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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00:33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허니는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농구부가 올해에도 인터하이에 나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응원단 중 한명이 되어서 히로시마로 가게 되었어. 오사카에서 히로시마까지는 고등학생들이 가기엔 빌어먹게도 너무 멀었겠지. 그래서 학교 내에서도 경기 당일이 아닌 그 전날, 꼭 그 시절 수학여행처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출발 전 날, 가기 싫은데 억지로 가게 됐다고 투덜거리던 허니앞에서 허니의 부모님은 갑작스럽게 뭔가가 생각이 난 듯, 거실 한켠에 있는 전화기로 달려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어.

"어어. 나야. 쇼호쿠도 이번에 히로시마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쇼호쿠?


허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통화를 하는 아버지를 쳐다보며 제 앞에 놓인 수박을 하나 집어 먹었어.


"그래. 허니도 가게됐어. 뭐래?.....아 정말이야? 굳이 약속을 잡지 않아도 둘이 만나겠구만.. 응, 작년에 허니가 결승전에 갔으면 오랜만에 루카와 보기도 하고 했을텐데.....미국? 아, 그 정도 실력이면 한 번 가 볼만 하지.... 자네 재력이면 가능하지않아?"

대화도중 급하게 뛰어가 통화를 하던 아버지는 끊을 줄 몰랐음. 기억에 익숙한 이름, 사실 어릴때 방학때마다 만날 수 밖에 없었던 창백하고 말 없는 새까만 머리털 남자아이 이름이 자꾸만 언급되자 허니는 마주앉은 어머니께 되물었겠지.



"루카와?"
"응. 기억 안 나? 우리 딸이 그렇게 좋아했는데"
"좋아하긴 뭘,! 기억은 하지...걔도 혹시 전국대회에 온대...? 농구부는 별로인 학교로 진학했다고 하지 않았나...?"
"응. 그런데 올해 가나보네? 오랜만에 만나면 되겠다. 우리 루카와 얼마나 더 멋있어졌을까"
"멋있기는 무슨... 걘 너무 말이 없어"
"대신 허니 네가 말이 많아서 괜찮지?"
"엄마!!!!"



괜히 부끄러워 진 허니는 애먼 엄마를 잡았어. 통화를 마치고 다시 자리를 찾아 앉은 아빠는 두 모녀가 예상한대로 루카와가 스타팅으로 있는 고등학교 또한 가나가와현 대표로 온다는것이었음. 거기다 모레 있을 허니의 토요타마 고등학교 상대가 쇼호쿠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며. 루카와에게도 말을 전했다고 그 아이가 바쁜데도 시간 내서 만나보겠다고 했으니 경기 끝나고 쇼호쿠 대기실을 한번 가 보라는 것 이었음.
허니는 발개진 얼굴로 왜 거길 가냐고 괜히 툴툴거렸겠지. 사실 속으로 허니는 루카와를 많이 좋아하고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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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와와 허니가 서로 알고 지낸건 태어나서부터였음. 왜냐면 클리셰 가득하게도 두사람의 아버지들이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했으니까. 대학까지 같이 나온 그 둘은 같은 해에 결혼을해서 같은해에 루카와와 허니를 낳았겠지. 1월 루카와를 낳고, 그 이후로 허니의 엄마가 임신해서 그 해 겨울쯤 허니가 태어났어. 남자아이 여자아이 이렇게 성별이 되자 그 둘은 허니가 태어나고 한달 뒤, 사케 한병을 나눠마시며 둘을 결혼시키자고 우스개소리를 해대었겠지.

어릴적부터 결혼 할 사이라는 소리를 중학교 2학년까지 주야장천 들어오던 루카와와 허니는 서로 다른 생각을 했음. 루카와는 무시, 허니는 두근두근. 하지만 농구밖에 모르는 루카와는 이성에 눈을 뜨기는 커녕 매년 오던 부모님과 의 오사카 여행을 거부하고 농구 캠프를 가더니 결국 안본지 n년이 된 상태였음. 작년에 농구보러 같이 가자고 아빠가 이야기했을때 한번 가봄직할만한데도 허니는 그냥 아련한 첫사랑으로 남겨두겠다며 거절했겠지.

