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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18:39
동일인물이 되어버리는 게 bgsd
캐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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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이온이 어쩐지 코그 없이도 변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외치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려다가 그만 관절 구동부를 여러군데 삐끗해버린 덕분에 움직이지 못해 3일 동안 자기가 에너존을 먹여가며 관절부에 기름을 칠하고 이리저리 꺾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을 때. 그 어느 날의 저녁. D-16은 오라이온의 몫까지 에너존을 받아와 그들이 머무는 포드의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오, 에너존!"

이런 상황인데도 오라이온은 태평했다. D-16은 그냥 이 녀석 몫의 에너존까지 다 먹어치울까 하다가 그만뒀다. 순진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오라이온을 보자니 어째 그럴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에너존 하나를 들어 오라이온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자. 내가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먹기나 해."
"고마워, 디."

오라이온은 씩 웃더니 입을 벌려 에너존을 앙 베어물었다. 그 입술이 에너존을 들고 있던 자신의 손가락을 스쳤다.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순간 어쩐지 스파크가 뜨거워지는 것 같은 느낌에 D-16은 순간 움찔했다. 갑작스러운 충동이 멋대로 머릿속을 메웠다. 지금 당장 오라이온의 입술을 다 만져보고 싶기도 했고 다시는 닿고 싶지도 않기도 한...

D-16은 후자를 택했다. 그는 남은 에너존을 오라이온의 입 안에 던지듯 쑤셔넣고는 몸을 돌려 자기 몫의 에너존을 우물대며 목이 막힐 것 같다는 불평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럼에도 이상한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손가락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듯해 D-16은 몇 번 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몇 번 그러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D-16은 다시 오라이온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식사는 다 했으니 가볍게 불평을 해주고 다시 오라이온의 몸을 되돌리는 일로 돌아갈 차례였다.

하지만 그의 눈 앞에는 반파되어 망가져가는 오라이온이 있었다. 그의 입술이 뻐끔거리는 듯 했다.

깜박.

그의 눈 앞에는 옵티머스 프라임이 있었다. 기계, 말그대로 기계와도 같은 눈빛을 한 채 프라임이 말했다.

"오라이온 팩스는 죽었다." 



깜박.




그리고 메가트론은 꿈에서 깨어났다.


메가트론은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한참 동안 앉은 채로 멍하니 있었다. 그의 옵틱이 혼란스럽게 깜박였다.

행복한 꿈이었다. 비록 악몽으로 변해버리긴 했지만.

행복했다고? 그럴, 리.

부정할 수 없었다.

오라이온 팩스가 옵티머스가 되기 전까지, 꿈 속에서의 D-16은 행복했다. 그것만큼은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그가 메가트론이 되었다고 해도.

오라이온 팩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아니, 오라이온 팩스가 자신의 옆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행복했던 거다. 그 때는 오라이온의 손을 놓는 것이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끌어올려 어떻게든 자신의 옆에 두었어야 했다. 부서졌던 그는 이번에야말로 자신의 곁에 있을 수 있을 것이었는데. 3일 따위가 아니라 사이클을 넘어서도, 어쩌면 최후까지도. 같이.

그렇다면 그가 옵티머스 프라임이 될 일 따위는 없었을 거였다. 그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서, 똑같은 목소리를 하고서 전혀 닮지 않은 눈빛으로 자신을 부정하고 추방하고 배제하려 드는 일 따위는. 없었을 거였다.

"그래...인정할게 팩스. 내가 틀렸었어."

메가트론은 허공에 속삭였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 따위는 없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는 틀리지 않을게."

아무리 후회한들 시간을 되감을 순 없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죽이는 것. 무덤을 만드는 것.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오라이온 팩스를 추모할 수 있으니까. 그를 망가뜨려, 박제해 곁에 두는 건 어떨까, 살짝 욕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것은 옵티머스 프라임이지, 그가 사랑했던 오라이온 팩스가 아니니까.

메가트론은 포트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옵티머스 프라임은 포트에 앉아 머리를 손으로 감싸쥐고 있었다.

