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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22:59
ㄴㅈㅈㅇ
영국알못
"너 대체 언제 씻은거야?! 왜 씻겨도 이렇게 꾸중물이 나오는 거니?"
공작가에서 일하는게 자부심인 바네사는 도저히 끓어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질렀다. 공작님의 셔츠에 풀칠을 해야하는데 이 더러운 아이를 씻기는데 벌써 30분은 넘긴듯 했다.
"최근에 씻었어요"
여자애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배트솔에서 뿜어져 나오는 갈색빛 버블을 쳐다보았다.
"뭘로!"
처음 옷을 벗었을때 풍겼던 악취에 향유를 잔뜩 욕조에 넣었건만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원인은 그 누더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소각해 버리라고 했다.
"저번주에 내린 비로요."
이런 아이는 런던 시내에 널리고 널렸다. 근데 공작님은 뭐가 안타까워서 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셨는지.
"물은 내가 바보지. 가만히 있어, 머리좀 검사하게."
안타까운거와 별개로 이가 없는지 확인해야 후에 문제가 없다. 그래도 다행이 이는 없었다.
"이게 장미꽃인가요?"
욕조에 가득 담긴 장미잎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장미꽃을 멀리서 본 적이 있어요. 이런 향이구나"
장미꽃을 들어 자신의 눈 가까이 대어보는 아이가 어여뻐 보였다.
"가족은?"
"여동생 그리고 아마 어머니"
알만했다. 이미 손을 쓸수 없는 지경일테다.
"어머니랑 여동생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오렴. 주소를 알려주마 잘 외워둬."
"적어주셔도 되요. 신문팔면서 어느정도 깨우쳤어요."
보기보단 머리가 잘 돌아가는 듯 하여 공작님을 모시는데 문제가 없을듯 했다.
그 시간 매튜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의문에 잠겨 있었다. 오랜 시간에 의해 나무가 갈라져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는 의자에 기대어 파이프를 입에 가져다 물어도 자신의 행동에 올바른 해답을 내놓기 쉽지 않았다.
"이쁘진 않았어, 그냥 강렬했을 뿐이지."
그렇다, 이쁘진 않았어도 순간의 노을빛이 그녀를 강렬하게 만들었다. 헝클어진 갈색머리가 땀에 젖어 선홍빛 도는 뺨에 요란스럽게 붙어 있었던게 살면서 본 적이 없는 풍경이었을 뿐이다. 여인이 뛰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지만 그녀는 분명 뛰었던 것이다.
"공작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집사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들어오라는 나의 말에 집사는 들어와 네가 집에 남는 살로펫을 입고 돌아갔다는 말을 전하였다.
"아내가 주소를 알려줬으니 저희집에 다시 올겁니다. 돌아오면 치수를 재어 메이드복을 맞추겠습니다."
집사는 허리 숙여 보고를 맞췄다. 아직 더 할말이 있는지 나의 말을 기달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레오폴드. 그리고 바네사에게도 수고했다고 전해주게."
"예, 공작님의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아가씨께 식사 하시러 내려오시라 전하겠습니다."
나의 작은 끄덕임도 알아보는 늙은 집사는 오래된 골동품과 같은 우아함을 풍겼다.
공작이 가족과 식사하는 동안 허니 비는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염탐하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발바닥이 뜨겁게 달궈질 때까지 밖에서 집 문 만을 바라봤다. 짙게 깔린 검은 안개가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는 확신을 가진 허니 비는 비로써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에서 일하다 청각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여동생이 폐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문 만을 바라보던 여동생이 반겨주었다.
"어머니를 부축하는 것만 도와주겠니?"
여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이의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묻지 말고 언니가 하는대로 해야해.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베리야 알겠니."
여동생은 끄덕이며 어머니를 부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바네사가 적어준 쪽지를 다시한번 읽어보고 촛불에 태웠다. 알려준 주소니 시간대는 신경쓸 필요가 없겠지.
날이 밝고 침대에서 일어날 시간이라는 걸 인지한 공작은 침대옆 탁자에 준비되어 있던 홍차를 마셨다. 오늘은 맛이 답지 않게 쓰다고 느껴지는 하루였다.
"몸이 아직 곤한가 보군."
