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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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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구원은 사랑을 통해서, 그리고 사랑 안에서 실현된다.

- 빅터 프랭클


 

벌써 2주째 매일 비가 내리는 날이 반복되었다. 
존 윅은 비 오는 날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그가 남겼던 강아지를 잃은 날들의 연속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컨티넨탈 호텔에서 다친 배를 치료받으며 존은 이 곳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곱씹었다.

 

컨티넨탈 호텔에 들어온 후로 본 얼굴들은 대부분 다 아는 얼굴이었지만이 의사의 앳된 얼굴은 존으로서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은퇴 전에도 이런 얼굴이 있었던가존은 버번을 한 모금 들이키며 생각했다.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죠?”

 

낫길 바라신다면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사무적이고 냉랭한 목소리가 답했다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목소리
하기야 이 곳에서는 모두가 생김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녀가 주황색 병에 담긴 약을 건넸다.

 

먼저 이걸 두 알 드세요.”

 

아마 꿰멘 상처가 터지고 피는 나겠지만 움직일 수는 있을 겁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을 끝낸 그녀가 짐을 챙겼다.

 

진통제라도 드릴까요?”

 

아뇨해결했습니다존 윅이 다소 쾌활하게 답했다
그녀는 속을 알 수 없는 까만 눈으로 존의 얼굴을 응시했다

 

다행이네요또 상처가 덧나면 불러주세요.”

 

나가려던 그녀가 뒤돌아 말했다.

 

아내 분 일은 유감입니다부디 일을 잘 처리하시고 은퇴 생활을 만끽하시길.”

 

존은 으레 그랬든 감사 인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그녀를 배웅했다문이 닫히고낮은 굽소리가 엘레베이터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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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과격한 소음이 들린 것은 그 날 밤이었다
존의 치료를 마지막으로 컨티넨탈 호텔에 딸린 당직실 겸 그녀의 생활 공간에서 자던 중 무언가 와장창 깨지는 소리둔탁하게 거실 바닥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그녀는 컨시어지 카론을 찾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고 물었다.

 

존 윅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봐치료한 부분이 다시 터졌을 수도 있으니 자네가 올라가보게.”

 

허니 비는 다시 몇 가지 치료 도구를 챙겨 존 윅의 방으로 향했다노크를 하고 아까 그 의사라고 말하자 존은 순순히 문을 열었다.

 

카론이 올려보내서 왔습니다상처를 다시 한 번 치료하시라고.”

 

존이 티셔츠를 걷어 올리자 붉게 번진 상처가 보였다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붕대와 약을 꺼내 꼬맨 부위를 간단하게 처리했다.

 

당직이셨나봅니다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닙니다컨티넨탈 호텔에 상주하고 있어 괜찮아요이게 제 일인걸요.”

 

존은 갸우뚱거렸다은퇴 전에도 컨티넨탈에 의사가 상주했었나
은퇴한 사이 많은 것이 바뀐 것처럼 느껴졌다
자그마치 5년이다
호텔도 그동안 리모델링을 거쳤으니 시스템도 바뀌었을 것이다

 

호텔에 상주하는 의사는 처음 봅니다원래 호텔 시스템이었던가요.”

 

아버지가 윈스턴과 친하셔서어쩌다보니 방을 하나 내주셨어요워낙 자주 다쳐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른 의사들은 출퇴근을 한단 말입니까?”

 

저는 어차피 갈 곳도 없거든요.”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처치를 끝내고 일어서는 의사는 아까와 달리 가운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노출이 적은 긴팔의 가운과 슬립 차림페디큐어도 바르지 않은 발에 털 슬리퍼
존은 금화 하나를 꺼내 건넸다.

 

여러모로 죄송했습니다.”

 

존이 내민 금화를 보고 그녀는 웃었다
조소도 아니고미소도 아닌 애매한 웃음이었다.

 

제게는 쓸모 없는 물건이에요금 함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또 팔아보면 다르겠지만.”

 

킬러가.. 아니십니까?”

 

저는 의사예요킬러는 사람을 죽이고의사는 사람을 살리죠따지고 보면 소속만 컨티넨탈일 뿐민간인에 가까워요.”

