대로 매일 피어나는 누나를 보면서 느끼는 충족감과 만족감을 누나도 우릴 돌보며 느꼈을까?
발 마사지를 해주면 금세 골아떨어진 누나를 편히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 편안한 얼굴로 잠든 누나의 얼굴을 조용히 지켜보다 침대 머리맡에 달린 간접등을 끄고 방을 나왔다.
동생이 누나와 형이 보고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아빠가 사진기를 사주셨다며 사진 여러장을 함께 넣었는데 잔디를 깎고 있는 아빠, 어색하고 경직되어서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한 동생, 신문을 읽는 아빠, 요리하고 있는 아빠와 누나의 빈 방과 내 빈 방을 찍은 사진이었다. 누나와 함께 읽고 싶었지만 점점더 늦게 귀가하기에 먼저 읽고 누나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동생에게 누나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사진기는 얼마일까? 모아놓은 돈을 세봤다.
사진기를 손에 들고 누나와 사는 우리 집(우리 집이라고 할때마다 심장이 강하게 두근거렸다.) 이곳 저곳을 찍고, 런던 풍경도 여러곳을 찍었다.
비가 내리는 풍경이 우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난 되려 비가 자주 오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우산을 들고 전철역 앞에서 기다리면 누나가 나를 발견하고 서둘러 뛰어와 우산 안으로 쏙 들어왔고, 기다리지 말라며 타박하며 그 작은 손으로 내 팔을 톡 쳤지만 기뻐하는 얼굴은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도 우산이 들려있었지만 우리는 한 우산 아래에서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내심 우산이 조금만 더 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피곤해하는 누나를 얼른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사진기는 금세 잊어버리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동생이 보내온 편지를 본 누나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달려와 동생이 보낸 사진들을 살짝 흥분해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은 누나가 양 뺨을 물들이고 좋아하는 데 그녀가 귀여웠다.
객관적으로 미녀인 그녀는 조금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웠는데 그건 아마 인종이 달라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어쩌면...
누나가 이제 다 끝났다며 당분간은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요일에는 일을 집에 끌고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활짝 웃었다.
런던을 돌아다니면서 누나가 여기저기 알려줬는데 혼자 돌아다니면서 구경해본 곳들도 많았다. 혼자여도 좋았는데, 누나와 함께 다니니 새롭고 더 좋았다.
카페 앞 야외 테이블에서 쉬는데, 그녀가 일에만 시간을 쏟는 것 같아 남자친구는 없는지 물어봤는데 일하느라 시간을 다 써서 만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광대가 나도 모르게 씰룩 거리고 입꼬리를 잡아내릴 수 없어서 괜히 헛기침하고 손으로 뺨을 지그시 눌렀다.
누나는 웃지 않으려는 내 습관을 이미 알고 있어서 하나마나한 짓이었지만 그녀는 나를 놀리거나 하지 않았고, 새삼스럽다는 듯 맞은편에 앉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조지, 너 정말 다 컸구나."
누나의 말에 내 몸을 내려다봤다.
"키도 더 크고 덩치도 더 커졌어. 얼굴 선이랑 손도... 못 본 새에 언제 이렇게 컸니?"
고작 1년이었지만 그 1년 새에 불쑥 자란 건 사실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너 좋다는 여자애들 줄을 서겠네. 고등학교 다닐 때도 좋다고 쫒아다니는 애들 많았었지? 집 앞까지 찾아왔던 아이도 있었는데..."
추억을 회상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 집에서 나올때 챙겨나왔던 사진기를 가방에서 꺼내 한 장 찍었다. 누나가 상념에서 벗어나 사진기에 관심을 가졌고, 나도 한 장 찍어주겠다며 사진기를 가져갔다.
"누나 좋다던 새... 놈들도 많았어. 꽃들고 집에까지 찾아온 적도 많았다고."
"그래? 난 왜 못 봤지?"
나와 동생이 기를 쓰고 괴롭히고 내쫓았거든.
누나가 날 찍고 사진기를 돌려줬다.
"조지, 누나가 보여주고 싶은 곳이 한군 데 더 있어. 거기만 들르고 집에 가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모금 안 마신 커피가 잔 안에서 잘게 찰랑거렸다.
누나가 데리고 간 곳은 옷 가게였다. '스완 아를로' 간판 옆에 흰 백조 그림이 그려진 검은색 일색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평생 발 들일 일 없을 것 같은 여성복들이 걸려 있었다. 가게 직원이 누나를 알아봤고, 누나는 직원에게 날 소개했다. 그에게 꾸벅 인사하고 고풍스러워 거리감이 느껴지는 실내를 두리번 거렸다. 가게 안 손님들도 모두 귀족들이나 부자인게 틀림없었다.
"조지, 이리 와."
