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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21:47
요드솔 카이미르솔로 뱀파이어au가 보고 싶다
애콜라이트 별전쟁 요드솔 카이미르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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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본부가 살짝 떠들썩했음. 뱀파이어에게 납치되어 가축처럼 사육당하던 아이 하나가 구출된 참이었음. 거의 6개월 동안 감금되었다던 아이는, 원래도 고아였는지라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음. 아이는 일단 본부 내의 보육원에 맡겨졌는데, 문제는 아이를 가둔 뱀파이어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거였음. 요드는 교육 대신 사건 해결을 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심정으로 뉴스를 확인하고는 수업에 들어감. 

그날 밤, 요드는 자신이 구출되던 날의 악몽을 정말 오랜만에 꾸고 일어남. 자신을 구하러 온 요원들도 뱀파이어가 아닐까 싶어 느꼈던 공포감, 요원들과 함께 그 집을 나왔을 때의 안도감, 부모님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의 절망감, 뱀파이어를 향한 증오와 혐오감이 범벅되어 괴로웠던 날이었음. 다시 자보려 노력하다가, 요드는 곧 포기하고 방을 몰래 나왔음. 악몽을 꾸고 일어난 밤이면, 요드는 억지로 누워 아침까지 뒤척이는 대신 몸을 움직이곤 했음.

낮은 간접등만 켜둔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다가, 요드는 문득 문간에서 인기척을 느낌. 홱 돌아본 눈이 커졌음. 예상 외의 사람이 서 있어서. 솔이 엷은 미소를 띤 채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음.

"이 시간에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누군가 싶었는데. 잠이 안 와요?"

부드럽고 친절한 말이 들려왔음. 요드는 새삼스레 상대가 신기하다고 생각했음. 은퇴했든 아니든, 현장에서 험하게 일하던 헌터들은 일반적으로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를 많이 풍겼음. 요드는 이게 솔의 원래 성격인지, 은퇴한 다음 유해진 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목을 가다듬음.

"평소엔 괜찮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그런 것뿐이에요."
"흠 잡으려고 물은 게 아니에요. 몸만 봐도 평소에 얼마나 애쓰는지 알겠는걸요."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건네면서, 솔이 요드의 벗은 상체를 힐끗 눈짓했음. 요드는 약간 민망하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거의 똑같은 차림의 솔을 바라봤음. 어둡고 긴 겉옷에 검은 지팡이. 솔은 방해하려던 게 아니니까 편히 있으라고 했지만, 요드의 눈은 줄곧 장갑과 지팡이에 꽂혀 있었음.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조금 전까지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말이 뇌를 거치기 전에 툭 나왔음.

"수업하기에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발길을 돌리려던 솔의 눈이 살짝 커짐. 요드는 자기가 무슨 소리를 뱉었는지 뒤늦게 알고 헉 했음. 요드가 허둥지둥 상체를 숙이며 해명함.

"무례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죄송합니다. 그러실 능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러니까."

쩔쩔매는 요드를 바라보던 솔이 살짝 웃음. 요드의 입이 딱 다물렸음.

"괜찮아요, 궁금할 수도 있지. 그런 질문을 받아본 지 오래돼서 잠깐 놀란 것뿐이에요. 내가 너무 알던 사람들만 보고 지낸 탓이니, 사과할 거 없어요."
"편히 대하셔도 괜찮습니다."

요드가 얼른 말함. 더 이상 현장직이 아니라 해도, 솔은 한참 대선배인 데다 거동이 어려워질 때까지 일선에서 뛰던 사람이었음. 존중하기에 충분한 대상이었고, 또 저 웃는 얼굴이...요드가 얼른 내적으로 고개를 휘휘 가로저음. 새벽이라 그런가 자꾸 뇌가 헛도는 기분이었음. 그럼 그럴까, 하고 또 웃은 솔이 지팡이로 바닥을 쿡쿡 찍어 보임.

"이젠 오래됐고, 하도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아. 그리고 수업하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불시에 빠른 속도로 전력질주할 필요는 없지. 아이들 가르치는 일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 오히려 아이들을 보며 배우는 점도 많고."

