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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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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하다.

지금 웨이드 윌슨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라곤 그 의문 하나였다. 
의문이라기보다는 두려움과 불안까지 슬쩍 섞인 그 당황스러운 감정이 웨이드를 지배하고 있었다.

"왜."

그도 그럴것이 로건이 웨이드의 눈앞에서 옷을 훤히 벗은 채로 맥주를 흘려가며 마시고 있었으니까.
이건 웨이드 윌슨이 아니더라도 로건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고 간신히 머릿속에 떠올리더라도 차마 뭐라고 정리해서 말을 할 수 없을 상황이었다. 

"뭐. 말해."

로건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면서 질문했지만 웨이드는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어서 그냥 슬쩍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바지는 입고 있었고 디 엑스맨인 울버린이 생각보다 헐벗고 다닌다는 사실은 아주 익숙하니 어떻게 보면 평소와 크게 다를 것도 없을지 모른다. 그래, 어쩌면 오랜만에 장님이 아닌 다른 사람을 룸메이트로 맞이하게 돼서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어느 순간부터 로건이 매일 윗옷을 벗고 늘 브리프 아니면 헐렁한 트레이닝 바지만 입고 다녔다. 분명 처음에는 절대 이렇지 않았던 그의 옷차림은 무언가를 기점으로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울버린이라는 히어로명처럼 짐승이 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음, 울비? 옷 좀 입는게 어때? 울비가 알지 모르겠지만 우리 다른 룸메이트분이 어쨌든 여성분이잖아?"
"알시아 말하는거냐."
"누가 또 있겠어?"

알시아는 장님이니 전혀 로건이 벗든 목끝까지 단추를 채우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웨이드는 굳이 다른 룸메이트인 알시아를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당연히 로건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맥주를 웨이드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눈썹을 슬쩍 들어올리곤 맥주를 한입 들이켰다. 믿을 수 없게도 울버린의 턱에는 아주 큰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그놈의 맥주가 가슴팍으로 줄줄 흘렀다. 

턱끝을 타고 흐르던 맥주가 목덜미를 지나 선명한 복근에 방울방울 맺혔고 웨이드는 그 유혹적인 광경을 눈도 깜빡거리지 못하며 지켜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웨이드 본인의 자의가 아닌 로건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정신을 깨워서.

"네놈이 불편한 건 아니고?"
"뭐? 오우, 피넛. 설마 내가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건 내가 맹세하는데 아니야. 난 펌킨의 울끈불끈 식스팬 보는 거 무척이나 좋아해."
"그럼 문제될 게 뭔데."

맥주가 흐르는 근육에서 눈을 겨우 떼고 로건의 얼굴을 보았더니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문제될 건 없다. 분명 그래야 했다. 웨이드는 방금 본인이 말한 것처럼 디 엑스맨의 황홀할 정도로 완벽하게 갈라진 식스팩을 품평하듯 감상하며 추잡한 농담을 해야했다. 그게 데드풀의 평소 행실이니까.

그런데 평소와 다르게 웨이드는 정말 애가 닳았다. 입밖으로 낼 순 없지만, 로건의 뚱한 얼굴을 보니 속에서 화가 올라올 듯한 느낌이었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누굴 유혹하려고 이러는 거냐고?'

로건의 쓸데 없는 짐승화 때문에 죽을 맛인 웨이드 윌슨은 입으로는 울버린의 식스팩을 보고싶다곤 했지만, 사실 아니었다. 미적으로만 따지면 로건의 헐벗을 몸을 보는 건 매우 바람직하고 하루에 백번이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웨이드 윌슨은 지금 로건을 좋아하고 있다. 그러니 좋아하는 상대의 유혹적인 자태를 한 공간에 있으면서 시도 때도 없이 감상하는 건 상당히 자제력에 좋지 못했다. 일종에 벌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로건은 본인이 웨이드를 유혹하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는 멍청이었다. 

좋게 말하면 순진하고 나쁘게 말하면 헤프기 짝이 없는 로건때문에 웨이드는 괴로웠다. 
처음에야 좋았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괴로워지기만 했다. 

제발 로건이 문득 이러면 안 되겠다는 정신을 차려서 옷을 제대로 입거나 적어도 맥주라도 안 흘리고 마셔줬으면 좋겠다.

"문제될 건 없긴해. 그냥 내 말은,"
"그럼 됐네."

