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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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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ㅇ





1. 

"테세우스! 빨리 안 나오면 늦는다!"


테세우스는 친구의 부름에 급하게 겉옷을 챙기고 제 지팡이를 바지 뒷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늦고 싶지 않았다. 그야 오늘은 다름 아닌 호그스미드를 방문할 수 있는 주말이었으니까.


재생다운로드테세우스 (17).gif

"지금 가!"


다급하게 외친 테세우스가 이내 문을 박차고 나갔다.



2.

호그스미드 방문일은 언제나와 같이 설레는 날이었다. 마법사들만 살아서 딱히 자신이 마법사임을 숨길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학교를 합법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비록 그래봐야 그 거리가 학교에서 충분히 걸어서 갈 거리였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있는 가게도 그리 많지 않았다. 호그스미드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기에 웬만한 가게는 호그스미드 첫 방문 해였던 3학년 때 웬만한 곳은 다 들러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미 7학년에 접어든 테세우스에게 있어서 익숙하기 그지 없는 동네였다.

그럼에도 설레임은 여전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테세우스는 제 발걸음을 조금 더 빨리 굴렸다.



3.

"어디부터 갈거야?"
"깃펜 가게 좀 들르자. 잉크랑 깃펜이 다 떨어졌어."
"엑, 난 필요 없는데. 그럼 그거 사고 스리 브룸스틱스로 와."


깃펜을 사러 가자는 테세우스의 말에 그의 친구가 인상을 조금 찡그렸다. 그리고 이내 테세우스는 제 친구의 행동의 의미를 이해했다. 깃펜 가게에는 고양이가 많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신비한 동물 가게도 아닌 그곳에는 항상 고양이가 많았다. 그리고 테세우스의 친구는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었다.

그것을 기억해 낸 테세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적당히 손을 흔들고 헤어졌다. 뭐, 이제 막 호그스미드를 처음 와 본 3학년들마냥 친구와 같이 모든 가게들을 들쑤시고 다닐 나이는 진작에 지났으니 말이다.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테세우도, 그의 친구도, 별로 미련이 없었다.



4.

"악!"


깃펜 가게에 도착해, 아무 생각 없이 문을 확 열던 테세우스의 손을 중간에 멈춘 것은 다름 아닌 문이 어딘가에 부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들려온 누군가의 고통에 가득찬 목소리였다.


"죄송합니다!"


테세우스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빠르게 사과를 했다. 제가 문으로 친 사람이 누구인지, 얼마나 다친 것인지 확인하기도 전이었다.

으으... 테세우스의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제 이마를 손으로 감싼 채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테세우스는 안절부절 못 했다. 설마 많이 다쳤나? 가까운 병원이 어디더라, 따위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했다.


"괜찮으세요...?"
"...네..."


전혀 괜찮지 않아보이는 목소리로 남자가 답했다. 그런 남자의 대답에 테세우스는 제 고개를 남자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했다. 혹시라도 어디 코뼈라도 부러진 게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어?"


그리고 다시 한 번 앞에 선 남자에게 괜찮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테세우스의 입에서는 조금 멍청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금발에 벽안. 자신보다 조금 더 작은 키.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 테세우스는 제 앞의 남자를 알고 있었다.


"...오스틴?"


IMG_9881.jpeg

그리고 그 이름을 테세우스가 제 입에 담은 순간, 잊고 있던 기억들이 물밀듯이 쏟아져나왔다.



5.

"그 이름을 어떻게..."


테세우스의 질문에 남자, 그러니까 오스틴이 인상을 찌푸리며 질문했다.

테세우스는 어떤 말을 해야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꽉 닫혀있던 뚜껑이라도 열어버린 듯, 꾹꾹 눌러 감춰두었던 기억이 갑작스럽게 제 머리를 너무도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번 생이 아닌 지난 생의 삶. 마을 끝에 위치한 오두막에 살던 오스틴. 그 마을의 인원이었지만 오스틴과 크게 다를 것 없던 취급을 받던 마을의 고아 칼럼. 그리고 마을의 흉년 탓에 죽임을 당했던 과거까지.

테세우스는 아파오는 제 머리를 부여잡았다. 현실같지 않았다. 평생을 자신의 이름은 테세우스 스캐맨더이며 마법사 가문의 장남으로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이런 과거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뭐가 됐든 일단 테세우스는 제 앞의 남자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 손으로는 제 머리를 부여잡으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남자의 소매를 꽉 쥔 채로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남자에게 말했다.


"오스틴 맞지? 오스틴 버틀러."


그리고 그 이름을 제대로 입에 담는 순간, 남자의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



6.

