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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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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놔줘!"


오라이온은 뒷덜미가 잡혀서 꼼짝없이 끌려왔음. 물려왔다고 해야하나. 기록보관소부터 정말 질질 끌려왔음. 그 날카로운 이빨은 힘도 힘이지만 자꾸 저항하면 목을 물어뜯겠다는 협박이 느껴졌지.


"래비지."


오라이온을 데려온 카세트는 그제야 오라이온을 놔주었음. 오라이온이 고개를 들어보니 하이가드 둘이 앞에 서있었지. 정신이 없어서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던 오라이온은 이곳이 하이가드의 사령부라는 걸 깨달았음. 오라이온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메크와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메크를 앞에 두고 옵틱이 크게 떠졌어. 스타스크림과 사운드웨이브야. 웬만한 메크는 만날 수도, 만날 일도 없는 존재들.


"뭔데 이놈은."
"오라이온 팍스: 보안 수칙 위반."


오라이온은 흠칫 떨었음. 말한 적도 없는데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어. 스타스크림의 옵틱이 가늘어졌음.


"아직 어려보이는데, 어떻게?"


사운드웨이브는 대답 대신 문을 가리켰음. 이윽고 요란한 엔진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


"오라이온!"


언제나 여유만만했던 재즈가 기겁을 하며 오라이온을 불렀다가 스타스크림과 사운드웨이브를 발견하고 멈춰설 거임.


"사령관.."
"자네가 보호자인가?"


스타스크림이 물었어. 재즈는 긴장된 기색을 숨기며 천천히 걸어왔음.


"그냥 아는 아이입니다. 오라이온이 무슨 문제라도 일으켰나요?"
"오라이온: 보안 수칙 위반. 사용된 권한: 재즈 중위."
"...그렇다는군. 변명이라도 들어보지."


스타스크림은 서늘한 옵틱을 하곤 아량 넓게도 재즈의 대답을 기다려줬음. 재즈는 넘어져있는 오라이온에게 침착하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췄지.


"오라이온.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돌아간 거 아니었어?"
"그냥 계속 찾아보고 싶어서.."


언제나 활기찼던 오라이온이었지만 재즈까지 엮일 기미가 보이니 아무래도 잔뜩 겁을 먹었을 거임. 재즈는 괜찮다는 듯이 오라이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음.


"역사 공부가 하고 싶다고 해서 권한을 좀 빌려줬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책임이지 오라이온은..."
"오라이온 팍스: 보안 수칙 위반."


사운드웨이브는 같은 말을 반복함. 재즈는 입술을 깨물었음.


"오라이온. 혹시 다른 거라도 열어봤어?"
"......심문 기록이 있길래.."


오라이온은 제 어깨 위에 올려진 재즈의 손이 덜컥하는 게 느껴졌음.


"....누구의?"


오라이온은 여기서 그 이름을 꺼내는 게 굉장한 악수라는 걸 알 수 있었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음. 어차피 거짓말을 해봤자 알아낼 거야. 오라이온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속삭였어.


"센티넬 프라임.."


사령부 안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음. 오라이온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 누구의 표정도 보고 싶지가 않았음. 특히 손이 떨리기 시작한 재즈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음.


"...사운드웨이브."


적막을 깬 건 스타스크림이었음. 혀를 쯧 차던 스타스크림은 사운드웨이브를 부르더니 지시했어.


"메모리 소거해."
"사령관!"


재즈가 다급히 오라이온의 앞을 막아섰음.


"아직 어린앱니다!"
"그래. 지울 데이터가 적어서 다행이군."


스타스크림은 차갑게 대꾸했지. 오라이온은 자신보다 한참 작은 재즈의 등을 바라보며 스타스크림이 한 말을 멍하니 생각하고 있을 거임. 메모리 소거. 재즈의 반응으로 보면 방금 본 것만 지우는 건 아닌 모양임. 기억이 전부 지워지면 지금의 난 어디로 가는 거지? 오라이온은 난생 처음으로 느낀 죽음의 공포가 스파크를 좀먹는 걸 느꼈음.


"오라이온!"


재즈는 사운드웨이브가 자신을 밀치고 오라이온에게 다가가는 걸 차마 강력하게 막지는 못했음. 오라이온은 제게 다가오는 사운드웨이브를 바라보다가 재즈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어.