침대에서 일어나 홍차와 함께 준비된 조간신문을 펼치며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사설은 넘기고 최적의 사냥터를 알려주는 정보란을 뒤적였다. 허나 읽기도 전에 방문을 노크하는 집사에 당황했다 시간을 항상 지키던 집사인데.
"죄송합니다, 공작님. 오늘의 티가 저의 불찰로 인해 쓰다는 것을 지금 인지하여 새로 내려왔습니다."
"내 몸이 피곤한줄 알았더니,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혈색이 안좋아 보여."
"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이게 하여 죄송합니다. 어제 데려오신 아이가 오늘부터 일을 시작한다기에 아내에게 맡겼습니다. 그리해도 될까요?"
집사의 잠을 방해한 이가 누구인지 알겠군. 공작은 옅은 미소와 함께 잘 부탁한다 하고 새로내린 차를 받아 마셨다.
공작은 사소한 일로 치부했지만 아랫사람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바네사는 혹독하게 아이를 교육해야 겠다고 다짐하며 자신을 릴리넷이라고 소개한 아이에게 빨래를 분류하고 빠는 법부터 가르쳤다.
"따뜻한 물로 하면 이란 캐시미어 재질은 자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겨울에도 무조건 찬물로 빨아야한다. 그렇다고 우악스럽게 빨면 다 망가지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겠지?"
아이는 어제의 무례함과는 별개로 알려주는 대로 군소리 없이 잘 따라왔다. 저번에 바바라부인이 추천한 것들이랑은 달리 성실한 모습에 자신의 은퇴후 뒤를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다른 곳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바로 아가씨의 말동무로도 훌륭히 일을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아가씨는 어릴때 열병으로 귀가 잘 안 들리셔서 말을 잘 하려 들지 않아. 항상 조심해야..."
"귀족이신대 어째서 그리되셨죠? 치료를 못받으셨나요?"
"말조심! 그런 말을 평생 하지 말도록. 특히 공작님이 계신 장소에서는."
아이는 바로 이해했다는 듯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 비밀은 우리부부 선에서 안고있다 가는 것이 올바른 일이니 아이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훌륭히 아가씨를 보좌했다.
"그러고 보니 한달이 넘었는데 '아이'말고 릴리넷이라고 불러주세요. 아가씨와 같은 분이 아이죠."
릴리넷은 퉁명하다고 생각한 바네사였지만 이젠 그조차도 저 아이의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라는 호칭은 이미 익숙해져버려서 별 소용은 없겠지만.
허니 비는 릴리넷으로 산지 한달이 다 되어갔지만 그 기간 동안 공작의 구두소리 혹은 옅은 웃음소리만 들었다. 불과 1m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도 얼굴은 보지 못했다. 아랫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도 그의 벨벳 바지와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는 여러번 봤다. 종류가 다양한지 바지의 맵씨 그리고 구두의 모양이 달랐다. 돈도 많아서 좋겠네요 부잣집 도련님. 바네사 부인이 옆구리를 꼬집는게 느껴졌다. 아니 고개를 숙이고 혼자 생각하는데 어떻게 알고 내가 조금만 속으로 공작을 욕하면 행동으로 꾸짖었다.
평화로운 날만 이어지던 어느 날 공작의 어두운 면과 낯선 면 그리고 말하기 쉽지 않은 면을 보게 되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공작은 커피하우스로 향했다. 무슨 소셜클럽이라는듯 했지만 알게 뭔가 항상 커피향이 나는 모닝코트를 다렸것만. 어쨌든 그 날도 어김없이 생기발랄한 어린 숙녀님과 다트 던지기와 같은 숙녀가 안할듯한 놀이를 하고 있을 때 바네사 부인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일으켜 세우며 당장 공작님을 모셔오라 했다. 아래층에서 큰소리가 나는듯 했는데 집사이신 레오폴드 아저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바이올린의 쨍한 소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뒷문을 열어줄테니 공작님을 모셔와!"
어리둥절 한 나와는 달리 아가씨는 들리지도 않을텐데 겁에 질린 얼굴로 울먹이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창문을 열고 4층 높이에서 뛰어 내렸다. 바네사 부인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튼튼한걸.
