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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9 21:13
센티넬가이드물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야외에서 호화로운 파티가 열리고 있었어.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근황을 묻곤했지만 그들이 귀를 귀울이고 있는 것은 맞은 편의 상대방이 아닌 파티장 중앙에서 손님들에게 인사하는 주최자였어.

그는 오랜만에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사람들은 그의 복귀를 축하했지.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며 그를 따라 웃고 있을 때 용기 있는 누군가가 질문했어.


-미스터 파스칼, 사람들이 말하길  당신이 짝을 찾았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그건 모두가 기다렸던 질문인지 순식간에 조용해졌지.


-짝? 아, 그렇지. 긴 기다림 끝에 난 내 천사를 만났지.


떠돌던 소문이 사실로 밝혀지자 주변에는 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짧은 탄성이 나왔지.


-그럼...그 천사는 어디있죠?

-천사는 내 침실에 잠들어 있겠군.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더 커졌지만 미스터 파스칼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어. 오히려 즐기는 느낌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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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라도 할까. 지금쯤 고이 잠들어 있을 내 천사를 위하여.







자정이 지나서야 호화롭던 파티가 끝나고 페드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저택 제일 안쪽에 위치한 방의 두꺼운 문을 열자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지.


- 내가 깨운 게 아니었음 좋겠군. 늦어서 미안해. 


담배와 술 냄새가 베인 외투를 벗으며 방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어. 잘 관리된 긴 머리카락에 광택이 나는 실크 잠옷까지 그녀는이 방에 부속된 하나의 장식물처럼 보였지. 특이한 점은 그녀의 눈을 가린 검고 커다란 안대정도?

- 이 방에 있을 때는 안대를 벗고 있어도 된다니까.


페드로는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의 눈을 가린 안대를 벗겨주고 감은 눈을 뜨길 재촉하듯 그녀의 눈 위로 손으로 부드럽게 쓸었지.


-눈을 떠


페드로의 명령에 여자가 눈을 천천히 떴고 검은 눈동자에는 곧 페드로가 담겼어. 그 모습을 사랑스럽단 표정으로 보던 페드로가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 했지만 여자는 황급히 얼굴을 돌려 피했어.


-허니. 이제 피하지 않기로 했잖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날 놓아주면 안되요?

-내가 놓아주면 그 다음은? 이 저택을 나가는 순간 또 납치되어서 경매로 팔릴 거란거 알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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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널 보호해 줄수 있는 사람은 없지. 나만큼 널 사랑할 사람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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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날 사랑하도록 해. 









마피아조직의 보스인 페드로가 센티넬로 발현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 그의 사업수완이나 상대방을 제거하는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센터넬이었던 사람이 아니고서야 설명되지 않았으니까. 곧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소문은 사실로 받아들여졌어. 그의 적들은 그의 매칭 가이드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고 암암리에 이어진 숨바꼭질은 페드로가 어제 저택에서 환한 얼굴로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종료됐어.




하지만 적들은 포기하지 않았지. 오히려 그의 가이드가 어딨는지 알게 되었으니 쉬워졌지. 그날밤 저택에 숨어든 남자도 그러했지. 남자는 몇 년 전부터 저택에 심어진 스파이였어. 의심을 피하기 위해 몇년간 고용인이 척 하던 그는 페드로의 가이드를 제거하라는 명을 받았지.




하지만 눈 앞의 여자를 제거하기엔 약간 고민이 되었지. 혹시나 해서 안대를 벗겨봤더니 검은 눈을 한 소녀, 아니 여자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어.


- 나를 죽이러 온 건가요? 그렇다면 빨리 죽이는 게 좋을 거에요. 그가 오기 전에요.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눈을 감는 모습은 남자가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어. 차라리 안대를 벗기지 말고 죽였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친 남자는 여자의 팔을 잡고서 저택을 빠져나가기로 결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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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쥐새끼가 제 분수도 모르고 보물을 훔쳐가려 하는군. 


하지만 언제 돌아온 것인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페드로와 마주치게 되었지. 남자는 허니의 머리에 총구를 댔어.