하지만 입밖으로 로건에게 '네가 날 유혹하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그만해줄래?' 라고 말할 순 없으니 적당히 거짓말을 했다. 
당연히 결과는 로건이 어깨를 으쓱이면서 맥주를 더 철철 흘리면서 마셨고 웨이드는 최대한 그 모습을 보지 않도록 노력해야했다. 

웨이드가 눈알을 굴리며 표시 나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것을 보며 로건이 미소를 삼켰다. 지금까지 몇번이나 웨이드 앞에서 온갖 이상한 짓을 하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웨이드 윌슨이 뭔가 깨달은 모양이었다. 정말 2주동안 헐벗고 다니는데도 웨이드가 그냥 슬쩍 눈을 피하기만 하길래 민망해 죽을 뻔했다.

하지만 로건은 집요한 구석이 있었고 웨이드가 이 이상한 분위기를 자각하게 만들겠다고 다짐한 참이었다. 그러니 민망한 차림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그러나 2주 동안 팬티만 입고 다니는데도, 이놈의 멍청이가 전혀 반응이 없길래 로건은 방향을 바꿨다. 

로건은 대놓고 몸에 맥주를 뿌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이놈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상당히 창피하기도 했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면서 적당히 살짝만 흘렸더니 웨이드가 냅킨으로 턱을 닦아줬다. 그러고는 가증스러운 목소리로 아양을 떨면서 말했다.

-우리 펌킨, 이렇게 칠칠맞아서 어떡한담 아앙 내가 계속 옆에서 흘리면 닦아줘야겠다.

기가막혀서 입을 살짝 벌리곤 웨이드를 보니 눈을 찡긋하면서 윙크를 하더니 덧붙였다. 

-또 흘리면 불러!

충격이었다. 
웨이드 윌슨 멍청이다. 그것도 상종 못할 멍청이다.

본인을 유혹하려고 맥주를 흘리면서 마시는 사람의 턱을 닦아 주는 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로건은 어이도 없고 당황스럽기까지 해서 그냥 맥주를 한번에 다 들이켰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평범하게 해서는 안 된다. 웨이드 윌슨은 보통을 단단히 뛰어넘는 정신병자기 때문에 자신도 똑같이 굴어야 했다.

그날 이후 로건은 맥주 한 컵의 70% 이상을 가슴팍으로 철철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웨이드 윌슨은 더한 놈이었다. 

로건의 잔뜩 젖은 가슴팍을 보면서도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피넛, 으이구. 맥주가 다 흘리잖아! 마시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겠어?
-뭐?
-아니면 내가 입으로 넘겨줄까? 안 흘리곤 못 마시겠으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 
-...술 좀 더 사와야겠다.

복근을 타고 흐르는 맥주와 젖은 몸을 보면서도 웨이드 윌슨은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성적인 긴장감이 도는 머쓱함 혹은 민망함은커녕 시덥잖은 장난을 치며 재잘대기 바빴다. 로건은 순간  정신이 멍해졌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웨이드 윌슨이 저렇게 반응한다면 로건은 다음 스텝을 밟을 뿐이다. 

마치 맥주를 처음 따뤄본 사람처럼 잔에 거품이 가득 차게 남아 줄줄 흘리면서 먹기 시작하니 마침내 처음으로 웨이드가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늘 재잘대기 바빴던 입이 슬쩍 다물리더니 마치 무슨 말을 해야하나 고민하는 것처럼 눈알을 도로록 굴렸다. 

오늘도 그랬다. 
로건은 아까운 술을 다 버리면서 땅바닥에 버리고 있었다. 오직 웨이드 윌슨이 눈치를 채게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목구멍에 들어가야 함이 마땅한 술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지금까지 낭비하다못해 바닥이 흡수한 맥주가 효과가 있었는지 웨이드의 반응이 왔다.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눈알을 굴리고 있는 웨이드에게 로건이 말했다. 

"너도 마실래?"
"응? 어, 어. 그래."

평소 같았으면 온갖 잡소리를 덧붙여서 대답했을 웨이드가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전혀 더듬지 않은 그의 말투를 생각했을 때, 이렇게 더듬으면서 당황하는 것만 봐도 점점 성공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웨이드 윌슨은 자신을 순진하다는 어울리지도 않는 말로 정의하고 있었다. 아마 지금도 자신이 뭣도 모르고 이런 행동을 해서 답답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자신이 이백 년을 살았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웨이드 윌슨이었다. 그리고 로건은 그 생각을 깨 부수는 중이다. 

"아. 미안."