다시한번 좁은 골목 사이로 달려 들었다. 이번엔 옷이 고급이라 그런지 무거운 감이 있었다. 구두도 신고 달리자니 발가락에 힘을 줄 수 없어 원하는 달리기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벗어버렸다, 잃어버리면 아까우니 들고 뛰었다. 그제야 원하는 속도로 바람을 가로지르며 커피하우스로 달려갔다. 정갈하게 묶은 머리가 헝클어지면서 고정핀이 떨어져 나가는게 느껴졌지만 알게 뭔가.
담배를 태우던 나에게 벤자민은 나에게 급히 온 전보가 있다며 나가보라 하였다. 프라이벳룸을 빠져나와 홀을 지나 시종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룸에 다다랐다.
"고..공작님., 하아! 지금 급히 가.보셔야해요!"
숨을 채 삼키지 못하고 너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달도 더 전에 봤던 얼굴이다. 상기된 두 뺨에 요란히 붙어버린 갈색빛 머리 그러나 노을빛은 없는 근데도 왜 이렇게 강렬한지.
"어서 빨리요! 어떤 부인이 레오폴드집사님을 괴롭히고 있단 말이예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다른 의미로. 땀에 젖은 손으로 나를 잡아 이끄는 손길이 불쾌하지 않았다. 끈을 이은 채로 자신의 목에 걸친 로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엉망이 된 발이 신경쓰이는데 그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어쪄죠? 급히 오느라 마차도 알아보지 않고 왔어요!"
이번엔 내가 너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마차는 무슨 이리와. 마부 그 말을 당장 나에게 팔게. 값은 이 시계로 하지. 부족하면 공작가의 작은 별채로 와." 마부의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 나는 공작님이 시키는대로 말에 올라타져 있었다. 그 다음은 공작님의 단단한 가슴근육이 느껴졌다.
귀가 빨갛게 물들어 가던 허니 비는 당황했다. 공작이 자신을 두 팔안에 가둔채 말을 몰고 있었다. 코트로만 느껴지던 짙은 커피향 뿐만 아니라 옅게 풍겨오는 시가향과 공작님의 향수냄새가 런던 시내를 가렸다. 말의 속도가 너무 빨라 허니 비의 지저분한 땀내새가 공작님에게 풍길텐데 공작의 얼굴에 허니 비의 갈색 머리가 달라 붙을텐데 공작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게 허니 비의 고민이었다.
별채인줄 몰랐던 공작저에 다다르자 공작은 말에서 내려 허니 비의 허리를 움켜쥐어 허공을 가로질러 거리에 사뿐히 내려주었다.
"릴리넷 내가 나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공작은 그 말과 함께 어수선한 집으로 들어갔다.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공작은 아까와 달리 약간의 짜증어린 얼굴로 허니 비를 다시한번 들어올려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앉아 있어. 숙녀의 발에 흉터를 남기면 안되지."
그제야 허니비는 자신의 엉망인 발을 내려다 보았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상처가 이곳 저곳 나있었다. 그녀는 부끄러워졌다.
"바네사 아주머니께 부탁하면..."
치마속에 감추려던 발이 공작의 손에 의해 허무하게 저지당했다. 공작은 허니 비의 발을 자신의 무릎에 올렸다. 이상했다 허니 비는 공작의 의자에 그리고 공작은 무릎꿇고 자신의 발 아래에.
"레오폴드도 바네사도 뒷문에 있으니 걱정마."
허니 비의 걱정은 그게 아니다. 자신의 상기된 뺨이지. 공작은 개의치 않고 허니 비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보드라운 하얀수건이 뒤꿈치를 어루만지며 아치로 그리고 발끝을. 공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분명 복숭아 뼈엔 상처하나 없었음에도 스쳐지나갔다. 허니 비는 알수 없는 간지럼과 함께 아래가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허니 비의 발만 바라보던 공작은 미세한 떨림을 느낀듯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춰왔다.
"...끝났어. 걷기 힘들테니 사용인의 방으로 옮겨줄게 릴리넷."
아래가 타들어가는 듯한 기분과 함께 허니 비는 공작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랐다. 공작은 지금 무슨 마음일까?
매튜좋은 너붕붕
담편https://hygall.com/603158246
영국알못
"너 대체 언제 씻은거야?! 왜 씻겨도 이렇게 꾸중물이 나오는 거니?"
공작가에서 일하는게 자부심인 바네사는 도저히 끓어오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질렀다. 공작님의 셔츠에 풀칠을 해야하는데 이 더러운 아이를 씻기는데 벌써 30분은 넘긴듯 했다.
