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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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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5581인 


As the world falls, the way it falls, I fall too


멍하니 손 안의 플라스틱 카드키를 돌렸다. 뭉특한 모서리를 손톱 밑으로 누르고, 손가락으로 꾹 누르니 희미하게 빨간 자국이 피부에 남았다.
 

자국을 보니 눈썹이 찌푸려졌다. 아프진 않지만 아프더라도 그건 입안에 남아있는 씁쓸함, 무심한 듯한 태도와 냉소 아래 숨기는데 익숙한 속 안에서 곪는 끈적이고 질척한 감정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지 않았다. 매우 많이.
 

자존심 없는 드라이버는 드라이버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오스카도 본인보다 자존심이 훨씬 센 드라이버들이 있다는 걸 알지만, 오스카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고 그건 오스카의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무심한 척한다고 해도, 가질 수 있고 주어졌던 결과를 놓쳤을 때 마음이 아프지 않는 건 아니다.
 

뭐, 이 스포츠에서 주어진다는 건 잘못된 표현인가? 오스카는 그 의문을 뒷받침할 만한 수많은 사례들을 알았다.
 

오스카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목욕과 룸서비스라면 이런 생각을 그만할 수 있게 해주겠지. 가득 쌓인 문자와 엄마에게 온 연락과 지금 이 순간에는 딱히 보고 싶지 않은 아빠의 레이스 리뷰는 무시하고. 내일의 긴 비행 시간에 처리하면 됐다.
 

오스카는 아침에 넣어둔 껌을 찾으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코너를 돌았다. 그러다 손에 들고 있던 카드키가 떨어질 뻔해, 복도에 떨어지기 직전에 잡아챘다.
 

신발 한 켤레가 눈 앞에 들어온 건 그때였다. 캐나다의 비를 계속 맞으면서도 흰색으로 깨끗한 퓨마 운동화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는 점에서 오스카는 살짝 수치심을 느꼈다.
 

바로 고개를 들어 그 주인을 찾는 자신의 본능에 수치심은 커져갔다.
 

“카를로스.” 한숨처럼 들리는 부름이었다.
 

카를로스는 팔짱을 끼고 있던 팔을 풀고 물 흐르듯 두 팔을 허리 옆에 떨어트렸다. 오스카는 카를로스의 손가락이 벨트를 불안한 듯 만지작거리는 걸 보았다.
 

카를로스의 눈이 오스카의 얼굴을 훑으며 두 뺨이 핑크색으로 물들었다. 오스카는 자신의 두 뺨도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카를로스의 눈빛에 두 뺨을 붉히는 자신에 살짝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주엔 다 같은 호텔에 묵잖아.” 오스카가 물은 건 그게 아니었지만 오스카는 이제 카를로스의 말 속에 숨어있는 진의를 파악하는데 도가 텄다.

팀이 랜도를 축하해주기 위해 이동할 때 오스카는 레이스의 결과표를 바라봤다. DNF와 1위와 20위의 격차. 오스카는 카를로스의 결과를 떠올리자 인상을 찌푸릴 뻔 했다.
 

자신의 결과에 분노한 것에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려고…” 오스카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쪽은 보통 카를로스이다. 때에 따라서 자기 호텔방 호수를 문자로 보내거나 오스카의 방은 어딘지 묻거나.
 

그러나 지금 카를로스는 아무 말없이 뭔가를 기다리듯, 뭔가를 바라듯 오스카를 쳐다보고 있다.
 

“난-“ 카를로스는 말을 하다 말고 아랫입술을 깨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럴 기분은- 아니다, 괜히 왔어.”
 

그게 무슨 소리인지 오스카가 이해하기도 전에 카를로스는 뒤를 돌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지만 오스카의 호텔방까지 와 오스카를 기다렸다고. 오스카는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기다렸다고.
 

목 안이 답답해지고 시뻘건 수치심이 타고 올라왔다. 오스카는 가끔 카를로스도 오스카처럼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는다. 꼭… 그걸 원하기만 하는 건 아니란 걸.
 

“잠깐만!” 카를로스는 복잡한 미로 같은 호텔의 어딘가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오스카의 손 안에 있던 카드키가 미끄러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카를로스의 축 처진 입꼬리에는 불안이 확연하게 서려 있었고, 이질감이 들 정도로 눈은 평소보다 작아보였다.
 

