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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52


 그리핀도르 릴리 에반스와 래번클로의 허니비는 7년 동안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리핀도르의 릴리 에반스와 래번클로의 허니비의 조합은 그들이 학교를 다니는 내내 주목을 받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우정의 방해가 될 순 없었다.

 

 허니비는 호그와트를 졸업했다. 릴리가 자신을 꼭 껴안았다. 허니비, 이제 우리 졸업했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들떠있는 건 당연했다. 허니도 릴리를 꼭 껴안았다. 내 가장 친한 친구 릴리 에반스.

 
 

질투 나게 계속 껴안고 있을 거야?”

 

제임스, 너 또 허니에게 그럴래?”
 

 

 허니비 품에서 벗어난 릴리는 제임스에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 졸업 축하해 제임스. 제임스도 릴리를 껴안으면서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역시 커플은 곁에 두는 게 아니라더니. 허니는 고개를 저으며 시리우스와 리무스에게 다가갔다. 허니비와 마루더즈의 연결고리는 순전히 릴리다. 릴리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친해질 이유가 없었다.
 

 

둘 다 졸업 축하해

 

허니비 너도. 이따가 졸업 파티 올 거야?”

 

리무스는 파티 참석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고, 시리우스는 허니비를 그대로 지나쳐 제임스와 릴리에게 다가갔다.

 

아니, 파티는 안 갈 것 같아. 너희는 갈 거지?”

 

. 네가 안 가면 릴리가 서운해하지 않을까?”

 

할 일이 있어서. 릴리에게 미리 말해놨어. 그럼 잘 다녀와

 

그래

 

 허니비는 릴리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릴리! 나중에 봐! 허니비는 리무스를 지나쳐 쭉 걸었다. 허니비! 늦게라도 와!!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릴리에게 알겠다는 사인을 보내며 허니는 기숙사로 향했다. 청동 독수리상이 내는 문제를 쉽게 통과하고 기숙사로 들어섰다. 다들 졸업파티를 가느라 기숙사는 그녀 혼자였다.

 

 허니비는 자신의 침대로 다가가서 쭈그려 앉았다. 침대 밑에 손을 쭉 뻗어 상자를 꺼냈다. 침대 밑 상자는 그녀의 비밀창고였다. 릴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그런 상자. 릴리가 알면 감당하기 어려운데. 릴리의 반응이 훤히 그려지는 허니비였다. 상자 안에는 뭐가 많지 않았다. 호그와트 입학하고 꾸준히 받았던 부모님의 편지와 사진들. 방학 때마다 간 여행 사진들과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까지. 그리고 편지 묶음과 반지 하나가 있었다. 허니는 편지와 반지를 꺼내 침대에 앉았다. 반지는 편지 꾸러미를 묶고 있는 실에 달려있었다. 아무런 장식도 되어있지 않은 얇은 은색 반지였다.

 

 허니비는 조심스레 편지 꾸러미를 풀어 반지를 빼내었다. 반지를 들어 제 손가락에 끼우려고 했으나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녀는 반지를 어루만졌다. 아무 마법도 없고, 그냥 머글 사회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반지. 어느 손가락에 끼워도 잘 어울리는 반지. 그러니 그 아이는 그걸 알고 줬을 것이다. 어떤 문양이나 마법이 걸려있다면 눈치채기 쉬우니까.

 

 졸업은 신나는 일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건 두렵지만 설레는 일이기도 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국제 마법 협력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허니비였다. 머글 사회로 돌아와 평범한 삶을 은근히 바라고 계셨던 부모님에게는 딱히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허니비는 기쁘지 않았다. 정말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모두가 신나고 기뻐해야 할 날에 그녀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7년 동안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많은 커플을 볼 수 있다. 허니비 옆에는 릴리 에반스와 제임스 포터가 그 예였다. 그 둘은 같은 그리핀도르끼리 사귀었지만, 다른 기숙사생들끼리 사귀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리 흔히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핀도르는 그리핀도르끼리.

래번클로는 래번클로끼리.

후플푸프는 후플푸프끼리.

슬리데린은 슬리데린끼리.

 

 4개의 기숙사에서 슬리데린이 가장 그 인식이 강했다. 슬리데린 학생이 다른 기숙사 학생과 사귄다면 그건 일주일 내내 떠들만한 가십거리였다. 슬리데린 학생 중 다른 기숙사 학생과 사귀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 학생 1위는 단연코 레귤러스 블랙이었다. 시리우스 블랙의 쌍둥이 동생이자 그리핀도르를 간 형과 다르게 슬리데린으로 가 블랙 가문의 가풍을 충실하게 따르는 그였다.

 

그 레귤러스 블랙은 졸업 전에 실종되었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나와야 하는데 아무리 수색해도 나오지 않아 그의 어머니인 발부르가 블랙은 호그와트까지 찾아와 울음을 토해냈고, 시리우스는 자신의 어머니를 부축했다.

