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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13:46
이건 사형수를 다루는 법중에 하나로 말 그대로 허리를 댕강 썰어버리는 거야. 요참형이라고 한다는데 재수가 없으면 죽지도 않고 한동안 살아있거나 꿈틀대거나 한다고 하지. 거기 학생? 수업중에 한눈을 팔다니, 이런 기회는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법인 거 몰라?



그나저나, 영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드는 웨이드야. 물론 일을 하다보면 잘못될 때도 있고 함정에 빠질 때도 있지만 이건 좀 찝찝하거든. 뭘까? 이 원하는대로 놀아나 준 것만 같고 일이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진 것만 같은 좆같은 기분은? 그래도 그런 기분은 눈앞에 나타난 멀쩡한 로건으로 좀 해소가 돼.

"워~ 자기야, 나 이런거 많이 봤어. 나부랭이 찌꺼기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상황은 꼭 정해진 누군가에게 유리하게만 흘러가는 거."

니 좆이 빠지던 뽑히던, 우리는 주인공을 꼭 보여줘야 한다는 거지. 말을 끝까지 마치지 못한 건 로건이 웨이드의 머리에 손을 얹었기 때문이야. 어, 어, 여기서 이런다고? 내 하반신이 이렇게 곱게 갈려 으스러진 상황에?

"입만 살아서는."

이건 "병신아" 야. 웨이드는 로건의 표정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뒀거든. 예를 들면 웨이드가 로건이 극혐하는 짓을 저지를 때 나오는 표정엔 "윽" 이란 이름이 붙여졌지. 가끔 웨이드는 그 "윽" 을 보려고 일부러 좀 더럽고 혐오스런 짓들을 저지르곤 해. 자주 짓는 표정엔 "씨발" 도 있는데 이건 늘 그렇듯 웨이드가 사고를 치거나 일을 망치거나 할때 짓는 표정이지. 이땐 로건을 잘 다뤄야 해. 욕을 먹거나 팔다리가 썰리거나 하는 건 그러려니 하지만 정말 화가 나서 무시를 할 때면, 목구멍에 손을 쑤셔넣고 그 안을 막 헤집고 싶어지거든. 그리고 저 "병신아" 는 웨이드가 어이없는 짓을 할 때 짓는 표정인데 아주 멋진 미소가 따라 오지. 왜 어이가 없는데 멋지게 웃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저 얼굴 하나 보려고 웨이드는 자주 어이없는 짓을 저지르곤 해. 물론 성공률은 낮아서 "윽" 이 나오거나 "씨발" 이 나오기는 하지만.

"자기야, 지금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더 좋아. 존나 좋아. 로건의 투박한 손길에 머리통을 맡기고 두 손으로 턱을 괴고 꽃받침 자세를 취하고 나니 곱게 갈려 으스러진 하반신이 아쉬워. 두 다리를 앞뒤로 같이 흔들어줘야 발랄함이 완성되거든.



"웨이드, 네 쥐꼬리만한 세상을 잘 지켜."

잘 지켜야지. 그 쥐꼬리만한 세상에 쥐꼬리만한 울버린도 사는데.

"네 소중한 사람들도 잘 지키고."

잘 지킨다니까? 내 쥐꼬리만한 세상에 사는 쥐꼬리만한 울버린이 소중하거든.



이건 또 무슨 깜찍한 짓일까? 순식간에 분리된 머리통이 바닥에 툭 떨어져 내려.



이건 사형수를 다루는 법중에 하나로 말 그대로 머리를 댕강 썰어버리는 거야. 참수형이라고 하는데 재수가 없으면 몇번을 썰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 그래서 죄는 적당히 짓거나 어마어마한 죄를 지을 거면 일단 돈을 좆나게 벌어 놔야 해. 그래야 돈이라도 쥐어주고 한번에 썰릴 수 있거든. 거기 학생, 또 수업중에 한눈을 파는 거야? 이런 기회가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찾아왔는데 소중히 다루질 않다니, 괘씸하네.



저 표정엔 이름을 붙인 적이 없어. 본 적이 없는 표정이거든. 로건, 화가 난거야? 아니면 짜증이 난건가? 아니면, 그것도 아니면, 슬퍼? 아파?

"따라올 생각 말고."

내 쥐꼬리만한 세상엔 쥐꼬리만한 소중한, 네가 살아. 내 쥐꼬리만한 세상을 잘 지키려면, 내 소중한 사람을 잘 지키려면, 지킬 놈이 있어야지. 그러니까 자기야, 머리통 한번 썰린 걸로 갑자기 내 세상이 변한다거나 하찮아 진다거나 할 일은 없으니까. 멈춰, 가지 마, 사라지지 마.

"아."

아?

"어."

어?

내 말을 돌려줘. 네가 왜 이러는지 몰라도 나는 너를 꼭 따라가겠다고, 내 말을 돌려줘. 로건, 로건, 로건, 나, 나는, 나는 너를, 내가 너를, 내가. 내 말을 돌려줘.




풀버린 덷풀로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