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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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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마치다가 노부 집에 온 지 6개월쯤 되던 날
보호소 소장이 찾아왔어 입양을 간 수인들은 정기적으로 보호소에서 관리 감독을 나왔거든 그래서 오랜만에 소장님을 만나게 된 마치다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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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소장님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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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다 잘 지냈어?”













사실 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직접 입양 수인의 자택을 방문하진 않았지만 마치다는 워낙 특이한 케이스잖아 안 그래? 보호소에서 15년을 보내다 입양을 간 것도 희귀한 경우인데 게다가 마치다 이 녀석 입질이며 성격이 보통이어야 말이지

물론 여우가 그렇게 된 건 새끼 때부터 키운 보호소 사람들의 오냐오냐가 제일 컸으니까 책임도 질 겸 혹시나 그럴 리는 없겠지만 학대의 흔적이 있는 건 아닌지 감시도 할 겸 해서 소장이 직접 오게 되었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예리한 눈으로 마치다를 훑어본 소장은 다행히 보호소에 있을 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기분 좋아 보이는 여우에 한시름을 놨겠지

그러다 잠깐 사라진 마치다라서 소장은 주위를 잠시 살피더니 목소리를 조금 낮추곤 본론을 꺼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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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지금 마치다가 없으니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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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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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사님도 아시겠지만 조금 있으면 마치다 예방접종일 이지 않습니까? 해서 몇 가지 당부드릴게 있습니다. 우선 절대 병원에 가는 걸 티 내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저 녀석 주사라면 질색을 하거든요. 병원에 무사히 도착하셔도 안심하시면 안 돼요. 엄살도 어마어마하니까요. 울먹이는 눈동자에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그리고 그날... 두꺼운 옷 입고 가세요.. 팔 쪽에 붕대를 좀 감으셔도 좋고요.”





착잡한 표정으로 노하우를 전수하던 소장은 그간의 예방접종일을 회상하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지 잠시 팔을 쓸어내렸어



그날은 정말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지 마치다는 의사를 보자마자 은신처로 숨어버려서 그런 여우를 꺼내느라 직원들 작업복이 너덜너덜 해지고 생채기가 생겼어 그렇게 꺼냈다가도 보호소가 떠나가게 울어대는 통에 잠시 마음이 약해진 사육사가 잡은 손에 힘을 아주 조금이라도 풀면 귀신같이 알아채곤 다시 도망을 가버리던 마치다였지 정말이지... 예방접종이 1년에 한 번인 게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는 소장의 말을 듣자 노부는 심란해졌어
나 예방접종..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뒤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한 마치다 때문에 잠시 접어둘 수 있었어 그간 학교에서 만든 것들을 한 아름 들고 와 소장님 앞에서 자랑하는 제 여우가 무척 사랑스럽기만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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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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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어, 왜 그래.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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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금 백화점 가는 거 맞아?”




이크 노부는 하마터면 놀라서 핸들을 놓칠 뻔했어
주말에 백화점에서 새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자며 마치다를 꼬셨던 그였지만 실은 병원에 가는 길이었든

신나서 아무 의심 없이 따라나서길래 다행이다 싶었는데 익숙한 길이 아닌 걸 이렇게 대번에 눈치챌 줄이야 노부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준비해 둔 변명을 늘어놓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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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그럼 맞지 저번에 간 A 백화점 말고 이번엔 B 백화점에 가는 거야. 식품관에 sns에서 유행하는 빵집이 들어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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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그런 거면 진작 말을 했어야지! 기대된다아.”







언제 저를 의심했냐는 듯 다시 기분이 좋아진 마치다는 꺼내놓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빵을 먹을 생각에 설레어 했어 그 모습을 보자 노부는 양심이 찔려 차마 쳐다볼 수 없지 뭐야

케이 너 지금 주사 맞으러 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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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노부유키!!!!! 나를 속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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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주사만 금방 맞고 얼른 백화점 가자 응?”