그래서 모든 게 너무나도- 망설여지는 걸 수도.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지도 않은 라디오를 통해 서로에게 소리지르는 것과, 간절한 키스와, 맨 살갗을 붙잡는 간절한 손길 그 사이의 회색지대 때문에.
 

“들어와.” 간극을 너머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은 오스카이다. 뿌듯함은 후에 느끼기로 했다. “저녁 시켜먹자.”
 

카를로스는 오스카를 계속 쳐다본다. 가끔 오스카는 그것만이 정상적인 때에 오스카와 카를로스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레이스트랙에 있을 떄나 서로의 살결을 만지는 때가 아닐 시에.
 

카를로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다시 발을 돌려 재빨리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떨어진 카드키를 주웠다.

그거면 됐다고 오스카는 받아들였다.


--

 

딱히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오스카가 연어 구이를 시키고 샤워하는 동안 카를로스는 침대에 앉아 기다렸다. 샤워에서 나오자 티비를 보던 카를로스의 시선이 오스카의 몸통에서 떨어지는 물방울로 옮겨지는 찰나를 오스카는 목격했다.
 

곧 잠옷에 맨살이 가려졌지만 얼굴은 여전히 빨갰다.
 

조용히 저녁을 먹는 동안 티비에서는 캐나다 버전의 스폰지밥이 나왔다. 오스카는 카를로스가 한 마디도 못 알아듣고 있을 거라 확신했지만 카를로스는 티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가끔씩 속눈썹 너머로 오스카를 쳐다보다,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밥을 먹었다.

뒷정리는 작은 싱크대에 식기를 내려놓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자고 가겠냐 물으려 오스카가 용기를 내기도 전에 카를로스는 바지를 벗어 의자에 접어 걸어 놓았다. 이제 긴팔 소매옷과 브리프만 입은 채였다.
 

카를로스가 적어도 팀 유니폼을 입고 오지 않아 오스카는 다행이라 생각했. 밝은 붉은색은 눈을 아프게 한다.
 

카를로스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익숙한 편안함과 함께 조용히 오스카와 같이 이불 아래에 누웠다. 지금쯤이면 원래 둘은 서로에게 달라붙어 있어야 했다. 오스카의 턱 아래에 카를로스가 축축한 키스를 하고 오스카의 브리프 안으로 손을 넣어 움직이는 게 정상이었다. 모든 걸 잊을 만큼 질척이고 거친, 오스카가 좋아하는 움직임대로.
 

그러나 지금 카를로스는 그저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워 오스카의 얼굴을 옆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렬한 눈빛으로 오스카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의 코끝이 흰색 천에 눌렸다.
 

그제서야 오스카는 이 모든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는 걸 깨달었다. 정적과 조용한 저녁과 다른 방식으로 잠을 자는 게 아닌 그저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이건- 나쁘지 않았다.
 

“얘기하고 싶어?” 그래야 할 거 같은 기분이 강력히 들었다.
 

잠시 동안 카를로스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침대 옆 램프의 노란색 조명 아래 그의 눈 아래 주름이 깊어 보였다.
 

카를로스가 제나이에 맞게 연상으로 보였다. 그건 오스카가 자신의 나이를 끔찍이 의식하게 만들었다.
 

“듣고 싶어?” 모호한 질문이었다.
 

오스카는 카를로스가 놓인 상황을 알았다. 카를로스는 끝에서부터 핀셋으로 조금씩 살을 떼이고 있다. 입을 열면 쓰레기가 되고 입을 열지 않으면 겁쟁이가 되고.
 

오스카도 이제 그 기분을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스카에게 놓여진 핀셋은 카를로스에 비하면 부드럽게 찌르는 정도였지만.
 

“당연하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대답했다.
 

오스카는 진심이라는 걸 전하기 위해 카를로스의 팔을 부드럽게 잡고 가까이 다가갔다. 오스카의 배신적인 뇌의 예측과는 달리 카를로스는 움찔하지 않고 서로의 종아리가 이불 아래 닿을 만큼 더 가까이 왔다.
 

