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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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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어렸을때부터 암렛과 거의 형제처럼 같이 자랐음. 에릭의 아버지가 병에 걸려 죽자 아직 어렸던 에릭을 대신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족장이 된 암렛의 아버지가 에릭과 어머니를 보살펴 주었다고 들었지. 암렛보다 8살이 많은 에릭은 암렛이 태어나는 것도 지켜보았음. 어린 동생의 탄생에 한참이나 꼬물거리는 작은 입과 손가락, 자기 손에 다 들어갈 것 같은 작은 발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함. 그리고 신이 나서 어머니에게로 뛰어가 볼이 빨개진 채로 그 소식을 알렸을 때, 어머니가 굉장히 슬퍼보였다는 것도. 그 이후로 어머니는 에릭을 더 엄격하게 대했음. 암렛과 함께 숲에서 놀고 돌아와 나무타기를 하다가 떨어져서 둘 다 다쳐왔을 때 나서서 어린 동생이자 부족의 후계자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에릭을 다그쳤음. 커가면서 어린 암렛은 에릭을 친형처럼 따랐지만 에릭은 암렛을 친동생처럼 마냥 편하게 대할수만은 없었겠지. 원래 족장이었던 에릭의 아버지의 아들인 에릭이, 현 족장인 암렛의 아버지와 암렛에게 위협이 된다고 수군거리는 무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음. 그 묘하게 질타 어린 시선을 아직 어렸던 에릭도 다 느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점점 커가면서 어머니가 먼저 나서서 에릭을 혼내는것도 괜히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지 않게 있는듯 없는듯 눈치보며 사는 것도 다 사람들의 그런 말들 때문이라는걸 에릭은 알게 되었음. 


에릭은 똑똑했고 부족의 전통인 사냥에도 뛰어났지만 그걸 굳이 드러내지 않는 법부터 배웠겠지. 함께 사냥을 나가서 선생님에게 처음 칭찬을 들었을 때 두근거리며 칭찬받은걸 자랑하는 에릭에게 어머니는 화를 내었음. 사람들의 눈에 띄지 말라고. 그 잘난 능력이 언젠가 너를 죽이게 될 거라고. 그 이후로 에릭은 절대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뭐든지 적당히 했음. 공부도 사냥도 친구를 사귀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리고 2차 성장 후 알파가 되고 어른이 될수록 일부러 한량처럼 굴면서 오메가한테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 가벼운 이미지를 만들었음. 그러자 점차 에릭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졌지. '에릭? 그 오메가라면 죽고 못사는 난봉꾼?' 하고 혀를 쯧쯧 참과 동시에 에릭과 어머니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전보다 유해진게 아이러니했음. 에릭은 그런 사람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웃으며 적당히 감정을 꾸며내고 능글맞게 구는데에 익숙해졌겠지. 하지만 그 반대로 자기 울타리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더 진심을 다해 대했음. 특히 형- 하고 자신을 잘 따르는 암렛을 대하는건 여전히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암렛과 잘 놀아주고 둘만 있을 땐 자신이 알고 있는걸 숨김 없이 가르쳐주었음. "형은 모르는게 없어!" 하고 감탄하는 암렛 앞에서만은 에릭은 진짜로 웃을 수 있었을듯. 


그러다 에릭이 성인이 되기 몇개월 전 에릭의 어머니가 병에 걸려 크게 아팠음. 에릭은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지. 한편으로 절실하기도 했음 이제 나에게 남은 가족은 어머니밖에 없으니까. 밤을 새서 어머니를 간호하던 에릭이 잠깐 이마에 올릴 물수건을 갈러 갔을 때 누군가 찾아온 듯 했음. 그리고 열려진 문틈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로 에릭은 감당하지 못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을듯. 아버지의 동생인줄 알았던 암렛의 아버지가 사실은 에릭의 진짜 아버지였다는 것을. 옛날 사랑 이야기에서 나올법한 뻔한 신파였음. 형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동생 그리고 병에 걸려 동생과 아내의 외도를 묵인했던 형. 형이 죽게 되자 새로 족장이 되면서 부족의 전통에 따라 다른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동생과 그걸 옆에서 지켜봐야했던 형의 아내.. 그 이후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며 현재의 아내와 아들을 사랑한 족장과 에릭을 위해 살아남는데만 집중했던 어머니 그리고 철저하게 서로를 외면했던 둘이 한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게 되어서야 꺼내보는 진심을.


