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7366319
view 398
2024.10.07 20:25
노잼주의 경찰모름주의





그 남자, 두청의 사정

루 경위는 서장과 할 이야기가 있다며 션이를 손을 잡아 끌었다.
두청의 시선이 두 사람의 손으로 옮겨갔고 다시 또 입매가 딱딱히 굳었다.

두청은 내내 서장실을 힐끔거렸다.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한참동안 서장실에 있던 두 사람은 나오자마자 곧바로 션이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 션이씨 복귀 했네요? 이제 루 경위님 또 자주 보이겠네. ”
리한이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 자주 보이겠다는 게 무슨 말이야? ”
두청의 물음에 리한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 팀장님 모르셨어요? M 사건 이후 루 경위님 되게 자주 왔었는데. 탕비실 간식거리들 거의 루 경위님이 사다 주신거에요. 물론 우리 사준건 아니고 션이씨 사다준거지만. ”

리한은 아차-하는 마음으로 두청을 힐끔 쳐다봤다. 두청이 빡쳤을 때 나오는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리한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한참을 406호에 있던 루 경위가 쾌남 미소를 지으며 베이장 경찰서의 형사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두청은 짜증이나 나 보던 파일을 집어던지고 자기 사무실로 들어가 한참을 서성이다가 서장실로 향했다.

“ 루 경위는 왜 온거예요? ”
“ 두 팀장, 노크를 하면 손목이 부러져? ”
“ 본청 사람이 왜 자꾸 베이장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리냐고요. ”

장 서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져었다.
“ 이번 연쇄 방화 사건에서 션이가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나봐. 그래서 경찰청장님도 칭찬이 자자했고. 그래서 형사로써의 션이의 활약도 기대되지만, 후학을 양성하는데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했대. ”

“ 그래서요? ”
“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경찰대학 강의를 늘리고 여기 일은 자문식으로 하면 어떻겠냐거지. ”
“ 션이는요? 션이는 뭐래요? 그러겠대요? ”
똑똑 -
“ 서장님, 상허 경찰서 방문 일정 맞추시려면 지금 나가셔야해요. ”
장 서장이 몸을 일으켰다.
“ 궁금하면 션이한테 물어봐. 난 이제 나가봐야 하니까. ”

두청이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보기 겁이 났다.
만약 그가 수락했다면? 이제 경찰서에서도 자주 보지 못하는거라면? 이렇게 멀어지게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미치자 가슴을 옥죄이는 통증에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어색해진 두 사람의 관계에 두청의 일상은 엉망이 되었다.

두청은 퇴근시간이 되자 션이의 사무실이 보이는 곳에 죽치고 앉아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평소처럼 태워다주면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션이가 사무실 문을 닫고 나오는게 보였다.
자연스럽게 태워다주겠다고 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 먼저 들어가볼게요. ”
“ 아, 가는 길에 내가 태워다- ”
“ 약속이 있어서요. 내일 봬요. ”

복귀 후 션이는 매일 일이 있다며 사라졌다.
두청은 그 일이란게 뭔지, 누구를 만나는건지, 혹시 루 경위를 만나는건지, 머릿 속을 맴도는 온갖 생각들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오랫만에 누나와 술자리를 가졌다.
“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너도 션이씨도. ”
두청은 묵묵무답으로 술만 들이켰다.
“ 아청. ”
두청은 술잔을 입에 털어넣고 멍하니 누나를 쳐다봤다.
“ 무슨 일이야? ”
“ 아무일 없어. ”
또 한잔 마시려는 두청의 손을 잡았다.
“ 아청. ”
“ 응. ”
“ 션이씨랑 무슨 일 있지? ”
두청이 잔을 빙그르 돌렸다.

“ 너희 둘 사귀고 있는거 아니였어? ”
두청이 피식 웃었다.
“ 나도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래. ”
“션이씨가 그래? 둘이 사귀는거 아니라고? ”
두청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너한테 직접 말한거야? ”
“ 들었어. 다른 사람한테 말하는거. ”
“ 그래서? 그럼 이대로 끝인거야? ”
두청이 머리를 감싸고 신음했다.

“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
“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봐. 고백해. ”
“ 걘, 아직도 레이팀장님 일로 나한테 미안해 하는 것 같단말야. 그래서 내가 고백하면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날 거절하지 못할거라고. 그럼 다시 지금과 같은 관계가 되겠지. ”
“ 아청. 넌 옛날부터 관심받고 싶으면 부정적인 방법부터 생각해. 교장선생님의 차를 부순 것처럼. 션이씨한테는 그렇게 하지마.
둘이 제대로 된 대화를 해봐. 션이씨 마음 넘겨짚지 말고. 너도 니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봐. ”




그 남자, 션이의 사정

베이장 경찰서로 복귀하고 나서 보통의 나날이 이어졌다. 남들 보기엔 그랬다.
돌아오기 전 수없이 되내이고 연습했지만 막상 두청의 얼굴을 보자 아무렇지 않을 수 없었다.
두청을 보기만해도 널뛰는 감정이 부끄러워 가급적이면 함께 있는 상황을 피했다.
경찰대학 강의도 늘어나 경찰서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두청을 자주 볼 수 없는게 아쉬웠다.

