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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붕주의 날조주의 해포알못주의 샨나라알못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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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는 당분간 저택에서 일을 처리하기로 했음. 외부일정이 없기도 하거니와 서류처리만 하면 되는 일들이라 내린 결정이었고 무엇보다 아직 윌의 상태가 불안정했기 때문임. 그래도 윌은 갓 구출됐을 때 상태에 비하면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좋아지고 있었음.


-아름다..운... 무지개가... 하늘에...떴..어요... 모두들 기..뻐 했어요.
-옳지. 잘하고 있어.

 
동화책을 더듬더듬 읽어내려가는 윌을 보며 테세우스는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윌이 베시시 웃으며 그를 올려다 봄.

극단적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교육이라는걸 받아본 적이 없는 윌의 상태는 정말이지 심각한 수준이었음. 이래서는 정상적으로 살 수 없기에 테세우스는 일단 집사를 시켜 어린아이들이 처음 글을 배울 때 쓰는 그림 낱말카드와 동화책을 구해오라 함.
글 공부는 당연히 테세우스의 몫임. 아직 다른사람을 경계하는 탓에 어쩔수가 없는 선택이었음. 누굴 보살피는게 처음인것처럼 누굴 가르치는 것 또한 처음이었던 테세우스는 자신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싶었음. 다행히도 영특한 윌은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테세우스가 가르쳐주는 족족 지식을 흡수해 그를 놀라게 만듦.
그 결과 글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윌은 낱말카드는 물론이고 동화책도 읽을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함.

테세우스가 계속 읽으라며 눈짓하자 아이는 다시 동화책에 눈길을 돌려 문장을 읽어내려감. 아이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는게 듣기 좋았음.

테세우스는 윌의 배움이 빠르면 빠를수록 기특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무겁기도 함. 갇히는 신세만 아이었어도 아이는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하게 살았을거임. 이렇게 똑똑한 아이라면 뭘 하든 잘했을거란 생각이 들자 가슴이 먹먹함.

그와 동시에 어떤걸 가르쳐줄까, 오늘은 어떤걸 보여줄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바빠지기도 함. 윌은 테세우스가 뭘 보여주든 항상 놀라고 신기해하고 재밌어했으니까. 보여주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윌의 리액션은 참 보여줄맛 나게 만드는거였음.

정원을 보고 뛸 듯이 기뻐하는 아이를 보자 테세우스는 그날 이후 스캐맨더 저택의 다른 공간도 서서히 보여주었음. 계단을 내려가보게 해주고, 선대 조상들이 대대로 그려진 초상화를 소개해주고, 부엌에 데려가 윌이 먹게 될 음식이 조리되는 과정을 구경시켜주고, 마굿간에 데려가고, 서재에 데려가 한쪽 벽면을 모조리 책이 꽂혀있는 광경도 보여주고, 그 중 윌이 제일 신기해 하는 것 같은 두꺼운 책을 열어 윌이 아직은 읽을 수 없는 글씨도 보여줌. 윌은 이 모든걸 흥미로워했음.

한쪽은 처음 만나는 세상에 충격받기 바쁘고, 한쪽은 또 새로운게 뭐가 있을까 궁리하기에 바쁘고. 각자 분주한 테세우스와 윌의 하루하루는 그렇게 흘러가는 중이었음.

동화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윌이 테세우스를 바라보자 대견함에 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웃음.


-아가는 똑똑해서 그런지 실력도 금방금방 느는구나.


테세우스의 칭찬에 아이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음. 아이는 테세우스가 칭찬해줄때면 가슴이 콩닥콩닥 뜀. 너무 설레고 좋아서 하늘에 붕 떠오르는 기분임. 보통 아이가 받았던 칭찬이란 대부분 고객들이 건넸던 징그럽고 천박한 칭찬들 뿐이었는데 테세우스의 칭찬은 그렇지 않음. 언제 받아봐도 기분 좋고 또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갈증도 느껴짐. 윌은 테세우스의 칭찬을 듣자 그의 품이 고팠음.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테세우스에게로 다가가자 그가 안정감 있게 윌을 안아줌. 매일같이 윌이 테세우스에게 안겨대니 이제는 그도 아이를 품에 안아주는게 자연스러워졌음.