카를로스가 마침내 이로 물고 있던 빨간 아랫입술을 놓아주며 한숨을 쉬었다. “내년이 어떻게 되든 상관 안 해.” 속삭이는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 오스카가 집중하지 않으면 안 들릴 정도였다. “결국 어떤 팀에 가든, 우승은 꿈도 못 꾸고 포디움 대신 포인트를 따기 위해 싸워야 된다 하든 상관 없어. 그냥 올해가 끝나버렸으면 좋겠어.”
 

오스카는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카를로스가 희미하게 소리를 내며 팔을 오스카에게서 빼내고 나서야 오스카는 자신이 카를로스의 팔을 아프게 잡고 있다는 걸 깨달었다. 카를로스는 두 사람의 가슴 사이에 팔을 내려놓으면서 떨어져 있는 상태는 오래가지 못했다. 카를로스의 손끝이 오스카의 턱에 가볍게 머물렀다.
 

위로를 하는 쪽이 오스카가 아니라 카를로스처럼 보였다. 등을 두드리거나 손마디에 입을 맞추며 위로를 하는 게 맞는 거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오스카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카를로스는 그런 행위를 필요로 하기보단 말할 상대가 필요해 보였다. 오스카가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종아리에 닿는 오스카의 발끝이 더 중요했다.
 

오스카는 그 사실에 감사했다.
 

“왜 나는- 왜 나는 인정받거나 그럴 수 없는 건지-“ 카를로스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오스카는 카를로스가 잠시 동안 눈을 감는 걸 지켜봤다. 그의 긴 속눈썹이 주근깨 위로 보라색 그림자를 드리웠다. “드라이버가 되고 싶어.”
 

“드라이버 맞잖아.” 오스카의 멍한 대답에 카를로스는 작게 웃으며 오스카의 윗입술을 엄지로 부드럽게 문질렀다.
 

오스카의 미소가 카를로스의 선명한 눈동자가 비춰 보였다.
 

“난 드라이버가 아니야, 하루 종일 구경 당하는 짐승에 가깝지. ‘오, 저 짐승은 어디로 가는 거지? 저건 동물원에 있어선 안 돼, 자연에 있어야지!’ 사람들은 이러고.”
 

꽤 괜찮은 비유라 오스카는 생각했다.
 

“그럼 어떡하라고? 윌리엄스? 그냥-“ 카를로스가 피곤한 듯 한숨 쉬었다. “그냥 거지 같아, 이젠. 계약 안 한다고 하면 자존심만 세고 요구 많은 멍청이가 되는 거고, 계약하겠다고 하면 돈만 보는 사람이 되는 거고. 차 성능이 좋을 거 같지 않다 말하면 자기 팀을 생각하지 않는 나쁜 사람이 되는 거고, 성능이 실제로 안 좋게 나오면 내가 징크스를 만든 거고. 샤를을 돕지 않으면 팀 플레이어가 아니게 되는 거고, 샤를을 도우면 내가 무슨- 개인지 뭔지 강아지처럼 명령을 듣는 게 되는 거고.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오스카는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카를로스가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뺨 위에 여전히 놓여있는 카를로스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려 손바닥 위로 입을 맞혔다.
 

허벅지 사이와 배 위를 문지르던 카를로스의 손길은 항상 거칠게 느껴졌지만 지금 느껴지는 손바닥은 부드러웠다. 그런 순간들에 부드럽게 구는 카를로스를 상상할 수 없었기에 어쩌면 편견이 있었던 걸 수도.
 

“짜증나겠네.” 오스카의 말주변 없는 위로에 카를로스는 코웃음치며 베개에 얼굴을 대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스카와 함께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떨었다.
 

오스카는 상대의 문제에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 함께 웃는 게 바보 같고 유치하게 느껴졌다.
 

육체적으로는 충분할 정도로 가까웠으나 감정적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거리감. 그게 오스카가 전 여자친구와 끝난 이유였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시간을 통해 오스카는 그녀의 말이 비난이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는 걸 받아들였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시간은 되돌 수 없고, 오스카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제대로 반응하는 방법을 모른다. 밤에 이불을 차게 만들 말을 하거나 상황을 악화시키지만 않아도 다행이다.
 