"최근에 씻었어요"
여자애는 뭐가 그리 신기한지 배트솔에서 뿜어져 나오는 갈색빛 버블을 쳐다보았다.
"뭘로!"
처음 옷을 벗었을때 풍겼던 악취에 향유를 잔뜩 욕조에 넣었건만 생각보다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원인은 그 누더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소각해 버리라고 했다.
"저번주에 내린 비로요."
이런 아이는 런던 시내에 널리고 널렸다. 근데 공작님은 뭐가 안타까워서 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셨는지.
"물은 내가 바보지. 가만히 있어, 머리좀 검사하게."
안타까운거와 별개로 이가 없는지 확인해야 후에 문제가 없다. 그래도 다행이 이는 없었다.
"이게 장미꽃인가요?"
욕조에 가득 담긴 장미잎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장미꽃을 멀리서 본 적이 있어요. 이런 향이구나"
장미꽃을 들어 자신의 눈 가까이 대어보는 아이가 어여뻐 보였다.
"가족은?"
"여동생 그리고 아마 어머니"
알만했다. 이미 손을 쓸수 없는 지경일테다.
"어머니랑 여동생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오렴. 주소를 알려주마 잘 외워둬."
"적어주셔도 되요. 신문팔면서 어느정도 깨우쳤어요."
보기보단 머리가 잘 돌아가는 듯 하여 공작님을 모시는데 문제가 없을듯 했다.
그 시간 매튜는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의문에 잠겨 있었다. 오랜 시간에 의해 나무가 갈라져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는 의자에 기대어 파이프를 입에 가져다 물어도 자신의 행동에 올바른 해답을 내놓기 쉽지 않았다.
"이쁘진 않았어, 그냥 강렬했을 뿐이지."
그렇다, 이쁘진 않았어도 순간의 노을빛이 그녀를 강렬하게 만들었다. 헝클어진 갈색머리가 땀에 젖어 선홍빛 도는 뺨에 요란스럽게 붙어 있었던게 살면서 본 적이 없는 풍경이었을 뿐이다. 여인이 뛰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지만 그녀는 분명 뛰었던 것이다.
"공작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집사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들어오라는 나의 말에 집사는 들어와 네가 집에 남는 살로펫을 입고 돌아갔다는 말을 전하였다.
"아내가 주소를 알려줬으니 저희집에 다시 올겁니다. 돌아오면 치수를 재어 메이드복을 맞추겠습니다."
집사는 허리 숙여 보고를 맞췄다. 아직 더 할말이 있는지 나의 말을 기달리고 있었다.
"수고했어, 레오폴드. 그리고 바네사에게도 수고했다고 전해주게."
"예, 공작님의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아가씨께 식사 하시러 내려오시라 전하겠습니다."
나의 작은 끄덕임도 알아보는 늙은 집사는 오래된 골동품과 같은 우아함을 풍겼다.
공작이 가족과 식사하는 동안 허니 비는 집에 도착했다. 그러나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염탐하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발바닥이 뜨겁게 달궈질 때까지 밖에서 집 문 만을 바라봤다. 짙게 깔린 검은 안개가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는 확신을 가진 허니 비는 비로써 집 안으로 들어갔다. 공장에서 일하다 청각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여동생이 폐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어머니의 손을 꼭 붙잡고 문 만을 바라보던 여동생이 반겨주었다.
"어머니를 부축하는 것만 도와주겠니?"
여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이의 손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묻지 말고 언니가 하는대로 해야해. 너의 이름은 오늘부터 베리야 알겠니."
여동생은 끄덕이며 어머니를 부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바네사가 적어준 쪽지를 다시한번 읽어보고 촛불에 태웠다. 알려준 주소니 시간대는 신경쓸 필요가 없겠지.
날이 밝고 침대에서 일어날 시간이라는 걸 인지한 공작은 침대옆 탁자에 준비되어 있던 홍차를 마셨다. 오늘은 맛이 답지 않게 쓰다고 느껴지는 하루였다.
"몸이 아직 곤한가 보군."
침대에서 일어나 홍차와 함께 준비된 조간신문을 펼치며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사설은 넘기고 최적의 사냥터를 알려주는 정보란을 뒤적였다. 허나 읽기도 전에 방문을 노크하는 집사에 당황했다 시간을 항상 지키던 집사인데.