 

 

 

허니비는 얼굴을 이불 속으로 파묻었다. 기숙사에 아무도 없다지만 울음소리가 들리면 곤란했다.

아무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제 연인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을 꼽자면,

그 원망스러운 레귤러스 블랙이 너무 보고 싶었다.

 
 래번클로의 혼혈 허니비는 슬리데린의 레귤러스와 연인 사이였다. 아무도 모르는, 릴리조차 모르는 2년의 연애는 레귤러스의 실종으로 끝나버렸다. 졸업파티 같이 가자며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던 연인은 사라져버렸고, 허니비는 그 뒤로 웃음을 잃어버렸다.

 

 크리처에게 반지를 건네받을 때 허니비는 울고 있었다. 크리처는 유일하게 레귤러스와 허니비의 교제를 아는 존재였다. 크리처는 울고 있는 허니비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반지는, 주인님이 허니비에게 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한 반지라고. 그래서 꼭 줘야 한다고. 그녀의 손에 반지를 쥐여준 크리처는 허니비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블랙 가문을 충실하게 섬기는 크리처는 머글의 피가 섞인 허니비에게 못되게 굴지 않았다.

 

 

 

많은 것들이 변했다.

 

 런던은 시끄러웠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였다. 허니비는 그런 런던이 좋았다. 6시를 알리며 뻐꾸기가 울어댔고, 허니비는 서 있던 계산대에 나와 직원휴게실로 들어갔다.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 묶고 있던 머리를 풀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고, 휴일이다.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한 건 아니었다.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하면서, 내년에는 꼭 가겠다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할 것이다. 집에 가기 전에 간단한 먹을 것과 와인을 사서 그녀 나름대로 끝내주는 휴일을 보낼 예정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있는 길거리는 눈도 쏟아져 환상적인 크리스마스이브를 보여주고 있었다.

 

 머글 사회는 나름 괜찮았다. 런던은 시끄러웠지만 평화로웠다. 허니비는 런던에서 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간단한 먹을거리와 와인을 품에 안고 걸어가는 익숙한 길거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침부터 눈이 쌓인 거리는 미끄러웠고 허니비는 조심하며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현관문 앞에 퍼덕이는 올빼미를 보지 않았으면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을 것이다. 제 발목에 두 개의 편지를 묶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올빼미를 지나칠 수 없어 조심스레 편지들을 풀어 올빼미에게 물을 가져다주었다. 꽤 오랫동안 이런 마법사들만 보낼 법한 편지를 받아보지 않아 올빼미에게 줄 간식은 없었다. 물론 허니비 본인이 먹을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허니는 차갑게 식은 샌드위치를 물며 편지를 열었다. 익숙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들고 있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눈을 몇 번이나 깜박였다. 얘가 나한테 편지를 보낼 리가 없는데.

 

허니 비에게.

 

마법의 역사를 가르치는 커스버트 빈스 교수가 다음 학기를 끝으로 은퇴하기로 했어. 결국 신입생들을 보지 못하고 은퇴를 하는 셈이지. 나는 그가 은퇴 시기를 너무 늦게 잡은 것 같다고 생각해. 그래서 덤블도어는 네가 마법의 역사 교수직을 맡아주기를 원해. 물론 교수직은 그만큼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지만, 빈스 교수의 강의를 들을 때 단 한 순간도 졸지 않았던 마녀는 자격이 있지. 그런 마녀를 잃어버린 마법 세계는 반성해야겠지만, 그들은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더군. (여기서 허니비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세간의 평과 달리 유머 감각이 있는 편이다) 네가 O.W.L 때 마법의 역사 최고 등급을 받았던 것을 고려했을 때, 교수직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좋은 소식을 들려주기를.

 

P.S. 내년에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를 입학해. 물론 그 보호자들이 허락을 해줘야겠지만.

너도 물론 알고 있겠지.

 

세베루스 스네이프

 

 

 허니 비는 편지를 다 읽고도 내려놓지 못했다. 다시 호그와트로 돌아간다는 것, 마법 세계로 돌아간다는 것은 그녀에게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머글 사회로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허니는 그 일을 해냈고, 완벽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뜯지 않은 편지를 집어 들었다. 누가 보냈는지 짐작이 갔고, 편지를 열어보자 그녀의 직감이 틀리지 않은 걸 알았다.

 

 

친애하는 허니 비에게.

 

자네가 스네이프 편지를 읽고 내 편지를 읽고 있을 것 같으니 그가 쓴 편지 내용은 생략하겠네. 자네가 다시 마법 세계로 돌아왔으면 해. 11년 전 마법 세계는 훌륭한 마녀를 잃어버려 큰 타격을 받았고, 자네가 돌아온다면 마법 세계는 큰 공백을 메꿀 수 있겠지. 나도 훌륭한 마녀가 호그와트 교수직을 맡아준다면 매우 기쁘겠어. 자네가 돌아오기 주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제는 돌아와야 할 때라네. 회피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으니까 말일세.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네.

