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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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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뒤통수를 쫓던 제이크의 시선이 소년의 다리를 살폈다. 왼쪽 발이 땅에 닿을때마다 고통스러운지 단정한 눈썹 사이에 주름이 잡히는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그러다 맞은 편에서 부주의하게 달려오던 이를 피하려고 마른 몸이 휘청였을때 제이크는 하마터면 튀어나가 그 아이의 팔이라도 낚아챌 뻔했다. 그의 앞에 쪼그려앉아 기꺼이 업힐 등이라도 내주고 싶었지만 둘은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였다. 물론 제이크는 소년의 이름을 알고 있다. 로버트 플로이드. 제이크의 상상 속에서 둘은 이미 둘도 없는 친구, 아니 그 이상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부축을 핑계삼아 말을 걸어볼 용기도 낼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로버트의 절뚝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제이크의 머리에 뭔가가 스쳤다.
"야야- 점심은 너희들끼리 먹어. 나 잠깐 들릴 곳이 있어. 뭔지는 묻지 말고. 나 간다?"
친구들이 붙잡을 새도 없이 계단을 뛰어내려온 제이크가 향한 곳은 양호실이었다. 점심시간을 앞둔 때라 스쿨 널스도 없이 조용한 공간에 제이크가 부산한 소음을 내며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목격한다면 혼이 날 수도 있었지만 로버트 발목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 찬 제이크에게 그런걸 재고 따질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이 곳에 몇번 방문한 적이 있는 제이크는 쉽게 붕대와 파스를 찾아냈다. 그제야 다른 고민이 그에게 밀려왔다. 이걸 어떻게 로버트에게 전해주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도저히 자연스러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몰래 로버트의 캐비넷에 넣어둬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제이크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서두르기로 했다. 로버트의 캐비넷 위치는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아무에게도 눈에 띄어서는 안 됐다. 누군가 그의 캐비넷에 선물과 편지 따위를 놓고 가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본인이 다른 사람의 캐비넷을 몰래 여는 건 제이크로서는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붕대와 파스를 주머니에 챙겨넣으려던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발목을 좀 접지른거 같아서..."
문을 열고 들어온건 그 아이였다. 방금 전까지 제이크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든 바로 그 로버트 플로이드. 제이크는 깜짝 놀란 표정을 황급히 갈무리했다. 스쿨 널스가 없는걸 알고 로버트가 그대로 절뚝거리며 돌아나갈까봐 다친 발목에 파스를 뿌려주겠노라 재빨리 손에 든 파스를 흔들어보였다. 말을 하고 보니 계속 로버트의 발목을 지켜보고 있던게 들킨 기분이라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로버트는 크게 개의치 않는듯 발을 절뚝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일이 이렇게 풀릴 수도 있구나. 제이크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의자를 끌어와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로버트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게 처음인 제이크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싶었지만 애써 발목에만 관심있는 척 시선을 고정했다. 반바지 아래로 곧고 길게 뻗은 로버트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이크와 확연히 구분이 될만큼 희고 말랑해보이는 피부는 마치 햇빛 한번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훈련을 하는 제이크와 달리 로버트가 주로 머무는 곳은 무용실 안이었기에 그럴만도 했다. 자신이 누르면 누르는대로 자국이 남을 것만 같은 살결에 제이크의 손이 저도 모르게 로버트의 가느다란 발목으로 향했다. 이 정도는 욕심부려봐도 되지 않을까. 제이크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아얏!"
로버트가 발목을 비틀었다. 눈썹을 찌푸려 그에게 미안함을 표시했으나 잡고 있는 발목을 놓지 않았다. 놓고 싶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로버트가 아닌 자신이 만지는대로 반응을 하는 로버트가 눈 앞에 있다는건 제이크에게도 꽤나 짜릿한 것이었다. 그래서 파스를 뿌린 후 붕대까지 직접 감아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마음에 붕대를 감던 제이크의 손은 점점 느려졌고 꽉 다물려있던 입은 제멋대로 나불대기 시작했다.
