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6175536
view 50
2024.09.27 06:40
전세계 사람들이 점차 감염되며 전원 좀비화가 된 아포칼립스였거든
근데 예전 코로나가 처음엔 정말 죽을 병이었다가 차차 폐렴, 독감, 감기 정도로 증상이 악해진 것처럼 좀비가 되어 지능 나빠지는 강도도 점차 나아짐. 좀비바이러스 판데믹 초기엔 우어어 거리며 사람 보이는 쪽으로 무지성으로 다가가는 활동 외엔 못했다면, 후기엔 붕...붕...아.....노올...자.... 같은 말 하며 느리게나마 자기 의지로 움직이기 쌉가능. 다만

다행히 많은 자동화가 이루어진 시대라 좀비들이 옷 만드는 방법은 몰라도 옷 공장 버튼 누르는 방법은 알아서 공장제 티샤쓰 같은건 입고 다닐 수 있었고, 음식도 인스턴트 식품 공장 버튼 누르고 그걸 전자레인지 돌려 먹는 건 됨. 식품 안전 점검이니 기계 부품 점검 같은 걸 제대로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여튼 좀비들은 각자 자기가 하던 생활을 이어나갔는데, 하나 기억나는게 두가지 있음

하나는 너튭에서 본 야구경기.
난 타자치는데 한시간은 걸리게 됐니 걍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아무 영상이나 보곤 했는데, 마침 야구가 떴음. 다음 영상으로 넘기기 누르는 것도 오조오억년 걸리니깐, 평소 별 관심 없던 야구도 그냥 봤거든?
근데 선수들도 좀비화가 됐잖아? 선수교체 하는데 이삼십분쯤은 걸린듯. 그나마 이사람들은 운동선수라서 빠릿빠릿해서 삼십분이었던듯
그러고 투수가 공을 던졌는데, 땅볼만 날림.
팔 움직임이 느려서 속도가 안 나오나 봄...
그래도 다들 운동선수는 운동선수라 좀비가 됐음에도 가끔 비실하게나마 제대로 던져진 공들이 나왔는데, 배트 쥔 사람도 느려서 제대로 못 칠때가 많음
그럼에도 치는 경우가 있긴 했고 덕분에 일단 안타는 나옴. 이것도 대부분 땅볼이지만....
근데 이런 땅볼로도 1루로 출격 가능함. 왜냐면 공 잡고 쫓아오는 다른 좀비들도 타자 좀비랑 속도가 또이또이 하거든. 공을 던져봐야 세걸음 앞에 떨어지니깐 걍 좀비영화스럽게 공을 든 손을 앞으로 치켜세우고 무지성으로 우어어어 쫓아감. 양쪽 다 느린데 은근 박진감 넘쳤음

다른하나는 어느날 도서관인지 어딘지에서 어떤 좀비가 그 타자치는 고양이처럼 현란한 손으로 컴퓨터 키보드 치는 걸 봤거든
그래서 뭔지 구경하러 갔더니 얜 전자계집 하츠네 미쿠 팬이더라고.
근데 지능이 낮아진 바람에 미쿠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 까먹어서 괴로워하던 중이었음. 그래서 막
아래 하 / 가을 추 / 안 내 / 아닐 미 / 아홉 구
이런식으로 정말 아무 한자 조합을 여러가지로 미친듯이 쳐가면서 미쿠를 찾으려고 하고 있었음.. 생각해보니 한자를 안 잊은것만 해도 엄청 똑똑한 놈이었구나 얘....
사실 그냥 펄럭어로 미쿠라고 쳐도 나올텐데.... 좀비화로 지능이 애매하게 낮아진 상황이라 쓸데없이 일을 복잡하게 만듦

그러다 여차여차 나도 컴퓨터를 켜봤음
오조오억년 걸려서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리리네 야만인 팬티를 사면 리리콘 추첨권을 준다는 거임
참고로 리리네 야만인은 매우 핫한 브랜드가 되었는데, 전인류가 말 그대로 야만인이 되었기 때문이었음.
여튼 나는 리리네 야만인 팬티를 사이즈별로 많이 사서, 주변인들한테 뿌렸음. 다들 잇템을 갖게 되어서 좋아하는 건 덤.
그러다 우리집에 리리콘 티켓이 배송됐는데, 티켓 모양이 무슨 윌리웡카의 초콜릿 공장 초대 티켓마냥 때깔 고운 황금빛 티켓이었음....
그러다 입장하려 줄 설때 깼다 시발....

꿈에서 깨고 괜히 리리네 야만인 검색해보고 그랬다....
나도 리리콘 가서 우어...우...우어......할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