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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존나 덥지만 어쨌든 가을이 왔고 그것은 곧 대바늘의 계절이라는 뜻이기에 한번쯤 쓰고 싶었던 입문용 글을 써봄 올 f/w 시즌에는 햎의 뜫 색창이 더 활발해지길 바라며...


뜨개질은 크게 두가지 방식이 있음! 코바늘(crochet)과 대바늘(knitting)임
두 방식은 짜여진 편물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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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 업체명 내가 가림)
왼쪽이 코바늘 편물, 오른쪽이 대바늘 편물임
편물 결과만 놓고 차이점을 간단히 말하자면
코바늘: 편물이 두껍고 튼튼함 / 대바늘: 편물이 느슨하고 부드러움
그렇기에 코바늘은 주로 가방이나 파우치, 태블릿 케이스 등의 소품에 적합하고 대바늘은 의류를 뜨는데 적합한 것임
그러면 코바늘로는 옷 못 만들고 대바늘로는 가방 못 만듦? 이라고 물으면 아니오 다 만듭니다.... 다만 코바늘로 옷을 만드는 경우는 구멍 숭숭한 그물레이스 옷이 아닌 이상 갑옷처럼 두껍고 무거운 옷이 되고 대바늘로 가방을 만들면 편물에 힘이 없어서 핸드폰만 넣어도 다섯배로 늘어나는 가방이 될뿐임
그리고 같은 면적의 물품을 뜬다고 봤을때 일반적으로 코바늘이 대바늘보다 실을 더 많이 쓸 수 밖에 없어서 실제로 사용할 때의 무게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옷은 대바늘로 많이 뜨는것임

그렇다면 코바늘과 대바늘은 어떤 도구로 뜨나요? 자 바늘을 보여드리갯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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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바늘: 바늘 끝이 갈고리 형태로 되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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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늘: 생긴게 말그대로 존나 바늘임

롸저댓? 근데 또 코바늘은 바늘의 베리에이션이 극히 적은데 반해서(몸체가 존나 긴 버전의 코바늘인 아후강 바늘이란게 있긴 함) 대바늘용 바늘은 좀 종류가 많음...
위에 보여준 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줄바늘인데 이런 줄바늘 중에서도 바늘 자체가 짧은 것도 있음 숏팁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바늘 길이가 검지 손가락 정도밖에 안되는 귀요미들임ㅋㅋㅋ 그런 숏팁 바늘은 옷을 만들 경우 소매 부분을 뜰 때 주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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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건 장갑바늘입니다 한 사이즈를 구매하면 길이가 같은 바늘이 5~6개 한 세트로 오는 것들임
얘네는 장갑이나 양말처럼 원통형 편물을 만들때 쓰임 특히 손가락 장갑을 만들고 싶다면 얘네 없이는 안됨
근데 줄 달린것도 아닌 애들로 원통형 편물을 어떻게 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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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짜는 검미다... 원통형 편물을 코를 3~4등분으로 나눠 걸어놓고 여분의 바늘을 오른손에 쥔 채 뜨는것임 자세한건 한번 떠보면 바로 알 수 있음


그리고 뜨개를 로망으로 삼는 사람들의 뇌리에 꼭 박혀있는 형태의 바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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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끝이 막혀있는 긴 바늘... 막대바늘이라고들 부르는데 주로 서양의 뜨개질 고수 할머니가 벽난로 앞 흔들의자에 앉아서 뜨개질을 할 때 쓸것만 같은 이미지를 가진 놈이다
얘네는 평면뜨기(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네모난 형태의 편물 만들기)밖에 할 수 없음 원통형 뜨기 불가
고수의 장비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생각보다는 이 바늘만 고집하는 사람들은 서양이든 어디든 많지는 않은거같음.. 바늘과 바늘 사이에 케이블이 달린 줄바늘만 있어도 평면뜨기, 원통뜨기가 모두 가능하니 막대바늘은 범용성 면에서 좋은 편은 아니라 그런듯 그러니 입문자가 살 필요 전혀 없음 그냥 줄바늘 사라