그랬는데 걔가 날 보겠다고했다고? 분명 카에데 삼촌이 닥달하셨겠지. 생각은 그렇게 해도 제 방으로 들어와 어릴적 루카와와 찍은 수많은 사진들을 굳이굳이 꺼내 한장씩 보는 허니였음. 원래 남자애들은 여자보다 성장 이 늦은거 아닌가... 허니는 어릴루카와는 허니보다 작았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면 좋겠다.









서사는 됐고 zip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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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경기 하루 전 날 갔는데, 루카와는 볼 수 없었음. 그래서 허니는 친구들과 쓸데없는 농담이나 따먹고. 카페에 가서 파르페 하나 나눠먹으며 시간을 보냈겠지. 그리고는 저녁이 되고, 괜히 마음이 싱숭해진 허니는 숙소 뒤 작은 신사가 있는 산에 바람이라도 쐴까 하며 숙소를 빠져나왔음.
한여름에 푹푹 찌는 더위는 도심지에만 해당됐던걸까. 매미와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작은 뒷 산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어. 생각보다 너무 어둡기도하고해서 다시 돌아갈까싶었지만 잠도 안오고 조금만 더 걸어보자 생각했겠지.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 숫자를 세는 소리가 들렸어. 누구지. 허니는 운동하는데 방해하고싶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걸어갔음. 흰 티셔츠에 편한 반바지차림에 루카와가 저 멀리서 뛰어 내려오고 있었음.

비켜야하나. 밤인데도 날 알아볼까.



허니는 좁은 산길에 이러지도 못 하고 서 있었음
귀에 이어폰을 꽂고 빠르게 내려오던 루카와는 맞은편에 멀뚱히 선 인영을 보고는 급하게 멈췄을거야. 그리고는 한쪽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는 저보다 한참 작은 허니를 보며 의아한듯 말을 걸어왔겠지.

"허니 비, 여기서 뭐해?"
"응?"
"멍청하게 여기 서서..."


생각보다 너무 커다란 루카와 때문에 허니는 무슨말을 해야할지 몰랐으면좋겠다. 달빛에 비친 새파랗게 시린 피부도 그대로고, 칠흑같이 까만 머리카락도, 매서운 눈매도 모두가 그대로였지. 여전히 그래 너무, 멋있네. 지나가는 소리로 루카와가 그렇게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많다더라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어. 이 정도 외모에 농구까지 잘 하면. 씁. 허니는 괜히 심퉁났을거임.

그 산은 많은 고교 농구선수들이 제각각의 방법대로 몸을 푸는 곳이었어. 신사까지 끔찍하게 나 있는 돌계단을 미친듯이 오르내리며 체력을 관리하는 선수들도 있을만큼 체육관 내의 운동할수있는 곳은 거의 없었겠지.

"너 지금 어디가?"

허니는 자신과 보폭을 맞추며 걷는 루카와를 올려다보았어. 주변에서의 시선을 본인만 느끼는게 아닐텐데, 루카와는 무심한 얼굴로 묵묵히 걷기만 했지.

"어디가냐고. 아 진짜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수가 참 적다."
"너 데려다주러"
"뭐?"
"늦었잖아 지금"
"숙소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아저씨한테 들었어. 너 혹시 만나면 꼭 데려다주라셨어"

그럼그렇지. 데려다준다는 루카와의 말에 한없이 설레던 허니의 마음은 다시금 잠잠해졌음. 넌 울 아빠가 나랑 결혼하라하면 할꺼냐. 머릿속에 가득한 그 말을 차마 내보이진 못 했겠지. 허니는 두근거리던 마음을 애써 다 잡고는 숙소로 걸어갔을거야. 그 유명한 루카와 카에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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