"발목은 무용하다가 다친거야?"
"어? 어.. 맞아."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로버트의 몸이 움찔하는걸 따라 고개를 든 제이크가 자신을 또렷이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마치 요정에라도 홀린것만 같았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무용하는거."
"당연히 알지. 너 무용반 청일점 로버트 플로이드잖아."
"내 이름을 알아?"
그러니까 그냥 떠오르는대로 내뱉어버렸단 말이었다. 아뿔싸. 혼자서만 내적친밀감을 쌓아온 제이크와 달리 로버트는 제이크를 오늘 처음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대방은 자신의 이름은 물론 더 내밀한 정보까지 알고 있다니 소름끼쳐하며 도망가버리기 전에 해명해야 했다.
"아..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고.. 그냥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최악이었다. 더욱 끔찍한 스토커로 전락할 위기였다.
"난 제이크 세러신.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나 너랑 같은 학년이야. 그리고.."
같은 학년이고 심지어 화학 수업은 몇 번 같이 들은적도 있다고. 미식축구부 주전에 쿼터백인데 혹시 들어본 적 없냐고. 제이크는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것중에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도 몰랐다. 이렇게도 간절하게 자신을 어필하려는 시도 자체가 그의 인생에 있었을까. '제이크 세러신' 그 이름 하나면 되는 사람이었는데 로버트 플로이드 앞에서는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다행히 로버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가셨다. 오히려 제이크만큼이나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의 다음 말을 막았다.
"나도 너 알아. 미식축구부 쿼터백.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애."
제이크시점도 보고싶어서.. 로버트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오후 수업에서 마주친 친구들마다 붙잡고
"야 내가 우리학교에서 제일 잘생겼냐? 몰라 누가 그렇다는데? 누구냐고? 넌 몰라도 돼 임마"
하면서 실실 웃고 다녔을거같다
행맨밥 파월풀먼
동그란 뒤통수를 쫓던 제이크의 시선이 소년의 다리를 살폈다. 왼쪽 발이 땅에 닿을때마다 고통스러운지 단정한 눈썹 사이에 주름이 잡히는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그러다 맞은 편에서 부주의하게 달려오던 이를 피하려고 마른 몸이 휘청였을때 제이크는 하마터면 튀어나가 그 아이의 팔이라도 낚아챌 뻔했다. 그의 앞에 쪼그려앉아 기꺼이 업힐 등이라도 내주고 싶었지만 둘은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은 사이였다. 물론 제이크는 소년의 이름을 알고 있다. 로버트 플로이드. 제이크의 상상 속에서 둘은 이미 둘도 없는 친구, 아니 그 이상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부축을 핑계삼아 말을 걸어볼 용기도 낼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로버트의 절뚝이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제이크의 머리에 뭔가가 스쳤다.
"야야- 점심은 너희들끼리 먹어. 나 잠깐 들릴 곳이 있어. 뭔지는 묻지 말고. 나 간다?"
친구들이 붙잡을 새도 없이 계단을 뛰어내려온 제이크가 향한 곳은 양호실이었다. 점심시간을 앞둔 때라 스쿨 널스도 없이 조용한 공간에 제이크가 부산한 소음을 내며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목격한다면 혼이 날 수도 있었지만 로버트 발목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속이 가득 찬 제이크에게 그런걸 재고 따질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이 곳에 몇번 방문한 적이 있는 제이크는 쉽게 붕대와 파스를 찾아냈다. 그제야 다른 고민이 그에게 밀려왔다. 이걸 어떻게 로버트에게 전해주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내도 도저히 자연스러운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몰래 로버트의 캐비넷에 넣어둬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제이크는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서두르기로 했다. 로버트의 캐비넷 위치는 이미 잘 알고 있었고 아무에게도 눈에 띄어서는 안 됐다. 누군가 그의 캐비넷에 선물과 편지 따위를 놓고 가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본인이 다른 사람의 캐비넷을 몰래 여는 건 제이크로서는 매우 낯선 경험이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붕대와 파스를 주머니에 챙겨넣으려던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발목을 좀 접지른거 같아서..."