카를로스는 딱히 상관 쓰지 않는 것처럼 오스카의 어깨를 붙잡고 목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웃음 사이의 숨결이 귀 아래 민감한 피부를 간지럽혔다. 오스카는 반사적으로 몸을 떨고 카를로스의 몸에 더 가까이 붙었다. 카를로스의 온기가 달라붙고 부드러운 두 손이 티셔츠 아래로 들어와 허리를 잡았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뀐 걸까, 손을 잡고 서로의 모든 것을 취하고 싶어하는 아드레날린 가득한 평소의 공기가 방 안을 채웠다.

“하려면…” 오스카의 목 끝에 붙어 카를로스가 말했다.
 

쇄골 위로 카를로스의 입술이 느껴졌다. 언젠가 오스카가 카를로스 몸의 같은 자리를 물어 보라색 자국을 만드는 바람에 카를로스가 며칠 간 하이넥 셔츠를 입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건 카를로스가 바이저와 탄소 섬유 뒤에 얼마나 숨던 간에 보통 사람처럼 약하다는 걸 상기시켰고, 오스카는 언제나 그 사실에 현기증을 느꼈다.
 

오스카는 고개를 저으며 순수하게 카를로스의 등 뒤로 양 손을 움직여 그를 가깝게 끌어당겼다.
 

바깥의 빗소리를 들으며 다른 사람과 온기를 나누고 함께 잠드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이었는지 잊고 있었다.
 

“아니, 괜찮아.” 진심으로 오스카가 말했다. “하루가 길었어, 자야지.”
 

많은 처음의 밤이었다. 카를로스는 증오 혹은 욕정 없이 오스카를 바라보고 있고 오스카는 그의 입술이나 가슴을 물어뜯거나 얼굴을 치고 싶은 욕구 없이 카를로스의 옆에 있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카를로스가 떠나지 않는 것이다. 오스카의 턱 아래 코를 묻고 입술을 누르는 걸 보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스카가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자 카를로스가 혀를 집어넣으며 느긋하고 촉촉한, 굿나잇 키스와 비슷하게 키스가 이어졌다. 그게 둘의 평소 키스와는 다를 지어도, 오스카는 카를로스의 뒷통수를 잡고 더 깊게 키스했다.
 

“고마워.” 카를로스가 마지막으로 오스카의 뺨에 입을 맞추고 베개에 머리를 눕혔다. “내일 아침에 보답할게.”
 

오스카는 그럴 필요 없다고, 규칙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카를로스가 눈을 감았다. 팔은 여전히 오스카의 허리를 감싼 채로 입이 살짝 벌어져 숨결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안전하게 느끼는 사람 곁에서 쉽게 잠에 든다는 기사에 대해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스카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아침 카를로스는 오스카의 허벅지 안쪽에 입술을 맞추고 브리프 안쪽을 손가락으로 만지며 약속대로 오스카를 깨웠다.
 

오스카는 고개를 들었다 다시 낮게 신음하며 베게 위로 머리를 던졌다. 오스카의 브리프를 벗기고, 한 치의 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입속으로 오스카를 삼키는 카를로스의 뒷통수로 손을 가져갔다.
 

따뜻하고 축축했다. 카를로스는 정확히 오스카가 좋아하는 대로 능숙하게 빨아댔고, 오스카는 카를로스의 머리를 허벅지로 조이고 쾌락의 젖어 신음소리를 흘렸다. 혀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끝을 핥다 입술 사이로 끝을 가져갔다.
 

“젠장, 카를로스-“ 음낭을 감싸고, 회음부를 문지르며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에 카를로스의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골반이 공중으로 뜨며 오스카의 성기가 카를로스의 목구멍이 느껴질 정도로 깊이 들어갔다.
 

카를로스는 갑작스러운 깊은 움직임에도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적응하며 긴 속눈썹 사이로 오스카를 올려다 봤다.
 

카를로스의 건방진 눈빛을 보아 오스카는 분명 아주 좋아 죽는 상태처럼 보일 테다. 얼굴에는 아직 베개 자국이 남아있을 거고. 카를로스는 꿈같이 완벽한 모습이었다. 오스카의 것을 물고 있는 게 보이는 튀어나온 볼, 물고 프리컴과 침 범벅으로 타이트하게 오스카의 것을 감싸는 붉은 입술.
 