"아무것도 못봤어요! 열자마자 바로 창이 꺼져서, 그래서 아무것도 못봤어요!"


오라이온은 옵틱을 질끈 감고 양팔로 자신을 보호했음. 사운드웨이브는 오들거리는 그 어린 메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었음. 그리고 오라이온의 헤드 위에 손을 얹었어.


"사운드웨이브?"
"......"


이윽고 사운드웨이브가 손을 뗐음. 그리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음. 스타스크림은 팔짱을 끼고 고민을 하더니 결국 한숨을 내쉬었음.


"좋아. 운이 좋구나 꼬마야."


오라이온은 감았던 옵틱을 조심스럽게 떴지. 스타스크림이 다가오더니 오라이온에게 바짝 시선을 맞추고 노려봤어.


"두번은 없어."


오라이온은 정신 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스타스크림에게서 이제 가보라는 말이 떨어지고 나서야 오라이온은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지. 그마저도 힘이 풀려서 재즈의 도움이 없었다면 걷지도 못했겠지만. 게다가 재즈도 기운이 쭉 빠졌는지 힘이 없었음.

오라이온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사령부를 빠져나오다가 슬쩍 뒤를 돌아봤음. 스타스크림은 이미 다른 업무에 집중한 상태였지만 사운드웨이브는 아직도 이쪽을 보고 있었지. 문이 닫혀 물리적으로 시야가 차단될 때까지 제게서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 그 시선에 오라이온은 오싹함을 느꼈음. 그 붉은 바이저는 분명 경고를 하고 있었어. 침묵하라.




"아 오랜만에 정말 무서웠네."


재즈는 금세 평소의 여유를 찾아 장난스럽게 웃었음. 적어도 그런 척 하려고 노력함. 풀이 잔뜩 죽어있는 오라이온을 달래기 위해서겠지. 오라이온은 쭈뼛대며 재즈의 눈치를 봤음.


"미안해.."
"됐어. 제대로 경고 안 한 내 탓이지 뭐."


하지만 재즈는 오라이온과 내내 기록보관소에서 같이 있으며 오라이온이 뭘 보는지 계속 감시했음. 돌아가는 척 하다가 다시 보관소에 들어온 건 오라이온임. 무슨 일이 생기면 너 혼자 혼나고 끝이 아니라던 닥터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나 때문에 징계받는 거지?"
"그정돈 괜찮아. 그래봤자 배급받는 에너존이 좀 줄어드는 정도야."


오라이온은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음. 그렇기에 믿기로 했어. 다행이야. 메모리 소거도 무서웠지만 재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정말 견딜 수 없었을 거임.


"그래도 이제 정말 조심해. 제대로 찍혀버렸으니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바로 건수 잡힐 거야."


재즈가 오라이온과 옵틱을 맞추고 진지하게 말했음. 오라이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지. 재즈는 빙긋 웃어보일 거임.


"그래 이제 가자. 데려다줄게."


평소라면 괜찮다고 거부했을 오라이온은 순순히 재즈의 뒤를 따랐음. 정말 무서웠어. 이렇게 무서웠던 건 처음임. 하지만 기록 보관소에서 본 걸 잊을 수도 없었어.


- 나도 몰라..! 모른다고! 그냥 내 손에 닿자마자 사라졌어..!


센티넬로 추정되는 메크가 절규하는 목소리. '진실.'이라고 말하는 사운드웨이브의 기계음. 그리고 성난 엔진이 우르릉 울리는 소리.


- 그렇다면 널 살려둘 이유도 완전히 사라졌군.


로드 메가트론. 평소에도 딱히 상냥한 목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음.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증오. 그리고 반으로 갈라지는 센티넬 프라임.


오라이온은 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자 에너존 탱크가 울렁거렸음.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부분이 아니지. 센티넬 프라임이 말한 사라졌다는 그건... 역시...


매트릭스가 사라졌단 말이야?










"그래도 어딘가엔 있지 않을까요?"


오라이온은 인상을 쓰고 중얼거렸음. 닥터는 이 핵폭탄 같은 꼬마를 당장 내다버리고 싶었음.