 

P.S. 내년에 그 아이가 입학한다네. 자네도 그 아이가 보고 싶을 거라고 생각되네.

자네는 그 아이의 대모이니 말일세.

 

알버스 덤블도어가.

 

 

오 멀린이시여.....”

 

 
 허니 비는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어떻게 잊었는데. 진짜 이건 너무하다고 창문을 열어 외치고 싶었다. 머리를 부여잡으며 의자에서 떨어질 것같이 구는 저를 바라보는 아무래도 저 부엉이는 답장을 받아가지 않으면 가지 않을 것 같았다. 덤블도어 말이 맞았다. 몇 년 동안 도망치는 것은 자신에게 어떤 해결책도 주지 않았다. 해결될 문제였으면 은색 반지가 제 가슴 위에 달랑거리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한숨을 쉬고 펜을 꺼내 들었다.

 

허니 비는 레귤러스를 잃어버리고 마법 세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마법협력부에서 1년도 일하지 못했고, 곧바로 머글 사회로 도망쳤다. 그리고 지금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고 있었다. 11년째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은 힘들지 않았으나, 응당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있다는 죄책감을 항상 그녀를 따라다녔다.

 

 

릴리, 넌 나한테 뭐라고 했을까?”

 

 

분명 릴리는 허니가 마법 세계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다. 허니가 머글 사회로 갔을 때부터 릴리가 그녀에게 바란 것은 딱 하나였으니. 그리고 허니는 해리 포터의 대모였다. 살아남은 아이, 그 아이가 호그와트로 가면 모든 이목이 쏠리겠지. 대부는 아즈카반에 갇혀있고, 대모는 지금 막 편지로 호그와트 교수직을 제안받았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녀의 역할을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허니는 결국 교수직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모든 것에 도망치고 있었다.

 

 허니는 그가 있었다면, 그러니까 레귤러스가 그녀 옆에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교수직을 받아들이겠다는 편지를 다 쓰고, 편지를 배달해준 부엉이가 저 멀리 하늘로 날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는 레귤러스가 자신에게 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허니는 꿈을 꾸었다. 레귤러스와 도서관에서 몰래 과제 명목으로 만났던, 손도 잡지 못하고 충실하게 필요한 책만 찾았던 첫 번째 데이트 꿈을 꾸었다.

 

 

 

 

 허니 비는 스네이프 옆에 앉아 신입생들이 기숙사 배정을 받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 명씩 모자가 호명한 기숙사 테이블에 가서 앉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는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렸다.

 

 

난 내가 모자에게 래번클로로 가고 싶다고 주장했는데

 

그건 몰랐던 사실인데. 그리핀도르가 아니고?”

 

 

스네이프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대꾸했지만, 지루하듯이 만지작거리고 있었던 자신의 소매를 바르게 정리하며 그녀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딱히? 모자는 날 래번클로가 아닌 다른 두 기숙사로 보내려고 했지만. 난 래번클로로 가고 싶다고 했고, 모자는 깊은 고민 끝에 날 래번클로로 보냈지

 

그때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를 지금 말해주는 게 무척이나 고맙군. 허니비

 

허니는 입을 열었지만, 맥고나걸의 유리잔을 두드리는 소리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연회를 시작하기를 앞서

 

덤블도어는 허니를 힐끗 바라보았다. 준비하라는 신호였다.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1학년이 아닌 학생들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겁니다. 오랫동안 마법의 역사를 맡아주었던 커스버트 빈스 교수님이 저번 학기를 끝으로 은퇴를 하셨습니다. 정말 가르치는 열정이 대단했었죠. 그를 이어 새로운 마법의 역사를 맡아주실 교수님이 오셨습니다. 허니 비 교수님?”

 

허니는 주춤거리며 일어났다. 그녀는 셀 수 없이 많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새로운 마법의 역사 교수님이신 비 교수님에게 박수를 쳐줍시다

 

 큰 박수 소리와 환호성과 함께 허니 비는 어색한 인사를 하고 앉았다. 옆에서 스네이프가 코웃음 치는 것에 시비를 걸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덤블도어가 연회를 시작한다는 소리에 그녀는 제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누구한테 들었을지는 몰라도 제 대자는 허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왜냐면 모르고서야 자신을 뚫어질 것처럼 쳐다보지는 않을 테니까. 제 대자가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본인과 같이 연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스네이프와 연회가 언제 끝나는지 함께 불평하면서 그렇게 그녀는 호그와트 교수로서 첫 연회를 마무리했다.

 



레귤러스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