 

실례했습니다그럼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을까요미스 ..?”

 

존은 아직 그녀와 통성명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을 부르지 못한 채 허공으로 질문을 띄웠다
가운이라도 입고 있었다면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허니 비 입니다미스 비라고 부르세요.”

 

무엇으로 보답드릴까요미스 비?”

 

아까 버번 위스키를 드시던데혹시 그걸로 한 잔 받을 수 있을까요따지고 보면 이것도 근무 중이라 지하의 바는 이용할 수가 없어서요.”

 

존은 위스키 한 잔을 따라 건넸다
얼음도 다 녹아버린 위스키잔그녀가 잔을 받아들자 존은 소파를 살짝 옮겨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가운을 여몄다
많은 여성 킬러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배워온 유혹하는 눈빛이나 농염한 자세와는 거리가 멀었다.

 

언제부터 일하셨습니까은퇴 전에는 못 보던 분인데.”

 

존은 본디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침묵을 무시하고 다시 침대로 가서 눈을 붙일 성격도 아니었다. 
다음날 소러시아로 옮겨 할 일이 많았으나 그는 신사도를 지켰다
뒷세계와 거리가 멀어보이는헬렌의 무해함과 가까운 여성이 궁금하기도 했다.

 

“1년 되었어요의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컨티넨탈 호텔에 취직했죠.”

 

빠르게 과정을 끝냈다면 올해로 스물 일곱젊은 나이에 이 세계로 들어왔다는 게 아까운 사람이었다
존은 그녀가 살아온 삶도 녹록치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버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돌아가셨어요동종 업계 사람에게 죽었는데그래도 나름 친분이 있던 분들이 의사 교육과정까지 돌봐주셨어요그 덕에 이렇게나마 먹고 사는 거죠.”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대대로 이어져오는 뿌리깊은 유전자
본인은 물론 자식까지도 죽음과 멀리 떨어질 수 없는 이 좆같은 업계가 자신 뿐 아니라 여자의 발목까지 잡고 있었다.

 

다른 길은 없었습니까.”

 

제가 하고 싶다고 했어요의사가 된 건 아버지를 치료하고 싶어서였으니까죽어서 없다면그 분의 친구들이라도.”

 

후회하지 않으십니까돌아온 이곳은 여전히 피비린내가 자욱하던데.”

 

때로는 도망가고 싶어도 눈 떠보면 제자리일 때가 있어요선택지가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후회도 없는 법이죠그냥 하는 거예요존 윅씨는 다시 총을 잡은 걸 후회하시나요.”

 

돌아온 건 아닙니다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알아요어떻게 떠나셨는지도무슨 일이 있었는지도컨티넨탈에 있다보면 별 얘기를 다 들으니까요은퇴를 번복한 게 아니더라도 총을 다시 잡았을 때 기분이 어떻던가요.”

 

존은 생각했다총을 다시 잡을 때 어땠던가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지만 분명히 느꼈었다
몇십 년을 해왔던 일이었다
손에 미끄러져 들어오는 걸쇠의 느낌을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순서를녹슬었다고 믿었고묻어버렸던 과거였지만 스물스물 차오르는 이 익숙한 느낌을.

 

이 일이 끝나면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러길 바라요저는 선택지가 없었지만 미스터 윅에게는 아직 남아있는 길이 있으니까요.”

 

허니 비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들이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굿나잇 인사를 남기고 그녀는 문을 나섰다
그것이 첫번째 만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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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윅이 요제프와 비고를 죽이고차를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허니 비는 진심으로 행복을 빌었다
전설은 전설이구나
그가 이 세계에 다시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는 말을 지키길 바랐다
여기는 죽음이 죽음을 부르는 곳이었다원하든 원치않든 휘말려가는 삶들이었다
어제 대화를 나누며 치료했던 사람이 오늘은 시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들었다.

