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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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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ㅈㅈㅇ
*1편과 같은 시간대

환상처럼 달콤하고 사랑스럽던 그 날은 꿈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바빠진 닉 리버스의 일정으로 약속한 날조차 제대로 시간을 낼 수 없는 나날이었지만 두 사람의 사정을 모르는 매니저의 간절한 요청으로 닉 리버스 단기스태프로 불려와 덩달아 바쁜 일정을 소화해내며 약속의 날보다 더 자주 닉 리버스를 보는 스테판이었다. 무대 뒤 편 어둠 속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던 스테판은 눈꺼풀 위로 번쩍이는 점멸과 함께 환한 웃음소리에 눈을 떴다. 무대 위의 화려한 조명 아래 눈이 아플정도로 반짝거리는 태양이 있었다.
떳떳이 쳐다볼 수 없도록 눈이 멀 것 같은 강렬한 광선으로 우러러 보게끔 만드는 푸른 하늘의 타오르는 태양이 아닌, 누구든 자신의 포로로 만드는 마성의 미소로, 그의 손짓 하나에 열광하게 만드는 지나칠 정도의 오만하지만 그게 너무 당연해서 그를 열렬히 사모할 수밖에 없는 바라보기를 허락하지만 잡을 수 없는 태양.
닉 리버스는 그런 사람이다.
스테판은 그날 밤에 완전히 사로잡힌 걸지도 모르겠다고, 하지만 저 태양은 스테판의 마음속에 숨겨놓은 태양으로 간직하기로 마음먹었다. 녹안 너머로 보이는 닉 리버스를 바라보며 스테판은 그를 향해 손을 뻗어보려다 금세 거둬들였다.





“이 멍청한 자식! 왜 빙글빙글 돌고 있어?”

“죄송합니다.”

“그것도 수비라고 하고 있어? 작전이 이해가 안가면 그 잘난 대갈통에 새겨 넣어! 이딴 식으로 하면 주전 자리는 다시 스테판에게 가게 될 거다. 덩치가 아까운 이 머저리 마크!!”

스테판은 뛰어난 판단력과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미식축구 선수 치고는 작은 체구에 피지컬이 떨어지는 편이라 같은 같은 포지션의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지고 있는 마크에게 주전 자리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주전에서 밀려나자마자 미식축구를 그만 두고 원하던 전공 수업에 매진하고 싶었지만 이번 학기동안만 부에 남아 훈련을 받는다면 약간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스테판의 재능을 아까워 한)감독의 간절한 부탁으로 훈련을 돕고 있는 속사정이 있는 스테판이었다. 전액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Cal Poly - SLO에 입학했는데 1년도 못되어 일이 틀어진 스테판이 국가건축인증을 위해 남들보다 1년 더, 5년동안 대학생활을 해야 하기에 감독이 제시한 장학금을 도저히 거절 할수가 없었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1년도 채 안되서 모두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오늘도 참 고맙네, 스테판. 네 덕에 감독님에게 좋은 소리도 듣고 말이지.”

라커룸으로 질겅질겅 껌을 씹으며 걸어오는 마크 패거리에게 스테판은 순식간에 둘러싸이게 되어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워낙 잘난 집안의 자식이라 스테판을 도와줄 동료도 없었고, 유난히 감독의 질책을 받는 날에는 마크는 분풀이를 하곤 했다. 어차피 스테판의 피지컬로는 주전 자리를 다시 꿰찰 수가 없건만 단순한 마크의 사고는 거기까지 닿지 않아서 문제였다.

“스테판 넌 그 눈이 항상 거슬려! 재수 없는 가난뱅이가.”

패거리에게 양팔을 붙잡혀 꼼짝도 할 수 없는 스테판의 복부를 미식축구화를 신은 그대로 발로 쳐대는 바람에 무릎이 꺾일 것만 같았다. 덩치도 상대적으로 차이가 나고 무식하게 힘만 세다는 평가를 받는 마크가 사정없이 차는 바람에 허리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이대로 눈을 감고 주저앉아버린다면 마크에게 앞으로도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길 것이 자명한 일이라 억지로 자신을 추스르며 고개를 들어 노려봤다.

