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601795342
view 901
2024.08.23 18:16
빗소리 들리는 한밤중 곤히 자던 이명헌 갑자기 인기척에 깼으면 좋겠다. 비몽사몽한 정신에 들려오는 소리가 흐느끼는 소리라서 반쯤 떴던 눈 와락 뜨이겠지... 돌아보면 덩치 큰 애가 옆에 웅크리고 쭈그러들어서는 흑흑 울고있음.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데, 잠깐 두고 지켜봤지만 금방 지나갈 꿈이 아닌듯 울음이 잦아들지 않아 결국 깨우기로 결심함.

우성. 우성?

행여 놀라게 할까봐 우성이 팔 살살 매만지며 깨우는 이명헌... 그래도 쉽게 깨지 않으니 눈물 고인 눈 엄지로 쓸어줌.그제서야 정우성 눈 뜨는데 정신이 깨지는 않은 듯 눈빛이 여전히 꿈결인 것 같지. 그렇게 멍한 눈으로 앞에있는 이명헌 한참을 쳐다보던 정우성....커다란 덩치 움직여 형 품에 폭 안김. 평소엔 주로 자기가 끌어안아오던 우성이라 뭐지 무서운 꿈이라도 꿨나 하면서 마주안아주는데,

이명헌, 가지마..

하며 중얼거리는 소리에 이명헌 잠깐 숨 멈춤. 정우성은 형 품에서 그대로 잠든 듯 쌕쌕 고른 숨을 뱉었지만 이명헌은 그런 우성을 품에 안은 채로 한동안 잠 못 이뤘겠지. 이애는 지난 어느날의 꿈 속에 있는걸까 생각하면서.

다음날 늦은 아침식사 하면서 이명헌이 물어봄. 우성. 어제 꿈꿨나용. 그러면 정우성 뭔가 생각하는듯 고개 갸웃하다가 곧 도리도리 저음. 아뇨, 나 되게 잘 잤는데? 개구지게 웃는 얼굴에 이명헌도 굳이 더 묻지 않고 가만히 들여다보다 그냥... 그래 그런 것 같더라 뿅 하고는 맒.

오랜만에 본 형이랑 대판 싸웠던 날. 이럴거면 그만 하자며 형이 들고 온 캐리어 한번 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나가버렸던 날. 돌아오겠지 생각했지만 정말로 형이 귀국해버렸던 날. 우성은 이제 십년이 다 되어가는 그날이 결혼 몇 년차인 지금도 종종 꿈에 나타난다는 것은 구태여 말하고 싶지 않겠지. 형이 안다면 분명 마음 아파할테니까. 그냥 눈 앞의 형 보면서 이거면 다 된것같으니까.

형 김 묻었네요. 잘생김? 아니 오늘은 못생김이요ㅎㅎ. ㅎ..뒷골땡김 뿅

이제 형이 저 두고 나갈일은 없으므로, 그런 꿈 쯤이야 저편으로 밀어두고 마음껏 까르륵 웃는 정우성이겠지.




슬덩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