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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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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게 덱스의 집착때문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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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문이 바깥을 향해 열리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망설임 없는 검은 인영이 하나 들어온다. 그림자를 망토처럼 두른 덱스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바닥을 밟기 전, 밖을 향해 신발을 벗어 몇 번 털어준 뒤, 그녀의 공간에 모래 한 알도 떨어지지 않도록 품에 잘 안는다. 창문을 확실하게 잠근 후 현관으로 가 허니의 신발 옆에 자신의 신발을 나란히 맞추고 슬리퍼를 신는다. 그 다음 과정은 곧장 드레스룸에 들어가 갈아 입을 옷을 챙긴 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그녀의 향을 풍기는 자신의 옷으로 갈아 입는다.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침실의 문을 열고 잠든 그녀 옆에 누워,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과 상관없이 작은 몸을 껴안으면 그의 하루가 끝이 난다. 이 축복받은 성스러운 공간 밖에서 허니의 숙면을 바라다 귀가하는 것 대신, 이젠 그녀의 곁에서 누워 하루를 마친다. 이 모든 과정은 허니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소리없이 이뤄진다.

벌써 세 번째. 일이 어그러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벌써 세 번째였다. 혹시나 미행이 따라 붙을까 주변을 한참 돌다 현관대신 창문으로 들어오기 시작한지 몇 주가 지났다. 이렇다 할 연대감은 없지만 오랫동안 죽지 않고 합을 맞췄던, 팀원들은 거리 위의 차가운 고깃덩어리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일이 꼬일수록 집단에서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던 M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갔다. 항상 흐트러짐 없이 깔끔한 차림새의 그가 물건을 집어던지고, 고급진 향이 나는 포마드로 잘 넘긴 머리를 쥐어 뜯으며 노트북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나온 덱스였다. 무엇이 문제지? 어디서부터 잘못 된거지? 귓가에 맴돌던 히스테릭한 그의 중얼거림은 집까지 그를 따라왔지만 허니를 품에 안자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머리를 울리던 이명도 멎고, 비로소 온 세상이 고요하고 평온해졌다. 덱스는 본능적인 무언가가 잔잔하게 잠재워지는 여운을 느끼며, 오늘은 자신에게 등돌린 채로 자고있는 그녀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온 세상의 평화가 이 곳에 있었다. 그렇게 눈을 감는다.

좋은 꿈도, 나쁜 꿈도 없이 푹 잘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허니는 곁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요즘 들어 아침에 깨어있는 그녀의 모습을 더 보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너무나 편안한 잠자리에 숙면을 취하게 되는 탓이 컸다. 동침을 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까진 혹여 그녀가 자신을 두고 사라질까봐 오히려 자는 도중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분리불안을 가진 강아지처럼 굴어대는 덱스를 허니는 참을성있게 기다려주고, 믿음을 주었다. 그 덕에 이젠 주인이 자릴 비운 침대도 너무 아늑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덱스였다. 가볍게 씻고 주방으로 나가면, 허니가 메모와 함께 차려놓고 간 간단한 식사가 그녀를 대신하여 그를 반긴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자신을 아는 허니는, 그녀가 아침에 먹은 것과 같은 메뉴로 식사를 차려 놓고 나간다. 덕분에 아침을 대충 챙겨먹던 그녀도 덱스가 먹을 것을 생각해서 든든한 메뉴로 챙겨먹기 시작했다. 그녀의 배려는 아침 햇살처럼 따뜻했고, 덱스의 아침은 매일매일이 단조롭고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임무를 하다 생명의 위협을 받아도 이제 덱스는 초조해지지 않았다. 풍랑을 만난 보잘 것 없는 배처럼 요동치던 감정의 기복이 잦아들었다. 단단한 땅을 발 밑에 둔 것처럼 든든하고 안정적이다. 덱스의 세상에는 그와 그의 북극성만이 있었고, 언제나 자신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북극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덱스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의지하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그가 언제 어디서든, 마음의 안식을 금방 되찾는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여전히 그녀에게 말 못한 것들이 많았고, 분노라는 감정은 그가 묘지에 들어갈 때까지 함께해야 하는 동료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과거가 고통스러웠던 만큼, 현실은 너무 달콤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피스크에게 복수할 생각 하나만으로 버텨왔건만, 가끔 그녀와 함께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말도 안되는 생각까지 하는 자신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어김없이 여유 속에서 식사 후 설거지를 마쳤다. 어디선가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온 문자 하나. 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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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매우 심각함. 당분간 전원 접선 금지.



어제 괴로워하던 그가 밤새 고심해서 내린 판단일 것이다. 덱스는 표정의 변화 없이 M이 돌린 간단한 전체 문자를 읽고 약속한 규칙을 떠올린다. 휴대전화를 폐기할 것. 준비한 통에 기름을 붓고 휴대 전화를 집어 넣으려고 하자 타이밍 좋게 진동이 한 번 더 울린다. 똑같이 M에게서 온 문자였으나 이번엔 수신인은 덱스뿐이었다.



피스크가 너에 대해 알고 있어. 아무도 믿지 마.