걔들을 보면서...배워? 요드가 내적 외적으로 고개를 갸웃함. 자기가 보기에 걔들은 싹 다 풋내기였고, 당장 현장에 내놓으면 하루도 안 돼서 죽을 애들이었음. 제키 정도나 좀 살아남을까...요드의 표정을 보던 솔이 하하 웃음.

"가르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야.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겠지만."

솔이 살짝 고개를 까딱하며 덧붙인 말에, 요드의 얼굴이 벌게짐. 자기가 교관 역할을 꺼리던 게 그렇게 티가 났나 싶어서 민망해졌음. "제가 많이 미흡했습니까? 제게 주어진 책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만...." 무안하게 꿍얼거리니까, 솔이 웃으며 얼른 고개를 가로저음.

"젊고 기운 넘치는 친구들이 아이들 돌보는 일을 좋아하긴 어렵지. 자네는 잘하고 있어, 내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지만. 제키가 했던 말은 마음에 담지 말도록 해. 그 아이는 워낙 사람에 대한 벽이 높아서, 누군가를 새로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걸려."

제키에 대해 사려 깊은 투로 말하는 솔을 보면서, 요드는 어처구니없게도 제키에게 약간의 질투심을 느낌. 제키 본인에 대한 질투라기보단, 가족을 잃었어도 다감한 사람을 줄곧 곁에 둔 채 성장할 수 있었던 행운에 대한 질투였음. 요드의 옆에 그런 사람은 없었음. 나름의 우정을 주고받은 친구도 선생님도 있었지만, 그들과 온기를 나눈 기억은 희미했음. 잠시 망설이다가, 요드는 조금 용기를 내어 물어봄.

"저,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무엇 때문에 부상을 입으셨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기록에도 딱히 나와 있지 않아서...."
"내 기록을 찾아봤다고?"

솔의 눈이 조금 커짐. 앗 너무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나 싶었던 요드가 안절부절못하며 말함. "아니, 불손하게 뒷조사 따위를 하려던 건 아닙니다. 제키의 말을 들으니 뛰어난 현장 요원이셨던 것 같아서-." 솔이 오른손을 펴 들었음. 그 표정에 전에 없이 굳어 있었음. 헉 진짜 큰일났다 밉보였나 봐 어떡하지 싶어서 요드가 울망한 눈으로 더 변명하려던 때, 솔이 살짝 찌푸린 얼굴로 어깨너머를 돌아봄. 이상한 낌새를 느낀 요드가 물음.

"솔? 왜 그러십니까?"
"소리가...."
"소리요? 저는 못 들었습니다만."

솔의 혼잣말에, 요드가 멀뚱멀뚱하게 물음. 감각이 좋고 기민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어떤 이상한 점도 눈치채지 못했음. 솔이 곧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은 조금 전까지와 달리 조금 흐리고 의례적으로 보였음. "잘못 들었나 봐. 방해해서 미안하군, 곧 또 보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 솔을 바라보다가, 요드는 곧 솔을 불러 멈춰놓고 얼른 옷을 걸쳤음. 상대의 기척을 보니 아무래도 그 소리를 확인하러 갈 것 같아서. 설령 별것 아니라 해도, 전력질주가 어려운 사람을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았음. 솔은 조금 난감해 보였지만 요드를 적극적으로 물리치진 않음.

밖으로 나와도 아무 기척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음. 솔이 대체 뭘 들었다는 걸까 의아했지만, 솔은 의외로 정확히 방향을 특정해서는 미끄러지듯이 걸어감. 요드는 생각보다 그 속도가 빠르다는 데에 놀람.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웬만한 사람의 경보만큼 빨랐음. 그 뒤를 따르던 요드가 고개를 갸웃함. 솔은 지금 조직 내의 보육원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음. 이 시간에 거기는 왜? 그리고 뭣보다, 여전히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대체 뭘 감지한 거지? 물음표를 단 채 걷다가, 요드는 솔이 한 손을 내밀어 자기를 막았을 때 우뚝 멈췄음.

