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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21:58
노잼ㅈㅇ



“엄마 없는 년을 키워줬건만, 은혜를 이딴식으로 갚아?”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나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책 읽느라 아버지의 부름을 못 들은 것이 이렇게 맞을 잘못인가. 손바닥으로 뺨을 때리던 아버지가 익숙하게 벨트를 풀고 그 밸트로 나를 때리려 오른 팔을 위로 들었을 때, 나는 평소처럼 맞을 것을 예상하고 고개를 돌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띵동-




그러나 평소와 달리 쇠붙이의 둔탁한 고통은 오지 않았다. 초인종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아버지는 나를 때리려던 것을 멈추고 현관으로 갔다. 문을 여니 그곳엔 이웃집 남자가 있었다. 전에 복도에서 한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이름이 로건이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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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뭔 일 났어?”


문 넘어 서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우리집 안을 재빠르게 살펴보더니, 구석에 쭈그려있는 나를 보았다. 멍투성이인 내 몸을 훑어보는 그의 눈길이 어딘가 섬짓하여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




“뭔, 뭔 일? 아무일도 없는데. 근데 왜 반말이야? 당신 누구야?”
아버지는 그의 큰 체구에 압도당한 건지, 당황스러운 말투였다.



“니 옆집. 주차장에 차가 계속 시끄럽게 울리길래. 무슨 일 있나 싶어서.”



“차?!”



제 몸보다 차를 아끼는 아버지는 그 말을 듣고 남자를 밀치며 즉시 계단을 타고 내려가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그 덕에 옆집남자와 나만 어색하게 남았다.



“학교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깜짝 놀랐다. 나한테 물어보는 건가? 이 집에 나밖에 없으니 아마 그렇겠지.



“홈..스쿨링”

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채 더럽고 먼지가 낀 우리집 바닥만 보았다.



“꼬마야”



“네”



“도움 필요하면 와.”



“네..?”



“옆집, 302동. ”


그 말과 함께 현관문이 닫쳤다. 나는 벙찐 얼굴로 오래되어 경칩조차 삭은 현관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뒤, 아버지가 신난 얼굴로 돌아왔다. 차에 문제가 있나 보다가, 차 트렁크 앞에 현금뭉치가 든 봉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걸로 경마를 최소 몇번은 할 수 있겠다며 집에서 간단히 물건을 챙기고 나갔다. 나를 때리고 있던 중인건 까먹은지 오래였다. 결국 나는 맞지 않았다.



고맙다고 해야하나.


10분정도 고민하다가 그래도 감사의 말을 전하긴 해야겠어 그의 집 앞으로 갔다. 막상 용기가 안 나 302동 앞을 한참동안 서성거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찰나, 철컥.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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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내가 문 앞에 있단 걸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시가렛을 피며 거실에 있는 낡은 쇼파에 털썩 앉았다. 나는 한 칸 떨어져서 조심스레 앉았다. 여전히 그의 눈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 그의 집 마루바닥으로 눈을 고정시켰다.



“생각보다 일찍왔네, 도움 필요해?”



“감사하다고 말하려고..”




“감사는 됐고, 도움 필요하면 오라고 했잖아. 필요한거 없어?”




”그 봉투에 있는 돈, 어떻게 갚을…“


“아가야”


그가 긴팔을 뻗어 내 턱을 잡아 자기쪽으로 내 얼굴을 끌어당겼다. 바닥만 보고 있던 내 눈을 자기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검은 눈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아득한 심연같았다. 아까 맞은 뺨이 욱신거렸다.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



시가렛의 매운 연기가 내뿜어져 내 얼굴을 덮쳤다. 너무 매웠다. 무서웠다. 매운 연기때문인지 모를 눈물이 눈가에 맺혔다.



그가 아차 싶었는지 나를 놔주었다. 나는 연신 기침을 했다.


“겁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미안.”

도망가고 싶었다. 이 집에서 오래 있다간 그에게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무섭다.




“이름이 뭐야?”



“허니 비...”



“몇 살?”



“열 여섯이요”


나는 감사고 뭐고 어서 이 집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질문하는대로 바로 대답했다. 왜 물어보는지 궁금했지만 그저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다. 그가 한숨을 쉬더니 주머니에서 초코칩 쿠키 과자를 꺼냈다. 그러고는 나에게 내밀었다.



“...?”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일단 과자를 받았다.



그의 표정을 보니, 내 얼굴에 집에 가고 싶다고 써져있으니 이거 받고 집에 가라는 뜻인 것 같았다.
감사의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꾸벅이며 현관을 나섰다.




*

집에 가서 바로 방으로 갔다. 아버지는 오늘 아주 늦게 오실 것 같다. 얼마만에 편안히 집에 있는 것인지. 침대에 걸터앉아 아까 받은 초코칩 쿠키를 꺼내먹었다. 초코가 열에 녹아 따듯하고 눅눅한 단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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