예상치 못한 소식과 반갑지 않은 이름에 전화기를 쥔 덱스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의 악력에 액정에 금이 가다 박살이 났고 파편이 그의 손에 피를 맺혔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이미 수 없이 외운 그의 번호로 당장 전화해서 따져 묻고 싶었지만 조직의 규칙을 연신 되뇌이며 마지 못해 휴대 전화를 통에 던져 넣었다. 이미 모든 것을 잃어 두려울게 없던 덱스는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자신의 유일한 약점이자, 자신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거 줄리라는 여자가 당한 일이 생각났다. 허니가 줄리와 같은 일을 당하는 상상을 하자 만성의 불안과 분노가 다시 그의 몸의 주인 자리를 차지하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피스크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인 것을 안다. 0과 1로 이루어진 단 몇 글자만으로 그동안 단단히 쌓아 온 평화가 허무하게 깨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허니가 자신을 떠나는 일은 막아야 했다. 그의 뇌는 그가 과거 겪었던 패배감, 박탈감, 분노, 모욕감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끄집어 냈다. 허니는 계속 지금처럼 자신에게 웃어주며 곁을 내어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야 했다. 자신에게서 허니를 뺏어 가려는 자는 그녀 본인이라해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나만의 여자. 잠들어있던 그의 광기가 그녀를 지키겠다는 명목하에 저 깊은 바닥에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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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지나 해가 저물고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이 되었다. 요즘 일은 어때? 모처럼 덱스와 마주보고 하는 저녁 식사에서, 그가 답지 않게 평소에 하지 않던 그녀의 직장 얘길 묻는다. 허니는 의아했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늘 똑같지 뭐. 큰 의미 없는 몇 마디의 대화가 오고 갔고 허니는 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그에게 피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도 될 타이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그가 놀라지 않도록, 조리있게 말하기 위해 단어까지 고심해서 문장을 만들었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 순간, 덱스가 좀 더 빨리 말을 꺼냈다.



"일을 그만두는 건 어때?"



뭐? 허니는 방금까지 잘 정리한 문장을 한 순간에 잊어버릴 정도로 크게 놀랐다. 허니가 알 리 없었지만 나름 덱스도 고민 끝에 꺼낸 말이었다. 그녀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야만 했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들쳐 메고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곳에 가두고 싶었지만, 그녀가 FBI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버리면 수사국이 움직일게 뻔했다. 조직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FBI까지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위험에 쳐하거나 존폐의 위기에 빠지는 것엔 관심이 없었다. 적이 많을수록 그녀를 보호하기 수월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허니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녀가 가진 빛을 잃고 다른 사람들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겠지만 그만큼 자신이 더 아껴줄 자신이 있었다. 이건 그녀를 위한 방법이었지만 자신을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것이 하루 종일 덱스가 내린 결론이었다. 불쾌한 상황과 별개로 자신이 채운 목줄을 목에 걸고 자신만 바라볼 허니를 상상만해도 짜릿했다. 덱스는 자신의 기준에서 제일 평화롭고 합리적이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그녀가 군말없이 따라주길 바란다.

허니는 자신이 착각했길 바랐지만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고 현실임을 직시해야만 했다. 침착하게 이유를 물었지만 덱스는 답하지 않는다. 그저 허니가 위험한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이유를 온전하게 밝히면 피스크의 악랄함을 잘 모르는 그녀가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덱스였다. 최악의 경우, 용감한 그녀는 피스크와 맞서려고 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소란스러워 질 것이고, 그녀를 세상 모르게 숨기려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지금 고른 선택지들은, 지금 허니의 상황을 모르고 취한 것들이었기에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 일으켰다. 솔직한 이유를 들었어도 그녀가 수긍할 리 없었지만, 허니는 지금 막 덱스의 폭탄 발언으로 피스크에 대해 입을 닫기로 결심했다. 자신이 그에게 회유를 가장한 협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면 덱스가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었다. 막말로 그가 당장 돌변하여 자신을 속박한다고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고 그렇게 되면 자신은 외부로부터 덱스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없다.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허니는 덱스에게 약했다. 그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게, 하지만 확고하게 거절의 의사를 표현했다. 해야할 일이 남아있기에 그럴 수 없다는 자신의 뜻을 받아들인 것인지, 덱스는 말이 없었다. 허니가 한 고비 넘겼다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에, 덱스는 어떻게 하면 허니가 스스로 요원 일을 관두고 자신에게만 온전히 의지하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날은 동거 이후 처음으로 둘이 같이 잠들지 않은 날이었다. 같이 침대에 누웠지만 허니가 완전히 잠든 후에 덱스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구석에 있는 리클라이너에 앉았다. 어둠 속에서 허니를 바라보며 밤새 자신의 뜻을 실행시킬 방법을 고민했다. 

날이 밝도록 한숨도 자지 않고 잠든 허니의 모습을 감상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덱스는, 그녀의 기상시간이 다가오자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는 척을 한다. 십여분이 지나자 귀에 들릴까 말까한 작은 알람소리가 울렸다. 혹여 자고 있는 덱스를 깨울까봐 소리를 제일 작게 해 둔 허니임을 이미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일어나 알람을 끄고 몸을 뒤척이다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한참동안 물끄러미 자는 척하는 그를 지켜보던 허니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 볼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볍게 붙었다 떨어지는 그녀의 입술 촉감에 덱스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겨우 붙잡았다. 그녀가 침실에서 조용히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덱스는 눈을 뜬다. 그녀는 간밤의 대화가 신경쓰이지도 않는지, 평소처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사실 아주 심란한 상태였지만 그걸 알 리 없는 덱스는 오히려 다행으로 여겼다. 이제부터 그는 밤새 세운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의도를 알아 차리지 못해야 성공할 확률이 올라갈 것이었다.

