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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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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신원미상의 인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물 100점 독점공개'


이번 전시회는 3년 전 발견된 신원미상의 미라와 그의 무덤 속에서 발견된 유물들의 전시로 두번째 열리는 것이었다.

전시관 측은 첫번째 전시 때는 시기도 안 맞았고 제대로 광고를 하지 않아서인지 큰 호응이 없었기에 이번에는 전문가를 고용해 배치와 광고에 힘을 쏟기로 했다.

조명설치자인 장철한은 섭외가 들어왔을 때부터 팀원들과 미팅하고 자료를 모았다. 전시관으로부터 첫 전시회 때 모습이 담긴 영상과 유물, 미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받았다. 큰 규모는 아니었다. 지방단체와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이 되는 곳이었다.
장철한은 전시회는 몇번 일을 한적 있었지만 유물 쪽은 처음이었다. 특히나 유물은 조명 노출에 예민했기에 세세하게 살펴봐야했다.



-장시간 내린 비가 아니었으면 발견되지 못할 무덤이었다는 기록.

무덤이 긴 세월 묵묵히 감추고 있던 것은 신원미상의 남자의 시신이었다.
당시 평균 신장보다는 꽤 큰 편이었고 미라화가 되며 수분이 날라가 체형은 추측할 수 없었다.
검사결과 남자는 2-30대로 추정되고 심한 폐질환을 앓았던 것 같았다. 그 이유는 폐의 병리조직검사에서 나타난 기관지에 혈흔의 흔적이었다. 폐렴이나 폐질환, 각혈을 하는 과정에 피가 폐로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있었기에 사망원인을 폐질환으로 결론을 냈다.


처음에 그를 발견한 사람은 함께 묻힌 물건들을 보고 귀족가문의 자제라고 생각했지만 명정銘旌이나 가문을 상징할 만한 물건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신분조차 알 수 없지만 그와 함께 발견된 유물들이 범상치 않았다.

피장자의 관 좌우벽에는 청룡, 백호, 꽃과 운학이 그러져 있었고 관 안에는 내생의 기약이 담겨진 이국異國의 유물들이 가득했다. 미라의 목에 걸려있던 반지는 양지옥으로 만들어진, 당시에도 꽤 비싼 보석이었을거라고 예측했다.


여기까지가 지난 전시회에 공개된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기존 유물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머리카락이었다.

미라의 머리카락인줄 알았던 일부분이 실은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었던 것이었다.
머리끈으로 함께 묶여있어 연구원들이 알아채지 못했던 것을 이번 검사로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새로운 발견에 연구소는 꽤 흥분에 빠졌다.


[고대 중국의 유교 덕목을 보면, 머리카락은 부모가 물려준 선물로서 깊은 존경심으로 대해야 했어요.
여자든 남자든 머리를 자르는 것을 심각한 불효를 저지르는 것으로 여겼고, 오직 특수한 환경에서만 자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종교에 귀의를 하기위해서 깎거나, 정인에게 약속의 징표로 머리를 잘라서 바치거나 말이죠.]

[종교 쪽은 아닐 것 같네요.]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렇다면 이 관을 만든 사람은 그의 정인이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꽤 있겠죠.]

[그래서 말인데, 이번 전시회는 이야기를 넣어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가죠.
단순히 같은 전시회라 할지라도,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특별한 장치를 넣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장철한은 빔프로젝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면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끊어 넣는다...

도대체 어떤 기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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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일이었지만 장철한은 전시관에 미리 양해를 구해놨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최소한의 조명에 내부는 생각보다 어두컴컴했다.
야맹증을 가지고 있던 장철한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뗐다.

머리 속으로 버릇처럼 발걸음을 세며 걸었다.
요 몇달 이정도 조명에도 시야가 흐리게 되어 보이지 않는 일이 종종 생겼다.

여러유물들을 지나 숫자를 세면서 걷는데 모퉁이를 돌았을 때 시선을 끄는 유물이 있었다.

가죽끈에 연결 된 하얀 반지.

일반성인의 눈 높이에 맞춰 허공에 걸려있었다.

자료로만 보던 것을 실제로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장철한은 자기도 모르게 유리벽에 손을 대고는 반지를 쳐다봤다. 설명에는 양지옥羊脂玉이라는 최상등품의 백옥으로 만들어진 반지라고 적혀있었다.

가슴 속 약한 진동이 퍼져나갔다. 마치 고요한 수면에 돌멩이가 떨어져 물결이 퍼지는 느낌이었다. 낯선 느낌에 장철한은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아름답지 않나요."

"으악!"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장철한은 깜짝 놀라며 몸을 휘청거렸다. 이 조용한 전시관 안에는 자기 혼자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서인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놀라고 말았다.

보던 것이 죽은 사람의 관에서 꺼낸 유물이라는 것도 이 놀람에 한몫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놀란 가슴을 움켜쥐며 장철한은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사람을 올려다봤다.

"미안해요, 많이 놀라셨어요?"

"네...아니, 네...조금."

낯선 사람에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에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다. 장철한은 흘려내린 안경을 올리며 눈 앞의 사람이 내민 손은 무시하고는 몸을 일으켰다.

누구, 라고 물어볼새도 없이 눈 앞의 사람은 먼저 말을 꺼냈다.

"조사팀장인 공준입니다. 들어올 때 경비원에게 들었어요. 조명팀이 와 계신다고."

"네, 장철한입니다."

장철한은 짧고 간결하게 악수를 하고는 넘어졌을 때 엉망이 된 옷을 잡아 폈다. 민망도 했고 짜증도 났다.

미팅이 있을 때마다 이 사람은 유적지에 가 있거나 인터뷰에 바빠서 만나지 못했었다. 불참을 해도 이미 자료는 다 건네받은 상황이라 특별히 만나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었다. 부족한게 있으면 연구소에 연락을 하면 받을 수 있었으니 빈자리같은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놀란건, 조사팀장이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젊어서였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나이든 학자일거라는 편견에서였다. 아무리 높게 봐도 자신의 또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새삼 자신의 좁은 시야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반지는...미라가 목에 걸고 있었던 반지 맞죠?"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던진 질문이었다.
장철한의 질문에 공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지를 바라봤다.

“네. 다행히 형태가 아주 잘 보존되었죠. 천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피곤한건가...

뭔가 반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나른다고 생각했다.
전혀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산하령
메이비
지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