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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04:21


전날밤 냉장고에 해야할 일을 적은 종이를 붙이고 아침에 나갈 때 확인하고 집에 돌아와서 확인하는 루틴인데 분명 아침에는 없었던 일이 집에 돌아오니까 하나 생겼음.

-이거 보자마자 농구장으로 오기

자신의 글씨체가 아니라 이질적이면서도 낯설지 않은 필체. 태섭이는 그 문장을 읽고 필체를 알아차리자마자 눈이 커지더니 손에 들었던 가방도 내팽겨치고 얼른 집 근처 농구장으로 달려갔음. 하루종일 훈련을 하고 오느라 고된 몸이었는데도 달리는 순간에는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웠음.

금세 도착한 농구장 철장 너머엔 이제 곧 해가 지는데도 완벽한 폼으로 3점슛을 날리는 남자가 서있었지. 그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갈 수록 태섭이의 심장은 점점 세게 뛰었고 남자와 눈이 마주쳤을 땐 꼭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음.

혹시 꿈이 아닐까?

해가 지면 전부 사라질 것 같아서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멈춰 서있으니 남자가 여전히 눈을 맞추며 거리를 좁혀왔음. 다가올 수록 선명해지는 초록빛 눈동자 속에 노을빛이 비춰졌지. 그게 꼭 태섭이 눈동자에 어린 붉은빛을 함께 담아오는 것 같았음.

남자는 거의 태섭이와 한뼘거리가 되고서야 걸음을 멈췄지.

“고등학생?”

그러자 터지는 웃음. 기억을 하고서 하는 말인지 그냥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온 세상이 농구를 뺏어가려던 때의 자신에게 다가왔던 그 소년이 그대로 제 앞에 와준 덕에 태섭이의 불안은 어느새 녹아내렸음. 그리고 그 때 못했던 대답을 돌려주겠지.
 
“대학생이거든요?”









대만태섭 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