창문을 통해 허니의 차가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덱스는 샤워를 하고 그녀가 차려준 아침을 먹었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자주 오지 않다 못해 이젠 냉기까지 도는 거실을 아무렇지 않게 가로지르고 금고를 열어 무기들을 챙겼다. 비상용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챙겨 식탁에 올려놓고 바르게 앉았다. 그동안 M이 제거대상의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그들을 어떻게 색출해냈는지를 안다. 그는 항상 팀원을 위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타겟과 타이밍을 제시했지만, 지금의 덱스에겐 안전한 타겟은 의미가 없었다. 덱스는 그동안 M이 피했던, 경호가 삼엄한 타겟들의 정보를 익히기 시작했다. 피스크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들어갔다면, 이미 숨기엔 늦었다. 높은 확률로 그는 이미 허니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덱스는 허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빠르게 그녀를 굴복시킬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다시 한 번 그녀가 자신에게 약하다는 것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밤, 자신이 다쳐서 올 때마다 괴로운 표정을 짓는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드러낸 날, 그녀가 휴가까지 내면서 자신을 살렸다는 걸 기억해 냈다. 스스로를 궁지에 몰고, 위험에 노출시켜서 허니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이 쥐고 있는 줄을 스스로 목에 채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적을 제거한다면 어쩌면 조직에게도 일석이조일 수도 있었다. 피스크는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았지만 그건 덱스도 마찬가지였다. 덱스는 준비가 끝나자 어두운 옷으로 한 번 더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해가 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자신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바라볼 허니를 생각하면 제법 괜찮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



"나한테 묻고 싶은게 있지만 차마 말 못하겠단 표정이군요."



요즘 덱스가 부상을 안고 귀가하는 빈도가 늘었다. 이전에도 작은 상처들은 있었지만 심각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눈에 띄게 심해졌다. 그가 얼마나 처절하게 싸우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지난 밤에는 피에 흠뻑 젖은 그를 보고 놀라서 잠도 설치고 간호를 하다 출근했다. 헬스 키친의 거물들에 대한 큰 기사들이 연이어 보도 되고있고, 허니는 이 모든게 피스크의 짓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마치 덱스가 그의 볼모로 잡혀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니는 오늘도 그의 식사를 감시해야 했고, 뻔뻔하게 말하는 그를 보니 아침에 침대에 눕혀놓은 덱스의 몰골이 떠올라 화가 났다. 그에게 덱스의 목숨줄을 뺏을 수 없는 자신이 무력하게만 느껴졌다. 포인덱스터를 너무 믿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니. 식판을 가져가는 허니의 등 뒤에 대고 피스크가 오늘도 덱스를 깎아 내렸다. 방 밖을 나온 허니는 식판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하루 빨리 무슨 수를 써야만 했다. 덱스와 자신에게는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았다.

허니가 식판을 내려놓으며 난 거친 마찰음은 피스크의 귀에도 들어갔다. 피스크는 허니가 나간 후에 아무 것도 없는 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 판의 그림이 하얀 벽에 절로 그려졌다. 보고 받은 바에 의하면 덱스가 속한 조직은 활동을 멈췄다.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 생각보다 소식통이 빠르고 똑똑한 모양이었다. 불량품들을 데리고 어디까지 계획을 짜고 훈련을 시킨 것인지. 불을 키자 숨어버리는 바퀴벌레 떼들처럼 한 순간에 자취를 감췄다. 피스크는 계속 그들을 놓치지 말고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모든게 피스크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포인덱스터로 추정되는 인물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것도 그들의 계획일까? 예상치 못한 적의 행보는 피스크의 주변을 혼란시키기 충분했지만 피스크는 서두르지 않았다. 포인덱스터는 어차피 자신에게 닿기도 전에 죽을 것이었다. 과실을 따기엔 아직 일렀다. 좀 더 잘 익히며 두고 볼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최측근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보호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모습에, 피스크는 태연하게 자신은 갇혀있는 신분이라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답하며 그들을 돕지 않았다. 거짓인걸 그들도 알고 모두가 안다. 어차피 모두 한 번씩은 사용한 패들이었고, 적을 추적하기 위해선 미끼가 필요했다. 어차피 이슬로 살아져야 한다면, 제 몫을 하고 사라지는게 좋지 않은가.

난폭한 성향에 어울리지 않게 우아하게 기다리던 피스크는 어느 날 입질이 온 것을 알게 되었다. 독약이 잔뜩 들어갔을 그 미끼를 문 것이 누구일지 예상이 되었고, 비로소 본격적으로 수확의 시기가 왔음을 만끽할 수 있었다.



*



오늘도 스스로 정한 할당량만큼의 타겟을 제거하고 온 덱스는 허니의 집으로 가기 전, 자신의 집에 들리는 루틴을 실행하기 위해 옥상에서 비상 계단을 통해 내려가고 있었다. 내려가며 분명 나가기 전에 잘 닫아놨던 창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본 덱스는 침입자의 흔적임을 감지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려다 창문에 붙은 쪽지를 읽고 도로 집어 넣었다. 차라도 대접할거 아니면 총알은 사양함. 정갈한 필기체, M의 글씨체였다. 덱스가 조용히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시야가 구분이 되는 은은한 어둠 속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그는 덱스가 들어온 창문을 등진 상태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저번에 보여준 망가진 모습 대신 다시 훤칠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M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무슨 집에 그 흔한 차도 없는게 말이 되냐며 타박을 준다. 덱스가 어이 없다는듯이 웃으며 불을 키려하자 M이 그를 말린다. 훔쳐 보는 눈이 있어. 그의 말에 덱스의 표정이 차게 식었다. 덱스의 집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계약해둔 M의 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덱스는 말 없이 어둠 속에서 의자를 찾아 앉았다.