"사운드웨이브가 경고까지 했다면서 나한테는 왜 말해? 같이 죽자는 거야?!"
"그치만 요즘은 어디에 있든 감시당하는 느낌이란 말이에요. 여긴 괜찮을 거 같아서.."
"퍽이나 느낌이겠다!"


사운드웨이브한테 감시 당하는 녀석이 옆에 붙어서 기밀을 중얼거리다니 대체 어디서 이런 재앙이 내게 굴러떨어졌나. 닥터는 머리가 어지러웠음. 말그대로 굴러떨어진 건 맞지만 그걸 주운 건 자신이긴 했지...

그나마 다행인 건 오라이온의 말대로 여긴 감시가 덜한 구역이긴 하다는 거임. 다른 구역이었으면 오라이온이 떨어진 그 시점에서 관리자가 발견했겠지. 여긴 정말 힘 없고 의지 없고 반항심 없는 코그리스들을 모아둔 곳이라 감시 인원도 많지 않았음. 애초에 에너존 매장량도 많지 않고.


"당신은 별로 놀라지 않네요."


닥터가 오라이온을 돌아봤음. 저는 어제 엄청 놀랐거든요. 오라이온은 무해하게 파란 옵틱을 빛냈음. 닥터는 오라이온을 응시하다가 다시 채굴 장비를 봤지. 그리고 헛웃음을 지었어.


"매트릭스가 없어진지 150사이클이 지났어. 존재했다면 진작 찾았겠지."


이미 무의식중에 알고 있던 거지. 매트릭스를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거란 걸. 그게 닥터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임. 닥터는 옵틱빛이 점차 꺼져가는 아이아콘의 메크들을 떠올렸음. 코그리스 뿐만이 아니라 코그드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지. 지금의 사이버트론에 희망이란 걸 누가 가지고 있긴 할까. 게다가 매트릭스를 찾아봤자 어차피 메가트론은...

오라이온은 고개를 기울였음.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면 딱히 비밀이 알려져도 상관 없는 거 아닌가요?"
"터지기 직전과 터진 상태는 엄연히 달라. 조심해라. 결국 터트린 녀석이 모든 책임을 감당하는 법이니까."


오라이온은 닥터의 말에 어제의 일이 생각났는지 묘하게 표정이 나빠졌음. 하이가드한테 잡혔다가 겨우 풀려났다더니 정말 무섭긴 했던 모양임.


"너도 이번에 제법 혼쭐이 났겠지. 이제 이런 곳 좀 그만 오고 얌전히 수업이나 들어."
"하지만 매트릭스를 찾아야죠."
"나한테 매트릭스가 사라졌다고 말한 건 너야."
"소멸했다고 하진 않았는데요. 어딘가로 옮겨진 걸 수도 있잖아요."


오라이온은 어깨를 으쓱였음.


"만약 정말로 영영 없어진 거라면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죠. 정 안되면 핵까지 내려가서 프라이머스와 직접 담판 짓는 최후의 수단도 생각 중이에요."


닥터는 오라이온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메크는 한없이 진지했지. 닥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음.


"그래그래. 프라이머스를 만나면 내 안부도 전해줘라."
"좋아요. 이름을 알려주세요."


오라이온은 생글생글 웃었음. 닥터는 그 얼굴을 복잡하게 바라보다가 결국 항복했지.


"라쳇이야."
"전 오라이온 팍스예요. 반가워요 라쳇."










오라이온은 자유시간에 몰래 광산에 내려가는 걸 제외하면 정말 얌전히 지냈음. 수업도 빠지지 않고 참여율도 높았지. 의도한 건 아닌데 성적도 올랐음. 그렇게 모범생으로 지내니 감시가 점점 줄어드는 게 느껴지긴 할 듯. 슬슬 좀 돌아다녀도 괜찮으려나. 오라이온은 옵틱을 빛내며 계획을 실행했음.

계획이라봤자 거창한 건 아니었지. 아직은 매트릭스가 어딨는지 모르겠으니까. 기록보관소에 가는 건 아직 시기상조 같고. 그러니 오라이온이 한 건 여분의 부품과 의료품을 챙기는 일이었음.


"이거 필요하죠?"
"......"