- 움직이면 그 여자를 쏠거야

-그 여자가 지금 죽으면 너도 이 곳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걸 알잖아.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그 여자 단 한명인데 잘 생각해야지.


페드로의 표정이 방금 전 보다 굳었지만 그의 태도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지. 페드로의 도발에 화가 난 남자는 곧 페드로에게 총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 그래서 총구를 허니의 머리에서 페드로의 얼굴로 겨눴지. 그러자 이번에는 허니가 움찔거렸어.


- 그 페드로 파스칼이 자기 집에서 죽는 날이 되겠군

- 이젠 날 죽이려고 하는군. 봐, 허니. 세상에는 날 죽이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까.


페드로는 무고한 피해자인듯 울상을 지어보였고 남자에게 잡혀있던 허니는 무언가 불편한 듯 끙끙거리기 시작했어.


- 자기 가이드를 이렇게 감금해두고선 불쌍한 척 하다니 어이가 없군. 니가 죽고나면 이 여자를 풀어줄테니 너의 죽음이 이 여자에게는 더 이득이겠지.

- 허니는 날 떠날 수 없어. 허니,  이리 와.


페드로가 허니에게 손을 내민 채 다가오자, 남자는 다시 총구를 올려 페드로의 머리를 조준했지. 허니는 다급하게 남자를 말렸어.


- 그, 그러지 말아요. 페드로는 해치지 말아요. 페드로는 안돼.

- 정신차려. 너도 이 곳을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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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 날 두고 가지 마.







남자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허니는 눈을 감았어. 그리고 무언가 찢기는 소리가 들렸고 허니는 미지근한 무언가가 전신을 덮친 것을 알 수 있었지. 끈적한 액체로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온통 빨간색이었고 남자였던 것은 갈갈이 찢겨 바닥에 놔뒹굴고 있었어.


- 끔찍해... 너무... 끔찍하고 싫어...

-허니. 날 지키려고 그런 거 잖아. 나를 봐.

페드로는 주머니에 있던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레 허니의 얼굴을 닦았지만 손수건마저 붉게 물드자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쓸어 피의 흔적을 닦아내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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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니, 날 지켜줘야지. 너의 부재가 곧 나의 죽음이야. 




페드로는 허니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어. 피의 냄새가 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입맞춤은 신에게 경배를 표하는 사제처럼 경건하고 순수했지. 그녀의 능력에 비하면 인간 하나 죽인다고 해서 가이딩 소모가 크지 않을테지만 가이딩 기운을 담아 입을 맞췄어.




페드로는 그렇게 피 범벅인 된 허니를 씻기기 위해 그녀를 감싼 채 욕실로 걷기 시작했어. 그의 구두 밑창에는 인간이었던 것들이 들러붙었지.  다른 이의 신을 탐하고 훔치려고 했던 이의 결말로 그보다 적절할 수 없었어.






페드로는 가이드로 발현하고 나서 센티넬을 찾을 생각은 없었어. 아쉬운 건 센티넬이지 가이드가 아니잖아. 가이딩도 귀찮기만 하고.


하지만 불법경매장에서 허니를 봤을 때 그는 알았어. 아, 가이드와 센티넬은 운명이구나. 자신의 눈으로 본 생물이라면 무엇이든 죽일 수 있는 괴물이라고 경매 사회자는 말했지만 페드로에게 그녀는 천사였지. 피범벅이 되어서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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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딩을 거부하면서 죽기를 원하던 허니를 페드로는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살게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게 하는 건 하나의 커다란 믿음이지. 그 누구도 페드로보다 허니를 사랑할 수 없고, 허니의 미숙하고 유약한 애정이 담긴 눈길을 받는 존재는 오직 페드로여야만 한다는 믿음. 그것이 이 센티넬-가이드의 기묘한 공존방법이었어.











분명 시작은 흑막! 보스! 다크다크한 느낌! 의 페드로를 써보자였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짜쟌~ 어딘가 삐뚤어진 가이드 페드로를 데리고 왔습니다가 되어버림
아니 근데 페드로가 먼저!!!


페드로너붕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