"죄송합니다, 공작님. 오늘의 티가 저의 불찰로 인해 쓰다는 것을 지금 인지하여 새로 내려왔습니다."
"내 몸이 피곤한줄 알았더니,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혈색이 안좋아 보여."
"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이게 하여 죄송합니다. 어제 데려오신 아이가 오늘부터 일을 시작한다기에 아내에게 맡겼습니다. 그리해도 될까요?"
집사의 잠을 방해한 이가 누구인지 알겠군. 공작은 옅은 미소와 함께 잘 부탁한다 하고 새로내린 차를 받아 마셨다.
공작은 사소한 일로 치부했지만 아랫사람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언제나 조심해야 하는 법이다. 바네사는 혹독하게 아이를 교육해야 겠다고 다짐하며 자신을 릴리넷이라고 소개한 아이에게 빨래를 분류하고 빠는 법부터 가르쳤다.
"따뜻한 물로 하면 이란 캐시미어 재질은 자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겨울에도 무조건 찬물로 빨아야한다. 그렇다고 우악스럽게 빨면 다 망가지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겠지?"
아이는 어제의 무례함과는 별개로 알려주는 대로 군소리 없이 잘 따라왔다. 저번에 바바라부인이 추천한 것들이랑은 달리 성실한 모습에 자신의 은퇴후 뒤를 맡겨도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다른 곳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바로 아가씨의 말동무로도 훌륭히 일을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아가씨는 어릴때 열병으로 귀가 잘 안 들리셔서 말을 잘 하려 들지 않아. 항상 조심해야..."
"귀족이신대 어째서 그리되셨죠? 치료를 못받으셨나요?"
"말조심! 그런 말을 평생 하지 말도록. 특히 공작님이 계신 장소에서는."
아이는 바로 이해했다는 듯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 비밀은 우리부부 선에서 안고있다 가는 것이 올바른 일이니 아이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이는 훌륭히 아가씨를 보좌했다.
"그러고 보니 한달이 넘었는데 '아이'말고 릴리넷이라고 불러주세요. 아가씨와 같은 분이 아이죠."
릴리넷은 퉁명하다고 생각한 바네사였지만 이젠 그조차도 저 아이의 성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라는 호칭은 이미 익숙해져버려서 별 소용은 없겠지만.
허니 비는 릴리넷으로 산지 한달이 다 되어갔지만 그 기간 동안 공작의 구두소리 혹은 옅은 웃음소리만 들었다. 불과 1m도 안되는 거리에 있어도 얼굴은 보지 못했다. 아랫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도 그의 벨벳 바지와 소가죽으로 만든 구두는 여러번 봤다. 종류가 다양한지 바지의 맵씨 그리고 구두의 모양이 달랐다. 돈도 많아서 좋겠네요 부잣집 도련님. 바네사 부인이 옆구리를 꼬집는게 느껴졌다. 아니 고개를 숙이고 혼자 생각하는데 어떻게 알고 내가 조금만 속으로 공작을 욕하면 행동으로 꾸짖었다.
평화로운 날만 이어지던 어느 날 공작의 어두운 면과 낯선 면 그리고 말하기 쉽지 않은 면을 보게 되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공작은 커피하우스로 향했다. 무슨 소셜클럽이라는듯 했지만 알게 뭔가 항상 커피향이 나는 모닝코트를 다렸것만. 어쨌든 그 날도 어김없이 생기발랄한 어린 숙녀님과 다트 던지기와 같은 숙녀가 안할듯한 놀이를 하고 있을 때 바네사 부인이 화들짝 놀라며 나를 일으켜 세우며 당장 공작님을 모셔오라 했다. 아래층에서 큰소리가 나는듯 했는데 집사이신 레오폴드 아저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바이올린의 쨍한 소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뒷문을 열어줄테니 공작님을 모셔와!"
어리둥절 한 나와는 달리 아가씨는 들리지도 않을텐데 겁에 질린 얼굴로 울먹이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창문을 열고 4층 높이에서 뛰어 내렸다. 바네사 부인의 걱정어린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튼튼한걸.