테세우스는 익숙하게 윌을 토닥여주며 책상 위를 향해 손짓함. 어지러히 흐트러져있던 낱말카드들과 동화책이 알아서 착착 모여 제자리를 찾아가고, 여기저기 굴러다니던 연필과 지우개도 가지런히 정리가 됨. 다시 한번 손짓하니 이번엔 책상 한켠에 올려져있던 쿠키 트레이가 테세우스 앞으로 쑤욱 다가옴.


-자, 이제 공부 다 했으니까 아가가 좋아하는 간식 먹자.


공부하면서 먹으라고 내어준 것인데 공부에 집중하느라 까먹은 윌이 마냥 귀여웠음. 수북하게 쌓여있는 쿠키들 중에서 윌이 제일 좋아하는 초코칩과 말린 크렌베리가 콕콕 박혀있는 과자를 집어 아이의 입 앞으로 가져가자 얌전히 앙 받아 문 윌은 곧 두 손으로 잡고 오물오물 열심히도 먹음. 바삭바삭 부서지는 쿠키의 식감 뒤로 크렌베리의 새콤함과 초코의 단 맛이 입안에 가득 퍼져서 기분이 좋았음. 테세우스의 칭찬도 받고 좋아하는 쿠키도 먹고 기분이 완전 좋음.
윌은 저도 모르게 테세우스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빗부빗 거리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발그레 달아오른 뺨을 보이며 헤헷 웃어보임. 


-하아...


순간 테세우스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져 저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내며 아이를 힘주어 꽉 안아줌. 윌이 보이는 이런 순수한 모습들이 테세우스를 무장해제 시킨다는걸 과연 아이는 알까. 
윌을 임시보호하는건 어디까지나 공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테세우스는 아이에게 건네는 스킨십 하나에도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는 했음.
그러나 가끔 아이를 껴안지 않고서는 도무지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순간들이 찾아옴. 

언젠가 지인이 자신의 반려동물을 두고서 온갖 이상한 소리를 내며 뽀뽀를 퍼붓던때가 생각남. 그때는 지인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테세우스는 이제야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됨. 그  아마 이성의 끈을 꽉 붙잡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아이의 뺨에 입술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었음.

테세우스는 본능을 억누르고 윌의 뺨을 가만가만, 엘프귀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등을 창문으로 시선을 던짐. 날씨가 화창해서 산책하기 딱 좋은 날임. 

그러고보니 양장점에서 서신이 왔다고 들었음. 윌을 위해 맞춤 제작한 옷이 모두 완성되었다고. 양장점 주인이 직접 스캐맨더 저택으로 배달하거나 아니면 사용인들이 양장점으로 찾아가도 되었음. 그러나 테세우스는 옷도 찾는 김에 겸사겸사 아이에게 마을 구경을 시켜주는것도 좋겠다 싶음.


-아가. 얼마 전에 옷을 지었던거 기억나니?
-옷..이요?
-그래. 줄자로 치수도 재고 옷감도 몸에 대보았던거 생각 나지?
-네에. 기억 나요.


어떻게 잊을 수 있겠음. 정신 없었던 그날의 기억을. 

윌이 입고 있던 옷은 거의 거적대기라 일찌감치 버려졌음. 지금 입고 있는 옷은 테세우스의 셔츠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가 옷을 입은건지 옷 안에 아이가 담겨있는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옷에 파묻힌 꼴임. 셔츠가 아이의 몸에는 너무 커서 밑단은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였고, 손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음. 손을 완전히 덮는 소매를 보던 윌이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 빼꼼히 밖으로 꺼내 소매 끝을 꼭 붙들어보지만 이내 스르륵 옷이 내려오고는 했음. 
테세우스는 소매를 접어 아이의 팔 길이에 맞춰주는 한편, 평소 자신의 옷을 지어주던 양장점을 호출함. 

