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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8 21:50
45.

“그러니까 노엘의 독점욕이 문제라면-”

맥주캔을 자꾸만 손으로 긁어내리던 허니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도 한참을 머뭇대던 입술이 다시 열리고 내놓은 방안은 이런 것이었다.

“연애를 좀 해보시면 어떨까요?”

굉장히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듯 허니가 조심스레 눈을 맞춰왔다. 노엘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뭐?”

“노엘이 나를 독점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면 관심을 좀 돌릴 상대를 찾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아요?”

“당연히 안되지.”

“왜요?”

노엘은 미간을 찡그렸다. 왜냐고? 그야 당연히, …왜지? 입 안에서 얼음을 굴리며 머리를 같이 굴리던 노엘이 얼음을 와그작 깨물었다.

“네가 나 없이 빌빌대고 있을 때, 내가 널 모를 때 난 연애도 하고 별 거 다 하고 다녔다고. 그때도 효과 없었잖아.”

허니는 납득을 하는 눈치로 아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46.

-요즘 앨범 작업을 쉬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휴식기인가요?
: 글쎄, 곡을 만드는 데 따로 휴식기를 두지는 않아. 곡은 어디서든 쓸 수 있는 거고. 기타 하나만 있어도 되니까 방에서도 얼마든지 끄적일 수 있잖아? 그런 건 계속 하고 있어.


-무엇에 대한 노래인가요?
: 음. 어, 관계에 대한 거지. 영원함, 혹은 진실성 같은 것 말이야. 모르겠어,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아무튼, 요즘엔 그런 생각을 많이 해.


-이전과 다르게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
: 그런가? 그럴지도. 요즘 새치가 더 많아진 기분이라고. 그래도 빠지지 않는 게 다행이지. 잘 먹고 다니거든, 머리 빠질까봐.


-락스타가 아닌 노엘 갤러거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 그래도 노래는 하고 있을 거 같은데, 어디 구석에 처박혀서라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무슨 일이라도 하고 있겠지? 그래도 결국엔 유명해지지 않았겠어? 그러니까 내 곡들은, 어디 처박혀있기엔 빛날테니까.


-평범한 삶을 동경하지는 않나봐요.
: 그건 락스타의 삶을 살아보지 않은 인간들의 망상일 뿐이지. 다만, 내 시야가 좀 더 넓었다면, 하는 후회는 조금 남아.


-시야요?
: 다른 분야라든지, 다른 사회 문제라든지, 아무튼 남들한테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을 걸. 조금 더 빨리 말이야.


-오, 더 듣고 싶은데요. 혹시 요즘 가이딩 센터에 드나드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 아니, 없어.








47.

“노엘, 요즘에 나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허니는 손에 든 잡지를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응.”

“죄송해요, 혹시, 음, 제가 일단 이 집에서라도 나가면 좀 나아질까요?”

노엘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아니, 오히려 반대지.”

허니는 정말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놀려도 할 말 없지만 오늘은 물어봐야겠어요. 혹시 저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그래.”

“오,”

“….”

“하지만 난 어린 애라면서요.”

“사회에 찌든 직장인이라며, 하지만 괜찮은 공격이었어. 그 말은 좀 걸리네.”

“….”

“내가 하자 있는 가이드라, 너를 그렇게 만들어놓고서도 옆에 두고 싶어하는 게 고민이야. 네가 날 벗어나려고 하는 게 고민이고, 내가 그딴 인터뷰를 하지 않고, 내가 돈으로 내 일을 떠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내 후회고. 혹시 질문이 더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