"왜 그동안 여기저기 난리치고 다녔는지 이유는 묻지 않겠어. 물어봐도 답해주지 않을거고, 내 기분만 더 좆같아질테니까."



덱스가 조용히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있을 자리를 응시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어느 쪽부터 듣겠나? M이 말했고, 덱스는 좋은 소식을 택했다. 



"좋은 소식은, 피스크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찾았다는 것이야. 그리고 나쁜 소식은."



그게 네 여자친구라는 거고. 조금 뜸을 들이던 그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오자 덱스의 얼굴은 사납게 구겨졌다. M이 시간나면 찬찬히 읽어보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두툼한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덱스는 별 말 없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조를 것 같이 악의에 받친 상태로 이를 갈며 무슨 말이냐고 묻는 덱스를 M은 말 없이 바라본다.



"지금처럼 믿지 않을 것 같아 그땐 미처 말 못했지. 2주 줄테니 판단은 알아서 해. 그 뒤에는 우리가 나설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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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고 잠겨있던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덱스는 한참동안 서류봉투만 손에 꽉 쥔 채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 개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손에 쥔 종이를 확인하는게 망설여지는 이유를 몰랐다. 허니가 그럴리가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닌 그녀가 그래선 안됐다. 정말 그녀가 그랬다면 이 세상은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덱스는 M이 말했던 지켜보던 자들이 자리를 떠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멍하게 앉아있었다. 날이 밝고 집 안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돌기 시작할 때 겨우 서류봉투에서 종이 뭉치들을 꺼냈다. 거기엔 피스크와 일대일로 독대하는 허니의 모습을 담은 여러장의 CCTV 캡쳐본과 워싱턴에서 온 요원을 통해 FBI 본부의 세력을 등에 업은 피스크에 대한 자료들이 있었다. 덱스는 피스크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가 사람들을 어떻게 꾀는지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렇게 속아 넘어간 나약한 인간 중 하나였으니까. 그의 손에 쥔 종이들은 그의 북극성이 얼마나 모진 인간인지에 대해 속삭이고 있었다. 그동안 좋아했던 그녀의 모습이 모두 허상이었다는 허무함, 자신에게 기필코 등을 진 그녀에 대한 배신감. 돌고 돌아 다시 한 번 피스크에게 놀아난 것도 모자라 그녀를 뺐겼다는 패배감. 온갖 나쁜 감정들이 다채롭게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특히 지독한 배신감은 눈물이 되어 그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



하늘은 당장에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이 흐렸다. 예보에는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동료가 중얼거리는 말에 덩달아 하늘을 올려다 보는 허니였다. 벌써 공기 중에 비릿한 물의 냄새가 가득했다. 밤새 집에 오지 않은 덱스가 비를 맞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가 없이 잠자리에 몸을 뉘였고, 아침에 자신의 옆자리는 그의 부재를 알리듯이 차게 식어있었다. 강한 사람인 걸 알아도 물가에 내 놓은 아이처럼 여전히 걱정이 될 때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이었다. 무슨 일 있냐는 문자를 보내자 아무 일도 없다는 그의 답장을 받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그녀가 출동한 임무 장소엔 혹시 모를 총격전을 대비하여 교회의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었다. 과거에 시민 대피에 열성적이던 모습과 달리, 허니는 꾸물대거나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일부 시민들을 보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시간이 지체되는 것만 같아서 초조했다. 허니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모두 그녀가 요즘 새로 시작한 일 때문이었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방법으로 덱스를 지켜야 했다. 그녀는 며칠 밤낮을 고뇌한 결과, 자신에게 맡겨진 본부의 임무를 빠르게 정리하고 덱스를 데리고 워싱턴으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건 덱스를 위한다는 핑계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어느정도 공을 세우면 그를 지킬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온전히 그를 살리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그녀의 욕심이었다. 남들이 그를 해하려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그 전에 그를 빼돌리면 된다 생각했다. 최대한 은밀하고 빠르게. 그러기 위해선 덱스를 노리는 자들보다 먼저 일을 마쳐야 했다. 덱스가 자신의 뜻을 따라줄 지는 그 후의 문제였다. 사실 한 편으로는 지금과 같은 관계라면 문제 없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디까지나 시간 싸움이었다. 허니는 피스크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의심을 사지 않는 선에서 요원들을 닥치는 대로 조사했다. 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열성적으로 임했다. 하루 빨리 그를 데리고 이 곳을 벗어나고 싶었기에 1분 1초조차 아쉬웠다.