오라이온이 물품을 내밀면 라쳇은 오라이온을 흘기면서도 가져가긴 했음. 처음에야 이런 짓 좀 하지 말라고 하긴 했지. 하지만 수요는 넘쳐나는데 공급은 늘 모자라는걸. 게다가 오라이온이 가져오는 물품들 덕에 다른 구역에서 몰래 찾아오는 환자가 더 늘어났어. 라쳇은 소문이 나면 곤란해진다고 생각은 했지만 찾아오는 환자들을 막을 수 없었음. 이 지하에 누가 의료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감시에서 벗어나 환자를 볼 수 있는 것도 라쳇 밖에 없으니.

라쳇은 오라이온이 드나들기 시작하고 언젠부턴가 광산의 코그리스들이 조금 밝아졌다는 생각을 했어. 어려서 그런가 활력 넘치는 메크가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으니 괜시리 기운이 생기는 거 같기는 함. 누군가 그말을 들었으면 가장 밝아진 건 닥터인데요 라고 했겠지만.




오라이온은 그날도 광산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었지. 챙길 건 다 챙겼나 고민하며 엘레베이터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누군가 오라이온의 손을 잡아끌었음.


"뭣,"
"조용."


파랗고 하얀 메크가 입에 손가락을 댔어. 오라이온은 입을 다물었지. 그 메크는 몸을 최대한 낮추고 오라이온을 어딘가로 조용히 데려갔음. 무슨 일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던 오라이온은 멀리서 라쳇이 낯선 목소리와 이야기 하는 걸 들었어.


"그게 다라고? 하지만 분명 여기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제보가.."
"수상할 것도 많네. 그렇게 못 믿겠으면 다 뒤져보시든가."


라쳇은 덩치 큰 메크 앞에서 옵틱 하나 꿈쩍 않고 말했지. 오라이온은 그가 이 구역의 관리자란 걸 알 수 있었음. 그동안 보이지도 않더니. 요즘 너무 자주 드나들었나? 오라이온이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라쳇 쪽을 계속 살피자 메크가 오라이온을 잡아당겼음.


"저쪽은 라쳇이 알아서 할 거야. 넌 그냥 숨어있기만 해."


오라이온은 고개를 끄덕였음. 메크는 쌓여있는 물건들 뒤에 오라이온을 숨겼지.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 척을 계속 했어. 오라이온은 물건 사이로 라쳇을 주시했음. 라쳇과 이야기를 하던 관리자는 이윽고 부하들을 풀어 광산 내의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할 거임. 오라이온은 스파크가 동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음. 대충 살펴보는 것도 아니야. 이런 곳에 숨어있다간 반드시 걸릴 거야.

그때 감시자가 이쪽으로 다가왔음.


"여긴 이상 없나."
"아 예 물론이죠."


메크는 감시자의 눈치를 보는 척하며 발로 버튼을 밟아 레일을 가동시켰음. 오라이온과 쌓인 물건들은 레일을 따라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어. 오라이온이 당황해서 메크를 쳐다봤지만 메크는 오라이온 쪽으로 결코 시선을 주지 않았지. 오라이온은 일어날 수도 질문할 수도 항의할 수도 없으니 그대로 레일을 따라 구멍에 빠져버릴 거임.







온갖 물건들과 함께 쏟아져 내려온 오라이온은 이곳에 아무도 없단 걸 확인하자마자 급히 레일에서 내려왔음. 여긴 어딘지 둘러보니 폐기물 처리장인 듯함. 이런 곳이 있었구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오라이온은 작은 방에 고물로 만들어진 인형들이 앉아있는 걸 발견했음.


"누구 있어요?"


조심스럽게 불러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음. 오라이온은 호기심에 가득차 인형들에 다가갔지. 어차피 위에서 관리자들이 돌아갈 때까진 이곳에 있어야 하니까.

이곳에 있던 누군가는 굉장히 심심했던 모양이지. 오라이온은 금방 싫증을 냈음. 하지만 할 거라곤 폐기물이 쏟아져 내리는 걸 구경하거나 인형을 구경하거나 양자택일임. 인형을 괜시리 만지작대던 오라이온은 인형의 머리가 뚝 떨어지자 당황해서 허둥거렸음.