에릭이 워낙 어렸을때라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항상 아파서 누워 있었던 아버지의 손을 꼭 잡으면 "우리 아들"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오던 따스한 손길을 기억하는 에릭은 충격과 배신감에 휩싸였음. 어머니의 장례를 묵묵하게 치루고 난 며칠 뒤 에릭이 말도 없이 사라졌을 때, 다들 혼자서 성인식을 치르러 갔거니 했지만 에릭은 돌아오지 않았음. 아니 돌아올 수 없었겠지. 더이상 전과 같이 암렛과 그의 아버지를 대하며 지낼 수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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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떠난 에릭은 온갖 궂은 일을 다했음. 이제 막 성인이 된 에릭은 조그마한 마을 안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일에 서툴었겠지. 마을에서는 그래도 부족장인 암렛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보호하에 한량처럼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몸으로 하는 일은 고작 사냥 정도였던 에릭이 처음 뱃일을 하게 되었을 땐 온몸이 너무 아파서 잠이 들지 못하는 경험을 처음으로 해봤을듯. 그렇게 밑바닥부터 몸으로 부딪힌 에릭은 점차 거친 일에 익숙해졌겠지. 그리고 아무도 자기를 모르고 서로 스쳐지나가며 적당히 무관심한 그 세계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을 것 같다. 과거의 일들이 불쑥 떠오를 때면 가슴 속 깊숙히 어떤 감정이 치솟아 오르다가도 고된 육체 노동에 눈만 감으면 잠이 드는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모든게 그냥 단순해졌음. 그렇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빅브라더가 사는 지금 마을에 흘러들어 오게 되었을듯. 여기서 우연히 바비라는 사람을 만나 정착하게 되었음.


바비는 마을에서 큰 술집을 하고 있었는데 이웃 마을에 지점도 여러개 가지고 있었음. 오메가로서 이렇게 사업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술집의 규모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비의 장사 수완이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술집이 단순히 술만 파는게 아니라 암암리에 은밀한 일도 위험한 일도 오고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음. 여기서 에릭은 살아남기 위해서 바비가 시키는 여러가지 일들을 하게 되었겠지. 바비는 똑똑하게 말귀를 알아듣고 묵묵하게 일처리를 하고는 그걸 겉으로 뻐기며 드러내지 않는 에릭을 눈여겨 보았음. 그리고 점점 중요한 일들을 맡기게 되었을듯. 바비는 자신처럼 밑바닥에서부터 차근히 올라온 에릭에게 뒷골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려주었음. 술집은 사람들이 모이는만큼 온갖 소문도 함께 모이는 곳이었는데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워 들으면서 정보가 곧 힘이 된다는걸 에릭은 깨달았음. 그리고 바비는 한번 들은 것을 기민하게 기억하는 에릭에게 정보를 이용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려주었겠지. 내가 원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우위에 서는 방법을.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다른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방법도.