누나의 부름에 가 보니 누나가 살풋 미소를 짓고는 작게 속삭였다.
"여기 걸린 옷들 대부분에 누나가 디자인한 자수가 그려져있어."
그리고는 옷들을 보여줬는데, 정말 누나의 자수였다.
"이걸 다 누나가 수 놓은 거야?"
작게 고개를 가로저은 누나가 속삭였다.
"쇼에 올라가는 거랑 몇 개만, 여기 있는 것들은 누나가 수 놓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수 놓은 거야."
그 뒤로도 누나가 설명해주는 걸 들으면서 다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누나의 옷이 이 고급스런 가게에서 아주 많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건 알았다.
정말 대단한데,
입을 꾹 다물고 옷걸이를 다시 걸고 목이 메여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누나의 손을 잡자 누나가 직원에게 눈인사를 한 뒤 날 이끌고 가게를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데 누나가 오늘은 외식을 하자고 펍으로 이끌었다.
한 마디 못하는 날 앞에 앉혀두고 맥주와 몇 가지 음식을 시킨 누나가 테이블 위에 주먹 쥔 내 손을 잡았다. 결코 곱다고 할 수 없는 손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한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빛나는 재능을 삼키고 우리 뒷바라지하느라고 얼마나 속으로 울었을까, 누나도 대학가고 싶었을텐데, 누나도 배우고 싶은게 많았을텐데,
누나가 내 손등을 토닥여줘서 내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제 나왔는지 모를 맥주 한 잔을 내 손에 쥐어주고는 자신의 잔과 짠했다. 눈물을 닦으며 누나를 올려다보니 학부모 참관 수업 때 선생님 몰래 힐끔 거리며 뒤에 서 있을 누나를 찾다 마주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런던으로 누날 보낸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아빠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누나 방으로 들어가자 누나가 다 안다는 얼굴로 이미 내가 누울 공간을 만들어 누워 있었다.
내 어리광을 언제나 관대하게 받아주는 누나를 보니 또 울컥했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가자 누나가 자연스럽게 팔베개를 해줬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처박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누나가 마주 안아주며 등을 쓸어내렸다.
"내 동생,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 아기네."
누나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고, 팔 전체를 그녀의 몸에 붙여 최대한 더 가까이 붙으려고 꿈틀거렸다. 누나와 다리가 맞물렸는데 그녀의 몸 위를 거의 덮듯이 엎드려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내 다리 한쪽이 들어갔다.
붙어있는데도 더 바짝 붙으려고 꿈틀대다보니 누나의 아래가 허벅지에 비벼졌는데 움찔하고 내 아래 몸이 긴장으로 굳는게 느껴졌다.
"?"
고개를 들어 누나를 올려다보자 누나가 내 뒷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어두워 그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자."
"누나."
"응?"
"내가 잘 할게. 정말 잘 할거야."
누나가 숨결이 새는 웃음소릴 내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내 머리카락을 헤집고 두피를 긁어줬다.
"이미 잘 하고 있어. 너무 잘해줘서 황송할 정도야."
"부족해, 더 잘해야해."
그녀가 양 팔로 날 꽉 끌어안고 한쪽 다리를 내 엉덩이에 올리고, 내 머리통에 뺨을 부볐다.
"으으~ 귀여운 내 동생, 착해, 착해."
누나는 곧잘 잊어버린다. 누나가 그렇게 귀여워하는 동생이 그녀보다 얼마나 더 큰 지, 자신과 얼마나 다른지.
작고 가녀린 여체가 사정없이 짓눌려 무거울텐데도, 단 한번을 밀어내지 않는다. 여전히 누나에게 귀여워보이고 싶어 되도않는 어리광을 부리면 누나는 아직도 열 살 내외의 어린아이 보듯이 보듬어줬다.
누나한테 어린이 취급을 받더라도 언제까지고 이 품에 안겨 잠들 수 있다면 좋을텐데...
"조지, 내일은 학교에 가보자..."
어느새 졸음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눈을 꽉 감고 억눌린 목소릴 냈다.
"응..."
내가 잘 해야해. 잘, 해야 해.
맥카이너붕붕
전편
하루 중 유일하게 노을 질때만 햇빛이 비추는 누나의 아니, 이제 우리 집은 내내 어두웠다가 그 시간이면 온 집안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오색창연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노을에 비친 누나의 자수를 보고 이해했다.
누나는 매일 너무 바빠서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주말에도 책상 앞에 앉아 패턴이라는 그림을 그리거나 자수틀을 부여잡았고,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걸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서라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누나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거니 뿌듯했다.
누나가 바쁘게 생활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누나에게 해줄 수 있는게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누나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누나의 옷을 다려줬으며 누나가 출근하고 나면 집 안을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을 봤다. 누나가 언제 올지 모르니 간단한 저녁식사 혹은 야식을 준비하고 집에 돌아온 누나를 위해 물을 데워놓고 목욕하고 나온 누나에게 안마를 해줬다.