웨이드에게 맥주를 건네 준다면서 손을 뻗었다가 실수인 척하며 그의 옷에 맥주를 엎질렀다.
갑자기 물벼락을 맞은 웨이드가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가 감았다. 그리고 으, 하는 낮은 소리를 내면서 다시 눈을 뜨고는 마치 짜증을 참는 것처럼 입꼬리를 억지로 들어올리고는 로건에게 말했다.

"피넛 이거 내가 좋아하는 셔츠잖아."
"맞다. 미안."

미안한 마음이라곤 한 줌도 없었다. 그 셔츠를 좋아한다곤 했지만, 매일 목끝까지 단추를 채워야하는 셔츠라서 로건의 취향은 아니었다. 
웨이드에게 다가가 셔츠 아래를 잡고는 살짝 뒤집어 바로 그냥 티셔츠를 벗기듯이 위로 들어올리기 시작하자 웨이드가 당황하면서 로건을 불렀다. 로건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셔츠를 더 들어올렸고 웨이드만 필사적으로 로건을 저지하려고 로건의 팔을 잡았다.

"허니뱃져? 이게 뭐라는 짓이야?"
"네가 아끼는 셔츠라며. 이거 흑맥주라 빨리 빨아야 해."
"잠깐, 그럼 일단 내가 벗을게."

웨이드가 몸부림쳤지만 로건은 단번에 웨이드를 제압했다. 그리고 셔츠를 걷어올려 웨이드의 황당하다는 얼굴을 마주했다. 

"펌킨 진짜 미쳤어? 중년의 위기 뭐, 그런 거야?"

어이없다는 듯이 웨이드가 일부러 더 과장하면서 소리를 높혔다. 로건은 그런 웨이드의 말은 하나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어깨가 예쁘네.'

그런 생각만 한참 하면 뚱한 얼굴로 있자니 웨이드가 혀를 차더니 씻으러 들어가버렸다. 

욕실로 가는 내내 궁시렁 대던 웨이드의 투정부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은 '순진한 것도 정도껏 해야지' 혹은 '내가 참자' 와 같은 내용이었는데, 무엇하나 이 상황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대체 여기서 순진한 게 누군데? 로건은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탁, 하고 욕실 문이 닫히고 곧 물줄기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로건은 한참 동안 팔짱을 끼며 생각하다가 좀 더 단계를 밟기로 했다. 
단계별로 밟아나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가끔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어서.

똑똑-

노트를 하니 문 안쪽에서 웨이드가 짜증내는 소리가 들렸다. 너 때문에 물벼락 맞았으니 자기가 먼저 씼어야 한다며 궁시렁거리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로건이 입을 열었다.

"나도 찝찝한데 같이 씻자."

그러고는 바로 욕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한 웨이드가 입을 떡 벌리더니 등을 돌렸다. 본능적인 판단으로 몸을 돌렸겠지만, 엉덩이가 더 잘 보였으니 썩 좋은 판단은 아니었다. 본인 입으로 그렇게 바텀이라고 하면서 대체 왜 엉덩이를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피넛? 미쳤어? 나 지금 씻고 있으니까 좀 이따 오지? 아무리 내가 나이스 슬림 슬렌더라고 해도 그렇게 마르진 않았거든? 여기 좁은 거 보이지?"
"그렇긴 해."
"그래. 그러니까 일단 문 좀 닫아주면."
"나도 찝찝해서 씻고 싶은데."

씻고 싶다고 말하자 웨이드가 잠시 입을 닫았다. 말이 안 통한다고 느꼈는지 이젠 조금 더 부드럽게 설득을 하기 시작했다.

"그치. 그럴 거 같아서 많이 흘리면서 마시더라. 근데 지금은 내가 씻고 있으니까 피넛은 조금있다가 씻는 게 어때?"
"지금 씻고 싶은데."
"....그럼 내가 나갈까? 그래, 그렇게 하자. 내가 나갈게."

웨이드는 체념한 목소리와 함께 벽에 고개를 대더니 이내 등을 돌린 그 자세 그대로 옆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씻으라며 나가겠다고 말하더니 정말로 슬쩍 슬쩍 움직이면서 옆에 걸어둔 수건으로 팔을 뻗으려고 하는 모습에 로건이 바로 웨이드의 팔을 잡아채 몸을 돌렸다. 

웨이드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어쩔 줄 몰라하며 눈을 어떻게든 피하려는 웨이드를 보며 로건이 말했다.

"같이 씼으면 되잖아. 금방일 텐데?"

합당한 방법을 제시하면서.







로건덷풀 같이 먹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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