오스카는 더 깊게 넣으려 종아리로 카를로스의 등을 끌어당기며 신음했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단단한 두 손으로 오스카의 허리를 매트리스에 고정시키고 속도를 조절했다.
 

그건 뱃속을 더 뜨겁게 만들었고, 손끝에서부터 절정의 선명한 감각이 올라왔다. “카- 카를로스, 아, 제발.”
 

카를로스는 오스카의 애원을 아주 잘 알아 들은 것처럼 한 손가락을 오스카의 엉덩이 사이로 가져가 입구를 문지르고, 오스카의 것을 끝까지 삼켰다. 오스카는 엉킨 신음소리를 내며 카를로스의 목구멍으로 사정했다. 카를로스가 사정액을 전부 삼키는 모습에 오스카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 으, 미친-“ 오스카는 눈을 뜨고 있으려 노력하며 신음했다. 카를로스가 허벅지 위로 올라타 발기한 그의 것을 꺼낼 정도로만 브리프를 내렸다.
 

그건 외설적으로 카를로스의 복근 한 부분을 툭, 건드렸다. 오스카가 제일 자국을 남기기 좋아하는 복근의 부드러운 부분이다. 그리고 카를로스가 주먹으로 빠르게 흔들며 가려졌다.
 

카를로스는 평소보다 부드러운, 애정이라고 볼 수도 있는 욕망이 담긴 눈으로 오스카를 쳐다보며 방금 전 오스카의 엉덩이 사이를 만졌던 손을 입으로 가져가 빨았다. 그 광경에 신음하는 오스카의 피곤한 아래가 다시 한 번 일어나려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카를로스는 자신의 침과 오스카의 사정액으로 뒤덮힌 손가락을 혀로 핥으며 그렇게 사정했다. 사정액이 두 사람의 배에 떨어졌다.
 

“Hostia puta” 카를로스가 오스카 옆으로 쓰러지며 속삭였다. 그의 가슴이 가파른 호흡에 오르락 내렸다.
 

오스카는 키득거리며 배 위로 손을 가져갔다가 끈적거리는 촉감에 코를 찡그렸다. “으, 더러워.” 손가락 사이 흰색 물질을 노려보며 불평했다. “양치질은 한 다음에 해도 됐잖아, 진짜.”
 

“빨아줬다고 나보고 뭐라고 하는 거야?” 카를로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카를로스가 두 사람의 몸을 닦는 순간의 정적은 어젯밤 저녁에 느낀 편안함과 고요함과- 친숙함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오스카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카를로스는 조용히 흥얼거리며 오스카 쪽으로 등을 돌리고 바지를 입었다. 오스카는 카를로스의 어깨 근육이 움직이는 걸 감상할 수 있었다.
 

“난 오후에 출국해.” 카를로스가 오스카를 보며 말했다. “마라넬로(*페라리 본부)는 다음주까지 안 가도 되고.”
 

오스카는 알겠다 신호를 보냈다. <em>어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지, 이제 네가 손을 내밀 차례야.</em>
 

그리고 카를로스는 그렇게 했다.
 

“모나코에서 만나기로?”
 

오스카는 정답을 알면서도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했다. 오스카와 카를로스는 그런 건 하지 않는다. 언제나 거의 같은 작은 공간에 함께 있더라도 레이스가 있는 주말이 아니면 만나지 않는다.
 

그런 건 하지 않는다. 카를로스가 거칠게 키스하면 오스카는 카를로스의 입술을 깨물고, 서로의 피부에 손자국을 남기고, 트랙 위처럼 충돌하고, 의도한 것보다 고조되기 전에 서로를 떠난다.
 

그렇지만 이 스포츠에는 이점이라곤 없고, 카를로스는 오스카의 침대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지구는 북극 기준으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지만 남극 기준으로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런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더 생각해야 할 게 있을까?
 

“좋아.”
 

카를로스는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짧고 부드럽게 오스카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을 나갔다.
 

방 안에 남겨진 오스카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고, 평소의 날카로운 이가 아니라 낯선 부드러움에 입술이 간질거렸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다고 보긴 힘들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선택이 더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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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그랑프리 때 카를로스는 충돌로 리타이어했고 오스카는 아쉽게 5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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