다른것도 아니고 그 지역의 영주인 스캐맨더 가문의 호출임. 그날 양장점 주인은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온 직원을 총집합 시켜 샵에서 최고로 좋은 옷감만을 바리바리 싸들고 스캐맨더 저택으로 찾아옴. 

남자고 여자고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요란하게 등장할때부터 정신이 없었는데 줄자를 가져다가 자신의 몸에 요렇게도 대보고 조렇게도 대보고, 옷감을 휘리릭 걸쳐주질 않나, 한번 걸어보라고 하질 않나, 제자리에 서라고 하질 않나, 팔을 뻗어보라, 다리를 굽혀보라 이리저리 빙글빙글 요구하는것도 많아서 윌은 눈 앞이 핑핑 도는 기분이었음. 


-어머 세상에. 이 옷감이 이렇게 잘 어울리시는 분은 처음이세요. 워낙 아름답게 생기셔서 그런지 옷감 소화력도 끝내주시네요. 호호호.
-몸 선이 이다지도 고우신 분은 살아생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이 옷감을 한번 만져보시겠어요? 굉장히 부드럽죠? 저 먼 바다 건너 수입한 아~~주 귀하고 아~~주 값비싼 원단인데 귀한만큼 적임자가 없었답니다. 그런데 오늘에야 드디어 딱 맞는 임자를 만나다니.. 


갖은 주접 멘트를 흘리며 부산을 떠는 양장점 직원들 때문에 윌은 그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혼미했음. 

아부를 융단폭격급으로 퍼부어대는 직원들 옆으로는 윌의 신체 치수를 잴때마다 공중에 둥실 떠있는 노트에는 깃털 달린 펜이 알아서 슥슥 윌의 수치를 적었고, 한 뭉치로 말려있던 원단들은 알아서 도르륵 펴지는가 하면, 구경이 끝난 원단들은 알아서 도르륵 말려 한켠에 얌전히 누웠음. 
그 신기한 광경도 윌의 관심을 잠깐 사로잡았지만 곧 직원들의 호들갑에 또 다시 정신 없어짐.

양장점 주인과 직원들의 호들갑은 단순 아부가 아니었음. 정말로 윌의 몸에 대는 고급 원단들은 윌의 피부처럼 아이에게 찰떡으로 잘 어울렸음. 
완성된 옷을 입게 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홀로 만족스럽게 웃던 테세우스였는데 오늘 때마침 양장점에서 기별이 왔다고 하니 절로 기대가 됨. 


-옷이 완성되었다는구나. 이제 이 셔츠는 안입어도 될거야.


산뜻한 그 말에 윌은 조금 서운했음. 무어라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은 달싹이는데 쉽사리 말은 안나오고, 셔츠 끝만 손끝으로 쥐었다 폈다 하는 중임. 테세우스가 괜찮다는 뜻으로 다독이자 아이는 테세우스의 눈치를 보다가 겨우겨우 입을 열었음.


-그럼.. 이제 이 옷은 돌려 드려야...하나요?
-왜? 마음에 드니?


아이는 또 다시 눈치를 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감춰물다가 아주 작게 끄덕이며 대답함.


-....네에..
-아가한테 너무 커서 불편하지 않아?
-그,그치만...
-응?


점점 작아지는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 테세우스 역시도 점점 고개를 더 기울여 아이의 입가까지 귀를 가까이 댐.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여린 숨소리가 전해지고, 목소리가 거의 기어들어가는 데시벨로 들려옴. 
그리고 아이의 대답을 듣자 그는 심장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에 절로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했음.


-셔츠 가득... 테세우스님의 향기가...베여 있어서...놓치고 싶지가.. 않아요...



















*
신동사는 1920년이 배경이지만 걍....로판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조우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슨 신동사 한방울에 샨나라 한방울에 거대한 로판 짬뽕 세계관.......







테세우스윌
칼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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