허니는 초조한 맘을 억지로 누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등 떠밀려 대피하는 시민들, 자칫하면 총격전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매너리즘에 빠져 지루하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수다를 떠는 동료들. 근본적인 가치를 잠시 망각한 자신에게 한 번 놀라고, 주변을 보고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내심 안심하는 모습에 두 번 놀란다. 마지막 시민의 대피가 완료되자 진입한다는 무전에 허리춤에 찬 권총을 꺼내고 서둘렀다. 다행히도 겁을 집어먹은 용의자가 투항한 덕에 총을 발포할 일 없이 상황이 빠르게 종료되었다. 교회에 숨어 있던 용의자를 제압하고 경찰에게 인계한 뒤, 동료들과 건물을 나서는 허니의 귀에 가톨릭 교인들의 기도가 들렸다.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발목이 잡혀 잠깐 우두커니 자리에 서서 귀를 기울이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방이 조용해졌다. 무슨 일이야? 동료의 부름에 그제서야 별 일 아니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금 전 찰나의 기도문이 마치 자신을 향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이내 물방울 몇 개가 머리 위로 떨어지더니, 비가 미친듯이 쏟아진다. 동료들과 열심히 뛰어 차에 올라탔지만 이미 홀딱 젖은 쥐의 꼴이 됐다. 불안했던 이유는 이거였을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미친 비 세례에 허니는 멍하니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바깥 풍경이 마치 지금 상황같이 느껴진다. 오는 내내 덱스에 대한 생각을 하다 사무실로 복귀해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자리로 돌아와 자료 수집에 집중했다. 시간이 갈수록 수시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본능적인 직감이 위험하다고 말할 때마다 허니는 자신의 계획을 서두르는 것으로 불안감을 강제로 눌렀다. 불안정했을 덱스의 기분이 이랬을까.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의 생각을 하다보니 기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낮에 교회에서 있었던 일 때문일까, 오늘은 도저히 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늦거나 집에 못 간다고 덱스에게 메세지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중 왔다는 그의 답장을 받았다. 이렇게 초조하고 급한 이유를 차마 그에게 설명할 순 없었다. 어디서부터 피스크의 계략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피스크가 내밀었던 파일에 정말 덱스와 그의 일행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일까? 직접 열어보지 않았던 자신의 객기가 이제 와서 후회되었다. 고민하던 허니는 하는 수 없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자신이 나가지 않으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그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물을 쏟아 붓는 것처럼 내리는 비 속에서, 덱스는 후문 앞에서 검은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아무리 시야 분간이 되지 않는다곤 하지만 지금의 신분으로 대놓고 FBI 건물 앞에 서 있는 그를 보고 식겁한 허니는 비를 뚫고 그에게 달려갔다. 그가 있는 우산 안으로 들어가 그에게 안기자 우산을 들지 않은 그의 다른 팔이 허니를 감쌌다. 고작 그에게 안겼다고 갑자기 한시름 놓게 되는 자신이 웃겼다. 허니가 고개를 들어 덱스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 본다. 허니는 순간 한기를 느끼고 움찔거렸다. 그녀를 안은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다. 덱스는 그녀를 조수석에 태우고 말 없이 차를 몰았다. 허니는 계속 그를 훔쳐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하루 밤 사이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덱스였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아직 추운 날씨가 아닌데 뼈가 시리게 느껴질 정도로 냉기가 도는 것만 같았다. 덱스가 너무나 낯설게 느껴진다. 마치 시간을 돌려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허니는 애꿎은 가죽 시트만 만지작 거리다가 문득 차가 자신의 집이 아닌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딜 가는거냐는 그녀의 말에 덱스는 자신의 집이 더 가까우니 자고 가라 말한다. 웃으며 갈아 입을 옷도 없고, 거리 차이도 얼마 나지 않으니 집으로 가자고 말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고 덱스는 다시 이유를 덧 붙이지 않은 채 자고 가라고 말한다. 조근조근 말하는 것 같지만 명백한 명령조였다. 차는 그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의 기분으로 그가 열어주는 문으로 내려 현관문 앞까지 걸어갔다. 다정하게 어깨를 잡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힘을 잔뜩 준 그의 손 때문에 끌려가는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가도록 등을 떠밀린 그녀의 뒤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왠지 모를 서늘한 기운에 뒤를 돌자 빗소리만 가득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집 안에서 그의 안광이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덱스가 허니에게 아주 천천히 다가왔고, 허니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덱스는 그녀를 불시에 끌어당겨 거칠게 입을 맞췄다. 당황한 허니가 그의 가슴을 밀치려 했지만 금세 그의 손으로 저지당했다. 덱스는 그녀의 옷을 잡아 찢듯이 벗기기 시작했다. 허니는 거절 의사를 밝히려 했지만, 그동안 그에게 부정적인 의사 표현을 하면 안된다고 학습받은 습관에 의해 말은 나오지 않고, 의미 없는 몸부림만 치고 있었다. 허니의 저항에 식탁 의자가 넘어지고 벽에 부딪히는 충격으로 집이 울리며 액자 하나가 벽에서 떨어졌다. 덱스는 허니의 옷을 벗기면서 그녀를 자신의 침실로 몰고 있었다. 침실의 문턱을 넘자마자 다급해진 허니가 겨우 비에 젖었으니 샤워라도 하게 해달라고 빌었고, 그 말에 덱스가 그녀를 몰아 세우는 것을 잠시 멈춘다. 이제 허니가 입은 천 쪼가리는 몇 장 되지 않았다. 덱스는 갑자기 상냥하게 그녀의 젖은 머리를 넘겨주더니 이마에 버드키스를 맞춘다. 씻고 와. 문은 잠그지 말고. 그 말에 허니가 바들바들 떨며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겨우 닫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정말 그가 이상했다. 종잡을 수 없고 미친 사람처럼 군다. 마치 자신이 아는 덱스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 감히 그가 이러는 이유를 예측도 할 수 없었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를 써본다. 차가운 욕실 바닥의 타일의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허니는 추위에 떨고 있었다. 그 와중에 흥분했는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반사적으로 축축하게 젖은 다리 사이가 너무 경악스러웠다.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너무 추워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엉금엉금 샤워기 밑까지 겨우 기어가 따뜻한 물을 틀었다. 물을 한참 맞고 나니 진정이 되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지금 몰골도 말이 아니었지만, 욕실의 창문은 너무 작았기에 창으로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공격하거나, 그를 몸으로 받아내는 것 말곤 자신에게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도망치면 상처입을 그가 걱정되었다.