마치다는 지금 배신감에 휩싸여 노부의 말 따윈 들리지 않았어 노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비련의 주인공처럼 병원 바닥에 철퍼덕 엎어진 마치다가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짜내면서 흑흑 청승을 떨고 있자 그 앞에서 노부는 어쩔 줄 몰랐지 차라리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다면 나았을까 이렇게 화가 난 얼굴은 처음 본 그라서 이대로 케이에게 미움을 받을까 덜컥 겁이 나지 뭐야 그때 뜻밖의 구세주가 나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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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바보 여우. 병원에서 누가 그렇게 시끄럽게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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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아악 쿄스케! 너 갑자기 뭐야. 상관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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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상관을 안 하니. 여기는 우리 병원인데.”






맞아 이곳은 츠지무라의 병원이었어
수인학을 전공한 의사가 적기도 했고 또 츠지무라는 이 근방 수인 의사중에 가장 유능했거든 마치다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노부가 고심해서 고른 병원이었지 그러니 쿄스케는 이병원에 상주하고 있을 수밖에.

평소처럼 진료실 안 캣타워 위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던 쿄스케에게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새어 들어오지 뭐야
그리하여 신이 난 고양이는 마치다가 싫어하는 웃음을 띠고서 사뿐사뿐 친히 납시신 거겠지

방금까지 노부가 미워죽겠다던 여우는 쿄스케가 등장하자마자 노부의 품에 안겨들어선 고양이를 노려봤어 그 덕분에 노부만 좋았지 뭐
2:1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쿄스케는 상관없다는 듯 그런 마치다를 훑어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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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설마 주시 맞기 싫어서 그래? 어제 소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 맞고 갔는데 역시 애송이구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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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이.. 아니야!! 나도 잘 맞을 수 있거든?!”





어? 노부는 이게 웬 떡인가 싶었어 그래서 마치다가 마음을 바꾸기 전엔 얼른 입을 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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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케이 주사 무서워서 그런 거 아니지? 얼른 끝내고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저희 바로 접수해 주세요.”



노부 눈엔 쿄스케 등 뒤로 날개가 보일 지경이었어
악을 쓰고 떼를 부리던 케이를 이렇게 얼렁뚱땅 달랠 수 있다니 꿈만 같지 뭐야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마치다는 뭔가 단단히 꼬여버린 기분이었지만 이미 뱉은 말이 있으니 꼼짝없이 진료실로 끌려가고 말았어 그리고 그곳엔 보스의 고양이처럼 재수 없는 표정의 쿄스케가 의사 선생님 무릎을 차지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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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즈키씨. 네가 케이타구나 우리 쿄스케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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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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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안녕하세요. 츠지무라 선생님. 저도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 케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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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다들 그렇죠. 괜찮습니다.”





사실 두사람이 자신의 반려 수인에게 들은 얘기라곤 험담뿐이었지만 노부는 방금 쿄스케의 도움을 받아서 고양이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 상태였고
츠지무라는 수인 의사답게 모든 수인은 천사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제법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어

다만
마치다는 주사 맞을 생각에 너무 절망적이라 예의가 없어진 상태였지

쿄스케는 그런 건 모르겠고 마치다가 주사 맞는 꼴을 지켜보다 내일 학교에서 놀려줄 생각에 잔뜩 신이 났어



이렇듯 각자 제각기 다른 동상이몽 속에 대망의 예방접종 시간이 찾아오고 말았지 분명 잘 맞을 수 있다 하였지만 병원 베드 위에 올려지자 마치다는 방금 전의 생각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작은 해프닝이 생겼지

아연실색한 여우가 몸부림을 치며 노부의 팔에 생채기가 생겨버린 거야 분명 상처가 난건 노부인데 비명은 케이 목소리가 더 커서 쿄스케는 그걸 보며 켈켈 비웃었지
츠지무라는 그 난장판 속에서도 침착히 주사를 놓았어

고작 30분 만에 모든 게 끝났지만 노부는 십 년은 늙어버린 기분이었대


이날 마치다를 속인 대가는 아이스크림 3스쿱, 생크림 케이크, 프라페 등등으로 아주 톡톡히 돌려받았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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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있지 어제 마치다가 우리 병원에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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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아아 쿄스케 조용히 해!!!!”




이렇게 놀리는 쿄스케도 정작 주사 맞을 땐 병원이 떠나가라 울어댔지만 병원 고양이 특권으로 진료시간 외에 예방접종을 맞은 터라 아무도 알지 못했대



















노부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