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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00:37
셋째 왕자라 왕위나 중요한 직책은 형들한테 가고 이웃나라 공주랑 결혼해서 외교 관계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 밖에 주어지지 않은 교주 보고 싶다
어릴 때부터 정치, 지리, 철학 등을 공부하는 형들과 달리 교주는 사교, 매너, 이웃나라 왕실 같은 것 밖에 못 배웠어.
형들 공부하는 거에 관심 가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가정교사나 유모에게 아주 호되게 혼났지.
괜히 후계 싸움에 휘말리면 무슨 일이 날지 모르니까 다 교주를 보호하려고 그랬던 거야.
그렇지만 어린 교주 마음에는 상처가 되었겠지.
어렸을 때부터 자기는 형들과는 다르고 왕자라 하지만 이 나라를 위해,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매력적인 신랑감이 되는 것 뿐이라고 계속 되뇌었을 거야.
그러다 13살 쯤 되었을 때 허니를 처음 만났으면 좋겠다.
교주와 동갑내기인 허니는 나라 안에서 가장 부유한 귀족 가문의 첫째 딸이었어.
왕실 가문과도 이미 교류가 활발하고 친분이 두터운 가문이었지.
그래서 사교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고 허니의 아버지가 허니를 처음 데려간 곳은 왕께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였어.
교주는 왕좌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에서 작은 소녀를 지켜보았어.
드레스를 살짝 잡아 올리고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 나긋나긋한 말투, 손짓 하나하나가 가문의 명성에 걸맞았어.
교주는 자기가 이때까지 본 것 중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했어.
물론 여기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 틀 때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야.
어른들이 이야기 나눌 동안 허니에게 왕궁을 구경 시켜주는 게 어떻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주 날아갈 것 같았어.
드디어 이때까지 갈고 닦은 사교 실력을 연습할 수 있는 때가 왔군!
교주는 허니와 점잖고 예의 바른 어른들이 으레 하는 대화 주제, 음악이라든지, 미술이라든지, 에 대해서 얘기할 생각에 들떴어.
얼마나 격조 높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교주의 이런 꿈들은 알현실을 나서자마자 산산조각 났어.

와, 드디어 자유다!

갑자기 들려온 격식 없는 말투에 교주는 한쪽 눈썹을 올렸지만 혼잣말로 새어나온 작은 실수일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이어나갔어.

레이디, 어디부터 둘러보고 싶은가요?

이제 우리들 뿐이잖아. 그런 딱딱한 말투 사용할 필요 없어.

그렇지만 이건 기본 예의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잃지 않아야 우리 왕실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러지 않아도 나는 너가 얼마나 고귀한 신분인지 알고 있는 걸?

너라니...! 저는 왕자입니다. 알맞은 호칭을 사용해주세요.

네, 왕자님. 저는 정원에 가서 작은 토끼나 참새가 있는지 찾아볼 거예요.

이 말을 하고 허니는 복도를 따라 뛰어가 버렸어.

귀족은 뛰지 않습니다!

잰걸음으로 허니를 쫓으며 교주는 이런 여자를 완벽하다고 잠시나마 생각한 자신이 바보 같아고 생각했어.




왜 이렇게...길어지지?
어쨌든 그래서 두 가문이 친하니까 어릴 때부터 계속 어울려 놀면서 교주도 점점 허며들고 입덕부정기를 거치지만 허니한테 첫키스도 털리고 첫경험도 털리고 그러다 결혼할 나이가 되니까 자기는 허니랑 절대 결혼 못한다는 걸 알아서 멀리하는데 시녀들한테서 허니 아버지가 허니 결혼 상대를 찾는다고, 다른 나라 귀족들은 물론이고 왕자들까지 청혼하러 몰려들고 있다고 이런 소문 듣고 심장 갈기갈기 찢어지는 거 보고 싶다...
그러다 허니가 결혼 상대 정해지고 와서 너를 기다렸는데 너는 결국 안 왔더라 하는 말 듣고 자기도 자기 자신이 한심하고 그래서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당신과 결혼하면 저는 아무 가치도 없어진다고요! 하고 버럭했다가 후회닦개 돼서 결국 쟁취해내는...그런 스토리가 보고 싶다...
이때까지 왕위 관심 없었는데 너붕붕이랑 결혼하려고 갑자기 반란 일으키는 것도 좋고...

아 그리고 커서도 계속 교주는 격식 차리고 존댓말 쓰는데 허니만 반말 했으면 좋겠다
교주가 왕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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