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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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묺은 아니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암튼 두서없는 글ㅇㅇ
2023년에 개봉한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다>

역대 이탈리아 영화 흥행 10위이고 이번에 부국제에서 크레딧 나오기도 전에 박수세례 나왔던 영화임 내 주변에서 보던 여자들 우는 사람도 진짜 많았고 인트로부터 결말까지 모두 다 좋았음...영화 보고 치는 박수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하는 위로와 응원같았음 하 다시 보고 싶다....

1940년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델리아의 이야기임 남편은 전쟁을 겪었다는 핑계로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시키고 그걸 보고 자란 두 아들들은 케어하기 힘들정도로 언어나 행동이 폭력적임 그런데 딸은 아들과 다르게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도 못가고 일하면서 생활비를 보태고 있음 그 안에서 엄마(주인공)인 델리아는 늙은 시아버지를 보살피고 밖에서 생활비를 벌고 또 집안일까지 다 함

이런 내용이다 보니 보기 힘든건 사실이었음 너무 현실과 맞닿아있으니까...델리아는 폭력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까 스스로가 자처해서 노예같은 행동을 하게 되고 그런 모습을 보고 딸은 엄마가 부끄러우면서도 왜 도망치지 않냐고 화내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지더라 그걸 또 듣는 델리아의 마음은 어떻겠어....그리고 부잣집이던 가난한 집이던 여자들은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그냥 어떤 유용한 기계처럼 느껴졌음 심지어 남자들은 여자처럼 똑똑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하는데 임금은 더 많이 받아가고 폭력을 일삼음 그런데도 영화에서 여자들은 "우리 남편이 오면 너 맞을 수 있어" 이런식으로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거 보면서 "노예는 그 삶에 익숙해지다보면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서로 자랑하기 시작한다"라는 어떤 글이 떠올랐음 지금도 남미새기혼줌들은 가부장제의 노역자임과 동시에 자신의 남편과 남친이 어떤지 자랑하기 바쁘잖아

암튼 이 영화가 정말 잘만든 영화라고 느껴졌던 점은 이런 이야기들을 적당한 우울과 적당한 웃음으로 풀어냈기 때문이었음 여자는 어떤 성별과 다르게 유쾌한거 알잖아 예를 들면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 춤을 가미하거나 델리아가 친구와 시아버지를 욕하는 장면 등 여러 부분에서 영화를 좀 더 가볍게 만들어주는 장치가 있었음 이게 자칫하면 피해자에 대한 조롱으로 그려질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가부장제의 여성억압과 폭력 문제를 유쾌하게 다루고 자칫 우울해질 수도 있는 영화를 적당한 온도로 만들어서 오히려 다 보고 난 후에는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다는 선언을 할 수 있게 용기를 불어넣어준거 같음

ㄱㅅㅍㅈㅇ
특히 결말이 정말 좋았는데 영화에서 내내 델리아가 남편에게서 도망쳐서 결혼하기 전에 잠깐 만났던 남자와 사랑의 도피하려는 것처럼 암시함 그런데 영화 마지막에 가서야 알게되는 건 델리아가 또 다른 남자에게 의지해서 도망치려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삶을 쟁취하기 위해 투표소에 다다르는 것이었음 결말보고 어머니의땅을 찾아 떠났지만 다시 돌아와 억압했던 체제를 무너뜨리고 혁명의 물결을 이뤄냈던 매맥 퓨리오사도 생각났음 암튼애니웨이 투표하고 나와서 딸을 향해 웃어보이던 델리아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엄마를 애증했던 딸도 족쇄에 매여있던 델리아도 그렇게 자유로워 보일 수 없었음

영화 제목 진짜 잘 지었다고 생각한게 우리의 싸움은 아주 긴 전쟁이고 길어질수록 피곤하거나 지치기 마련임 또 내가 이런일을 해봤자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싶고...그런데 계속 싸워오다 보니 딥페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의결이 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내일이 있고 그 내일엔 우리가 반드시 승리한다고 말해주는 영화였음 영화 진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