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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6 19:23
둘이 연애 감정 없고 밤마다 만나서 몸 섞고 헤어졌으면... 노부는 회사원이고 마치다는 만화가, 처음엔 마치다가 세들어 사는 건물 1층에 허름한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났을 거고 그날 취해서 원나잇 했겠지. 그 뒤로 몇 번이나 마주쳤고 그때마다 함께 술잔 기울인 뒤 4층에 있는 마치다 방으로 가서 붙어먹었을듯. 그런 시간도 어느덧 6개월이 되어가고, 전근을 가게 된 노부가 이젠 못 온다고 할 거임. 마치다는 그 말을 듣고 그렇구나, 거기서도 건강히 잘 지내. 하고 별 아쉬운 티도 안 냈지.

그렇게 며칠 뒤 전근 때문에 짐을 바리바리 들고 기차에 오른 노부는 그 순간 가족이나 절친했던 동료가 아닌 마치다의 얼굴이 가장 많이 떠올랐을듯. 전화번호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싶다가도 심드렁하던 마치다의 마지막 인사가 생각 나 도리도리 정신을 차림. 그렇게 정신 없이 새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던 노부는 첫 봉급을 받고나서야 마음에 여유가 생겼겠지. 그리고 얼마 뒤 본사에 볼일이 생겨 다시 기차에 올랐고,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치듯 결국 야심한 시각에 그 술집에 들렀지.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을 거임. 어째 한 달 사이 더 마른 것 같은 모습에 마음이 짠해진 노부였음.

"나 없어서 심심했죠?"
"아... 별로. 우리가 만나서 놀던 사이는 아니니까."
"만나면 맨날 술 먹고 자던 사이였죠."
"응. 그래서 너 없다고 심심하진 않았어."
"난 좀 외롭던데."
"나도 외롭긴 했어."

그렇게 마치다가 마시던 술만 마저 털고 둘이 또 4층까지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 바로 붙어 먹으면 좋겠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고 간다더니 새벽에 부랴부랴 기차 타러 나서는 노부 보면서 처음으로 같이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어진 마치다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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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