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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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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축제 이후, 시로타 네 일행과 여자아이들, 키요이는 한 번 더 히군의 집에 모였다.
사유는 역시 키요이. 키요이의 콘테스트 결승날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응원 도구를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냐?"

"푸학, 뭐야 이거! 겁나 못 만들었네!!"

"야, 이것 봐. 이렇게 하는 거라고-"


"앗, 이것 봐! 내일 결승 2시래. 응원 열심히 하자~!"

"물론~!"

"드디어다!"

시로타는 사실 키요이가 붙든 안 붙든 어느쪽이어도 좋았다. 키요이가 순위권에 들어 유명해진다면 유명인의 친구가 되는 것이고, 순위권에 들지 못한다면 학교 내의 권력 체계는 앞으로 키요이의 바로 아래인 시로타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시로타는 이왕이면 키요이가 순위권에 들지 않는 쪽을 더 바랐다. 그럼 여자애들도 정신을 차리고 더 힘 있는 시로타에게 다가올 것이다.

줄창 응원 도구만 만들기는 지루해서 시선을 돌려보니 히군과 쿠라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음, 만만한 녀석들 조합이다. 시로타는 놓치지 않고 표적으로 삼았다.

"쿠라타는 말이야, 히라같은 녀석이 타입이지?"

쿠라타가 조금 놀라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그런 거 아니야..."

시로타의 말에 일제히 한 마디 씩 거들었다.

"이욜~ 히군, 빨리 고백해버려~!"

"나도 해버릴까~?!"


"그것 보다,"

실컷 놀리고 있는데, 혼자 동 떨어진 곳에 앉아 줄곧 휴대폰만 보던 키요이가 끼어들었다.

"완전 어쩌라고 싶은데, 그런 게 재밌어?"

아, 쟤 또 저러네. 항상 좋은 분위기를 키요이가 망친다. 다들 즐기고 있는데 여태껏 말도 안 하고 혼자 휴대폰만 하더니 갑자기 무슨 상관이야? 저럴 때마다 정말 이중적인 의미로 저 높은 콧대를 확 부러뜨리고 싶다. 저러고 순위권에 못 들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시로타의 바람을 하늘이 들었는지, 키요이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시로타는 속으로 나이스를 연신 외쳤다. 아쉬워하는 여자애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저 평범한 키요이 따윈 버리라고. 내가 있잖아.
시로타는 키요이 앞에서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의 뒷풀이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평소와 같아보였지만, 여자애들이 전처럼 키요이에게 전력을 다해 들이대지 않았다. 일단은 그게 굉장히 기분 좋았다.
키요이를 앞에 두고 실컷 무시해주고 히군에게 음료를 시키고 있었는데, 키요이가 전화를 받겠다며 나왔다. 녀석, 못 버틴 게 분명하다. 너무 고소해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한 바퀴 돌 수도 있을 만큼 신이 났다.

"네가 그런 말 해서 그렇잖아."

"나? 난가?"

피라미드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니었다. 키요이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을 뿐이었다.
학교에 돌아가면 반은 묘한 분위기가 감돌 것이다. 반 아이들의 공통된 이야깃거리는 키요이의 추락이 될 것이고, 나는 거기서 키요이의 옆자리를 슬쩍 빠져나와 키요이를 밟고 올라갈 것이다. 이제 반 아이들은 키요이 따위보다 시로타를 더 무서워 할 것이며 시로타가 반에서, 더 나아가 학년에서, 전교에서 제일이 될 것이다. 호랑이가 없는 곳에선 여우가 왕인 법이다. 원래는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지만, 이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히군이 떠다온 음료수를 집어드는데 낯설었다. 시로타는 사이다를 주문했는데 콜라만 반 정도 담겨나왔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히군, 틀렸잖아. 사이다라니까?"

"아이스티 먹고싶다고 했는데..."

"야 히군, 맞는 게 하나도 없잖아~"

시로타 네가 빗발치게 항의했지만, 히군은 "그런가." 하고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갔다.
주문을 틀린 적은 없었는데, 왜 저래?


...그리고 히군도 키요이도 그날 패밀리 레스토랑에 돌아오지 않았다.




적절한 짤을 찾지 못한고로 내가 좋아하는 맇쿠유세이짤 넣기22....

맇쿠유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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