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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1:09
언젠가부터 아이스맨은 담배를 입에 달고 살았다. 탑건 스쿨에 왔을 무렵엔 적어도 하루에 한 갑은 피는 헤비 스모커였으니 동기들 대다수는 그가 흡연자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
80년대엔 실내흡연이 아무렇지 않을 때였고, 대다수의 군인들은 담배를 즐겼기에 아이스맨이 담배를 핀다는 것 자체는 누군가에게 흠이 될 수 없었다.
단, 매버릭을 제외하고.
매버릭은 담배를 싫어했다. 그 쌉싸름한 냄새와 뒤늦게까지 남아있는 잔향, 입냄새를 유발하는 물질들까지 싹 다 불쾌했다. 위탁가정 시절, 아저씨들이 제 얼굴에 연기를 뿜어댔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매버릭은 구스의 품에 파고 들었다. 담배에 대한 끔찍했던 기억들이 조금씩 덧대어져 매버릭에게 고통을 줄 뿐이었다.
군인이란 마초에 절여진 집단이었다.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담배를 뻑뻑 피어대곤 했으니 매버릭이 군대로 와 감안해야할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매버릭이 본 함대에 있던 시절엔 다행히 갑판이 크게 펼쳐져 있었고 그 곳에서 담배를 펴대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는 담배를 피하고 다닐 수 있었다. 또한 함장이 깔끔쟁이인 것도 한몫해 함대 내부에선 담배를 일절 금지시켜놨다.
하지만 탑건 스쿨은 달랐다.
탑건에 도착한 첫 날, 회의실에서 담배를 펴대는 동료들이 그 담배피던 손으로 인사를 건넸을 때 매버릭은 내민 손을 째려보기만 하고 인사하지 않았다.
"담배냄새 나."
이 한 마디가 매버릭의 첫 인사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 날 이후로 사람들이 담배를 피는 것 같으면 매버릭은 다람쥐마냥 빠르게 사라지곤 했다. 같이 전투 복기를 하거나, 기체 결함 회의를 해야할 땐 나름 배려한답시고 담배를 끄긴 했지만 매버릭에겐 그 연기가 가득한 공간 자체가 괴로웠다. 이런 나날들이 반복되자 동기들 사이에서 매버릭은 까탈스러운 미친 놈이 되어있었고, 구스는 그런 놈을 유일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있었다.
견디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구스는 오늘도 매버릭을 달랬지만 매버릭은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먹고 식후땡을 하는 동기들을 향해,
물을 쐈다. 말 그대로.
물에 의해 꺼진 담배불에 벙 찐 슬라이더와 제 담배를 보며 눈이 커진 할리우드 사이에서 아이스맨만이 유일하게 웃었다. 그의 담배는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었지만, 자발적으로 재떨이에 담배를 눌렀다. 그리고 그의 눈은 사고 치고 호다닥, 도망가는 매버릭의 뒷통수를 끝없이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이스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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