에릭은 어렵지 않게 바비가 알려주는 모든것을 익혔음. 어렸을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에는 이미 익숙했기 때문었겠지. 그리고 바비의 또다른 가르침으로 알파로서 자신의 타고난 외모도 능수능란하게 이용하게 되었음. 이것 또한 마을에서부터 워낙 유명한 난봉꾼으로 지내왔기 때문에 ㅋㅋㅋ 어렵지 않았을듯. 바비와 에릭은 함께 지내면서 서로에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건 어떤 애틋한 사랑이라기보다 동지애나 가족애에 더 가까웠을 것 같다. 바비는 두 번의 결혼을 거치며 알파라면 이제 이골이 났다고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전남편들이 찾아올때마다 며칠 동안이나 날이 서서 흔들리는게 에릭의 눈에는 다 보였음. 그리고 자꾸 바비를 따라다니는 순진한듯한 어린 알파한테도 은근 꼼짝을 못했음. 말로는 까칠하게 틱틱대도 헤헤 웃으며 바비 옆에 다가오면 또 아무말도 안하고 곁을 내어주는 바비를 보며 에릭은 사랑에 약한 바비가 안쓰러움과 동시에 더더욱 저렇게 강인한 사람도 흔들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지 않게 되었음. 에릭에게 사랑은 '사람을 무너지고 약하게 만드는 감정,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감정'일 뿐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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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다 에릭은 빅브라더를 소문으로 먼저 알게 되었음. '동생을 따라 배에 올랐다가 사람들을 다 죽이고 혼자 살아돌아온 사악한 마녀' 그리고 바비의 심부름으로 마을에 나갔다가 빅브라더를 발견하게 되었겠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따라붙는 수군거림을 뒤로한채 걸음을 옮기던 빅브라더가 자루에서 감자를 떨어뜨려 자신의 발 앞까지 굴러오자 에릭은 그걸 주워들고 다가갔음. 반쯤은 호기심이었고 반쯤은 자신의 어릴적이 생각나는듯한 광경에 뭔지 모를 동질감이 드는 마음 때문이었음. 어깨를 툭 건드리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깜짝 놀라 돌아보는 빅브라더의 녹색 눈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을때 에릭은 '별로 사악한 마녀로는 보이지 않는데' 하는 정도의 다소 김빠진듯한 감상이 들었음.


그렇게 빅브라더가 마을에 나올 때마다 멀리서 빅브라더를 지켜보게 되었지. 그러다 어느 날은 돌멩이를 맞는 빅브라더를 구해주었고, 어느 날은 자루에 구멍이 뚫려 쩔쩔매는 빅브라더를 도와 빅브라더의 집까지 자루를 들어다 주게 되었고, 어느 순간 빅브라더와 눈인사를 나누게 되고 어느 날은 빅브라더네 집까지 자루를 들어주었다가 빅브라더에게 토마토 스프를 받게 되었음. 토마토 스프를 먹으며 무언가 울컥한 마음이 들었을 때, 그리고 몇 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마을로 나오는 빅브라더의 반경을 서성이며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에릭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듯.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 자신을 뒤흔드는걸 견딜 수 없었음. 그래서 한동안 일에 매달리며 의식적으로 빅브라더라는 존재를 잊으려 했겠지. 빅브라더는 한동안 에릭이 있지는 않을까 마을로 나올때마다 두리번 거렸지만 계속 찾아도 보이지 않는 에릭에 자신이 무슨 말을 듣는지 이제야 알았겠거니 하고 찾는걸 그만두었음. 그래도 그 사건 이후 에스페라 아저씨 말고 처음 말을 걸어주던 사람이었는데 묘하게 에릭의 빈자리가 커서 식량을 아껴먹으며 마을로 오는 주기를 더 늘렸음.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던 녹색의 눈동자가 문득 떠오르던 여러날이 지나고 에릭은 빅브라더의 손을 잡고 나타난 거대한 오렌지 외부인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음. 괜시리 덜컹이는 마음에 자석에 이끌리듯 다시 나간 마을에서 몇 년 동안이나 잊고 있었던 암렛을 다시 마주하게 될지 미처 몰랐겠지. 그리고 빅브라더가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걸 동시에 알게된 것도 에릭의 예상 밖의 일이었음. 빅브라더의 그 애정 어린 눈빛과 미소를 바라보며 에릭은 그제서야 자신이 집을 나온 그 순간부터 찾아 헤매고 있었던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음. 항상 텅 비어 있어서 원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건 에릭의 것이 아닌 암렛을 향한 것이었음. 


그걸 깨닫는 순간 항상 자신이 원했던 모든걸 당연한듯 차지한 암렛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다시 치솟아 올랐음. 부모님의 사랑도, 후계의 자리도,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도, 그리고 에릭이 간절히 찾아 헤맸던 단 한 사람도.

에릭의 마음 속에서 마을을 떠나온 순간 가슴 깊숙히 묻어두었던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들었음. '모든게 원래 내 것이었어' 그리고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에릭은 생각했음. 이번만은 자신의 것이 되었어야 할 것을 다시 되찾아 오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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