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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06:23
의식 흐름대로 품 바하5~6 시점

둘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알고 있었어. 클레어가 크리스를 찾다가 위기에 빠졌을 때 SOS 신호를 받고 크리스에게 알려준 것도 케네디 요원이었고, 스페인 사건 이후에 케네디가 작성한 보고서도 있었지. 클레어의 입바른 칭찬이며, 사진으로 얼핏 봐도 잘생긴 외모며, 여러모로 크리스는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레온에게 끌렸어. 그리고 클레어도 그걸 눈치챘지.
하지만 그때는 BSAA 창단 초기였고, 크리스는 어마어마하게 바쁜 데다가 알버트 웨스커를 잡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어. 그래서 클레어가 그 둘을 소개시켜줄 시간이 없었지. 레온도 마찬가지로 바빴거든.
그러다가 2009년에 크리스가 아프리카에서 드디어 알버트 웨스커를 처단하고, 죽은 줄 알았던 질도 무사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된 거야. 그리고 레온도 막 창설된 DSO에 적응한 상태였지.

클레어는 이때다 싶어 테라세이브 프레젠테이션을 핑계로 둘을 초대해 소개시켜줬어.
예상대로 두 알파와 오메가는 만나자마자 서로 거하게 끌렸고, 바로 데이트에 들어갔지. 레온은 국가기관 소속 핵심 요원이라 공식 행사에서도 계속 눈에 띄었고, 보고서도 작성됐는데, 허니건은 그들의 만남을 '10년 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듯 자연스러웠다'라고 써줬어. 사실은 눈맞아서 바로 데이트를 시작한 거였지.
점점 더 깊은 관계를 갖고 연인 사이가 되어 동거까지 하게 된 거야.

그러다가 2012년에 크리스가 에도니아 사건 후 실종됐어. 레온은 크리스와 동거 중이었지만 아직 사실혼 인정을 받지 못해서 연락을 받을 수 없었어. 그래서 클레어에게서 크리스가 실종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지.
그때가 하필 병원에서 임신 확인을 받고 오는 길이었어.

발정기를 한 달 건너뛰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어. 그때 크리스도 장기 임무를 나갔고, 레온도 스트레스 때문에 원래 발정 주기가 오락가락해서 한 달 정도는 그러려니 했거든. 그런데 두 달째 발정이 없으니 이상한 거지. 거기다가 2주 전부터는 심하진 않지만 속이 안 좋고 피곤하고 졸리고, 몸이 이상했어. 그래서 검진을 받았는데, 벌써 임신 8주차였대.
거기다가 크리스가 실종됐다니, 레온은 호르몬 영향 때문인지 통화하면서 울먹거렸고, 임신 사실을 클레어에게 알렸어.

클레어는 실종된 오빠 대신 레온을 알뜰하게 챙겼지. 레온도 임신 사실을 알리고 내근으로 바꿨는데, 알파를 잃은 스트레스 때문에 중간에 유산 기미도 보였고, 여하튼 위험했어.
레온은 애기마저 잃을 순 없다고 겨우겨우 버티다가 32주에 조산하게 돼.
미국에는 육아휴직 같은 건 없었지. 애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었고, 레온은 집에서 몸조리를 하다가 4주가 지나자 바로 복귀했어. 남은 출산 휴가는 애가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집으로 퇴원할 때 쓰려고 했지.
복귀 후 레온은 무난한 임무를 맡았는데, 바로 톨오크에서 대통령 연설 경호를 서는 일이었어. 이건 멘토인 대통령 아담이 따로 신경 써서 배정해준 일이었어.

그러나 거기서 바이오 테러가 터졌고, 레온은 좀비가 된 아담을 직접 쏴야 했어.
그리고 대통령 암살자로 몰려 헬레나와 함께 중국으로 도망치게 돼. 몸을 푼 지 4주밖에 안 된 몸으로 중국으로 탈출해서 시몬스를 체포하고, 에이다에게서 테러 증거를 확보해 혐의를 벗어야 했지.
그런데 중요한 증인을 남편이 죽이겠다고 쫓고 있는 상황이라니. 레온은 처음에 그가 애 아빠인 줄도 모르고 에이다를 지키려고 덤벼들었는데, 서로 총을 겨누게 됐어.
그때 상대가 크리스였던 거지.

크리스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반 년간 헤매고 있었어. 피어스가 에도니아에서 그를 찾자마자 의료 지원도 못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된 거야. 크리스는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부하들을 잃은 증오심에 의존해 타겟을 추적했는데, 레온을 보자마자 기억이 돌아왔어.
뭔가 안개처럼 흐리고 뿌옇던 게 말끔해지며 크리스는 이성을 되찾았어.
그 둘은 엄청나게 프로페셔널했어. 서로 여덢 달 만에 만났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아주 일적으로 얘기만 나누고 헤어졌지.
그래도 크리스는 레온을 만나고 나서 훨씬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임무를 수행했어. 그리고 마음 한켠에는 레온에 대한 미련이 있어서, 레온 있는 곳에 바이러스 테러가 터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전화해서 알려주기도 했지.

그러나 크리스의 끝은 좋지 않았어. 크리스는 무사히 임무는 완수했지만, 피어스를 잃었어.
크리스는 기억을 잃기전에 은퇴를 결심했었어. 믿음직스러운 피어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레온과 좀 더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싶었는데, 피어스의 죽음으로 물 건너간 거야.
크리스는 전장에 남아야만 했어. 평범한 삶은 크리스에게 사치였으니까. 레온에게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클레어가 찾아왔어. 사실 레온이 직접 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었어. 레온은 지금 너무 바빴거든. 톨오크와 중국 사건, 시몬스 패밀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무엇보다 크리스 주니어가 퇴원했으니까.
그래서 클레어가 대신 온 거야. 크리스에게 크리스 주니어의 존재를 알리려고.

그 얘기를 듣자마자 크리스는 어안이 벙벙해서 클레어가 자기를 놀리는 줄 알았어. 아니면 몰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안 믿으면서도 크리스는 벌써 휴가, 외출 신청을 하고 차를 끌고 레온 집으로 출발했어.
심지어 레온은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 살지도 않았어. 애 낳고 더 넓은 아파트를 지원받았지.

크리스는 레온을 보자마자 끌어안고 키스를 퍼붓고 싶었지만, 겨우 이성을 붙잡았어.
왜냐면 레온의 집에는 육아를 도와주는 상주 베이비시터 이모님도 있었고, 아주 작고 작은 크리스 주니어도 있었거든. 8달에 조산해서 크리스 주니어는 이제 겨우 2kg 초반이었어. 얼마나 작은지, 얼굴이 크리스 주먹의 1/3밖에 안 되었지.
크리스는 자신이 없는 동안 레온이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했다는 생각에, 또 불과 며칠 전에 막 몸 푼 레온이 중국에서 구르며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그냥 레온을 안고 고맙고 미안해서 엉엉 울고 싶었어. 그리고 이미 레온 품안에서 울고 있었다.

다음에는 크리스가 업무스트레스로 알코올 중독 생긴 아내 교정하다가 둘째 생긴 썰 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