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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00:31
캐붕ㅈㅇ




이명헌은 남들이 안하는 짓을 잘했다. 폭력같은걸 쓰는 건 옛일이라며 고고한 척 하고 싶어하는 윗대가리들을 위해 사람을 죽여준다는 뜻이었다. 가끔은 고문도 했다. 생긴거에 비해 조금은 지저분한 방식을 택했는데 그래서 명헌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꽤 있었다. 어느 업종이든 브랜딩이니 자기 피알이나 아무튼 그런게 필요한 법이었다.

명헌은 조직원보다는 쓰고 버리는 기술직에 가까워서 서열에서 배제되었다. 말하자면 배관공같은 거였다. 명헌의 서비스가 보스 마음에 들면 상전 대접을 받고 그렇지 않을때는 일개 쫄따구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별 다섯개 주는 고객님 한개 주는 고객님 따로 있다고 해야할까. 이 일은 생각보다 운에 맡겨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명헌은 어서 어느 조직이든 와해되기를 기다렸다. 조직이 고장이 나야 명헌에게 일이 들어왔으니까.

그러다 보면 고정 고객이 생기기 마련이다. 분명 계약할 때도 명헌은 어느 조직에도 소속되지 않으며 돈만 주면 시키는 일 다 해준다는 것을 명시하는데도 저를 유독 아끼는 새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이런게 진짜 귀찮았다. 누군가 명헌을 욕심내기 시작하면 명헌도 정치질에 휩쓸리는 거였다. 명헌은 그런거 관심 없었다. 빨리 한 명이라도 더 처리해서 돈버는게 중요했다.

명헌은 문득 이짓이 몇년째인지 가늠해봤다. 고등학생 때 더 망할 것도 없어 보이던 집안의 가세가 완전히 먼지가 되었을 무렵 구둣발로 마루에 널부러진 세간을 발로 차서 치우던 남자의 눈에 명헌이 들었다. 남자는 너 몸 쓰는 놈이라며? 하며 명헌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주었다. 3년차쯤 그 때 배운 기술로 그 남자를 죽였으니 이젠 복수할 사람도 없이 무료한 나날이다. 덕분에 밥벌어먹고 사는걸 감사하다고 여겨야하나.

다만 오늘은 그런 무탈한 하루는 못될 팔자였다. 오늘처럼 고객 불만사항, 그러니까 뒷처리 요청이 들어올 때가 간혹 있었는데 보통은 서류 조작이 잘못되었다던가 증거 인멸이 덜되었다거나 하는거였다. 동시에 개중에는 꽤 높은 확률로 몇몇 고정 고객놈들이 명헌의 엉덩이를 툭툭 쳐보고 싶어서 부른 경우도 있어 상당히 좆같은 일이었다. 그래도 고객의 손가락을 자를 수는 없다. 몸이야 뭐 조금 만져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었다. 오늘도 그정도로 넘어갈 수 있다면 오히려 감사했다.

그런데 가보니 사장(이라고 스스로를 부르는)놈이 지난주에 명헌이 담당했던 정보원이 다른 조직에 자길 고발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발설했단다. 입단속 시키지 못했으니 명헌이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한게 아니겠냐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열 손가락 손톱 밑을 정으로 후벼파 놨는데 이정도면 어디서 독립운동이라도 해야하는거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명헌은 제가 잘 처리하겠다며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사장이 건낸 선금은 굳이 물리지 않았다. 명헌은 돈이 좋았으니까.

일부러 동선을 여러번 꼬아 출장지로 가는 길에 명헌은 atm에 들렸다. 따라 붙은 놈이 없는지 확인하고 어디론가 돈을 송금했다. 받은 상대에게 보냄뿅,이라는 짧은 문자를 보내고 명헌은 담배를 물었다. 아마도 그 자식은 죽여야 하겠지, 복수 목적이니 꽤 난잡하게 진행하게 생겼다. 목적 없는 삶인데도 존나 살기가 쉽지가 않았다.

출장지는 도시 외곽에서도 동떨어진 공터의 컨테이너 박스였다. 딱봐도 더워보여 일을 빨리 처리해야겠다 싶었다. 들어가면 아마 사장 부하직원이 놈을 잡아놓고 있을 터였다. 대충 사유 말해주고 옆구리를 여러번 그어주면 될 것 같았다. 이럴 때마다 명헌은 스스로가 안락사를 선고하는 의사나 저승사자가 된 기분이었다. 남의 목숨만큼 손 안에서 가지고 놀기 쉬운게 없었다.