허니는 어쩔 수 없이 입고 있던 젖은 옷가지를 마저 벗어 내고 그의 목욕 용품으로 몸을 씻고 머리를 감았다. 분명 욕실을 수증기로 가득 메울 정도의 뜨거운 물인데 서늘하게 느껴진다. 머리를 최대한 천천히 말리고 커다란 타올을 몸에 둘렀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자 문 바로 앞에 덱스가 서 있어서 또 다시 주저 앉을 뻔 했다. 덱스는 허니를 조용히 내려다 보더니 그녀의 젖은 머리를 손으로 한 줌 쥐어 향을 맡기 시작한다. 한참을 시향하던 그가 나른하게 눈을 뜨고 허니와 눈을 맞췄다. 자신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맹수의 눈빛에 허니는 얼어붙었다. 이젠 당신에게서 나와 같은 냄새가 나. 덱스의 말 한마디에 허니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가 몸을 더 가까이 붙여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여기에서도, 나의 냄새가 나. 가볍게 입을 맞추는 그의 입술에 허니는 이유도 모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피부를 물고 빨던 덱스는 그녀를 침실로 데려가 조심히 눕혔다. 허니의 두 손을 자신의 양 손으로 결박하고 표정은 단호하지만 떨고 있는 그녀 위로 올라간 덱스가 얼굴에 소중하다는듯이 다시 버드 키스를 남긴다. 그러다가 그녀의 목덜미로 내려와 부드럽게 애무하더니 강하게 물었다. 허니는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가 문 부위에는 피가 흐르고 선명하게 그의 치열과 같은 이빨 자국이 나 있었다. 혼란스러워 하는 허니의 표정을 본 덱스가 나른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묻는다.



"내가 무서워?"



허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덱스는 결박했던 그녀의 손을 자유로이 풀어주고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는 그녀의 턱을 잡고 입을 맞췄다. 상관없어. 허니는 내꺼니까. 덱스가 중얼거렸다. 약에 취한 사람처럼 풀려있는 그의 눈이 허니와 시선을 다시 맞춘다. 무서워할거면서 왜 날 화나게 만들어? 라는 말은 애써 삼켰다. 왜 배신했냐고 묻고 싶었지만 한편으론 답을 듣기 싫었다. 덱스는 타올로 가려진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기댔다. 그녀의 심장소리를 빗소리와 함께 화음으로 삼으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자신으로 인해 그녀의 심장이 격하게 뛴다. 허니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어야 했다. 덱스는 두 팔로 허니를 품에 가뒀다. 편하게 있는 덱스에 반해, 허니는 지금 뭔가 보면 안되는 심연을 들여다 본 것만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어찌해야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느꼈으면서 자신이 왜 그를 품에 안고 진정이 되고 있는지 몰랐다. 창문 유리를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 자신에 배에 닿는 규칙적인 그의 심장 박동, 그리고 그의 숨소리. 맞닿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과 그의 향기. 미친 소리인 것은 알지만 점점 이 상태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긴장이 풀리자 이젠 어이없게도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들지 않으려고 애를 썼으나 그런 노력이 무색했다.

어느 순간부터 허니의 심장 박동이 안정되고,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고르게 나자 덱스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주 곤히 잠들어 있었다. 덱스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조심히 들어 침대에 편히 눕게 만들었다. 이불을 덮어주고 그녀가 평소에 편하게 느끼는 방향으로 머리를 넘겨준다. 그리고 천천히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에서부터 침실까지 그녀의 짐과 옷가지가 뱀의 허물처럼 늘어져 있었고, 원래 걸려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떨어진 액자와 쓰러진 의자가 보였다. 전시를 관람하듯 그 흔적을 따라 침실로 다시 들어오면 자신의 침대에 명화 속 여인처럼 잠들어 있는 허니가 보인다. 덱스는 소리나지 않게 침실에 있는 사무용 의자에 앉아 허니를 가만히 감상한다. 이 집에서 가방은 커피 테이블 위에 올리고, 바닥엔 아무것도 떨어뜨릴 수 없었다. 액자와 의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든 물건이 제 자리에 있어야 하고, 일이 계획대로 되어야만 안정을 찾는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로 인해 벌어진 이 혼돈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허니는 자신을 완벽하게 망가뜨렸다. 배신감에 치를 떨고 분노로 똘똘 뭉친 자신을 함부로 화도 못내는 병신으로 만들었다. 그녀에게 혼란을 주고, 동시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이어야 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방향을 봐야만 했다. 다른 곳을 보는 것은 용납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기 위해 자신의 손을 놓았다. 덱스는 어떻게 그녀의 손과 다리를 부러뜨릴지 깊은 생각에 잠겼다.