"세바스찬, 괜찮아?"


대답이 흘러나온 것은 오스틴의 입이 아니었다. 가게 안쪽에서 천천히 걸어나온 깃펜 가게의 주인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오스틴과 테세우스를 한 번 보더니 이내 다가온 것이었다.

가게 주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테세우스가 아는 이름이 아니었다. '오스틴'이 아닌 '세바스찬'이라는 이름으로 오스틴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쩐지 친해보이는 듯한 둘의 관계에 테세우스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어... 괜찮아. 소란 일으켜서 미안."
"소란은 무슨. 혹시 도움 필요하면 말해."
"...그래."


오스틴, 아니 세바스찬은 여전히 테세우스의 손을 뿌리치지 않은 채로 가게 주인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일단 우리는 나가서 이야기 할까요?"


세바스찬이 조심스럽게 테세우스에게 말했다.

테세우스는 딱히 거절하지 않았다. 세바스찬의 손이 이끄는대로, 일단은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7.

세바스찬이 이끄는대로 따라 온 곳은 다름 아닌 호그스 헤드였다. 사람도 적고, 호그와트 학생들이라고는 더더욱 보이지 않았던 곳이었기에 오히려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대충 진저비어를 두 개 시킨 세바스찬이 테세우스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한 번 쉬며 제 앞머리를 쓸어올렸다. 


"오스틴 버틀러 맞지?"


먼저 입을 연 것은 세바스찬이 아닌 테세우스였다. 원래는 세바스찬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했지만 테세우스의 인내심이 바닥이 난 탓이었다. 뭐라도 해석을 들어야 했다. 갑작스럽게 밀려온 옛 기억, 전생. 그리고 서로 다른 이름과 다른 세계에서 다시 만난 테세우스와 세바스찬, 아니 칼럼과 오스틴까지.

테세우스의 질문에 세바스찬은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뭔데."


세바스찬의 질문을 테세우스는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테세우스를 떠보는 것도 같았다. 지금 그가 제게 물어보는 저 '이름'이 과연 지금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인지, 아니면 전생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결국 잠시 침묵을 지키던 테세우스가 대답했다.


"지금은 테세우스 스캐맨더. 예전에는 칼럼 터너."


그리고 테세우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두 가지 다른 이름, 하지만 둘 다 그를 지칭하는 이름들을 듣자 세바스찬이 마른세수를 했다.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어?"


드디어 뭔가 테세우스가 원하는 대화를 할 것 같은 기세였다.



8.

테세우스는 제가 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래봤자 그에게 있어 전생은 하나 뿐이었으니, 별로 긴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작은 마을, 마법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으면서도 마을 끝에 위치한 오두막에 숨어 사는 청년보고 마녀라고 불렀던 그 이상한 마을. 

세바스찬은 테세우스가 말을 하는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상만 조금 찌푸린채로 그의 말을 가만히 경청하더니 테세우스의 말이 끝났을 때 진저비어로 제 입을 한 번 축였다.


"그러니까 넌 이게 두번째 삶이라는거지?"
"응."


테세우스가 바로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세바스찬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했다.


"난 이게 몇 번째인지 세지도 못 해."
"뭐?"



9.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어. 나는 죽으면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이름을 얻고. 이번 생에서는 세바스찬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어."


담담하게 이어지는 세바스찬의 말에 테세우스는 이해할 듯,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이유는 알 수 없어. 그냥, 그냥 이렇게 태어났어. 어떤 이유로든 죽으면 다시 태어나지."


세바스찬이 고개를 조금 숙였다. 


"너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것도... 어쩌면 내 탓일 수도 있어."
"..."
"지금까지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너만큼 가깝게 지낸 인간도 없었거든."



10.



"어쩌면 마녀가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말을 하는 세바스찬의 입가에 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제 말을 마무리 지은 세바스찬이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테세우스의 앞에 놓여있던 진저비어는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채였다.


"그러니까 적당히 거리를 두자.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다음에는 마주쳐도 서로 모른 척 지나가자."



11.




"싫어."


테세우스의 단호한 말에 세바스찬의 발걸음이 뚝 멈추었다.


"내가 이렇게 삶을 반복하는 게 네 탓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뭐?"
"그리고 난 이게 싫다고 한 적도 없어."
"..."
"다음에 봐도 난 널 오늘처럼 붙잡고 인사를 할거야."


그때 너는 나를 편하게 불러주면 돼. 칼럼이든 테세우스든, 어떤 걸로 나를 부르든 나는 너에게 있어 같은 사람이니까.









칼럼오틴버 칼틴버 테세우스세바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