 

그녀의 후원자는 생전의 아버지와 친했던 가문의 사람이었다.
그는 매달 큰 금액을 그녀 계좌 앞으로 입금했지만 허니 비는 그걸 매번 기부했다

화려하게 불태우다가 그 다음날 죽어서 없어지는 삶들을 보면 가지고 싶은 것이 없었다.

 

비슷한 또래인 컨티넨탈의 바텐더는 휴식 시간에 그녀에게 자주 놀러왔다
근무 중이니 독하지 않은 술로 주겠다며 진을 아주 가볍게 탄 소다를 내밀고는 그렇게 재미없게 살아서 되겠냐며 웃었다
예쁘장한 얼굴의 바텐더는 허니 비를 아주 좋아했고소문에도 빠삭했다.

 

존 윅에게 디 안토니오가 찾아갔대표식을 썼다는데은퇴 번복이지 뭐.”

 

진 소다가 비릿하게 느껴졌다어째서 이렇게나 신은 잔인한지.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존 윅이 개를 끌고 왔을 때 컨티넨탈 호텔로 들어왔을 때허니 비는 로비에서 급하게 킬러 하나를 치료하고 있었다
저 강아지는 뭐야그 생각을 하다가 킬러의 신음에 그녀는 작게 사과했다.

 

윈스턴은 존 윅에게 표식을 이행할 것을 권고했고존은 카론에게 강아지를 맡겼다
그리고 카론은 강아지를 당직실에 둘 것을 요청했다
까맣고 예쁜 강아지였다.

 

미스터 윅 집이 싸그리 다 탔대갈 곳이 없어진 거지.”

 

나랑 똑같네존 윅의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도 모든 킬러들에게 이슈였다
다른 킬러들을 치료할 때마다 들려왔다.

 

지아나를 죽였다는 것도공개 청부가 걸렸다는 것도
산티노가 컨티넨탈 호텔로 피신했다는 것도.

 

-

 

총소리컨티넨탈 호텔에서 들릴 수 없는들려서는 안되는 소리가 들렸을 때 허니 비는 귀를 의심했다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을 살았잖아돌이킬 수 있었잖아.

 

그리고 한 시간윈스턴이 존에게 줄 시간이라고 했다
비가 오는 밤이었다처음 만났던 날처럼
허니 비는 그의 생각을 했다떨쳐내려도 쉽게 떨쳐지지 않는 잡음이었다
죽음이 이렇게나 가까이 왔을 때 바바야가는 무슨 생각을 할까

 

*

 

존은 잿더미 속에서 헬렌의 팔찌를 꺼냈다
각오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다가오는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자꾸만 어둠 속에서 그의 발목을 잡아끄는 손들이 있었다
의사는 그에게 선택지가 있다고 했지만 정말 그럴까그의 과거는 그에게 선택지 따위를 내어준 적이 없었다

 

헬렌이 떠나고 난 뒤 죽고 싶었던 삶의 연속이었다
사실 헬렌을 만나기 전까지도 간절히 살고 싶었던 적 따위는 없었다
헬렌을 만난 후에는 그저 살아졌다이런 게 구원인가보다그냥 숨만 쉬어도 살아졌다모든 게 쉬웠다
그게 그의 패착이었는지 모른다간절하게 살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
살아서 그녀를 기억하고 싶을 때자유롭게 이 이름없는 강아지와 살고 싶을 때

 

강아지가 그의 옆에 앉아 멍하고 한 번 짖었다
그리고 카론이 찾아왔다.

 

 

 

 

 

*

습습.. 계속 길어지네
컨티넨탈 호텔 의사인 너붕붕이랑 존윅의 건조하게 녹아드는 쌍방구원 사랑 서사가 보고 싶었음

비오는 가을밤에는 존윅이다 얘들아 존윅 봐라~!~!




존윅너붕붕 키아누너붕붕

 

2024.09.20 20: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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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미친 분위기..........
[Code: 6b93]
2024.09.21 00:11
ㅇㅇ
모바일
와 존윅시리즈 각본가 모신줄
[Code: dcdc]
2024.09.21 00:16
ㅇㅇ
모바일
이게 얼마만의 존윅너붕붕이냐ㅜㅜㅜㅜ
[Code: 45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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