옛날, 두청에 대한 마음을 깨닿기 전 한동안 다녔던 바에 갔다. 7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바는 아직 운영중이였다. 주인은 바뀐 것 같았지만.

“ 혼자 왔어요? ”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보니 한 남자가 션이를 보며 웃었다.
“ 아.. 네. ”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옆에서 엄청 부스럭거렸는데 쳐다도 안보시고. ”
션이가 푸스스 웃었다.
“ 그냥 이 생각 저 생각이요. ”
“ 애인 생각? ”
션이가 희미하게 웃으며 술잔을 휘휘 돌리다 한번에 들이마셨다.
“ 전 이만 가봐야겠어요. 그럼 이만. ”

일어서는 션이의 손목을 남자가 잡았다.
“ 나 몰라요? ”
남자의 질문에 션이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 진짜 기억 안나나보네. ”
남자가 씁쓸하게 웃었다.
“ 7년 전쯤 우리 여기서 만났었는데. ”
남자의 말에 션이는 눈 앞의 남자를 자세히 훑어봤다.
그래도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커다란 덩치와 짧은 머리를 보니 대충 알 것 같았다. 아마 두청에 대한 마음을 깨닿게 해준 남자들 중 한명인 듯 했다.

“ 네 모르겠어요. ”
션이는 손목을 비틀어 남자의 손을 떼어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은 두청에 묶여있었다.

목적 없이 떠도는 일상이 이어졌다.
어느 날은 술을 마셨고, 어느 날은 멍하니 시내를 돌아다녔다. 또 어느 날은 전시를 보기도 했고.
멀쩡한 정신으로 그 골목 가로등을 지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션이의 애가 탔다.
8년을 좋아했던 짝사랑이니 쉬이 마음이 접어지지 않았다.
심심풀이도 좋고, 잠깐 즐기는 유희거리라도 괜찮다고 말할까. 아니면 좋아한다고 고백해볼까. 하루에도 몇번씩 이랬다저랬다 흔들리는 마음에 갈피를 못잡고 휘청거렸다.

두청의 누나에게서 가끔 전화가 왔다.
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다 전화가 끊긴 적이 여러번이였다.
두 사람 싸웠어요? 근데 아청이랑 상관없이 우리 친구 아니였어요?
섭섭함이 잔뜩 묻어나는 그녀의 문자에 답장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호탕하고 솔직하면서도 다정한 성격을 가진 두청의 누나가 좋았다. 하지만 그녀를 보고 있으면 두청과 닮은 눈매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퇴근 후 루 경위와 만났다.
근처 펍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씩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언젠가부터 루 경위와의 사적인 만남이 늘어났다. 그리고 션이는 곧 불편함을 느꼈다.
“ 이번 주말에 뭐해요? 테니스 칠 줄 알아요? 모르면 내가 가르쳐줄까요? ”
션이가 희미하게 웃었다.
“ 경위님, 경위님은 좋은 사람이고, 저는 경위님 동료로서 좋아해요. 그래서 어색해지는건 싫어요. ”
루 경위가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 션이씨 관찰력은 굉장히 좋은데, 눈치는 좀 없는 듯. 설마 이제 눈치챈거예요? ”
션이가 휘둥그레한 얼굴로 바라봤다.
“ 고백도 못해보고 차였네. 하지만 포기하긴 좀 아쉽다. 첫눈에 반한 사람이니까. ”

경찰대학의 방학이 찾아왔다. 강의가 없으니 대부분의 날을 경찰서로 출근을 했다.
션이는 경찰서 내부가 한눈에 다 보이는 회의실에 앉아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었다.
두청과 리한이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파일 박스를 잔뜩 들고 리한의 키에 맞춰 구부정하게 숙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었다.

두청은 거칠고 무뚝뚝해보이지만 매너가 좋았다.
일할 때의 불도저 같은 모습과 달리 평상 시에는 과하지 않고 티나지는 않은 다정함이 있었다.
자신도 사회생활을 하는 어른이지만 어른의 어른 같은 느낌이였다.

리한과 이야기를 나누던 두청이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지만 두청이 시선을 피했다. 예전에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는데 이제는 외면하는 두청의 눈빛에 션이도 시선을 떨궜다.

몽타주가 필요한 사건이 없어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한가하니까 잡생각이 많아져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제 사건 파일을 가지러 사무실을 나왔다.

“ 뭐야. 두 팀장님, 능력 좋으신데요? ”
“ 유명 모델이잖아. ”
“ 두 사람 다 길쭉길쭉 하니 비주얼 장난 아니네. ”

형사들이 잔뜩 모여있었고 그 중심에는 두청과 키가 크고 스타일이 좋은 여자가 있었다.
션이도 아는 얼굴이였다. 두청과 소개팅을 했던 모델로 그녀의 사진에서 얼굴만 오려낸 사건 때문에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였다.
션이가 걸음을 멈추고 그 두 사람을 바라봤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쌍이였다.
멋지고 다정한 남자와 아름답고 능력있는 여자. 역시 두청에게는 저런 사람이 어울렸다.

장펑이 우연히 시선을 돌렸다가 션이를 발견했다. 리한의 팔을 툭툭치자 리한도 션이를 바라봤다. 어쩐지 안절부절한 표정의 두 사람을 보고는 션이는 조용히 그 곳을 떠났다.





엽죄도감 두청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