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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9 23:25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람을 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거절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상대방의 말에 동조하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지금에야 그것이 내향적일 뿐이고 'I'라는 얘기로 모든 걸 납득하는 상황이 될 수 있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오히려 성격을 바꾸라는 은근함 경멸만 받을 뿐이었다. 싫다고 말하려고 해도 상대가 '뭐?'하고 반문하면 끝이다. 그에 반박해서 '싫다니까?'라고 말할 용기조차 없었으므로. 

 그래서 그 애는 내게 구원이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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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씨발. 싫다는데 빌붙고 지랄이야."


그 애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싫으면 싫은 거고,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했다. 그래서 함께 있는 게 좋았다. 내 성격을 헐 뜯고 괴롭게 조롱하는 대신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혈육도 창조주도 모두 내게 문제가 있다고 말했건만, 그 애는 다른 이가 나쁜 거라고 힐난해줬다. 그 애는 내 아이돌이었다. 사람을 좋아하기 싫든 내게 그 애는 유일무이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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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한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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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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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 그런 식으로 본 적 없어. 허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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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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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이 아니야. 우린 친구야."



'그치?' 덧붙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렇듯 강조하며 다음 말을 내뱉지 못하게 틀어막는 식의 대화는, 그 애에게선 처음이다. 그래서 말할 수 없었다. 겨우 끄덕이자, 뺨에 키스하며 미안해. 하고 뒤돌아 갔다. 아무 말도 못하는 날 내버려두고 먼저 저 멀리 걸어서는 다른 이에게 향하는 모습을 보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너에게 익숙해지게 하고 널 찬양하게 만들고서, 어째서 넌 내가 아니야? 원망하는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 후로는 그저 엉망이다.


술을 많이 마셨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다가오는 남자와 키스하며 숨을 죽였다. 

 그 애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고, 나는 그저 고통에 못 이겨 나를 망가뜨렸다. 어떻게든 이 고통을 벗어나고 싶었다. 더 이상 지금까지의 관계는 없을 거라는 조각난 미래가 아까워 운다. 어떻게 네가 나와 함께이길 바랄 수 있다는 멍청한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필름이 끊긴 다음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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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어야지. 아까 그 새끼랑은 잘만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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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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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해줄게, 입 열어 허니비."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소음으로 가득찼던 공간에는 침묵 뿐이었고 눈 앞의 그 애는, 이 애는, 아니. 그녀는 오직 나만을 보고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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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여신너붕붕 


교주 필모 보다가 뽕차서 쓴 거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