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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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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갈거야."
"나도 사랑해, 자기야."

장난스럽게 받아치던 웨이드는 이제야 입력된 그 한마디에 정신이 아득해져. 이사? 왜? 잘난 입은 이럴땐 왜 말을 잊는지, 갑자기 이러는게 어딨냐는 원망도 삼키고 떠나지 말아 달라는 애원도 삼키지. 그런 주제에 겨우 내뱉는 말이라는 건 이 모양이라.

"어, 언제?"
"내일."
"아."

아? 아아? 하지만, 내가 내 입을 찢어버린들 널 막을 말을 꺼낼 수 있을까? 행복은 원래 불안한 거잖아. 걘 변덕도 심해서 줬다가도 뺐고 내 착각을 비웃으며 날 조롱하거든. 꼭 지금처럼.



[ 이게 네 거라고 생각했다고? ]

워워, 그 손은 좀 떼지 그래?

[ 부탁하는 거야? ]

그래, 부탁하는 거야. 부탁인데, 걘 좀 내버려둬. 넌 씨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몰라? 부탁이니까 입 좀 닥치고 곱게 적선이나 해.

[ 네가 신을 믿는다고? ]

어제 내가 쓰레기를 하나 처리했는데 그런 쓰레기도 죽을 때가 되니까 신을 찾더라. 죽기가 싫었는지 떨어질 지옥이 뜨거웠는지 내가 알게 뭐야. 그런 쓰레기도 갖다 쓰는데, 어차피 말도 더럽게 안 들어쳐먹는 새끼잖아. 씨발, 네가 무급으로 부려먹은 노예 정도는 좀 챙겨줘도 되는 거 아냐? 내 말 들리냐, 이 생각 없는 새끼야?

[ 재미 없어졌다, 너? ]

...네 재미를 위해 걘 그냥 보내줄거야.





무슨 씨발, 짐도 없냐고. 조촐한 짐가방 하나를 질질 끄는 로건이 입에 써. 이러면 그 생각 없는 새끼랑 내가 다를게 뭐야? 이것도 저것도, 좋아하는 건 더 많이 떠안기고 싫다고 해도 더 많이 떠안겨 줄걸.

"안 가냐?"
"어?"
"안 가냐고."
"나? 나도?"

미친놈을 보듯 하는 로건을 보면 이제 입은 제 손으로 찢는 게 아니라 행복하면 혼자서도 잘도 찢어진다는 걸 깨닫게 되지. 그 조촐한 짐가방을 세상 무겁게 들어주며 걸음을 옮기면 네 등뒤로 손을 흔들어 주는 이가 있어.



[ 넌 이제 재미도 없다니까. ]





풀버린 덷풀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