그리고 그때, 그것이 오라이온의 앞에 나타났지. 오라이온은 떨어진 데이터 장치에서 나온 홀로그램을 보며 옵틱을 휘둥그레 떴어.






아이아콘 밖으로 나가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어. 쿠인테슨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사고치기로 유명한 오라이온조차 아이아콘을 떠나본 적은 없었음. 하지만 뭐든 처음은 있는 법이지. 오라이온은 광산에서 무사히 돌아온 후 데이터 장치에 있던 목적지로 떠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

알트모드로 안 쉬고 달리면 해볼만 할 거 같아. 오라이온은 모험을 떠나는 기분에 스파크가 두근거리겠지. 어쩌면 그곳에 매트릭스가 있을지도 모르고. 오라이온은 도시를 수비하는 하이가드의 감시를 피해 몰래 도시를 떠났어.


처음 나가본 도시 밖은 모든 게 별천지였음.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신기하고 멋졌어. 같이 올 메크가 없는 게 아쉽다. 오라이온이 아는 모든 메크들은 오라이온을 기겁하고 말리려 했을 거야. 외출 금지나 안 당하면 모르겠음. 혹시 몰라서 메시지를 남겨두고 오긴 했지만 걱정하기 전에 돌아가야지.


오라이온은 구조신호가 가리킨 장소에 도착했어. 동굴 안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니 그곳에서 상상도 못한 광경을 마주했지. 프라임들의 시신이 있었어. 매트릭스에 대해 찾다가 덤으로 역사 성적이 바짝 오른 오라이온은 그들이 누군지 하나하나 알아볼 수 있을 거임.

이곳이 센티넬이 그들을 배신했다는 곳인가. 오라이온은 프라임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목적을 위해 움직였지. 매트릭스의 단서를 찾아야 해. 정신 없이 이곳저곳을 뒤지던 오라이온은 갑작스런 발소리를 들었어. 잘못들었나 싶어 청각 센서를 높였지만 누군가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게 더욱 확실해짐.

대체 누가? 오라이온은 패닉에 빠져서 서둘러 바위 뒤로 몸을 숨겼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누군가가 동굴 안으로 들어왔지. 망설임 없이 걸어오던 그는 바로 근처에서 멈췄어. 오라이온은 가만히 있어야 한단 걸 알고 있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바위 뒤에서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지. 그리고 그를 확인한 순간 새어나오는 소리를 막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아야했음.

로드 메가트론. 그가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시신 앞에서 가만히 서있었어. 메가트론이 여길 알고 있다고? 오라이온은 바위에 들러붙어서 최대한 진정하려고 노력했지. 그렇지만 그렇다면 왜.. 프라임들의 유체를 수습하지 않고 이런 곳에 버려둔 거지? 그리고 왜 찾아온 거지? 하는 행동을 보면 한두번이 아닌 듯한 익숙함이 느껴짐.

오라이온 쏟아지는 의문 속에서 최대한 기척을 죽이기 위해 노력했음. 하이가드한테 잡혀서 죽을 뻔 한 게 얼마전인데 또 이런 데서 걸린다면 이번엔 정말 극형을 면치 못할 거임. 운이 나쁘다면 재즈도 같이 엮일 수 있어. 오라이온은 너무 긴장해서 전원이 꺼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음.

하지만 오라이온이 상대하는 건 사이버트론의 전쟁군주였지. 분명 오라이온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버텼지만 잠시 뒤 메가트론은 고민도 하지 않고 오라이온이 숨어있는 바위를 캐논으로 날려버렸음.


"으악!"


캐논이 충전되는 소리에 급하게 뛰어나오지 않았다면 바위에 함께 날아갔을 거임. 오라이온은 넘어진 채로 바위가 부숴진 곳을 어버버 쳐다봤음. 충격받은 회로는 제 머리맡에 누군가 다가오는 걸 아주 뒤늦게야 인식했어. 오라이온은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죄수마냥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지.


"누구냐."


은색의 거대한 메크가 붉은 옵틱을 살벌히 빛내며 오라이온을 내려다봤음. 그 거대한 캐논을 오라이온의 헤드에 겨눈 채로.




메가오라 메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