문을 열고 들어온건 그 아이였다. 방금 전까지 제이크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든 바로 그 로버트 플로이드. 제이크는 깜짝 놀란 표정을 황급히 갈무리했다. 스쿨 널스가 없는걸 알고 로버트가 그대로 절뚝거리며 돌아나갈까봐 다친 발목에 파스를 뿌려주겠노라 재빨리 손에 든 파스를 흔들어보였다. 말을 하고 보니 계속 로버트의 발목을 지켜보고 있던게 들킨 기분이라 아차 싶었지만 다행히 로버트는 크게 개의치 않는듯 발을 절뚝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일이 이렇게 풀릴 수도 있구나. 제이크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의자를 끌어와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로버트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게 처음인 제이크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싶었지만 애써 발목에만 관심있는 척 시선을 고정했다. 반바지 아래로 곧고 길게 뻗은 로버트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이크와 확연히 구분이 될만큼 희고 말랑해보이는 피부는 마치 햇빛 한번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늘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훈련을 하는 제이크와 달리 로버트가 주로 머무는 곳은 무용실 안이었기에 그럴만도 했다. 자신이 누르면 누르는대로 자국이 남을 것만 같은 살결에 제이크의 손이 저도 모르게 로버트의 가느다란 발목으로 향했다. 이 정도는 욕심부려봐도 되지 않을까. 제이크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아얏!"
로버트가 발목을 비틀었다. 눈썹을 찌푸려 그에게 미안함을 표시했으나 잡고 있는 발목을 놓지 않았다. 놓고 싶지 않았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로버트가 아닌 자신이 만지는대로 반응을 하는 로버트가 눈 앞에 있다는건 제이크에게도 꽤나 짜릿한 것이었다. 그래서 파스를 뿌린 후 붕대까지 직접 감아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다.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싶은 마음에 붕대를 감던 제이크의 손은 점점 느려졌고 꽉 다물려있던 입은 제멋대로 나불대기 시작했다.
"발목은 무용하다가 다친거야?"
"어? 어.. 맞아."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로버트의 몸이 움찔하는걸 따라 고개를 든 제이크가 자신을 또렷이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마치 요정에라도 홀린것만 같았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무용하는거."
"당연히 알지. 너 무용반 청일점 로버트 플로이드잖아."
"내 이름을 알아?"
그러니까 그냥 떠오르는대로 내뱉어버렸단 말이었다. 아뿔싸. 혼자서만 내적친밀감을 쌓아온 제이크와 달리 로버트는 제이크를 오늘 처음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상대방은 자신의 이름은 물론 더 내밀한 정보까지 알고 있다니 소름끼쳐하며 도망가버리기 전에 해명해야 했다.
"아.. 이상하게 생각하진 말고.. 그냥 너를 지켜보고 있었어."
최악이었다. 더욱 끔찍한 스토커로 전락할 위기였다.
"난 제이크 세러신.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나 너랑 같은 학년이야. 그리고.."
같은 학년이고 심지어 화학 수업은 몇 번 같이 들은적도 있다고. 미식축구부 주전에 쿼터백인데 혹시 들어본 적 없냐고. 제이크는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것중에 어떤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도 몰랐다. 이렇게도 간절하게 자신을 어필하려는 시도 자체가 그의 인생에 있었을까. '제이크 세러신' 그 이름 하나면 되는 사람이었는데 로버트 플로이드 앞에서는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린다. 다행히 로버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가셨다. 오히려 제이크만큼이나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의 다음 말을 막았다.
"나도 너 알아. 미식축구부 쿼터백.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애."
제이크시점도 보고싶어서.. 로버트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척 했지만 오후 수업에서 마주친 친구들마다 붙잡고
"야 내가 우리학교에서 제일 잘생겼냐? 몰라 누가 그렇다는데? 누구냐고? 넌 몰라도 돼 임마"
하면서 실실 웃고 다녔을거같다
행맨밥 파월풀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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