*



그 날 이후로 허니는 갑작스럽게 강제로 그의 세계에 집어 처 넣어지고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당황한 허니가 집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설득해도 덱스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짓이냐고 맞섰지만 이내 그만 두고 결국 그의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그녀는 덱스에게 너무 약했고, 첫 날 기선제압을 제대로 당한 탓에 자신이 끝까지 거부하면 그가 어디로 튈 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데리고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굳이 쓸데없는 잡음을 만들어서 피로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허니와의 대화를 피하면서도 집요하게 그녀를 감시하듯이 관찰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덱스는 아예 자신이 그의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무슨 꿍꿍이에서인지 다행히도 출근을 막지는 않았다. 가시방석에 앉은 그녀였지만 헬스 키친 탈출용 티켓을 마련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본부와 유일한 연락 수단인 노트북은 자신의 집에 있었지만, 자료는 계속해서 모을 수 있었다. 허니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덱스의 집에 머무르면서 허니는 자신의 향을 잃기 시작했다. 그는 허니와 같이 있을 땐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통제하길 원하듯이 굴었다. 잠에서 깨면 매일 아침 그가 먼저 일어나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가 차려주는 아침을 먹고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출근한다. 수사국 건물 코앞까지 마중을 하는 그의 대담함에 매 아침마다 오싹했다. 덱스는 이제 그녀가 매일 입을 옷, 속옷까지 정해 주었다. 한동안 그녀의 몸에 표식 남기는 걸 그만뒀던 덱스는 그녀와 같은 집에 머무르게 된 이후로 몸을 섞을 때마다 매일 같이 흔적을 남겼다. 그 정도는 너무 심해서 하루는 헤일리가 옷 갈아입는 허니의 목덜미에 난 잇자국과 히키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허니, 남자친구가 너무 심한거 아니야? 걱정하는 그녀의 말에 허니는 하나도 안 괜찮았지만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버거워도 버텨내야 했다. 아주 조금만 더 버티면 이 지옥에서 그의 손을 잡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더욱 정신을 차려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허니였다. 하지만 허니가 어떠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지 알 리가 없는 덱스는 그녀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마다 더 목줄을 움켜쥐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허니가 무엇을 하는지 다 아는 눈치처럼 행동했다.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봐주고 있고, 그녀가 망친 이 관계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애를 쓰는지 허니는 모르고 있었다. 덱스는 그녀가 원망스러웠고 그런 그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그녀를 향한 모든 감정들은 정사를 치룰 때 모두 폭발시켰다. 덱스는 허니를 한계 이상으로 몰아 세웠고, 허니가 기절한 이후에도 강제로 쾌락을 주입했다. 기절한 상태로도 경련을 일으키며 애액을 내뿜는 그녀의 몸만큼이나 허니는 솔직하지 못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그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었다.

허니를 향한 덱스의 애증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며 극으로 치닫고 있을 때, 허니는 이 바닥에 돌고 있는 이상한 소문을 접했다. 어떤 요원을 촉매로 FBI 본부가 피스크와 협력하고 있다는 이상한 소문. 허니는 그 소문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좌절했다. 자신은 맹세코 피스크에게 협력한 적이 없었다. 분명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시작한 일인데 상대가 전혀 안되는, 갈수록 너무 외로운 싸움이 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큰 음모에 압도되고 있었다. 그가 변한 이유도 이것 때문일까? 허니는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려는 생각을 빠르게 접고 본부에 SOS를 치기로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덱스의 눈을 속이고 자신의 집으로 가서 노트북을 사용해야만 했다. 차는 회사 주차장에 있었지만 열쇠는 덱스에게 뺏긴지 오래였다.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만 했다. 한참동안 머리를 굴리던 허니는 헤일리를 떠올렸다. 그녀라면 전적으로 믿을 수 있었다.

평소처럼 덱스가 회사 앞까지 배웅해주었고,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헤일리를 찾았다. 자세한 자초지종은 나중에 설명해 줄테니 당장 자신의 집까지 태워달라는 허니의 말에 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흔쾌히 응했다. 혹시 도망간 자신이 창문으로 들어올까봐 안쪽의 모든 잠금장치를 건 덱스일거라 생각하여 미리 챙겨온 락픽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신발조차 갈아신지 않고 거실을 가로지르던 허니는 옷장 속 금고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꺼냈다. 로그인을 하고 그동안 모은 자료를 전송했다. 하루 빨리 믿을 수 있는 자신의 동료들을 만나고 싶었다. 손을 덜덜 떠는 그녀에게 헤일리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어디서 본 적 있는 제목의 파란 파일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게 무엇이냐는 허니의 질문에 헤일리도 시원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상부에서 언젠가 네가 나한테 도움을 청하면 주라고 했어. 무슨 명단 같은건데.."



명단이라는 말에 허니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이 어디서 이 파일을 봤는지 드디어 기억이 났다. 피스크와 독대하였을 때 그가 테이블에 올려둔 파일. 덱스와 그 일행들의 정보가 담긴 파일. 이걸 왜 그들이 헤일리를 통해 자신에게 주라고 한 걸까? 자신이 헤일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을 어떻게 안 것일까? 심각하게 구겨지는 허니의 표정을 본 헤일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파일의 내용을 봤는지 그녀에게 물으면서도, 제발 그러지 않았길 바라고 있었다. 헤일리가 대답을 하려는 찰나, 현관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의 주인인 덱스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의 오른 손엔 총이 들려 있었다. 덱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일그러지는 헤일리의 표정이 그녀가 파일을 보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가 놀라 파일을 떨어뜨리자 파일 속 종이들이 바닥에 지저분하게 흩어졌다. 종이에는 덱스를 포함한 모두의 신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M의 본명까지도. 서류를 물끄러미 보던 덱스가 천천히 총을 든 손을 올리자 허니는 재빨리 헤일리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그리고는 재빨리 허리춤에 찬 총을 꺼내 그에게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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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 그 총 내려놔."