숨소리를 죽이고 신경을 곤두세운 요드의 눈이 이내 휘둥그레짐. 아무 발소리도 뭣도 안 들리는 가운데, 문고리 돌아가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음. 누가 뒷문을 통해 보육원 구역에 들어오려 시도하는 참이었음. 요드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함. 상비하는 은제 나이프 자루를 슬그머니 잡으면서, 요드는 솔을 보호하듯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섬. 솔이 놀랐는지 요드의 옷자락을 슬쩍 잡아당겼음. 고개를 가로젓는 솔을 향해, 요드는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하고는 재빨리 발을 옮겼음. 어쨌든 다리가 불편한 솔보다는 자신이 위험한 상황을 확인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음.

어둠 속에서 발걸음을 옮기다가, 요드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을 때 얼른 모퉁이에 몸을 숨김. 언뜻 봤지만 한 명이 아니었음. 남자 하나에 여자 하나. 그들은 곧 속삭이듯이 대화를 나눴는데, 요드는 그 내용에 잔뜩 긴장함. 남녀는 어떤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 그 인상착의를 가만히 들어보니, 어제 막 구출된 아이가 분명했음. 

범인이 하나가 아니었구나. 커플일까? 아니면 가족? 그들의 관계가 어찌됐든, 그들은 피해자이자 증인이 될 아이를 죽이러 대담하게도 본부에 숨어든 참이었음. 요드가 마른침을 삼키며 나이프 쥔 손에 힘을 줌. 뱀파이어와 밤에 대치하는 일은 무척 위험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잠든 구역에 침입하도록 놔둘 수는 없었음. 뱀파이어 둘이 침실 구역의 복도로 접근하기 전에, 요드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냄.

"거기 멈춰!"

절도 있는 목소리로 외치자, 두 남녀가 이를 드러내며 고개를 돌림. 그들이 요드를 노려보며 말을 주고받음.

"겨우 한 놈이야. 빨리 해치우자."
"사람들을 부르게 두면 안 돼."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명이 동시에 요드를 덮쳐옴. 요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나이프로 남자의 팔을 그었음. 상대가 신음과 함께 한 발짝 물러났지만, 안도감 따위는 전혀 안 들었음. 연륜이 있는 헌터일수록, 한밤중에 일대 다로 싸우는 상황 자체를 안 만드는 이유가 있었음. 밤의 뱀파이어는 정말 빠르고 강했음. 총이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한밤에 홀로 훈련장에 있다 달려온 터라 가진 무기는 나이프뿐이었음. 힘든 싸움을 이어간 지 몇 분 되지 않아, 요드는 자리에 반쯤 주저앉은 채 쉴 틈 없이 쏟아지는 공격을 흘려내고 있었음. 

솔이 제발 누구라도 데려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요드의 눈앞으로, 상대의 손톱이 확 다가왔음. 그 손가락에 눈알이나 미간이 찔리기 전, 갑자기 뒤편에서 튀어나온 검은 막대기가 상대의 눈알을 역으로 찍어버렸음. 요드가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그곳에는 지팡이를 든 솔이 미간을 살짝 좁힌 채 서 있었음. 통증을 이기지 못한 뱀파이어가 짧은 비명을 지르자, 그 소란에 반응한 것처럼 어두웠던 복도에 금방 불이 들어옴. 두 뱀파이어가 허둥거리는 사이, 솔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요드를 봄. 

"다쳤어?"
"예? 아...아뇨, 괜찮습니다."

아직 자리에 주저앉은 요드가 얼떨떨하게 대꾸함. "다리 병신이야. 빨리 죽이고 빠져나가!" 둘 중 여자가 외침. 그들이 솔의 뒤편으로 바람처럼 쇄도하는 모습에, 놀란 요드가 조심하라고 솔의 이름을 외쳤음. 