처음에는 살짝 어색해했던 그녀지만 기특해하며 정말 많이 고마워했다.
근데 난, 누나에게 헌신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이 좋았고, 내 보살핌 속에서 편안해하는 그녀를 지켜보는 게 좋았다.
누나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내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내 손길대로 매일 피어나는 누나를 보면서 느끼는 충족감과 만족감을 누나도 우릴 돌보며 느꼈을까?
발 마사지를 해주면 금세 골아떨어진 누나를 편히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 편안한 얼굴로 잠든 누나의 얼굴을 조용히 지켜보다 침대 머리맡에 달린 간접등을 끄고 방을 나왔다.
동생이 누나와 형이 보고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아빠가 사진기를 사주셨다며 사진 여러장을 함께 넣었는데 잔디를 깎고 있는 아빠, 어색하고 경직되어서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한 동생, 신문을 읽는 아빠, 요리하고 있는 아빠와 누나의 빈 방과 내 빈 방을 찍은 사진이었다. 누나와 함께 읽고 싶었지만 점점더 늦게 귀가하기에 먼저 읽고 누나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동생에게 누나의 지금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사진기는 얼마일까? 모아놓은 돈을 세봤다.
사진기를 손에 들고 누나와 사는 우리 집(우리 집이라고 할때마다 심장이 강하게 두근거렸다.) 이곳 저곳을 찍고, 런던 풍경도 여러곳을 찍었다.
비가 내리는 풍경이 우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난 되려 비가 자주 오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우산을 들고 전철역 앞에서 기다리면 누나가 나를 발견하고 서둘러 뛰어와 우산 안으로 쏙 들어왔고, 기다리지 말라며 타박하며 그 작은 손으로 내 팔을 톡 쳤지만 기뻐하는 얼굴은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도 우산이 들려있었지만 우리는 한 우산 아래에서 팔짱을 끼고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내심 우산이 조금만 더 작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싶었지만 피곤해하는 누나를 얼른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사진기는 금세 잊어버리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동생이 보내온 편지를 본 누나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달려와 동생이 보낸 사진들을 살짝 흥분해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은 누나가 양 뺨을 물들이고 좋아하는 데 그녀가 귀여웠다.
객관적으로 미녀인 그녀는 조금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웠는데 그건 아마 인종이 달라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어쩌면...
누나가 이제 다 끝났다며 당분간은 일찍 퇴근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일요일에는 일을 집에 끌고오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하고 활짝 웃었다.
런던을 돌아다니면서 누나가 여기저기 알려줬는데 혼자 돌아다니면서 구경해본 곳들도 많았다. 혼자여도 좋았는데, 누나와 함께 다니니 새롭고 더 좋았다.
카페 앞 야외 테이블에서 쉬는데, 그녀가 일에만 시간을 쏟는 것 같아 남자친구는 없는지 물어봤는데 일하느라 시간을 다 써서 만날 여유가 없다고 했다. 광대가 나도 모르게 씰룩 거리고 입꼬리를 잡아내릴 수 없어서 괜히 헛기침하고 손으로 뺨을 지그시 눌렀다.
누나는 웃지 않으려는 내 습관을 이미 알고 있어서 하나마나한 짓이었지만 그녀는 나를 놀리거나 하지 않았고, 새삼스럽다는 듯 맞은편에 앉은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조지, 너 정말 다 컸구나."
누나의 말에 내 몸을 내려다봤다.
"키도 더 크고 덩치도 더 커졌어. 얼굴 선이랑 손도... 못 본 새에 언제 이렇게 컸니?"
고작 1년이었지만 그 1년 새에 불쑥 자란 건 사실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면 너 좋다는 여자애들 줄을 서겠네. 고등학교 다닐 때도 좋다고 쫒아다니는 애들 많았었지? 집 앞까지 찾아왔던 아이도 있었는데..."
추억을 회상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 집에서 나올때 챙겨나왔던 사진기를 가방에서 꺼내 한 장 찍었다. 누나가 상념에서 벗어나 사진기에 관심을 가졌고, 나도 한 장 찍어주겠다며 사진기를 가져갔다.
"누나 좋다던 새... 놈들도 많았어. 꽃들고 집에까지 찾아온 적도 많았다고."
"그래? 난 왜 못 봤지?"
나와 동생이 기를 쓰고 괴롭히고 내쫓았거든.
누나가 날 찍고 사진기를 돌려줬다.
"조지, 누나가 보여주고 싶은 곳이 한군 데 더 있어. 거기만 들르고 집에 가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모금 안 마신 커피가 잔 안에서 잘게 찰랑거렸다.