바늘도 뭐 필요한지 알았으니 니팅을 좀 시작하고 싶어요 어떻게 배우면 되죠?
유튜브로 배우세요 ㅇㅇ
유튜브 시대에 돌입하면서 뜨개질은 전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취미 1위로 등극함 (내기준임) 어마어마한 수준의 영상자료와 기법이 유튜브에 죄다 박제되어 있고 요즘은 유튜버들이 무료 도안을 제공하고 뜨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여주는 영상도 수천개라서 뜨개질은 돈을 주고 배울 필요가 전혀 없음!!
그러니 유튜브로 가시오 물론 가서 배우되 정확하게 자신에게 맞는 기법으로 배우면 좋겠지? 해서 알려드립니다 뜨개질 주법 세가지


1. 아메리칸
시각 자료 없음 미안..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알고 있고 초딩들도 배우는 대바늘 방식이 아메리칸 니팅임
니팅은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바늘을 하나씩 쥐고 왼바늘에 걸려있는 코를 오른바늘을 이용해 새로 엮으면서 코를 오른바늘로 전부 옮기는게 기본 방식인데
아메리칸 니팅은 오른바늘로 왼바늘에 걸린 코를 찌름->바늘을 놓고 오른손으로 실을 가져와서 오른바늘 끝에 걸어서 새 코를 만듦->실을 놓고 다시 오른손으로 오른바늘을 쥐고 만들어진 코를 빼냄 이 과정을 반복하는거임
영미권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고 시초는 영국이지만 어쩐지 용어는 아메리칸 니팅이 되었음 잉국의 희미한 존재감 무엇임?
아무튼 이 방식의 장점: 코가 가장 예쁘고 편물이 고르게 나온다
치명적인 단점: 손과 손목을 혹사하기 가장 좋으며 시간도 많이 걸림


2. 컨티넨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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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임 포인트는 왼손 검지에 실을 계속 건 채로 실이 걸린 왼손 검지 손가락만 써서 코를 만드는 거임 더 자세히 어떻게 하는지는 유튜브 등에서 보면서 배우면 됨
처음에는 배우기가 좀 까다로울 순 있음 오른손잡이들의 경우는 자신의 왼손이 얼마나 등신같은지 알 수 있게됨...
컨티넨탈의 장점: 손목을 덜 사용해서 장시간 뜨개질해도 덜 피로함, 뜨개질 속도가 빠름 (특히 겉뜨기 안뜨기를 번갈아 가면서 떠야할 때 진가를 발휘)
단점: 안뜨기 장력 조절이 어려워서 편물이 들쑥날쑥 해질 수 있음

(*컨티넨탈 니팅의 안뜨기 장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쓰는 방식으로 노르웨이지안 니팅이 있음. 안뜨기할때 실을 겉뜨기처럼 걸어서 뜨는건데 초보한테는 추천 안함 뜨개 편물이 짜이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노르웨이지안 배우면 혼란만 가중되므로 안뜨기 방식은 일단 정석대로 배워야함)


3. 플리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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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티넨탈과는 반대로 오른손 검지에 실을 건 채로 뜨는 방식임 아메리칸+컨티넨탈 같은 느낌?
아메리칸으로 대바늘을 배운 사람들은 컨티넨탈로 주법을 바꾸는게 어색하고 힘들기도 해서 플리킹을 연마하는 경우가 많은듯함
컨티넨탈처럼 빠르게 뜰 수 있는데 코는 더 고르게 나온다는듯... 나는 컨티넨탈 니터라 플리킹으로 안 떠봐서 사실 자세히는 모르겠음....
이 외에도 러시안 니팅도 있고 주법 다양하지만 자료가 많아서 배우기 쉬운 것들로만 써봄