떠오른 것이다. 자신이 오라이온 팩스였다는 것이. 아니, 기억은 원래부터 있었으니 실감했다는 게 맞나?
......어느 쪽이든 심란하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옵티머스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금까지 한숨을 얼마나 내쉬었는지 한번만 더 내쉬었다가는 포트 바닥이 꺼지게 생겼다.

계기는 별 것 아니었다. 오늘따라 잠을 깊게 잤을 뿐이었다. 꿈도 꾼 듯 했다. 무슨 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리고는 일어나서 업무를 보고, 오토봇들의 보고를 듣고, 에너존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가 본 것이다.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스티커를.

디셉티콘이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마크를 심볼로 내세웠지만 메가트로너스 프라임의 인기는 50사이클 넘게 지속되어 왔던 것이라 스티커나 씰 등의 상품은 아직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오토봇의 수장 앞에서 그걸 대놓고 파는 간 큰 상인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운이 안 좋았던 것이다. 프라임을 앞에 둔 상인은 새하얀 얼굴로 악성재고가 너무 남아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고 옆에 있던 아이언하이드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프라임은 괜찮다고 손을 내저으며 남은 스티커들을 모두 살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D-16이 보면 좋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다 공짜로 드려야지요!!

돈을 내려고 했지만 상인의 끈질긴 부탁으로 (옆에서 노려보던 아이언하이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같앗지만) 공짜로 남은 스티커들을 모조리 쓸어오게 된 프라임은 개인포드에서 책상 위에 스티커들을 올려놓은 채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많이 사봤자 어떡할 것인가. 이미 디는 메가트론이 되어 자신을 떠난지 오래고, 지금 와서 이걸 줘봤자 화해가 될 리도...

왜 자신이 메가트론과 화해를 하고 싶어하지?

어.

어?

그렇게 된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챔버 속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었던가. 분명 처음부터였을 것이다. 자신은 옵티머스 프라임이자, 오라이온 팩스니까. 하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이 없었다. 매트릭스의 힘이 너무 강력했던 탓인가. 새로 만들어진 프라임의 육체에 정신이 적응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고 그의 정신은 프라임과 오라이온 팍스로 나뉘어져...

"아니, 그게 지금 다 무슨 소용이야."

이미 저질러버린 뒤인데.

오토봇들은 괜찮았다. 프라임은 자신이 오라이온 팩스와 다른 인물이었다고 굳이 밝히지 않았었으니까. 결국 프라임 또한 오라이온 팩스에서 비롯되었기에 기본적인 성격이나 행동원리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그들은 의심조차 품지 않았다. 문제는...

'오라이온 팩스는 죽었다.'

.........

'오라이온 팩스를 재료 삼아 프라이머스가 정련해낸 가장 견고한 방패, 가장 날카로운 검, 가장 새로운 프라임. 그게 나다.'
..................
.................................
........................................어쩌자고 이런 말을.........  

옵티머스는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쉬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가 오라이온일 때도 이런 식으로 비꼬고 막 나가본 적은 없었다! 그 말을 듣던 순간 고장난 것처럼 멈춰버리던 메가트론의 모습이 선했다. 몸을 갈무리하고 나서도 짓던, 울 것 같은 표정도.

"화풀이나 하고, 한심하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국 프라임이었을 때의 그도 오라이온 팩스에서 비롯된 건 마찬가지였다. 보통이라면 아무리 메가트론이었다 해도 상처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엔, 화풀이었던 것이다. 어리광이었다고 해도 좋으리라.
그가 사이버트론뿐만 아니라 자신도 배신했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분노. 인격이 통합되어가는 과정에서 오던 정체성 혼란. 그 모든 부적인 감정을 무의식중에 언제나 손을 잡아줄 거라고 믿었던 상대에게 쏟아냈다. 이미 상대는 자신의 손을 놓았는데.

이제 와서 뭘 해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를 죽이지 않고, 상처입히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고민하던 옵티머스를 일으켜 세운 것은 경보사이렌이었다.

-디셉티콘이 B-34 에리어를 침입했습니다. 디셉티콘이 B-34 에리어를 침입했습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디셉티콘이...


옵티머스는 포드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슬슬 얀데레 시동 거는 메가트론과 이불 차는 옵티머스...

메옵 메가옵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