다시한번 좁은 골목 사이로 달려 들었다. 이번엔 옷이 고급이라 그런지 무거운 감이 있었다. 구두도 신고 달리자니 발가락에 힘을 줄 수 없어 원하는 달리기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벗어버렸다, 잃어버리면 아까우니 들고 뛰었다. 그제야 원하는 속도로 바람을 가로지르며 커피하우스로 달려갔다. 정갈하게 묶은 머리가 헝클어지면서 고정핀이 떨어져 나가는게 느껴졌지만 알게 뭔가.
담배를 태우던 나에게 벤자민은 나에게 급히 온 전보가 있다며 나가보라 하였다. 프라이벳룸을 빠져나와 홀을 지나 시종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룸에 다다랐다.
"고..공작님., 하아! 지금 급히 가.보셔야해요!"
숨을 채 삼키지 못하고 너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한달도 더 전에 봤던 얼굴이다. 상기된 두 뺨에 요란히 붙어버린 갈색빛 머리 그러나 노을빛은 없는 근데도 왜 이렇게 강렬한지.
"어서 빨리요! 어떤 부인이 레오폴드집사님을 괴롭히고 있단 말이예요!"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다른 의미로. 땀에 젖은 손으로 나를 잡아 이끄는 손길이 불쾌하지 않았다. 끈을 이은 채로 자신의 목에 걸친 로퍼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엉망이 된 발이 신경쓰이는데 그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어쪄죠? 급히 오느라 마차도 알아보지 않고 왔어요!"
이번엔 내가 너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마차는 무슨 이리와. 마부 그 말을 당장 나에게 팔게. 값은 이 시계로 하지. 부족하면 공작가의 작은 별채로 와." 마부의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 나는 공작님이 시키는대로 말에 올라타져 있었다. 그 다음은 공작님의 단단한 가슴근육이 느껴졌다.
귀가 빨갛게 물들어 가던 허니 비는 당황했다. 공작이 자신을 두 팔안에 가둔채 말을 몰고 있었다. 코트로만 느껴지던 짙은 커피향 뿐만 아니라 옅게 풍겨오는 시가향과 공작님의 향수냄새가 런던 시내를 가렸다. 말의 속도가 너무 빨라 허니 비의 지저분한 땀내새가 공작님에게 풍길텐데 공작의 얼굴에 허니 비의 갈색 머리가 달라 붙을텐데 공작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게 허니 비의 고민이었다.
별채인줄 몰랐던 공작저에 다다르자 공작은 말에서 내려 허니 비의 허리를 움켜쥐어 허공을 가로질러 거리에 사뿐히 내려주었다.
"릴리넷 내가 나올때까지 여기서 기다려."
공작은 그 말과 함께 어수선한 집으로 들어갔다. 얼마나의 시간이 흘렀을까? 공작은 아까와 달리 약간의 짜증어린 얼굴로 허니 비를 다시한번 들어올려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앉아 있어. 숙녀의 발에 흉터를 남기면 안되지."
그제야 허니비는 자신의 엉망인 발을 내려다 보았다. 아까는 보지 못했던 상처가 이곳 저곳 나있었다. 그녀는 부끄러워졌다.
"바네사 아주머니께 부탁하면..."
치마속에 감추려던 발이 공작의 손에 의해 허무하게 저지당했다. 공작은 허니 비의 발을 자신의 무릎에 올렸다. 이상했다 허니 비는 공작의 의자에 그리고 공작은 무릎꿇고 자신의 발 아래에.
"레오폴드도 바네사도 뒷문에 있으니 걱정마."
허니 비의 걱정은 그게 아니다. 자신의 상기된 뺨이지. 공작은 개의치 않고 허니 비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보드라운 하얀수건이 뒤꿈치를 어루만지며 아치로 그리고 발끝을. 공작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연고를 발라주었다. 분명 복숭아 뼈엔 상처하나 없었음에도 스쳐지나갔다. 허니 비는 알수 없는 간지럼과 함께 아래가 저릿한 느낌을 받았다. 허니 비의 발만 바라보던 공작은 미세한 떨림을 느낀듯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춰왔다.
"...끝났어. 걷기 힘들테니 사용인의 방으로 옮겨줄게 릴리넷."
아래가 타들어가는 듯한 기분과 함께 허니 비는 공작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불러주기를 바랐다. 공작은 지금 무슨 마음일까?
매튜좋은 너붕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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