그 뒤로, 요드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휩싸임. 솔은 자리에 쓰러지지도 않았고, 상대에게 부상을 입지도 않았음. 그는 양손을 다 쓰지도 않고, 한 손을 느슨하게 뒷짐 진 채로 뱀파이어 둘을 작신작신 두들겨팸. 뱀파이어들도 정말 빨랐는데, 솔은 마치 그 공격이 언제 어디서 들어올지 미래에서 보고 온 사람처럼 움직였음. 한쪽 다리를 제대로 못 쓰는 게 단점으로 보이지도 않았음. 양쪽 다리를 격렬하게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는 상체를 젖히거나 비틀거나, 때로는 지팡이를 한쪽 다리처럼 능숙하게 써서 두 뱀파이어의 합공을 흘려냄. 

그러다 한 뱀파이어가 자리에 쓰러졌을 때, 솔은 발끝으로 지팡이 끄트머리를 탁 찼음. 지팡이 아래쪽을 감싼 캡이 날아가면서, 송곳처럼 날카로운 끝이 드러남. 그 끝이 은색으로 하얗게 빛남. 순식간에 말뚝이 된 지팡이가 뱀파이어의 복부를 뚫자, 찢어지는 비명이 복도를 울림. 솔의 옆을 노리고 달려들던 다른 뱀파이어를 향해, 얼른 일어난 요드가 나이프를 던졌음. 무기에 꿰인 침입자들이 타들어가는 상처를 감싸고 발버둥치는 사이, 본부의 요원들이 몰려오는 소리가 들림.

본부 요원들이 상황을 정리하는 동안, 요드는 계속 얼떨떨한 채로 솔의 손에 이끌려 빈 의무실을 향했음. 싸움이 정신이 팔려 몰랐는데, 뺨이며 팔에 뱀파이어의 손톱이 스친 상흔이 남아 있었음. "꿰맬 만큼 큰 상처는 아니지만, 소독은 빨리 하는 편이 낫지." 그렇게 말한 솔이 심란한 얼굴로 구급상자를 가져옴. 제 집처럼 능숙한 손길이었음. 고맙다고 말할 정신머리도 없어서, 요드는 멍청이처럼 입만 살짝 벌린 채 솔을 바라봄. 상대가 여럿인데 그렇게 정면에서 덤비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 소리가 귀에 잘 닿지 않았음.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요드가 솔을 바라보며 눈을 깜박였음. 지금껏 실력이 좋은 헌터들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솔은 좀 달랐음. 인간이 그런 식으로 싸울 수도 있는 건가? 연륜이 쌓이면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나? 단순히 더 강하다든지, 빠르다든지 하는 문제가 아니었음. 요드는 그렇게 효율적이고 우아한 싸움을 본 적이 없었음. 사람을 보며 우아하다는 말을 난생 처음 떠올린 요드의 뺨이 살짝 붉어졌음. 솔을 두고 그런 생각을 한 게 부끄럽기도 했고, 이런 사람을 보호하겠다고 먼저 나섰던 자기가 바보스럽기도 했음.  

"어떻게...."
"음?"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될 수 있죠?"

요드가 얼이 빠진 투로 물은 말에, 솔은 잠시 놀란 얼굴을 했음. 그 얼굴로 곧 농담이라도 들은 것 같은 미소가 따뜻하게 번졌을 때, 요드는 계속 쿵쿵 뛰던 심장이 잠깐 멎은 듯한 감각을 느낌. 어어...?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드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눈을 깜박거림. 왠지 엄청 큰일이 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난 한물 간 퇴직자일 뿐이야, 요드. 서두르지 않아도, 너는 나보다 뛰어난 헌터가 될 거야."

솔이 낮고 다정하게 건넨 말에, 요드는 다시 마른침을 꿀꺽 삼켰음. 왼편 어깨에 올라온 솔의 손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음. 얼굴로 올랐던 열이 등을 포함한 전신으로 확 번졌음. 자기도 모르게 가슴을 부여잡으니까, 솔이 놀라서 물음. "요드? 거기도 다친 거야?" 요드의 가슴을 살펴보려는 듯한 손길에, 요드는 그만 맹렬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물러났음. 스스로도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솔이 그곳을 만지면 엄청나게 부적절한 반응을 해버릴 것만 같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