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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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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 창백한 퇴폐미라 하데스 존똑에 키요이는 생기있고 신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페르세포네 찰떡 아니냐고..


이제 갓 신으로 승급된 키요이는 어머니인 데메테르를 따라다니게 되면서 자주 듣는 이름이 생겼는데, 이 명계의 신 히라는 항상 지하에서 생활하느라 아주 중요한 자리가 아닌 이상 신들의 연회에도 매번 불참하기로 유명했음. 넥타르를 마시면서 오늘도 히라사마는 불참했다고 떠들썩하니 시간이 갈수록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졌어. 하지만 무서운 명계의 신이라 다른 신들도 벌벌 떠는 탓에 자연히 키요이 머릿속에 히라는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외모를 가진 신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던 어느날 데메테르가 다른 연회에 간 사이에 숲속에서 수선화 돌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창백한 미남이 서있어서 깜짝 놀라는 키요이 보고싶다. 키요이가 놀라니까 미남도 놀랐는지 허둥지둥 나무 뒤로 숨어버리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이라 되려 눈에 띄었으면. 뭔가 그 모습이 웃겨서 키요이가 풋 웃으니까 그제야 남자도 조심스레 나와서 천천히 키요이게 다가오겠지.
남자에게 아무런 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아마 신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인간인가? 싶어 처음보는 얼굴이라 경계하면서도 수선화 하나를 따서 미남한테 건네주니 미남도 수줍게 받아들일텐데 키요이 손에서 생생하게 피어있던 꽃이 갑자기 미남 손에서는 사그라들었으면 좋겠다. 그러자 남자가 곧 시무룩한 얼굴로 변하길래 그 모습이 안타까워서 키요이가 다시 가져와 생명을 불어주자 꽃이 다시 환하게 피어나겠지.
상대가 불의 신이든 뭐든 아마 초목과 맞지 않는 뭔가가 있겠지 싶어 깊게 생각하지 않은 키요이가 신력으로 말린 수선화를 다시 미남에게 건네줬으면 좋겠다. 귓볼까지 빨개진채 드라이 플라워를 든 남자 보고 조금 귀엽다고 생각하는 키요이겠지.


그리고 그이후에도 미남이 몇번씩 키요이가 거느리는 꽃밭에 찾아왔으면 좋겠다.
어디서 사는 요정인지, 신인지 혹은 인간인지 정체를 모르겠지만 방해되지 않을 정도 거리를 유지한채 키요이를 쳐다보고있겠지. 처음엔 부담스럽고 이해가지 않았지만 한가지 좋은 점은 키요이를 귀찮게 하는 존재가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음. 사실 키요이는 신계에서도 눈에 띄게 아름다워서 호시탐탐 탐할 기회를 노리는 신들이 많았는데 이 검은 남자가 온 이후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니까. 처음엔 이 남자가 부담스러웠지만 저를 탐하지도 않고, 멀리서 지켜주고있으니 심적으로 편해진 키요이겠지. 왠만한 잡신들이 다가오지 못하는걸 보니 아무래도 인간은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정체가 뭘까? 신이라면 신들이 가진 성스러운 후광과 향이 풍기는데 남자는 아무것도 풍기지 않았음. 혹시 반인반신일까? 하며 남자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늘겠지.
신기한 것은 미남의 조용한 시선이 싫지는 않았어.



그날도 평소와 같이 데메테르를 대신해서 들판을 돌보고 있는데 우연히 망나니로 유명한 켄타우로스가 지나가다가 아름다운 키요이를 보고 눈돌아가서 덮쳤으면 좋겠다. 하필이면 어머니도, 미남도 없을때 벌어진거라 패닉온 키요이가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겠지. 마지막 남은 얇은 튜닉이 벗겨질 급박한 찰나에 콧김 뿜던 켄타우로스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는거 보고싶다.
키요이가 질끈 감았던 눈을 뜨니까 검은 오오라에 둘러쌓인 미남이 차가운 표정으로 한손으로는 켄타우로스 목을 조르고 있겠지. 천천히 목을 들어올리는데 목뼈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도 더 꽉 죄어서 완전히 숨통을 끊어 놓은 뒤에 저 멀리던져 버릴때까지 미남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검은 오오라도 거두지 않았음. 게다가 새까맣게 열린 눈으로, 켄타우로스의 숨통을 끊은 반대 팔로 키요이를 안고 순식간에 공간 이동했으면.

남자가 이동한 곳은 깜깜하고 어두운, 마치 지하같은 곳이었는데 느낌으로도 이곳이 지하 깊숙한 심장부의 밀실인걸 알수 있었음. 게다가 주인을 반기는 머리가 세개인 무시무시한 개.. 남자의 품에 안긴 키요이 그제서야 까무러치게 놀랐으면 좋겠다.
닿자마자 생명을 잃어버린 꽃, 검은 오오라. 왜 몰랐을까. 눈 앞에 남자가 전지전능한 명계의 신이라는걸.



히라키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