차에서 미리 갈아둔 칼을 꺼내 컨테이너 근처로 걸어갔다. 벌써 밤이 되려는지 시야가 깜깜했다. 업무시간 외라고 억지부려서 야간수당이라도 받을걸 그랬나, 생각하며 문을 연 이명헌은 목 뒤로 뭔가 꽂히는 느낌과 함께 그대로 쓰러졌다.




- 일어나

아마 이명헌은 죽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로 명헌을 깨울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강하게 뺨을 내려치는 손길에는 결국 생의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물거리는 눈을 겨우 뜨고 명헌이 주변을 둘러봤다. 어딘가로 옮겨진 것 같았다. 그런 당연한 것은 제외하고 특이점을 찾으려 애썼다. 명헌은 알몸으로 입이 막힌 채 의자에 묶여있었다. 피를 흘렸는지 약을 맞았는지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럼에도 눈 앞에 선 정갈한 남자의 얼굴은 외면하기 힘들었다. 남자가 배시시 웃었다. 센 척 하려고 웃는 놈들은 이렇게 아이같이 웃지 않는다. 남자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거였다.

- 많이 어지럽지? 명헌이가 키가 커서 약을 많이 써야 하더라고.

말투가 어린 애를 어르는 것 마냥 쓸데없이 달콤했다. 일이 더 복잡해졌다. 개인이나 조직원이 하는 요구는 들어주고 풀려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런 변태들은 달랐다. 명헌이 마음에 들었다며 바지를 내리고 구멍을 들이밀었다. 그럼 몇번 박는척 하다 목을 졸라서 죽여버려야했다. 명헌은 대가 없이 재능을 낭비하는걸 좋아할 만큼 이타적이지는 않았다. 명헌이 계속 감기는 눈을 부라리며 남자를 올려다봤다. 씨발, 틈을 찾아야했다. 아니면 이 새끼 취향이 뭔지라도.

- 귀여워….

뭐 이런 미친새끼가 다 있지? 약기운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명헌을 시선으로 핥듯이 본 남자가 중얼거렸다. 마지막으로 이런 미친놈을 본 적이 있나 가늠해봤다. 어차피 다 같은 사람일 뿐이다. 망치로 손을 부수면 비명을 지르고 칼로 찌르면 죽는다. 파훼법 없는 인간은 없었다.

- 어떻게 빠져나가나, 그 생각 하나보네. 명헌이는 표정에 다 드러나.

남자가 명헌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가까이서 보니 안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새끼 내 이름은 어떻게 알지.

이명헌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다리 사이로 가까워지는 남자의 머리통을 쳐다봤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명헌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명헌이 갑자기 전해지는 예민한 자극에 몸을 뒤틀었다. 금방이라도 물어뜯길 것 같았다. 걱정과 다르게 남자는 지 애인에게 하듯이 이도 세우지 않고 정성들여 이명헌의 좆을 빨았다. 심지어 허벅지를 쓰다듬고 배를 간지럽히다 자기 아래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것도 성행위라고 명헌의 아래가 딱딱하게 발기했다. 아래서 기분 좋은 코웃음을 치는 소리가 섬뜩하게 났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움직임을 빨리하는 남자의 입 안에 저항도 못하고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 명헌은 혀를 꾹 씹으며 신음을 참았다.

사정 이후에도 남자는 잠시 명헌의 것을 물고 있었다. 그리곤 입 안에 명헌의 사정액을 망설임 없이 삼키더니 아래에 남은 것도 남김없이 핥아냈다. 일어나 바지춤을 정리하는데 앞섶이 꽤 젖어있었다.

- 미안, 내가 참을성이 좀 없네.

남자가 손을 닦으며 말했다. 빨개진 얼굴로 웃고 있었다. 명헌은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함정인지 알 수 없었다. 이딴 새끼는 처음 본다.

- 그, 명헌아. 우리 이제 여기서 살거거든.



- 그러니까 통성명 하자. 난 권준호라고 해.







준호명헌으로 제정신 아닌 권준호한테 납감당하는 제정신 아닌 이명헌 보고싶다

슬램덩크 슬덩 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