누나가 데리고 간 곳은 옷 가게였다. '스완 아를로' 간판 옆에 흰 백조 그림이 그려진 검은색 일색의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평생 발 들일 일 없을 것 같은 여성복들이 걸려 있었다. 가게 직원이 누나를 알아봤고, 누나는 직원에게 날 소개했다. 그에게 꾸벅 인사하고 고풍스러워 거리감이 느껴지는 실내를 두리번 거렸다. 가게 안 손님들도 모두 귀족들이나 부자인게 틀림없었다.
"조지, 이리 와."
누나의 부름에 가 보니 누나가 살풋 미소를 짓고는 작게 속삭였다.
"여기 걸린 옷들 대부분에 누나가 디자인한 자수가 그려져있어."
그리고는 옷들을 보여줬는데, 정말 누나의 자수였다.
"이걸 다 누나가 수 놓은 거야?"
작게 고개를 가로저은 누나가 속삭였다.
"쇼에 올라가는 거랑 몇 개만, 여기 있는 것들은 누나가 수 놓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수 놓은 거야."
그 뒤로도 누나가 설명해주는 걸 들으면서 다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찌되었든 누나의 옷이 이 고급스런 가게에서 아주 많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건 알았다.
정말 대단한데,
입을 꾹 다물고 옷걸이를 다시 걸고 목이 메여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누나의 손을 잡자 누나가 직원에게 눈인사를 한 뒤 날 이끌고 가게를 나왔다.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데 누나가 오늘은 외식을 하자고 펍으로 이끌었다.
한 마디 못하는 날 앞에 앉혀두고 맥주와 몇 가지 음식을 시킨 누나가 테이블 위에 주먹 쥔 내 손을 잡았다. 결코 곱다고 할 수 없는 손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집안 살림한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빛나는 재능을 삼키고 우리 뒷바라지하느라고 얼마나 속으로 울었을까, 누나도 대학가고 싶었을텐데, 누나도 배우고 싶은게 많았을텐데,
누나가 내 손등을 토닥여줘서 내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언제 나왔는지 모를 맥주 한 잔을 내 손에 쥐어주고는 자신의 잔과 짠했다. 눈물을 닦으며 누나를 올려다보니 학부모 참관 수업 때 선생님 몰래 힐끔 거리며 뒤에 서 있을 누나를 찾다 마주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런던으로 누날 보낸 아빠를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이제야 아빠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누나 방으로 들어가자 누나가 다 안다는 얼굴로 이미 내가 누울 공간을 만들어 누워 있었다.
내 어리광을 언제나 관대하게 받아주는 누나를 보니 또 울컥했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어가자 누나가 자연스럽게 팔베개를 해줬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처박고 허리를 끌어안았다. 누나가 마주 안아주며 등을 쓸어내렸다.
"내 동생, 다 큰 줄 알았더니 아직 아기네."
누나가 내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고, 팔 전체를 그녀의 몸에 붙여 최대한 더 가까이 붙으려고 꿈틀거렸다. 누나와 다리가 맞물렸는데 그녀의 몸 위를 거의 덮듯이 엎드려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내 다리 한쪽이 들어갔다.
붙어있는데도 더 바짝 붙으려고 꿈틀대다보니 누나의 아래가 허벅지에 비벼졌는데 움찔하고 내 아래 몸이 긴장으로 굳는게 느껴졌다.
"?"
고개를 들어 누나를 올려다보자 누나가 내 뒷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어두워 그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자."
"누나."
"응?"
"내가 잘 할게. 정말 잘 할거야."
누나가 숨결이 새는 웃음소릴 내고 몸의 긴장을 풀었다. 내 머리카락을 헤집고 두피를 긁어줬다.
"이미 잘 하고 있어. 너무 잘해줘서 황송할 정도야."
"부족해, 더 잘해야해."
그녀가 양 팔로 날 꽉 끌어안고 한쪽 다리를 내 엉덩이에 올리고, 내 머리통에 뺨을 부볐다.
"으으~ 귀여운 내 동생, 착해, 착해."
누나는 곧잘 잊어버린다. 누나가 그렇게 귀여워하는 동생이 그녀보다 얼마나 더 큰 지, 자신과 얼마나 다른지.
작고 가녀린 여체가 사정없이 짓눌려 무거울텐데도, 단 한번을 밀어내지 않는다. 여전히 누나에게 귀여워보이고 싶어 되도않는 어리광을 부리면 누나는 아직도 열 살 내외의 어린아이 보듯이 보듬어줬다.
누나한테 어린이 취급을 받더라도 언제까지고 이 품에 안겨 잠들 수 있다면 좋을텐데...
"조지, 내일은 학교에 가보자..."
어느새 졸음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눈을 꽉 감고 억눌린 목소릴 냈다.
"응..."
내가 잘 해야해. 잘, 해야 해.
맥카이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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