“후보면 후보답게 있으라고.”

“……….이 개 자…식…”

“언제쯤 꺼져 줄 건데? 제발 좀 그만둬줘라, 응?”

마크는 한마디씩 할 때마다 사정없이 얼굴을 쳐댔고 턱이 떨어져나갈 것 같은 고통에 덜덜 떨려왔다. 목안에서 올라오는 구토감에 괴로워서 쿨럭이자 토해져 나온 것은 검붉은 핏덩이, 자꾸만 주저앉으려는 무릎에 힘을 주며 비틀거리며 일어서며 잡혔던 양손을 풀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발로 차이고 팔을 꺾이고 무차별 주먹세례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스테판은 끝까지 마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 앞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꼴을 보인다면 고향에서 벗어나 이곳까지 오기까지의 10여년의 노력이 아무 것도 아니게 된다는 생각에 스테판은 바닥에 쓸려서 너덜거리는 양손의 주먹을 꽉 쥐고는 노려보았다. 하지만 눈가가 찢어진 건지 핏빛으로 앞이 희미하게만 보였다.

“정말 이 새끼 눈은 재수가 없어!!”

마크는 그렇게 참을 수 없다고 소리치며 스테판의 머리카락을 휘어잡고는 몇 번을 흔들더니 라커를 향해 던지다시피 하며 발길질로 차댔다. 라커에 머리가 처박히며 잠시 눈앞이 캄캄하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참 뒤에 정신이 들었다. 피비린내를 맡으면서 서서히 정신이 들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게 고통일 정도로 온 몸이 가루가 돼버릴 것 같이 아파왔다.

‘아파’

말로 내뱉으면 분명히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 찢어질 것 같은 몸을 달래며 아프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억지로 삼키며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지―잉하고 머릿속을 울리는 어지러움에 라커에 몸을 기대어 진정될 때까지 서 있었다. 흔들리는 머리를 진정시키며 심호흡을 내뱉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괜찮아. 괜찮아. 스테판”

스스로 위로하며 억지로 아픔으로 참고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길이 편치 않더라도 지금 스테판이 서 있는 곳보다는 낫지 않을까 위안을 삼으며 몇 번이고 눈을 깜박이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천천히 걸어갔다.

“스테판 얼굴이 엉망이잖아!!”

“그 마크 새끼가 또!!!”

대학에서 알게 되어 제법 친하게 지내는 찰스와 마이클이 다음날 강의실에서 만난 스테판의 몰골을 보고 길길이 뛰기 시작했다. 해열제를 먹이고 간단하게나마 치료를 해주면서 감독한테 왜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 답답해했지만 스테판은 그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있는 평화로운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길 바라고 있지만 요즘 들어 마음이 어지러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스테판, 눈에 먼지라도 들어갔어? 불어줘?”

“응? 마이클 뭐라고?”

“눈을 자꾸 깜박거리잖아. 뭐라도 들어간 건가 해서…”

“아…아냐.”

열 때문인지 눈앞이 흐려져서 몇 번이고 눈을 비벼보지만 찰스와 마이클의 모습이 뿌옇게 흐려진 채 보였다.



오늘은 닉 리버스와 약속한 금요일이었지만 스테판은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이틀 전 마크의 일로 쉽게 회복되지 않은 컨디션과 눈에 보이는 상처도 신경이 쓰이는 건 둘째 치고 이런 좋지 않은 모습을 닉 리버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은연중에 미식축구를 그만두길 바라며 의심하는 형국인데 이 이상 거리가 좁혀지길 바라지 않았다. 태양 같은 사람 앞에 너무 초라해지잖아.