이제 저도 옷 뜰 수 있나요?
아니요 일단 연습하셔야죠..... 겉뜨기 안뜨기의 기본구조를 익히기 위해서 목도리부터 떠봐야함 지겹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괜히 기본이 된 게 아님 어차피 아무것도 안 떠본 상태로 옷을 떠봤자 그 옷 못입게 될 확률 80%쯤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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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햎하는 붕붕이들이라면 목도리도 즐겁게 뜰만한거 있잖아 바로 해포 기숙사 목도리...!! 이런거 하나 떠주면서 기초 익히고 옷 뜨면 되는것임
아니면 좀 빨리 뜰 수 있는 거로 연습하고 싶다? 그러면 원통뜨기도 같이 연습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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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비니 하나 뜨면서 연습하면 됨ㅇㅇ

이제 목도리든 모자든 연습했으니 옷이 뜨고 싶겠지 그런 붕붕이들에게는 탑다운 스웨터를 추천함
왜 탑다운 스웨터인가? 일단 옷을 만들때 원통뜨기로 할건지 평면뜨기로 할 건지/탑다운인지 바텀업인지를 정해야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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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뜨기의 경우는 말그대로 옷을 한 통으로 짜는 거임 요크(목에서 겨드랑이 정도 까지의 어깨 부분을 말함), 소매통, 몸통 이런데를 다 원통으로 짜는거임
평면뜨기로 뜬다면 옷의 앞판, 뒷판, 소매를 다 하나의 평면 편물로 조각조각 뜬 다음에 바느질로 이어붙이는 방식임
당연한 얘기지만 원통뜨기가 훨씬 쉽고 간편함 특히 무늬가 하나도 없는 그냥 민짜 스웨터를 뜬다고 가정하면 원통뜨기의 경우는 계속 겉뜨기만 하면 되거든 그러니까 초보에게 추천하는거임

탑다운과 바텀업은 말그대로 해석하면 되는데 탑다운은 목 부분에서 시작해서 옷을 짜내려가는 방식이고 바텀업은 몸통의 아랫단에서 시작해서 위쪽으로 짜올라가면서 옷을 만드는 거임
탑다운의 장점은 목부분에서 시작하기에 시작코가 상대적으로 적음, 옷을 뜨는 중간중간 직접 입어보면서 소매와 몸통의 길이를 정할 수 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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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탑다운 스웨터의 만들어지는 과정임 조각내서 이어붙이는 거에 비하면 쉬워도 너무 쉬움 그러니 누구나 뜰 수 잇슴미다
참고로 바텀업이어도 원통뜨기로 만들 수 있음ㅇㅇ 몸통 밑단부터 통으로 뜨고 소매 따로 뜬다음에 소매랑 몸통 이어서 요크~목단을 뜨는거임 근데 이런방식이면 몸통뜰때 시작코가 300코 ㅇㅈㄹ이라서 현기증남
그리고 초보자한테 가디건도 추천 안하는 이유: 원통뜨기로 뜰 수 없고 무조건 평면뜨기로 떠야함, 앞판 여며지는 부분에 단추 달리는 버튼밴드 만들기 등등 스웨터보다 까다롭기 때문이니 욕심부리지 말고 스웨터부터 떠라...


하 아무튼.. 뭔가 더 쓰고 싶은거 많았는데 이미 글이 너무 개오바로 길어져서 오히려 이거 보고 '전 못하겠는데요?' 할 붕붕이들 있을까봐 이만 줄여야겠음
정작 실바늘 사고 싶어도 지금 추석 연휴라서 택배를 안 하자나욧! 이라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일단 기초 입문이라면 최근에는 다이소 바늘과 실 정도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 많은 이때 입문해보지 않으시겟슴니까
뜨개질을 시작하면 느끼겠지만 옷 만드는건 생각보다 그 자체는 어렵지 않음 그만한 끈기가 있느냐의 문제지 물론 이걸 쓰는 나도 옷 5벌 정도밖에 안 만들어봐서 뜨개세상에선 중수도 못 되는 하수지만 내가 뜬 옷 입고다니는 가을겨울이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 다들 뜨개질 츄라이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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