내가 다 설명할게. 허니의 표정은 아주 단호했지만 총구의 끝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을 보고 떨고 있는 북극성의 모습에 덱스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싫다면? 깊은 한 숨을 내쉬며 비아냥거리는 그의 단 한마디가 허니의 가슴을 찢어 발겼다. 허니는 닿지 않을 마음 속 소리로 그에게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차갑고 공허한 눈빛. 지금 이걸 보고도 나보고 그만하라는 소리가 나와? 덱스가 자신의 얼굴이 인쇄되어 있는 종이를 발로 구겨대기 시작했다. 종이 속 덱스의 얼굴이 자신의 심장처럼 짓이겨졌다. 덱스가 허니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변했다는 가정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덱스는 지금 아주 절망적이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배신감으로 화가 났다. 그녀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자신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어떻게든 산산조각이 난 이 신뢰와 관계를 이어 붙이려고 노력했다. 자신을 따를 기회를 주었다. 잘 짜여진 틀 위에, 질서의 기둥위에 삶을 쌓을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또 다시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덱스가 그동안 그녀 모르게 옷에 소형 위치 추적기를 붙여놨었다는 걸 허니가 알리가 없었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면서까지 자신에게 멀어지고 싶었던걸까. 덱스가 시선을 들어 허니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상처받은 그의 내면이 보이는 것 같았다. 허니는 제 아무리 자신이 헤일리를 가려도, 탄환의 각도까지 계산해서 총을 쏘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에게 총을 쏠 수 없었지만, 설령 총을 쏜다해도 그걸로 헤일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허니는 총을 내려놓고 양 손을 들었다. 덱스, 제발. 자신이 아는 덱스의 모습이 나와 화를 거두어주길 바랐다. 아직 그를 믿었다. 이러면 내가 못 쏠 것 같아? 말은 모나게 하지만 덱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고, 눈이 빨갛게 충혈되며 물기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가 한 번만 더 자신에게 약해지길 바랐다.


지금 허니가 할 수 있는 것은 덱스를 믿는 것 뿐이었다.



탕ㅡ.



한 번의 무거운 격발음과 함께 허니의 왼쪽 가슴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허니는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먹먹해지는 청각 너머로 헤일리가 자신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다가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들린다. 덱스가 두 번째 발포를 위해 헤일리에게 총을 겨눴다. 허니는 헐떡거리며 손을 겨우 뻗어 덱스의 발을 붙잡는다. 제발, 이러지마.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고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눈을 맞추고 싶었지만 그가 어떤 표정인지 볼 수가 없었다. 가슴부터 시작된 싸한 기운이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탕, 두 번째 격발음. 허니는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을 잃었다. 그녀 눈에 맺혀있던 눈물은 그에게 걸었던 기대의 무게만큼 무겁게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지고 말았다. 






윌스니너붕붕 믣 데어데블 불스아이
 
2024.10.03 23:4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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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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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4 00: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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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센세 진짜 숨도 못 쉬고 읽었어 하 덱스 진짜 바뀔 수 없는 천성이라고 해야 하나 정말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ㅠㅠㅠㅠㅠ평화롭고 행복했던 시간이 꿈같아 어떻게 시작과 끝이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수가 센세는 역시 천재야....덱스가 다시 집착하고 흔적 남기고 통제하는거 존나 꼴리는데 또 상황은 안좋아지기만 하고 아니 대화를 해 얘들아 대화를༼;´༎ຶ ۝༎ຶ`༽ 마지막에 허니 총 맞은 거 읽고 진짜 헉 했어 결국 망가뜨려서 가지는 길을 선택했다는게 덱스 눈에는 그 선택지밖에 보이지 않는다는게 하 진짜 덱잘알 센세 미쳤어요 진짜 이제 어떻게 되는걸까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되면 덱스는 어떻게 되고 또 허니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지경까지 왔는데 그래도 덱스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센세 계속 써줘서 너무 고마워 진짜 센세 무순 재탕하면서 센세 오는 것만 기다린다구 사랑해 센세!!!!!!!!
[Code: 91be]
2024.10.04 00: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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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해!!! 센세는 진짜 천재라는 말밖에 안나와....
[Code: 9a76]
2024.10.04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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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헐헐ㅠㅠㅠㅠㅠㅠㅠ 이건 모함이야ㅠㅠㅠㅠ 아니 근데 둘이 저러는거 싫지만 좋고.. 센세 필력은 미쳤고..! 나는 항상 센세만 기다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1f54]
2024.10.04 01: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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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갓 ㅠㅠㅠㅠㅠ
[Code: 32c9]
2024.10.04 0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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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혹시나 하고 색창 돌렷더니 7나더가 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 선설리 후감상하러 간다 휴 셍세 사랑해요,,
[Code: 27b1]
2024.10.04 03: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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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집착하고 어그러지는 거 진심 존나 꼴린다
[Code: c126]
2024.10.04 05: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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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센세 어떻게 되는거야 또 빨리 와줘야돼ㅠㅠㅠ
[Code: a534]
2024.10.04 19:2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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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덱스, 피스크 캐해 너무 잘해서 데어데블4 보고 있는 줄ㅜㅠㅠㅠ
[Code: 5d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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