- 용건을 남겨주세요. 삐-------

-Mr. 리버스, 스테판 조르제비치입니다. 오늘은 제가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가지 못할 것 같아서 갑작스러운 연락이라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처음으로 계약을 지키지 못한 스테판은 밤새 고열에 쉬어버린 목소리를 겨우 가다듬고 자동응답기에 메시지를 남기고 잠이 들었다.





“여기 오는 건 계약위반 아닌가요?”

“.............”

“ 닉 리버스씨 , 더구나 오늘은 만나는 날도 아니잖아요.”

“그렇죠. 만나는 날은 아니지만 어제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건 어떻게 설명할건가요?”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갑자기 여기 오면 어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에요?"

처음으로 스테판이 약속을 어긴 일로 자존심이 상한 탓인지 토요일 갑작스럽게 집으로 찾아온 닉 리버스때문에 스테판은 머리속이 하얗게 되었다. 스테판의 집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도 따지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자신이 알고 싶다면 어떻게서든 알아낼 사람이니까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결코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테판의 퍼스널 스페이스를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저 오만함에 좀 울고 싶어졌다. 원하는 것은 가지고야마는 집요한 성향이야 일찌감치 계약서를 내밀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고작 하루 계약 위반정도를 너그럽게 받아주지 못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스테판의 집안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차가운 회색 눈동자에는 소유욕이 서려있었다. 스테판의 상처를 구석구석 살피던 닉 리버스의 눈길은 마치 자신의 물건의 흠집을 살피는 것처럼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아무 것도 묻지 않아서 오히려 더 긴장이 되었다. 뿌리칠 수 없는 완력으로 닉 리버스의 펜트하우스에 도착하고 욕실에 처박혔다.

“닉 리버스씨!”

“입 다물어, 스테판.”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던 닉 리버스의 거칠고 상스러운 욕설에 놀라 멈칫거리는 스테판의 옷을 탐탁지 않은 손길로 벗기며 고개 짓으로 욕조에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스테판은 익숙하지만 한 번도 써 본적 없는 커다란 욕조에 몸을 담그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닉을 불안한 듯 쳐다보며 불편하게 몸을 구부렸다. 안절부절하며 이로 손톱을 뜯고 있는 스테판에게 닉은 그냥 편하게 욕조에 기대고 있으라며 다시금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고는 욕조에 걸터앉았다.

“리버스씨?"

스테판의 머리카락에 조심스럽게 쏟아진 물.
뜻밖의 닉의 행동에 당황한 스테판은 다시금 몸을 긴장시키고는 버둥거리며 욕조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깨를 강하게 내리누르는 닉에게 저지를 당했다.

“고약한 땀 냄새가 나요.”

밤새 열로 인한 식은땀에 젖은 스테판은 노골적인 그의 말에 수치스러워져 강압적인 닉의 행동에 맞추기로 했다. 하얗게 일어나는 거품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퍼져나가고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에 자연스레 눈을 감은 스테판의 굳은 입가가 서서히 풀렸다.
오래 전의 일이라 잊고 있었던 감각이 되살아났다.10년의 노력이 산산이 부서져 미식축구부에서 쫓겨나고 모든 대학에서 거절당했을 때 막막함과 절망감, 아버지와 형이 실망할 일과 부끄러움, 이것밖에 되지 않았나 그런 실망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아버지의 넓은 품에서 위로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과 위로가 담긴 손길이 생각났다. 좌절감과 슬픔에 잠겨 막막한 미래에 눈앞이 캄캄했던 날 안심시켜주던 상냥한 그 시간이 생각이 났다. 어째서 닉 리버스의 손길이 닮은 걸까?

"스테판 자요? “

아름답고 달콤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부드러운 손길이 지난밤의 고통을 앗아가고 곤한 잠을 불러오고. 스테판은 오늘만 닉 리버스의 변덕스러운 다정함에 기대어본다.







아이스매브 크오
닉스테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